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19)
아크 더 레전드-219화(219/875)
[219] SPACE 7 신의 사자 (2)아크가 움켜쥔 손잡이에서 광선검이 솟아 나왔다.
아직 1대 1의 전투에서는 누구에도 밀려본 적이 없는 것이다.
‘전투로 증명할 수 있다면 나야 거절할 이유가 없지.’
라고 생각했지만…….
‘헉! 이, 이게 뭐야?’
다음 순간 아크는 내심 당혹성을 터뜨렸다.
아크가 광선검을 뽑아드는 것과 동시에 엘라인이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혀왔다.
그와 함께 쏟아지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쾌속의 검격! 상상도 못했던 속도에 당황한 아크는 황급히 검을 들어올렸지만 이미 칼날이 몇 번이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엘라인의 검은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게 아니었다.
-치명타를 맞았습니다!
통증과 함께 쭉 빨려 내려가는 생명력!
데미지 양으로 판단해보자면 최소 레벨 150이상!
‘NPC라고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만만하게 보기는커녕 까딱하면 뒈질 판이다.
어찌어찌 뒤이은 공격은 막아내고 있었지만 반격할 여유가 없었다.
그건 단순히 엘라인의 검이 빨라서 만은 아니었다. 엘라인과 싸우기 전까지 아크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이곳이 사막. 즉, 모래 바닥이라는 것. 움직일 때마다 발이 모래에 푹푹 빠져 평소처럼 민첩하게 움직일 수가 없는 것이다. 반면 엘라인은 사막에서 검술을 익힌 종족이라 모래 위에서도 움직임이 거침없었다.
‘먼저 모래에 익숙해져야한다!’
그때부터 아크의 움직임이 변했다.
모든 무술의 기본은 보법에서부터 시작된다.
검술도 마찬가지. 발 동작이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중심이 흐트러지고, 중심이 흐트러지면 검을 뜻대로 컨트롤할 수 없는 법. 아크가 엘라인의 공격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밀리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사막이라는 특수지형이 아크에게는 페널티를, 엘라인에게는 어드밴티지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카칵! 카캉! 카카카카!
검이 마주치는 횟수가 증가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막아내는데 급급하던 아크가 때때로 반격을 하기 시작했고, 불과 1분도 되지 않았을 때는 거의 똑같은 수준의 공방을 펼치게 되었다. 아크의 발놀림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마치 모래 위를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는 아크의 움직임!
‘늪지보행술!’
이 변화를 만들어낸 스킬이 바로 이것!
늪지와 사막, 정 반대의 환경이지만 움직일 때의 요령은 다를 게 없었다.
늪지보행술의 비결은 체중을 고르게 분산시켜 최대한 몸을 가볍게 만드는 것. 그 요령을 터득하면 늪지에서도 평지와 다름없이. 아니,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모래밭이라고는 해도 늪지보다는 단단한 사막에서 통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제 대강 감이 잡힌다. 그렇다면…….’
“소닉 소드!”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광선검!
엘라인이 황급히 검을 들어올렸지만 소용없었다.
소닉 소드는 음속을 넘는 칼날이 만들어내는 충격파로 상대를 공격하는 기술! 검으로 막을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충격파에 떠밀린 엘라인이 수 미터나 밀려나며 휘청거렸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아크가 씨익 웃으며 광선검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 검 자루를 고쳐 쥐며 모래 위를 미끄러지며 엘라인을 향해 돌진했다.
이어 푸른빛을 발하는 광선검이 엘라인의 몸을 가르려는 찰나!
“크윽, 환영분신!”
엘라인의 몸이 갑자기 네 명으로 늘어났다.
아크의 검은 그 중 하나를 베자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 사이에 나머지 세 명의 엘라인이 아크를 에워싸고 똑 같은 자세로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분신이라니? 무슨 닌자도 아니고…….’
상상도 못했던 기술에 순간 당황했지만 그것도 잠시.
‘그래봤자 본체는 하나다. 셋이든 넷이든 한꺼번에 날려주마!’
아크의 머릿속에 떠오른 기술은 카프레 검술 3식, 갤럭시 소드.
처음 갤럭시 소드를 배웠을 때는 포스로 만들어낸 검영을 앞으로 날리는 것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현재 아크가 가진 스킬 가운데 최강이라고 할만했지만 꾸준히 사용해 중급에 도달하자 응용범위가 더욱 늘어났다.
-직업 스킬 ‘갤럭시 소드’의 등급이 상승했습니다!
갤럭시 소드(중급, 액티브): 당신은 꾸준한 수련을 통해 갤럭시 소드로 만들어내는 검영을 좀 더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서 당신이 만들어내는 검영은 보다 정밀하게 적을 요격할 뿐만 아니라, 검영의 궤도를 조종해 몸 주위에 회오리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검영의 회오리는 주변의 적을 남김없이 찢어놓을 것입니다.
