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26)
아크 더 레전드-226화(226/875)
[226] SPACE 1 블랙호크 (1)‘……뭐지?’
아크가 머리를 긁적였다.
새삼스럽지만 이번 라쿤카 여행은 험난하기 짝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엘림의 계승자로 전직한 이후부터 내내 찾아오던 오신기 가운데 하나, 바이우스 실드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 과정은 실로 고난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그건 생각지도 못했던 뮤탈의 존재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아크를 숨막히게 했던 것은 시간 제약이었다. 제 시간에 맞춰 2차 조사단과 합류하려면 라쿤카에 체류하는 시간이 하루를 넘겨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아크는 꼬리에 불붙은 똥개 마냥 라쿤카에 체류하는 동안 정말이지 X빠지게 뛰어다녀야 했다.
그러나 열심히 한다고 모든 일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X빠지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약 30분 가량 지각을 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일주일 전에 잡힌 약속이다. 30분 정도 늦은 것쯤은 애교로 봐줄 만 하지 않은가? 라고 생각했지만 마틴 후작의 반응은 냉랭하기 짝이 없었다.
“늦었군.”
“아, 죄송합니다. 그게…….”
“변명은 나중에 듣도록 하지. 따라 와라.”
아크의 말을 끊은 마틴 후작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 뒤로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묵묵히 복도를 걷고 있는 것이다.
‘뭐야? 저 태도는? 젠장, 나는 뭐 놀다 온 줄 알아? 약속 시간에 늦은 것은 사실이지만 고작 30분이잖아! 나도 늦지 않으려고 X빠지게 고생했다고! 애초에 내가 조사단에 끼워 달라고 매달린 것도 아니고 자기가 부탁한 주제에 고작 30분 늦었다고 사람을 완전히 개무시 하는 건 대체 무슨 경우야? 귀족이면 다냐? NPC면 다야?’
덕분에 아크도 기분이 더러워졌다.
‘빌어먹을, 조사단이고 뭐고 확 엎어버려?’
사실 그런 생각은 마틴 후작의 태도 때문만은 아니었다.
라쿤카에서 바이우스 실드를 찾았을 때 아크는 실망과 기대,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껴야했다. 실망한 이유는 명색이 신기라고 불리는 장비품임에도 실제 성능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우스 실드는 그런 단점을 보완할만한 장점이 있었다.
바로 성장형 장비품이라는 점이다.
아크를 고민하게 만든 게 이 부분이었다.
‘성장형 장비품은 오래 쓸수록 강해진다. 다시 말해 하루라도 더 빨리 찾을수록 유리하다는 뜻이야. 하지만 조사단에 합류하면 임무를 마칠 때까지 다른 신기를 찾기 힘들어져. 당연히 신기의 성장이 늦어질 뿐만 아니라 상위 직업으로의 전직도 늦어지게 되겠지. 반면 조사단에 합류한다고 임무를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결과에 따라서는 시간만 버리게 될 수도 있어. 그럴 바에는 차라리 신기 찾기에 집중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막상 신기를 하나 찾고 보니 조바심이 일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크는 금세 고개를 저었다.
에피소드 II와 함께 시작된 갤럭시안의 메인 퀘스트 《어둠의 전조》!
메인 퀘스트라는 타이틀이 걸려있는 만큼 보상은 일반 퀘스트에 비할 바가 아니리라.
물론 《어둠의 전조》는 모든 에이전트에게 주어진 퀘스트라 꼭 조사단에 합류해야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같은 퀘스트라면 보다 넓은 정보망과 많은 인원을 동원하는 편이 성공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지사. 뿐만 아니라 아크는 《어둠의 전조》와 같은 내용을 조사하는 직업 퀘스트 《음에너지의 조사》까지 받아둔 상태였다.
‘조사단에 합류하면 은하연방의 지원을 받으며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되든 그건 엄청난 어드밴티지야. 신기 찾기는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이런 기회는 언제나 오는 게 아니다. 언제든 할 수 있는 일과 지금밖에 할 수 없는 일. 어느 쪽을 먼저 선택해야하는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
마틴 후작과의 관계도 그렇다.
RPG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NPC와의 관계.
종종 착각하는 유저들이 있지만 원래 게임 세계의 ‘갑’은 유저가 아닌 NPC다.
퀘스트와 아이템은 물론 게임 전반의 시스템을 관리하는 것은 NPC. 그냥 사냥터에 처박혀 주구장창 레벨만 올린다면 상관없지만 제대로 성장시킬 생각이라면 NPC의 도움은 필수.
하물며 상대가 은하연방의 최고위 귀족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관계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마틴 후작이 부여하는 고난이도 퀘스트를 완료하며 꾸준히 호감도를 올려온 덕분. 다시 말해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결과라는 말이다. 그리고 호감도는 올리기는 힘들어도 떨어뜨리기는 쉬운 법. 한 번 수락했던 의뢰를 취소하면 힘들게 올려놓은 호감도가 단숨에 반 토막이 날 게 뻔했다.
신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하지만!
