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2)
아크 더 레전드-22화(22/875)
[22] SPACE 8. 스케빈저 (3)리볼버
아이템 타입 : 총기
착용 제한 : 레벨 10
공격력 : 10~15
내구도 : 30/30
장탄 수 : 6
우주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권총입니다.
총기는 가장 진보된 무기 가운데 하나지만 우주 생명체 중에는 실드로 탄환을 막는 개체가 적지 않아 보편적으로는 검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거리 공격이 가능하다는 이점과 꾸준한 개량으로 실드를 뚫을 수 있는 총기가 개발되어 근래에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리볼버는 초보자용으로 제작되어 성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범용성에 초점을 둬 권총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권총 탄환을 사용할 수 있고 안정성이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클렘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했다.
“권총…… 게다가 총기를 다뤄 본 적도 없다고…….”
클렘이 머리를 긁적이다가 한숨을 불어 내며 멀찍이 깡통 세 개를 세워 두었다.
“자, 마지막 기회다. 3개 중 2개만 맞혀도 어택커에 넣어 주지.”
갑작스러운 제안이지만 이미 한 번 실패한 아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뭐, 총 쏘는 건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봤으니까.’
아크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폼 나는 자세를 잡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탕-!
-공격 실패!
탕-!
-공격 실패!
“어? 어라? 이거 왜 이래?”
아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깡통을 바라보았다.
깡통까지의 거리는 불과 10미터. 그리고 아크는 확실하게 가늠쇠를 맞추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정작 총알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흙만 퍼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한가롭게 지켜보던 어택커들이 키득거렸다.
“스케빈저 확정이군.”
“아, 아니, 이건 뭔가…….”
“어이, 애송이.”
그때 클렘이 아크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시거의 연기를 훅 뿜었다.
“총을 다루는 게 애들 장난이라고 생각하나? 처음 총을 다루는 놈이라면 장총을 사용해도 적중률이 40%도 되지 않아. 하물며 권총이라니, 10년은 이르다고. 그리고 총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놈은 적어도 실버핸드의 어택커가 될 수 없어. 알겠나? 난 이미 두 번의 기회를 줬고, 넌 실패했다. 더 이상 딴소리를 하면 나도 참지 않겠다, 스케빈저.”
클렘이 퉁명스럽게 말하며 빙글 몸을 돌렸다.
“여흥은 여기까지다! 스케빈저는 주변을 정리하고 어택커는 장비를 챙겨라. 나쿠마 사냥이다!”
“예이예이! 써!”
전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그리고 아크는 진흙을 뒤지며 전리품이나 챙기는 스케빈저Scavenger(쓰레기를 뒤지는 사람)가 되었다.
* * *
“빌어먹을!”
사내가 바닥에 침을 뱉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주변에서 얼쩡거리던 4명의 사내가 우르르 달려왔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지 않으면? 어디 한 군데 부러져서 나왔으면 좋겠냐?”
“아,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젠장, 그 빌어먹을 자식! 가만 두지 않겠어!”
이를 바득바득 갈아붙이는 사내는 바로 양아치 패거리의 두목 마일드였다. 아크의 오버액션에 폭행 현행범이라는 딱지를 달고, 거기에 공무집행 방해죄라는 죄목까지 붙었던 마일드는 2시간을 갇혀 있다가 보석금 30골드를 내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당연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아니, 열 받아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찾아라.”
마일드가 살기 어린 눈으로 졸개들을 보며 으르렁거렸다.
“놈은 아직 초보다. 네팔림을 벗어나지는 못할 거야.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놈을 찾아! 찾아서 아예 게임을 접어 버리게 만들지 못하면 네놈들이 나에게 죽을 줄 알아!”
“네? 네! 아, 알겠습니다!”
마일드의 서슬 퍼런 고함에 질겁한 졸개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 * *
마일드의 졸개들이 네팔림을 뒤지던 그 시각!
질퍽, 질퍽, 질퍽.
아크는 한숨을 푹푹 불며 진흙 바닥을 뒤져 대고 있었다.
“개척지에 들어와서 한다는 게 고작 진흙 속에서 금속 부품이나 건지는 일이라니.”
당연히 기쁘지 않았다.
아니, 열 받아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클렘은 토리처럼 악랄한 사업주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원래 클렘의 주 수입원은 이상 증식한 나쿠마를 처리하고 받는 연방정부의 보상금. 나쿠마가 떨어뜨리는 금속 부품은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수입이라고 할 수 있었다.
때문에 클렘은 금속 부품에 대해서는 비교적 공평하게 수입 분배를 해 주었는데, 문제는 실버핸드의 인원수였다.
실버핸드는 어택커 15명, 스케빈저 5명으로 구성된 용병대였다. 전리품을 20명이 나눠 가져야 하니 실제 주어지는 금속 부품은 얼마 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공평하다고는 해도, 놀고 있어도 그냥 보수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전리품 분배는 기본적으로 공헌도. 더 많은 공헌을 한 사람에게 더 많은 보수가 주어지게 된다.
그러니 생명을 담보로 전투를 하는 어택커와 그냥 전리품이나 챙기는 스케빈저의 보수가 같을 리가 없었다.