※포스: 250
검영을 몸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 효과는 이미 S-20에서 카오틱 무리와 싸울 때 확인해보았다.
한꺼번에 달려들던 카오틱 대여섯 명을 이 ‘확산형 갤럭시 소드’로 걸레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하물며 허상으로 만들어진 분신 따위!
“카프레 검술 3식!”
“잠깐! 둘 다 멈춰라!”
아크가 검을 움켜쥐며 스킬을 발동시킬 때였다.
진지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바라킨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와 함께 아크에게 달려들던 엘라인의 환영이 사라지며 우뚝 멈춰 섰다.
그때 바라킨이 모래밭을 달려 아크에게 달려오며 물었다.
“방금 전에 사용한 기술, 누구에게 배운 건가?”
“방금 전에 사용한 기술?”
“그래, 방금 전에. 분명 검에 닿지도 않았는데 엘라인이 수 미터나 튕겨져 날아갔어. 그런 기술을 대체 어디서, 누구에게 배웠느냐고 묻고 있는 거다!”
아크는 그제야 바라킨이 묻는 스킬이 뭔지 알아챘다.
“소닉 소드 말이군요. 그건 선대 엘림이었던 자낙스에게 배웠습니다.”
“너는 자낙스를 만나본 적도 없다고 하지 않았나?”
“만난 적은 없습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자낙스는 실종되기 전에 자신이 돌아오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후계자를 위해 몇 가지 단서를 남겨두었습니다. 소닉 소드는 그 단서와 함께 남겨두었던 기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건 엘림의 기술은 아닙니다. 자낙스도 함께 여행하던 승무원에게 배웠다고 들었습니다.”
“그 전사의 이름을 알고 있나?”
그런 걸 일일이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님프에는 아직 자낙스가 남긴 항해일지가 보관되어 있었다.
-특히 과거 전쟁을 경험했던 갑판장 카라난과 전투원 아슐탄에게 배운 총기술과 검술은 탐사 내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는 정신력으로 총기나 검의 기능을 증폭시키는데 중점을 둔 기술이었는데…….
이게 집탄사격과 소닉 소드를 배울 때 읽었던 항해일지의 마지막 부분.
님프를 검색하던 아크가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
“아슐탄이라고 들었던 것 같군요.”
“아, 아슐탄!”
주변에 있던 쿠산족이 일제히 비명을 터뜨렸다.
선대 엘림 자낙스의 이름에도 놀라지 않던 이들이 왜 그의 승무원에 불과했던 아슐탄이라는 이름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뜻밖의 반응에 아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을 때였다.
바라킨이 기묘한 손동작을 취하며 검을 뽑아 양손으로 받쳐들며 무릎을 꿇었다.
“쿠산족의 43대 족장 바라킨이 위대한 신의 사자를 영접하옵니다!”
* * *
쿠오오오오!
어둠 속에서 소름끼치는 괴성이 울렸다.
어둠 그 자체가 통째로 들썩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은 거대한 존재. 8개의 다리에 그 곱절이 넘는 촉수를 가진 데블더라는 최강의 포식자 중 하나로 알려진 우주 몬스터였다. 그동안 그 촉수로 수많은 먹이를 잡아먹고 무럭무럭 레벨 200대까지 성장한 데블더.
그 데블더가 고통에 몸을 떨고 있었다.
지금까지 먹잇감으로만 생각해왔던 눈앞의 작은 존재 때문이다.
“자, 이제 슬슬 끝을 내자. 더 이상 네놈에게 배울 수 있는 건 없는 모양이니.”
그가 살기를 내뿜으며 붉은 광선검을 들고 다가왔다.
데블더는 야성의 본능에 따라 10여 개의 촉수를 휘둘렀다. 그러나 무의미한 짓이었다. 사방으로 날아가는 촉수는 허공을 휘젓거나 엄한 바위를 부술 뿐, 정작 그의 몸에는 단 하나도 스치기조차 못했다. 그리고 그가 피투성이가 된 데블더의 앞으로 다가오는 순간!
“말했잖아. 더는 배울 게 없다고.”
붉은 아머를 입은 사내의 입술이 치켜져 올라갔다.
“파룡섬격!”
뒤이어 뿜어지는 한 줄기 붉은 섬광!
마침내 데블더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며 검은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그러자 뒤에서 몇 몇 사내가 그에게 다가왔다.
“드디어 데블더를 해치우셨군요. 솔직히 직접 보지 못했다면 믿지 못했을 겁니다. 전에는 1개 중대 규모의 병력이 전멸했었다던데. 은하계가 아무리 넓어도 아마 혼자 데블더를 해치울 수 있는 사람은 대장님뿐일 겁니다.”
“몬스터 따위, 패턴만 파악하면 어려울 것도 없어.”
그러나 붉은 아머의 사내는 큰 흥미가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뭐 개척지를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도 나름 재미는 있지는 역시 이것만으로는 좀 부족해. 대체 정전은 언제쯤 풀리는 거야?”