대놓고 개무시를 당해 기분이 더럽지만!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멍청한 짓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 네가 갑이다. 내가 무슨 힘이 있냐? 쥐어박으면 쥐어 박혀야지.’
아크가 마틴 후작의 등을 흘겨보며 툴툴거리고 있을 때였다. 마틴 후작이 우뚝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크게 한숨을 불어내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상황이 좀 귀찮게 되었다.”
“네?”
뜬금없는 말에 아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마틴 후작이 천천히 몸을 돌려세우며 아크를 바라보았다.
“이번 임무의 목적이 뭔지 알고 있나?”
“뭐 그야…….”
“은하계 변경에서 발생한 거대 마법진의 조사.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되어있지.”
“대외적이라면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는 말입니까?”
“아니, 그게 목적이다. 우주 공간에 결코 자연적으로 만들어 질 수 없는 중급 혹성 크기의 마법진이 동시에 3개나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들었다는 말이지. 게다가 사건의 규모로 생각하면 상당한 규모의 조직일 것이다. 놈들이 무슨 의도로 마법진을 만들었는지는 둘째치고, 은하연방이 그만한 조직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심각한 위협요소다. 하지만 그보다 위협적인 것은 마법진과 함께 탐지된 음에너지의 존재다.”
“음에너지라면 궤도 수비대 본부에서 말했던 반물질 말입니까?”
“그래, 이 성계에는 존재하지도 않고, 또 존재해서도 안 되는 물질이지.”
“하지만 에너지가 탐지됐다는 것은 존재한다는 말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문제라는 것이다.”
마틴 후작이 한숨을 불어내며 대답했다.
“반물질은 이름 그대로 반물질反物質. 일반적인 물질과는 정반대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물질이다. 일반적인 물질이 플러스(+)라면 반물질은 마이너스(-)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때문에 반물질이 물질과 접촉하면 쌍소멸이라는 현상이 일어나지.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결합해 제로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 에너지의 양은 수소폭탄의 1,000배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아니, 목격했다는 표현을 써야 맞겠지.”
“목격? 직접 본 적이 있다는 말입니까?”
“한때 은하 3국은 종족의 존망을 걸고 전쟁을 치른 적이 있다. 그리고 전쟁의 승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보다 강한 무기. 은하 3국이 반물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은하전쟁 말기. 은하계 변경에 위치한 아슐라트의 비밀 연구소에서 반물질 생성에 성공한 적이 있었지.”
“방금 전에는 은하계에 반물질이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없다.”
“만들어 냈다면서요?”
“만들어 냈지. 하지만 안정시키는데는 실패했다. 그 결과가 라젠카의 참극이라고 불리는 사건이다. 생성된 반물질은 그 즉시 폭주를 시작했고, 그때 발생한 에너지에 의해 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던 혹성 라젠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
이 사건은 은하 3국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은하 3국이 휴전협정을 맺게 된 이유가 그 때문이다. 당시 은하 3국의 병기 개발 기술은 이미 한계치에 도달해 있었다. 그 한계 너머에 존재하는 기술이 바로 반물질. 그러나 라젠카의 비극을 통해 깨달았다. 반물질의 병기화는 승리가 아닌 공멸公滅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것을. 이에 은하 3국은 휴전협정을 맺고 반물질의 연구를 금지시키는 조약을 체결했지. 그리고 은하계 곳곳에 음에너지를 감지하는 위성을 배치시켜 서로를 감시하고 있었다.”
은하 3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아직 반물질이 직접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존재가 의심된다는 것만으로도 위협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음에너지가 감지된 장소가 공역(公域), 우주 개척지라는 점이었다.
“그게 은하 3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다.”
“범우주 특별조약 말이군요.”
“만약 음에너지의 정체가 진짜 반물질에 의한 것이라면, 그리고 그게 적국에 넘어간다면 국가의 존망과 직결될 만큼 위험한 일이지. 그 뒤에 벌어질 사태를 생각한다면 이미 특별조약 따위를 지킬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병력을 우주 개척지로 진입시키면 적국을 자극할 뿐이겠지. 그 결과는…….”
전쟁!
2차 우주전쟁이 시작되리라.
은하 3국은 그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마법진 조사라는 명분으로 민간 에이전트에게 의뢰한 것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보여주기 위한 연극에 불과하다.
국가의 존망과 직결될 수도 있는 문제.
은하 3국이 그런 사건을 민간 에이전트에게 맡긴 채 손놓고 있을 리가 없다.
은하연방이 비밀리에 이리나가 포함된 첩보대를 급파한 것처럼, 당연히 라마족과 아슐라트도 마법진이 발생한 장소로 특수부대를 파견했다. 이로서 같은 목적을 가진 3국의 비밀부대가 같은 장소에 모이게 된 것이다. 반물질의 정보를 선점하기 위한 암투가 벌어지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병력 증원은 힘들다. 우리가 라마족과 아슐라트의 비밀부대에 대해 알고 있듯이 놈들도 우리가 비밀부대를 파견한 것을 알고 있다. 우리가 병력을 증원하면 놈들도 거기에 맞춰 병력을 증원하겠지. 그렇게 전장을 키우면 결국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멀리 돌아온 감이 있지만 그게 2차 조사단이 만들어지는 이유였다.
