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23)
아크 더 레전드-223화(223/875)
[223] SPACE 8 성전 (3)뮤탈들 속에서 화려한 빛의 궤적을 만들어내는 광선검!
실드 이미션에 의해 너덜너덜해졌던 뮤탈들이 정육점 고기처럼 썰려나갔다.
“나와라, 샤이어! 룬 문자 각인술 이크람!”
빛에 휩싸인 아크의 손이 허공에 화려한 문장을 새겨 넣었다.
그러자 주위에 널린 뮤탈의 시체가 순차적으로 폭발하며 뮤탈의 머리에 개의 몸을 가진, 막상 만들어놓고 보니 인면견人面犬보다 더 괴상한 형태의 헬 하운드가 기어 나왔다. 아크는 헬 하운드로 뮤탈들을 공격하게 한 뒤에 엘라인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들어와라! 밖에서 놈들을 상대해서는 답이 안 나와! 이곳에서 방어진을 펼친다! 입구가 넓지 않으니 이곳이라면 놈들을 막아낼 수 있어!”
“알겠습니다!”
전사들이 검을 휘두르며 입구로 몰려들어왔다.
갑작스러운 뮤탈의 기습에 이미 1명이 당하고 나머지 전사들도 적지 않은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러나 전사들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전의가 넘쳤다.
“이곳은 쿠산족의 신전이다!”
“더러운 뮤탈 따위는 한 놈도 들여놓지 않겠다!”
쿠산 전사들이 몸으로 입구를 막아서고 검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그때 엘라인이 원형 크리스털을 아크에게 던지며 말했다.
“사자 님, 여기는 우리가 막고 있겠습니다! 사자 님께서는 신전의 힘을 작동시켜 주십시오! 우리의 목숨과 쿠산족의 미래를 사자 님께 맡기겠습니다!”
어떻게 너희들을 여기에 두고 나 혼자 가라는 말이냐?
이딴 소리를 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피라미드로 몰려드는 뮤탈은 수천 마리!
다행히 피라미드 입구가 방벽 역할을 해주어 한꺼번에 몰려들어올 수는 없지만 막을 수 있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피라미드의 방어병기를 작동시키는 것뿐, 그리고 이 중 가장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아크였다.
크리스털을 받아든 아크는 곧바로 에어보드를 타고 길게 뻗어있는 통로로 날아 들어갔다.
그렇게 수십 미터 날아가자 통로가 2개로 나뉘어져 있었다. 하나는 위쪽, 다른 하나는 아래쪽으로 향해 있었다. 아마도 하나는 테라포밍 장치로, 다른 하나는 방어병기를 작동시키는 시설로 이어져 있으리라.
‘빌어먹을, 바빠 죽겠는데…….’
아크는 엄청난 속도로 뇌를 풀 가동시켰다.
바라킨은 피라미드가 지하 깊은 곳에서 물을 끌어올려 각지에 오아시스를 만들어주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피라미드의 테라포밍 시설은 지하에 자리잡고 있을 터!
“방어병기는 위다!”
아크는 위쪽으로 연결된 통로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다시 길게 이어지는 통로를 비행하기를 잠시.
“이, 이게 뭐야?”
아크가 당혹성을 터뜨렸다.
위쪽 통로의 끝 부분은 막혀있었다.
기대했던 방어병기 같은 기계는 보이지 않고, 다른 벽처럼 이집트 벽화 같은 것이 그려져 있을 뿐이었다. 순간 실수했다고 판단한 아크가 욕을 내뱉으며 방향을 돌리려 할 때였다.
벽에 그려져 있는 여신의 가슴에 구멍이 뚫려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 이 여신이 룬 문자 쿠온의 주인 이시스?”
순간 아크의 머릿속에 룬 문자 쿠온을 배웠을 때 읽었던 정보창의 내용이 떠올랐다.
이시스는 생명의 근원을 관장하는 여신. 그리고 생명의 근원은…….
“심장이다! 이 크리스털은 이시스의 심장!”
아크는 그대로 벽으로 날아가 이시스의 가슴에 크리스털을 끼워 넣었다.
순간 막다른 벽이 좌우로 갈라졌다. 그 뒤로 나타난 것은 중앙에 푸른빛을 내뿜는 거대한 기둥이 세워져 있는 방이었다. 마치 고동치듯 표면에 기하학적인 문양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기둥.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기둥은 크리스털처럼 투명한 물체에 뒤덮여 있었다.
아크가 기둥을 덮고 있는 크리스털에 손을 가져갔을 때였다.
갑자기 머릿속으로 웅웅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대는 누구인가?]“뭐지? 이 목소리는?”
[그대, 자격이 있는 자라면 그대를 이곳으로 인도한 자의 이름을 말하라.]“나를 이곳으로 인도한…… 자낙스?”
[봉인은 풀렸다!]웅장한 목소리와 함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기둥을 뒤덮고 있던 크리스털이 마치 점액질처럼 움직이며 떨어져 나와 거대한 골렘처럼 변해버린 것이다. 혹시 이게 무라트가 남겨놓은 방어병기인가?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완전한 형체를 갖춘 크리스털 골렘이 아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맹약에 따라 그대를 시험해보리라!]느닷없이 날려대는 뜬금포!