“대장님은 전쟁중독입니다.”
“딱히 전쟁이 좋다는 게 아니야. 마지막 전장이었던 아타마스에서…… 흠, 역시 이대로는 납득할 수 없어. 그것도 실력이라면 실력이겠지만…….”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님프가 진동하며 메시지가 떠오른 게 그때였다.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메시지를 읽어보던 사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아하! 드디어 내 차례가 온 모양이군.”
사내가 이를 드러내며 중얼거렸다.
붉은 아머의 사내, 라마족에서는 붉은학살자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유저였다.
* * *
“죄송합니다.”
바라킨이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엘라인과의 싸움 이후, 바라킨의 태도는 갑자기 180도로 달라졌다.
그만이 아니었다. 직전까지 아크와 일전을 벌이던 엘라인, 지켜보던 50여 명의 쿠산족 전사들은 일제히 낙타에서 뛰어내리더니 아크 앞에 납작 엎드렸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태도로 아크를 낙타에 태워 쿠산족의 마을로 데려왔다.
“이건 뭐 거지소굴이 따로 없군.”
마을에 도착하자 토리가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아크가 엘라인과 싸울 때만해도 실버스타 아래에 기어 들어가 벌벌 떨고 있던 주제에 분위기가 바뀌자 금세 싸가지 없이 구는 햄스터였다. 불편해하는 쿠산족의 눈치에 뭔가 따끔하게 한 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솔직히 아크의 소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앙에 오아시스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물웅덩이 하나.
쿠산족의 마을은 그 주위에 낡은 천막이 빽빽이 늘어서 있는 게 있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아크는 남의 살림살이에 관심이 없었다. 아크가 궁금한 것은 왜 이들이 엘림도 아닌 자낙스의 승무원에 불과한 사람의 이름을 듣고 태도가 돌변했는지다.
이에 대한 바라킨의 설명은…….
“아슐탄은 쿠산족이 번영하던 시기에 최강 전사였다고 알려진 분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오래 전에 우리가 섬기는 무라트의 엘림께서 라쿤카를 방문하셨을 때, 아슐탄은 그분을 따라 우주로 나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크 님은 그 사실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슐탄의 기술까지 사용했습니다. 그게 아크 님이 엘림의 후계자. 아니, 신의 사자라는 증거입니다. 신의 사자임을 몰라보고 함부로 의심한 것, 다시 한 번 사죄 드리겠습니다.”
“이해합니다.”
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어쨌든 이로서 쿠산족과의 오해는 풀렸다.
무라트의 유물-정확히는 자낙스가 숨겨놓은 엘림의 신기-을 찾으러 와서 무라트를 섬기는 종족을 만났다. 당연히 신기를 찾기가 한결 쉬워지리라.
이에 아크가 본론을 꺼내려 할 때였다.
“뭐야? 이 말라비틀어진 도마뱀은? 나보고 이걸 먹으라는 거야?”
토리가 도마뱀 꼬치를 들어올리며 투덜댔다.
“형님이 니들이 모시는 신의 사자라며? 그런데 대접이 이게 뭐야? 예의를 갖추려면 뭔가 좀 더 그럴 듯 한 걸 내와야할 거 아니야? 예를 들면 해바라기 씨 같은 거! 응! 그런 거!”
“너는 좀…….”
“면목이 없습니다.”
아크가 울컥한 눈으로 토리를 째렸을 때였다.
바라킨이 한숨을 불어내며 옹기종이 모여있는 낡은 천막을 둘러보았다.
“보신 바와 같이 라쿤카는 지표의 대부분이 사막으로 되어있는 혹성입니다. 먹을 것은 물론 물 한 방울도 귀한 곳이죠. 그리고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막화는 점점 더 진행되어 쿠산족은 멸망의 위기에 처해있었습니다. 그때 저희를 구해준 것이 바로 저희가 섬기는 무라트였습니다. 그분들은 위대한 신의 기적을 일으켜 라쿤카의 사막화를 막고 지하 깊은 곳에서 물을 끌어올려 우리에게 살아갈 방법을 만들어주셨습니다.”
그리고 무라트는 쿠산족의 신이 되었다.
물론 그 이후, 개척자들이 라쿤카에 유입되며 쿠산족도 무라트가 신이 아닌, 다른 문명의 존재들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족을 멸망의 위기에서 구하고 번영의 길로 이끌었던 무라트는 그들에게 여전히 신으로 추앙 받고 있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바라킨이 짐작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번영하던 우리가 왜 다시 이런 처지가 됐느냐는 것이겠죠.”
그걸 물어보려던 게 아니었다. 아크가 물어보려던 것은 피라미드를 뒤덮은 붉은 물질과 실버스타를 공격했던 분화구에 대해서였다. 그러나 결국 종착지는 같았다.
“그건 뮤탈 때문입니다.”
“뮤탈?”
저공 비행할 때 땅 속에서 나온 몬스터들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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