더 이상의 병력 동원은 위험하다.
그렇다고 민간 에이전트를 믿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에 은하연방은 유력한 민간 에이전트를 하나로 묶어 조사단을 편성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까지 설명한 마틴 후작이 불쾌감을 드러내며 중얼거렸다.
“실수였다.”
“실수라고요?”
“너는 반물질이 은하연방의 손에 들어오는 것을 가장 싫어할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나?”
“그야 라마족이겠죠.”
“틀렸다. 정답은 쥬벨 후작이다.”
“에? 쥬벨 후작?”
“반물질은 너무 위험한 존재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모를까, 은하 3국은 라젠카의 비극으로 반물질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경험했다. 병기화가 가능할지도 알 수 없지만, 설사 병기화 한다고 해도 함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은하 3국이 비밀부대를 파견한 것도 반물질에 욕심을 내서라기보다는 관련 정보를 타국이 독점하게 되는 사태를 막으려는 의도가 더 강하다. 그러나 쥬벨의 입장은 다르지. 군부가 반물질을 보유하게 되면 설사 사용하지 못한다고 해도 군부의 영향력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자연히 내정파의 힘은 약화되겠군요.”
그리고 내정파의 수장은 다름 아닌 내무부 장관 쥬벨.
따라서 군부가 반물질을 손에 넣는 것은 쥬벨의 정치기반이 약해진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번 일에 쥬벨이 끼어 들 명분이 없었다. 반물질이 병기화 될 위험이 있는 한 관련된 업무의 모든 권한은 군부에 있으니까. 하지만 2차 조사단 탓에 상황이 바뀌었다. 민간 에이전트의 관리는 내무부 소관이기 때문이다.”
쥬벨 후작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민간 에이전트가 내무부 관할이라는 점을 끈질기게 물고늘어지며 2차 조사단의 지휘권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당연히 마틴 후작도 순순히 양보해 줄 수는 없었다.
군부파와 내정파의 대립!
아크로서는 알 도리가 없는 일이지만, 두 파벌의 신경전은 살벌하기 짝이 없었다.
여차하면 중앙의회에서 패싸움이 벌어졌을지도 모를 정도로.
“하지만 후작님은 쥬벨의 약점을 잡고 있지 않습니까?”
“S-20에서의 일 말이냐?”
마틴 후작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협박이란 적을 상처 입히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하는 것이지. 다시 말해 적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해야한다는 말이다. 쥬벨이 내가 약점을 쥐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섰다는 것 자체가 협상의 여지는 없다는 뜻이다.”
“그럼 2차 조사단은…….”
“결국 황제폐하께서 친히 중재에 나섰지.”
두 파벌의 싸움에 마침내 황제까지 불려나오게 것이다.
은하연방은 기본적으로 공화국이라 황제라고 해도 상징적인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형식상이라도 황제는 은하연방의 모든 귀족 위에 군림하는 존재다.
그런 고명하신 황제의 판결은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아니, 조사단에 소속될 개척자의 임명권을 두 파벌이 나누어 가지도록 지시했다.
“다시 말해 이번에 조직되는 조사단의 절반은 쥬벨 후작이 입김이 닿아있는 개척자들이라는 말이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있겠지?”
물론이다.
아크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네, 이번 임무의 보수가 더 짭짤해진다는 뜻이죠.”
“뭐?”
“군부파가 내정파 귀족들을 쥐어 패든, 내정파가 군부파 귀족들을 씹어먹든 조사단 멤버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의뢰주는 은하연방이니 누가 됐든 임무를 성공하면 조사단에 참가한 개척자들은 모두 보상을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귀족들은 임무의 성패보다 누가 반물질의 정보를 알아내느냐가 더 중요하겠죠. 그럼 자기가 추천한 개척자를 좀 더 열심히 움직이게 하기 위해 두둑한 보너스를 준비해두지 않겠습니까.”
“……정답이라고 해두지.”
마틴 후작이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크가 반물질의 정보를 찾으면 퀘스트 보상에 +α를 붙여주겠다는 말이다.
‘좋아. 점점 더 의욕이 생기고 있어.’
사실 그게 아니라도 아크 역시 쥬벨 후작의 세력이 커지는 것은 막아야하는 입장이다.
쥬벨 후작은 라이오스사와 손잡고 아크가 애지중지 키워 가는 S-20을 날로 삼키려던 놈이다. 이번에는 어찌어찌 막았지만 그 사건으로 아크와 쥬벨도 적대관계가 성립된 셈이다. 쥬벨 후작이 정권을 잡으면 아크도 덩달아 된서리를 맞을 확률이 높은 것이다.
“이해했다면 됐다.”
그때 마틴 후작이 다시 몸을 돌려세우며 말했다.
“잊지 마라. 지금부터 네가 상대해야할 적은 라마족이나 아슐라트의 조사단만이 아니다. 내정파의 추천을 받아 참가한 개척자 역시 적! 가까이 있는 만큼 그들보다 더 경계해야하는 적이다. 그러니 한시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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