SPACE 9 신의 힘! (1)
‘맹약? 시험?’
정말이지 밑도 끝도 없다.
아마도 다른 유저였다면 어리둥절, 우왕좌왕 했으리라.
그러나 아크는 똘똘했다. 좀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맹약이니 시험이니 하는 말을 듣는 순간 감이 팍 왔다. 정신 없이 보내는 사이에 잠시 잊고 있었지만 아크가 라쿤카를 찾아온 이유는 자낙스가 숨겨놓은 엘림의 신기를 찾기 위해서. 그리고 지금, 자낙스라는 이름에 반응해 나타난 놈이 있다. 이런 단서를 조합해 나온 결론은 간단하다.
‘자낙스의 후계자 시험 제 2탄인가?’
분위기를 보니 뒷일이 대강 예상이 된다.
아마도 크리스털 골렘을 해치우면 신기를 얻을 수 있으리라.
뭐 좋다. 따로 찾는 수고를 덜 수 있으니 차라리 잘 됐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빌어먹을! 지금은 그딴 짓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아크가 울컥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지금은 피라미드로 뮤탈이 개떼처럼 몰려들고 있는 중이다.
당장은 입구에서 엘라인과 쿠산 전사들이 막아내고 있지만 뮤탈의 숫자를 생각하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 그들이 무너지면 뮤탈들은 피라미드에 진입. 테라포밍 시설이든 방어병기 시설이든 몽땅 박살을 내놓으리라.
시험 따위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문답무용問答無用.
콰쾅—!
골렘의 주먹이 바닥을 내리찍었다.
“이런 말도 통하지 않는 바보 골렘 같으니!”
늪지보행술을 사용해 미끄러지듯이 뒤로 물러난 아크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골렘은 아크의 사정 따위는 들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놈을 박살내고 시험인지 뭔지를 통과하는 수밖에 없었다.
“좋아. 한 번 해보자 이거지?”
아크가 광선검을 고쳐 쥐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성소의 수련관을 통과한 뒤에야 치를 수 있는 시험이다.
크리스털 골렘의 정체는 정확히 할 수 없지만 순서를 생각하면 수련관을 돌파하는 것보다 난이도가 높은 전투가 되리라. 그러나 상대를 파악하고 있을 시간 따위는 없다. 지금 아크에게 무엇보다 귀한 것은 시간. 1분 1초도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속전속결! 바로 풀 가동이다! 기갑무장!”
공간이 일그러지며 솟아 나오는 배틀슈트!
배틀슈트로 몸을 감싼 아크가 튕기듯 골렘을 향해 쏘아져 날아갔다.
위잉—! 위이이잉! 파직! 파지지직!
뒤이어 광선검이 허공에 화려한 궤적을 그리며 골렘을 몰아쳤다.
길게 이어지는 검의 궤적이 골렘의 몸에서 연달아 스파크를 일으켰다.
“좋아. 이 정도면 이길 수 있겠어!”
한 차례 소나기 같은 공격을 퍼부은 아크는 확신했다.
골렘 역시 주먹을 휘두르며 반격했다. 그러나 골렘은 짐작했던 것처럼 움직임이 느렸다. 주먹이 바닥을 내리치면 방 전체가 울릴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맞지 않으면 그만. 아크는 늪지보행술을 응용한 움직임으로 주먹을 피하며 쉴새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거의 일방적인 공격!
‘분명 수련관보다는 어려운 시험일 텐데…… 그 사이에 내가 이렇게 강해졌다는 말인가? 하긴 수련관에서는 배틀슈트도 사용하지 못했으니…… 자낙스 녀석, 시험 순서를 착각했군.’
이런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때 갑자기 골렘을 양팔을 벌리고 확 벌리며 돌진해왔다.
지금까지 보여준 둔한 움직임으로는 상상도 못했던 속도의 돌진! 갑작스러운 속도 변화에 당황한 아크가 황급히 검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크리스털로 만들어진 육중한 골렘의 돌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엄청난 하중의 충격에 아크는 수 미터나 튕겨 날아갔다.
활짝 펼쳐졌던 골렘의 양팔이 좌우에서 날아들었다.
쩡—!
마주친 손바닥 사이에서 무시무시한 굉음이 울려나왔다.
튕겨져 날아가면서도 순간적으로 자세를 낮춰 피했지만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마치 파리를 잡는 듯한 동작. 만약 그 사이에 끼었다면 아크의 머리통은 정말 손뼉에 맞은 파리처럼 뭉개졌으리라. 아니, 손뼉 치기를 피했다고 좋아할 상황은 아니었다.
골렘의 몸통 박치기.
방어자세를 취했음에도 생명력이 15%나 빠져있었다.
더 심각한 건 골렘의 생명력이었다. 처음부터 속전속결로 승부를 지을 생각으로 속사포 같은 공격을 퍼부어 10여 방을 적중시켰다. 그러나 깎여나간 골렘의 생명력은 고작 5%남짓.