대강 알아보니 어택커는 기본이 전체 전리품의 5%지만 스케빈저의 보수는 평균적으로 2~3% 수준.
100개를 주워야 2~3개 떨어진다는 말이다.
“그래도 한 번 전투가 끝날 때마다 얻는 전리품을 생각하면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아크가 근처에 정차되어 있는 트럭을 바라보았다.
실버핸드의 사냥 방식은 몰이사냥이었다.
실버핸드의 스케빈저 반장 헥스에게 들은 얘기를 옮기자면…….
“원래 나쿠마는 위기에 몰리면 주변에 전파를 날려 동료를 불러 모으는 습성이 있네. 어택커는 일단 나쿠마를 포착하면 그곳에 그 전파를 수백 배로 증폭시키는 장치를 설치하지. 그러면 주변 몇 킬로미터의 나쿠마들이 몰려드는 거야. 보통 1~2시간 사이에 200마리 정도? 어택커는 그렇게 몰려드는 나쿠마를 모두 처리하고 다음 사냥터로 옮겨 가는 거지.”
그러면 스케빈저가 사냥터를 뒤져 모은 전리품을 트럭에 옮겨 실으며 어택커의 뒤를 따르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한바탕 전투를 치른 사냥터에서 얻어지는 전리품은 100개 이상! 그런 사냥을 쉬지 않고 하니 2~3%도 적은 양은 아니었지만!
‘경험치…….’
어택커가 수백 마리 나쿠마를 때려잡아도 아크에게는 그림의 떡, 경험치는 구경도 못 한다. 게다가 이렇게 진흙 바닥을 긁어 대며 모으는 전리품도 결국은 망할 햄스터의 아가리에 처넣어 줘야 한다.
뭐, 스킬을 배우기 위해서지만 삽질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것도 고작 2~3%의 금속 부품을 받으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빌어먹을, 총! 총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으면!’
접근전이라면 동렙 최강을 자부하는 아크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계열의 몬스터와 싸우려면 사격술은 필수! 때문에 어택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아크는 보수의 일부를 탄환으로 바꿔 틈틈이 사격술을 연습해 왔다.
그야말로 손가락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그러나! 그러나!
탕-!
-공격 실패!
탕-!
-공격 실패!
쏘는 족족 공격 실패!
‘역시 나에게 사격의 재능은 없는 거야.’
의외의 부분에서 자신의 약점을 알아 버린 아크였다.
“어이! 아크, 언제까지 장난질이나 하고 있을 거야? 할 일이 산더미 같다고. 스케빈저는 팀이야. 네가 놀면 그만큼 다른 사람의 일이 더 많아지잖아. 계속 이런 식이면 클렘 대장에게 보고해 네 지분을 깎는 수밖에 없어.”
게다가 조장 헥스에게 배 터지도록 욕까지 얻어먹었다.
결국 아크는 생각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갤럭시안은 미래세계니 안드로이드 계열의 적이 적지 않을 거야. 일단 도시의 경비병도 안드로이드잖아. 그러니 언제가 됐든 사격술을 배우기는 해야겠지만…… 단시간에 되는 일이 아니라면 일단 보류해 두자. 지금 내게 급한 문제는 해킹 스킬을 배우고 나아가 그 망할 햄스터 자식과 인연을 끊어 자유(?)의 몸이 되는 것. 그러려면 200골드 치의 금속 부품을 모으는 게 급선무다. 비록 어택커만은 못하지만 스케빈저도 열심히 하면 기본 수당인 2~3%보다는 많은 금속 부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있어.’
실버핸드의 분배 방식으로 계산하면 총수입 중 20%가 남는다. 이 20%는 일종의 성과금. 어택커든 스케빈저든 남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실버핸드에 더 많은 도움이 된 팀원에게, 공헌도에 따라 나눠 주는 보너스였다.
‘어차피 어택커가 될 수 없다면 그 보너스를 노린다!’
목표가 생기면 능률이 오른다.
아크도 마찬가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자 자연스럽게 근무 태도도 180도로 달라졌다.
“클렘 대장에게 전투가 끝났다는 연락이 왔다. 자, 전리품을 수거하러 이동한다!”
헥스의 명령과 함께 5인 1조의 스케빈저가 트럭과 함께 전투가 끝난 지역으로 이동했다.
어택커가 전투를 치렀던 지역에 도착하자 수백 대의 나쿠마 잔해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나쿠마가 떨어뜨린 금속 부품은 대부분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진흙에 묻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따로 스케빈저라는 수거조를 운영해야 하는 게 바로 그 때문.
진흙 속에 묻힌 금속 부품은 찾아내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어택커는 쉬지 않고 사냥하니 어떨 때는 주변을 100% 뒤지지 못하고 다음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아크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자 사정이 달라졌다.
“늪지보행술!”
사사사사! 사사사사!
늪지를 평지처럼 이동할 수 있는 늪지보행술!
