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18)
아크 더 레전드-218화(218/875)
[218] SPACE 5 내 땅입니다! (6)창 밖으로 회색 모래에 뒤덮여있는 사막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물질이 덮여있지 않은 사막을 보는 순간 아크는 확신했다.
‘저기다! 저기까지만 가면 살 수 있어!’
아크의 예상대로였다.
쏟아지는 빛 덩어리를 피해 사막으로 들어서자 공격이 멈춘 것이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수 없었다. 이미 실버스타의 실드는 10%도 남지 않은 상황. 일단 위기는 벗어났지만 만약을 대비해 아크는 수십 킬로미터를 더 비행한 뒤에야 착륙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실버스타를 확인해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불어냈다.
여기까지 오는 사이에 수십 발의 빛 덩어리에 맞았지만 다행히 큰 손상은 없었다. 외벽이 몇 군데 검게 그을리고 우그러져 있었지만 기능에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었다.
“대체 그게 뭐였을까요?”
뒤따라 나온 토리가 붉게 보이는 대지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크가 묻고 싶은 말이다.
“그야 나도 모르지. 모르지만…….”
이번 모험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무라트의 상징 피라미드. 자낙스가 무라트의 엘림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곳에 신기가 숨겨져 있을 확률은 99%다. 그러나 실버스타가 착륙한 곳은 그 피라미드에서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었다. 그 사이에 있는 것은 대지를 뒤덮은 붉은 물질. 다짜고짜 실버스타를 공격하던 분화구와 정체불명의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곳이다.
‘하지만 다시 실버스타를 몰고 들어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다시 S-20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할 수 없지. 일단 붉은 물질의 정체를 알아보는 게 먼저다.’
“토리, 너는 실버스타에서 대기하며 무전을 기다려라.”
아크가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움직이지 마라!”
갑자기 뒤쪽에서 날카로운 고함이 터져 나왔다.
움찔하며 고개를 돌린 아크의 얼굴이 괴상하게 일그러졌다.
“저건 또 뭐냐?”
SPACE 7 신의 사자 (1)
“개척자라…….”
노인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로군.”
붉은 대지를 벗어나 사막에 실버스타를 착륙시킨 직후.
채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아크 일행은 수십 명의 사내들에게 포위되었다.
낙타-와 비슷한-을 타고 아크 일행을 향해 검을 겨누고 있는 사내들. 아크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직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혹은 개발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어 소외된 혹성에는 여전히 미개한 문명을 가지고 있는 원주민이 남아있는 곳도 있었다.
라쿤카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라쿤카]
은하계 동부에 위치한 십자성좌의 중앙 혹성.
십자 성좌는 다섯 혹성을 감싸는 성운 가스로 인해 은하계 어디서나 쉽게 관측할 수 있는 천체입니다. 이에 우주 개척시대 초기, 수많은 개척자가 그 빛에 매혹되어 찾아갔지만 실제 라쿤카는 사막뿐인 혹성. 경제성 있는 자원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쿠란카의 원주민 쿠산은 은하 3국 어디에도 가입하지 않고 자신들의 문명을 지키겠다고 선언. 은하 3국의 공역에서 제외되어 별다른 정보가 없습니다.
아크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곳에 왔을 리가 없다.
쥬벨 후작과 라이오스 부사장을 만나기 위해 타투인에 갔을 때, 도서관에 들러 이미 카야나 파크들에게 주워들은 십자성이라는 키워드로 정보를 검색해보았다.
아크가 방심했던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개발 가치가 없다고 판명되어 은하계에서 소외된 혹성.
덕분에 개척자들의 발길도 오래 전에 끊기고 미개한 문명의 원주민만 남아있는 곳이다.
그런 곳에 오는데 일부러 친위대원들까지 데려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S-20에는 여전히 처리해야할 일이 많아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인원을 굳이 더 줄일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오자마자 실버스타가 공격받았다.
그리고 겨우 빠져나와 착륙하자마자 원주민들에게 포위된 것이다.
그야말로 불행의 연속이었지만…….
‘이들은 붉은 대지에서 받은 공격과 관련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게 이들의 짓이었다면 경고조차 하지 않고 공격했을 거야. 일단 대화를 해볼 필요가 있어.’
그렇게 판단한 아크는 일단 투항했다.
그 뒤에 만난 것이 바로 아크를 포위한 원주민들의 족장, 바라킨이라는 노인이었다.