유니크 광선검의 공격이 고작 0.5%의 데미지밖에 주지 못했다는 뜻.
‘뭐야? 이 말도 안 되는 방어력은?’
아크가 그 이유를 알아챈 것은 그 직후였다.
이어지는 골렘의 주먹을 피하며 광선검을 휘둘렀을 때였다.
파직! 파지지지—!
지금까지 광선검으로 적을 공격하면 그대로 베이거나, 방어구의 경우에는 그 부위가 시커멓게 변했다. 그러나 골렘을 가격할 때는 반응이 달랐다. 골렘의 몸에 닿자 날카로운 칼날 형태의 빛이 난반사를 일으키며 작은 스파크로 변해 표면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다.
‘맙소사! 이거였어!’
방어력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광선검의 칼날은 기본적으로 고열을 내뿜는 빛.
그리고 빛은 울퉁불퉁한 유리에 닿으면 난반사 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데미지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골렘의 몸은 크리스털. 울퉁불퉁한 크리스털이 광선검의 빛을 분산시키며 데미지의 대부분을 흘려내고 있는 것이다.
광선검을 사용하는 아크에게는 최악의 상대!
‘게다가 놈의 파워를 생각하면…….’
사실 아크가 시작부터 풀 파워를 전개한 이유는 시간 탓만이 아니었다.
피라미드에 오기까지 아크는 헤아리기도 힘든 뮤탈과 전투를 벌여야했다. 거기에 제한 시간까지 붙어있어 매번 생명력과 마나가 거덜날 정도로 싸우고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여유가 없었다. 대략 60~70%정도만 회복되면 진군하는 방식으로 싸워온 것이다.
피라미드에 도착했을 때도 마찬가지.
아크는 생명력과 마나를 70%정도만 회복시키고 피라미드로 진군해왔다. 그리고 갑자기 몰려나온 뮤탈과 싸우느라 생명력과 마나가 더 줄어들어 골렘을 만났을 때는 60%수준이었다.
때문에 처음부터 풀 파워를 동원해 속전속결로 처리해야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상대가 광선검이 통하지 않는 놈이라니!’
이제 속전속결이 문제가 아니다.
죽어라 때려도 입힐 수 있는 데미지는 불과 5%.
반면 골렘은 몸통 박치기만으로 15%의 데미지를 입히는 파워를 가진 놈이다.
‘이런 식으로는 무턱대고 공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설사 이긴다고 해도 데미지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으니 몇 십 분이 걸릴지 장담 못해. 엘라인들이 그때까지 버틸 수는 없어. 이대로는 안 돼. 뭔가 방법을 찾아야해!’
쿠쿵! 콰쾅! 쿠쿵!
아크는 쏟아지는 골렘의 주먹을 피하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렀다.
일반적으로 RPG게임의 몬스터는 두 종류가 있다. 그냥 평범한 몬스터와 특정 공격에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 이곳까지 오며 상대했던 움이 그런 종류의 몬스터였다. 일반 검으로는 상처를 입힐 수 없는 몬스터. 때문에 평범한 몬스터는 그냥 다짜고짜 두들겨 패면 그만이지만, 특정 공격에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는 맞춤형 공격을 해야만 한다.
그걸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
‘크리스털. 유리. 유리라면…… 아하!’
“파이어 이글 P-50!”
아크의 목소리에 백팩의 견인장치에서 총이 솟아 나왔다.
계승자의 검을 얻은 이후로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샷건 파이어 이글!
골렘에게는 어차피 광선검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그런 무기는 들고 있어봐야 방해. 아크는 아예 광선검을 집어넣고 양손으로 파이어 이글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골렘의 주먹을 피해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탄환을 장전!
“먹어라!”
퍼펑—! 퍼펑—! 퍼펑—!
파이어 이글이 간만에 시원스런 총성을 울리며 불을 뿜었다.
그러나 처음 파이어 이글을 손에 넣었을 때처럼 화끈한 느낌은 없었다. 서퍼러를 상대할 때는 한 방에 피를 쫙쫙 뽑아내며 날려버렸지만, 골렘이 입는 데미지는 광선검을 사용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파이어 이글과 계승자의 검은 기본 공격력이 2배나 차이 나기 때문.
육중한 몸을 가진 놈이라 샷건 특유의 ‘밀어내기’효과도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크가 사용하는 탄환은 일반 탄환이 아니었다.
파이어 이글에서 시퍼런 불길과 함께 뿜어지는 탄환은 빙결탄!
적의 생체조직을 얼려 느리게 만드는 효과를 내는 탄환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크리스털 골렘. 생체조직 따위가 있을 리가 없으니 빙결탄의 효과도 적용되지 않았다. 그저 빙결 효과에 의해 피부에 하얀 성에만 생겨날 뿐이었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하지.’
“자, 이제 적당히 언 것 같군.”
부우우웅—!
아크가 골렘의 주먹을 피해 뒤로 물러나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빈 탄창에 새로운 탄환을 장전하고 다시 총구를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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