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28)
아크 더 레전드-228화(228/875)
[228] SPACE 1 블랙호크 (3)그러다가 형님이라는 유저에게 ‘시끄러워 인마! 쪽 팔리게 왜 소리는 치고 난리야?’라는 구박을 받으며 한 방 얻어맞았지만 그래도 좋다고 서로 부둥켜안고 환호성을 터뜨렸다.
“역시 아니었어! 그냥 조금 닮은 녀석이었을 뿐이었어!”
같은 질문을 수없이 받아봤지만 이런 반응은 또 처음이다.
신선하다 못해 좀 어이가 없다고 해야하나?
“혹시 저 사람들도 아십니까?”
“어? 모르세요?”
마리오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크 님은 게임특종도 안 보세요?”
“게임특종…….”
마리오의 입에서 튀어나온 단어에 아크는 자기도 모르게 움찔했다.
게임특종은 대한민국 게이머의 80%이상이 시청하는 가상현실 게임 전문 프로그램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크는 직접 게임특종에 출연한 적도 있었다. 뭐 그래서는 아니지만 방송을 통해 게임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아크도 매주 챙겨보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는 게임특종이 나오면 일부러 채널을 돌릴 정도로 피하고 있었다.
프로그램의 여자 MC가 바뀐 이후부터다.
새 여자 MC의 이름은 정혜선. 한때 아크와 썸을 타던 로코였다.
뭐 요즘은 같이 살다가 이혼해도 친구로 지내는 사람도 많다지만 아크는 그렇게 쿨 내 진동하는 남자가 아니었다. 특히 남녀 관계에는.
“TV는 안 보는 편이라서.”
“아크 님에게 말을 건 B를 떠민 사람은 퍼거슨이에요. 그도 아크 님만큼이나 유명한 유저죠. 방금 전에 말한 게임특종이라는 방송은 매주 갤럭시안 유저들의 투표로 이름이 알려진 유저들에게 1위부터 50위까지 순위를 매기는데, 퍼거슨은 18위에 올라갔던 적이 있거든요. 뭐 다음 주에 바로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지만. 아까 잠시 얘기를 나눠봤는데 같이 있는 두 명은 A, B라고 하더군요.”
“A, B?”
“네. A, B. 그게 이름이래요.”
A, B라니…… 아크가 게임을 시작한지 수 년, 그 사이에 별의 별 괴상한 이름을 다 들어봤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똘마니틱하고, 가장 성의 없어 보이는 이름이었다.
‘너희들은 A, B인 거냐? 정말 그걸로 된 거냐?’
동정심마저 느껴질 정도!
그러나 역시 아크는 A, B보다 퍼거슨에게 관심이 쏠렸다.
전 세계에 서비스를 하는 갤럭시안은 동시 접속자가 50만에 육박하는 게임이다.
등록된 유저는 수백 만. 물론 게임특종이 이 모든 유저를 조사해 순위를 정하지만 않겠지만, 잠시라도 18위까지 올라갔던 경력이 있다면 이미 평범한 유저라고는 할 수 없다.
뭐 작명 센스나 하는 짓도 평범해 보이지는 않지만.
‘일단 눈 여겨 봐두는 게 좋겠군.’
아마도 퍼거슨 일행은 꿈에도 모르고 있으리라.
그들이 뉴 월드를 포기하면서까지 피하고 싶었던 아크가 이미 갤럭시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그가 바로 눈앞에 있고, 이미 그들을 예의 주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아크가 눈 여겨 봐둘 만한 유저는 퍼거슨만이 아니었다.
‘……역시 라고 해야하나?’
다른 유저들도 퍼거슨 못지 않았다.
새삼스럽지만 응접실에 모여있는 개척자들은 은하연방의 귀족들이 고르고 골라 불러들인 유저들. 다시 말해 은하연방 귀족들의 품질 보증서가 붙어있는 유저들이라는 말이다.
그건 걸치고 있는 장비품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어떤 게임이든 레벨이 높고 비싼 장비품일수록 더 화려하다는 것은 상식.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아크는 이들의 장비품이 발하는 각종 특수효과 탓에 눈이 시릴 정도였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런 장비품보다 마리오에게 더 관심이 갔다.
“카이엔이라고 합니다.”
“카이엔 님은 시델린을 중심으로 용병 파견을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트 타투스의 CEO예요. 각지에 흩어져 있어 정확하지는 않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타투스에 소속된 용병은 100명이 넘는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단일 에이전트로는 최대 규모일 거예요.”