그러나 바라킨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개척자는 우리에게 달갑지 않은 이름이다. 오래 전 평화롭게 살고 있던 선조들의 땅을 멋대로 침범해 헤집어 놓다가 훔쳐먹을 게 없다고 판단되자 썰물처럼 빠져나간 하이에나 같은 무리들, 그게 우리가 선조로부터 전해들은 개척자라는 이름의 무리들이다.”
“놈들은 도적과 다름없습니다!”
“이 자를 계율에 따라 처리해야합니다!”
바라킨의 부하들이 거친 목소리로 웅성거렸다.
그러자 바라킨이 손을 들어 제지하며 다시 아크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외계문명에 대해 아는 게 없다. 하지만 100년 가까이 개척자들이 오지 않은 이유는 알고 있지. 뭘 기대하고 이곳까지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또한 우리 역시 개척자를 환영하지 않는다. 그러니 돌아가라.”
“그럴 수는 없습니다.”
“내 말은 부탁이 아니다.”
바라킨의 눈빛이 위협적으로 변했다.
필요하면 무력 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의미의 눈빛이다.
“거절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혹시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쿠란카에 진입하다가 붉은 대지에서 정체불명의 빛 무리에게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로 인해 저희가 타고 온 우주선은 심각한 손상을 입어 수리하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 뻥이다.
실버스타가 손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실드와 외벽이 약간 손상된 수준.
실버스타는 그 정도 피해로 비행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허접한 우주선이 아니었다.
이건 시간을 벌기 위한 거짓말이다. 쿠산은 외계문명과 단절된 미개 종족, 우주선의 상태를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아크가 이런 식으로 말하면 믿을 수밖에 없으리라.
아크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우리를 바보로 아는군.”
바라킨의 눈동자에 노기가 서렸다.
“오래 전이지만 이곳은 너와 같은 개척자들이 몰려왔었다. 그 잔재로 아직도 곳곳에 그들이 남기고 간 기계가 남아있지. 그런데 우리가 기계에 대해 전혀 모를 거라고 생각하나? 필요 이상으로 발전한 물질 문명은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우리가 수백 년 전의 문명을 유지하는 것은 그런 선조들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일 뿐,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물론 너희들의 문명보다는 떨어지겠지만 적어도 네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아크는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거짓말이었다고 말할 수도 없는 일.
“아, 아닙니다! 저게 겉으로는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더 이상 들을 필요 없다!”
바라킨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거짓말까지 하면서 이곳에 남으려 한다면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뜻! 다시 한 번 말하겠다. 당장 이곳을 떠나라. 거절한다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비열한 개척자 자식!”
“히익! 혀, 형님!”
부하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들자 토리가 사색이 되었다.
“혀, 형님! 이러다 정말 큰일나겠습니다. 지금은 저 노인 말대로 그냥 돌아가죠. 일단 어디 있는지는 알았으니 피라미드인지 뭔지는 나중에 찾아도 되지 않습니까?”
‘이런 눈치 없는 햄스터 자식이…….’
그냥 돌아가자니, 그건 아크가 거짓말을 했다고 고자질하는 것과 다름없는 말이 아닌가?
그러나 아크의 걱정과 달리 바라킨이 반응한 것은 그 부분이 아니었다.
“피라미드라고?”
바라킨이 아크를 돌아보며 물었다.
“네 목적이 무라트 신전이었단 말인가?”
“무, 무라트를 아십니까?”
“틀림없는 모양이군.”
당황한 아크의 질문에 바라킨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뒤이어 그의 얼굴에 떠오르는 것은 분노. 그리고 선명하게 느껴지는 살기였다.
“그래, 그게 목적이었던 건가? 하, 잊을 뻔했군. 개척자라는 놈들이 어떤 자들인지. 문명을 전해준다는 명분으로 멋대로 남의 땅에 들어온 것도 모자라 신성한 무라트 신전까지 침범해 유물을 약탈했지. 그 때문에 신전은 피폐해지고 도적을 막다 돌아가신 선조가 수백! 그런데 또 다시 탐욕에 눈먼 개척자가 신전을 노리고 찾아왔다는 건가? 단순한 호기심이라면 몰라도 그런 자를 살려보낸다면 죽어 선조를 뵐 면목이 없을 터! 죽여라!”
“으악! 그러니까 빨리 돌아가자고 했잖아요!”
토리가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비명을 터뜨렸다.
염치없는 햄스터 자식! 누구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그러나 토리 따위에게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도적을 처단하라!”
족장의 명령에 쿠산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낙타를 타고 곡도曲刀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쿠산의 숫자는 50여 명! 아직 붙어보지 않아서 실력은 모르겠지만 혼자 그만한 숫자를 상대하기는 무리였다.