아크는 그야말로 한 마리 문어(?)처럼 진흙을 뛰어다니며 전리품을 긁어모았다. 다른 스케빈저가 하나 찾아낼 때 아크는 3~4개. 작업 능률이 서너 배나 되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스케빈저의 일은 단순히 금속 부품을 찾는 것만이 아니었다. 나쿠마의 몸은 기본적으로 오래전에 버려진 기계 부품. 게다가 진흙 속에 묻혀 있어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때문에 스케빈저는 이를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세척 작업도 같이해야 한다.
여기서 또다시 아크의 스킬이 빛을 발했다.
“시설 정비!”
뽀득! 뽀득! 뽀득! 번쩍-!
묵은 때, 찌든 때, 기름때를 30% 빨리 닦아 낼 수 있는 시설 정비! 스킬도 스킬이지만 아크는 R-14에서 수십 킬로미터나 되는 파이프를 닦았던 경력이 있다.
덕분에 아크가 작정하고 걸레를 휘둘러 대니 그 역시 다른 스케빈저보다 서너 배 빨랐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슬프지만 아크의 스킬은 스케빈저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이다. 어쨌든 아크의 놀라운 작업 속도는 헥스마저 혀를 내두르며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오오! 괴, 굉장하군!”
그렇게 며칠 동안 숨겨 둔 재능(?)을 마음껏 뽐내자 헥스가 덥석 아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늪지를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몸놀림! 더러운 금속 부품을 걸레질 몇 번으로 번쩍번쩍 광이 나게 만드는 놀라운 솜씨! 이거야! 나는 자네 같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어! 어떤가? 이번 기회에 아예 전문 스케빈저가 돼 보는 게? 자네만 좋다면 내가 후계자로 삼아 주지. 스케빈저가 보기에는 좀 찌질하지만 알고 보면 꽤나 깊은 세계네. 특히 뛰어난 스케빈저는 개척자들이 서로 고용하고 싶어 난리를 칠 정도지. 나도 젊었을 때는 영웅이라고 불릴 만한 개척자들과 함께 우주를 날아다니던 시절이 있어. 자네만 좋다면 내 모든 지식을 전수해 주겠네. 그런 놀라운 재주를 이대로 썩히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실버핸드의 스케빈저 조장 헥스에게 후계자 제안을 받았습니다.
받아들일 경우 직업 ‘스케빈저’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까?
헥스에게 후계자 제안을 받을 정도!
여기서 잠시 설명하자면, 유저가 30레벨에 받게 되는 신체코팅은 엄밀히 말하면 직업 선택이 아니었다. 단순히 전사나 마법사 같은 기본적인 성향을 결정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직업은 그와 별도로 선택해야 하는데, 특이하게도 갤럭시안에는 직업훈련소 같은 시설이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온라인 게임에서 말하는 숨겨진 직업처럼 모든 직업이 특정 이벤트를 통해 얻어지는 형태였다.
때문에 갤럭시안의 초기 게임은 대부분 그런 직업을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단, 그걸 찾아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레벨 100이 넘어도 직업을 갖게 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갤럭시안을 시작하고 처음 찾아낸 직업이 청소부라니…….’
따지고 보면 숨겨진 아이템을 찾아내는 직업이니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직업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갤럭시안에서의 직업 제안이었지만!
‘다른 유저나 NPC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전리품이나 주워 주는 직업은 사절이야!’
“저도 스케빈저가 함부로 무시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전에도 말했듯이 저는 전사로서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헥스 님의 제안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전사로서의 미련을 떨치지 못한 상태에서 함부로 받아들일 수는 없군요. 언젠가 전사로서의 자질이 없다고 판단되면 잊지 않고 찾아뵙겠습니다.”
아크는 여지를 남겨 두었다.
스케빈저라는 직업에 미련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헥스는 스케빈저 조장, 아크의 근무 태도를 평가하는 상관이니 밉보여서 좋을 게 없어서다.
“자네 생각이 그렇다면 할 수 없지. 그래,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야.”
헥스는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때 이후로 헥스는 아크 주위를 맴돌며 호시탐탐 후계자로 만들 기회를 엿보았다.
그런 헥스의 관심은 아크가 미친 듯이 늪지를 뛰어다니고, 또 미친 듯이 세척을 한 덕에 늪지보행술과 시설 정비가 중급으로 오르자 더욱더 높아졌다.
“전사 따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저만한 재능을 썩히다니…….”
아크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관심이었다.
그리고 연신 러브 콜을 보내는 헥스를 적당히 대응하며 전리품을 모이기를 사흘. 기계적으로 진흙을 뒤적이던 아크는 뜻밖의 사건에 직면하게 되었다.
사건은 외마디 비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헉! 이, 이건…… 으악!”
‘뭐야? 또 누가 늪에 빠졌나?’
아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곳은 늪지, 대부분은 발목까지 빠지는 갯벌 같은 수준이지만 군데군데 깊은 곳도 존재했다.
그런 늪도 겉보기로는 구분이 되지 않아 때때로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스케빈저가 있었다. 뭐 그래도 명색이 스케빈저라 놔둬도 혼자 빠져나올 것이다.
아크는 이번에도 그런 일상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진흙 바닥을 발발 기어 다니며 금속 부품 탐색 작업에 열중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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