그때 아크의 머릿속에 퍼뜩 뭔가가 떠올랐다.
“저는 무라트의 엘림입니다!”
아크가 소리쳤다.
바라킨은 무라트의 유물, 피라미드를 신전이라고 불렀다.
순간 아크의 머릿속에 엘림의 기억에게 들은 말이 떠올랐다. 은하 3국이 경쟁적으로 은하계 전역을 무분별하게 개척하기 이전 시대. 은하계는 천족이라고 불리는 무라트와 인더스, 포타미아, 어리티우스라는 네 종족에 의해 먼저 개척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은하 3국과 이들의 개척은 의미가 달랐다.
은하 3국의 개척은 자원을 독점하기 위한 것, 그러나 천족의 개척은 미개한 문명의 개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렇다고 돌도끼를 사용하는 종족에게 느닷없이 총을 쥐어줬다는 의미는 아니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혼란을 초래할 뿐, 천족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혹성 원주민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각자의 수준에 맞춰 차근차근 문명을 전해주었다.
그것은 원주민들에게 신화가 되었다.
비가 오면 홍수가 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원주민들은 천족의 지식을 전수 받고 홍수를 막는 방법을 터득했다. 기후의 변화를 예측하는 방법을 배웠고, 새로운 건축기술도 배웠다. 덕분에 삶이 윤택해지자 원주민들은 그들을 신으로 추앙하게 된 것이다.
바라킨이 피라미드를 신전이라고 부른 것도 같은 이유이리라.
‘이곳에 피라미드가 있다는 것은 라쿤카 역시 무라트가 문명을 전해준 혹성이라는 뜻. 그리고 정말 이곳에 신기가 숨겨져 있다면 자낙스도 온 적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엘림이라는 존재도 무라트와 함께 전해져 있을지도 몰라. 만약 들은 적이 있다면 무라트를 신으로 섬기는 종족이라면 무라트의 대행자였던 엘림을 적대시할 리가 없다.’
아크의 예상은 적중했다.
“멈춰라!”
바라킨이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그리고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으로 아크를 바라보았다.
“지금 무라트의 엘림이라고 말했나?”
“그렇습니다.”
“그 말을 증명할 만한 것을 보여줄 수 있는가?”
“그게…….”
증거라면 있었다.
캐릭터 정보창의 직업란에 ‘엘림의 계승자’라는 이름이 떡 하니 적혀있지 않은가.
그러나 NPC에게 캐릭터 정보창을 보여줄 수도 없는 일. 그렇다고 바라킨을 실버스타에 태우고 엘림의 성소로 달려가 증명시켜줄 수도 없었다.
결국 아크는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무라트 엘림은 수백 년 간 명맥이 끊겼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제가 엘림의 계승자가 되었습니다. 제가 라쿤카에 오게 된 게 그 때문입니다. 이전 세대의 마지막 무라트 엘림은 자낙스라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는 오래 전에 엘림에 전해져 내려오는 다섯 가지 신기와 함께 실종되었습니다. 대신 그는 언젠가 신기를 필요로 하는 후계자가 나타날 때를 대비해 은하계 곳곳에 신기를 남겨두었습니다. 그 중 첫 번째 장소가 바로 이곳, 라쿤카입니다.”
“자낙스…….”
“족장님, 저자의 말은…….”
한 전사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돌아보자 바라킨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의 말은 일족에 전해져 내려오는 얘기와 일치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네가 무라트의 엘림이라는 말을 믿을 수는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믿을 수 있겠습니까?”
“전해져 내려오는 말에 의하면 무라트의 엘림은 무적의 전사. 설사 신기를 물려받지 못했더라도 엘림의 후계자라면 그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겠지. 엘라인!”
“네, 족장님!”
검게 그을린 피부에 강인한 인상의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엘라인은 쿠산족 최고의 전사다. 그러나 네가 정말 엘림의 정식 후계자라면 쿠산족 최고의 전사라도 가볍게 제압할 수 있을 터. 신기를 보여줄 수 없다면 그 실력으로 나를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엘라인, 상대는 스스로를 무적의 전사라 칭하는 자이다. 네 손에 죽는다면 신의 이름으로 우리를 기만했다는 뜻! 사정 따위 봐줄 필요 없다!”
“알겠습니다!”
엘라인이라고 불린 사내가 낙타에서 내려 검을 뽑아들었다.
상황이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바라킨이 아크의 말을 무시했다면 50여 명의 전사와 싸워야한다. 그러나 지금은 1대 1. 그것만으로도 일단 부담이 50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그리고 뭣보다…….
‘나는 아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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