“나는 류. 잘 부탁해.”
“류 님은 에이전트 아리온의 CEO예요. 아리온은 소속 인원이 7~8명밖에 되지 않지만 모두 고레벨의 유저들이에요. 류 님도 그렇지만 다른 직원들도 파티에 들어가면 항상 리더를 맡을 정도로 실력이 빵빵 하다고 하더라고요.”
마리오는 자동판매기처럼 유저가 이름만 대면 관련 정보를 줄줄 읊었다.
“그런 걸 용케 다 기억하고 있네요.”
“상인이니까요.”
“네? 상인?”
“아, 그러고 보니 정작 제 소개는 안 했네요. 전 마리오. 훗, 움찔하는 걸 보니 마리오를 닮았다고 생각하고 계셨죠? 사실 일부러 이렇게 만든 거예요.”
마리오의 정체는 진짜 마리오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공주 구출이 지상최대의 목표인 순진한 배관공은 아니었다.
“말했다시피 전 상인이거든요. 그리고 상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 그리고 다른 유저들과의 친분이죠. 그리고 다른 유저들과 빨리 친해지려면 좀 만만해 보이는 편이 유리해요. 후후후! 설사 여자 유저라도 마리오를 경계하지는 않으니까요.”
뭐랄까, 참으로 계산적인 마리오였다.
그러나 아크가 놀란 부분은 이름이나 탄생 배경보다 마리오의 직업이었다.
이번 임무의 성격상, 조사단은 라마족과 아슐라트의 비밀부대나 제 3의 에이전트와 전투를 벌이게 될 확률이 높았다. 따라서 팀원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것이 전투력. 군부파와 내정파의 대립으로 참가 인원이 제한된 만큼 전투병력 위주로 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10개-군부파만-밖에 되지 않는 자리의 하나를 상인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마리오 역시 일단 평범한 상인은 아니라는 건가?’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후작님, 대체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어야합니까?”
조금 전에 소개받았던 카이엔이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뒤로 물러나 있던 마틴 후작이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경비원에게 전해 듣지 못했나? 조사단에 참가할 인원이 아직 다 모이지 않았다.”
“에? 이제 다 온 게 아닙니까?”
“이번 임무에 참가하는 개척자는 이쪽과 저쪽이 각각 10명, 합해서 20명이라고 들었는데요? 우리는 아크 님까지 포함해서 10명. 저쪽도 레피드라는 개척자를 포함해서 10명. 다 채워졌지 않습니까? 그런데 또 누구를 기다린단 말입니까?”
“아직 1명이 남았다.”
“1명? 어디 소속의 개척자인데요?”
“어느 쪽도 아니다. 그는…….”
마틴 후작이 한숨을 불어내며 입을 열 때였다.
낮은 기계음과 함께 도어가 열리며 한 무리의 사내들이 등장했다.
마치 중세의 기사처럼 투박한 갑옷을 입고 어깨에 거대한 철검을 짊어진 전사, 1미터나 되는 크기의 게들링을 양손으로 들고 있는 총기병 등, 하나 같이 험악한 인상의 사내 10여 명이 마치 습격이라도 하는 것처럼 살기 등등한 분위기를 풍기며 응접실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의 가슴에 새겨져 있는 문장은 해골!
“뭐야 저 녀석들은?”
“해골? 지들이 해적이라도 된다는 건가?”
“가만, 저건 해적 문장이 아니야. 저 푸른 해골의 문장은 분명…….”
사내들이 반으로 갈라진 것은 그때였다.
그리고 마치 사열식을 하듯이 2열 종대로 늘어선 사내들 사이로 한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검은머리에 검은 제복, 검은 망토. 거기에 한쪽 눈에는 안대까지 하고 있어 겉모습만이 아니라 분위기까지 칙칙해 보이는 사내였다. 사내는 주위에 모여있는 유저들은 관심도 없다는 듯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성큼성큼 응접실을 가로질렀다. 그때마다 망토에 새겨진 푸른 해골의 문장의 출렁거리며 기괴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었다.
마틴 후작이 침음성을 터뜨렸다.
“이럴 수가…… 폐하께서 친히 선택한다기에 평범한 자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폐하? 은하연방의 황제 말입니까?”
“그래, 마지막 참가자는 황제폐하께서 선택한 개척자다. 아니, 얼마 전에 작위를 받았으니 이제 개척자라고 부를 수도 없겠지.”
“작위? 그럼 역시 저 사람은?”
“그래, 저 사내는 호크 남작이다.”
마틴 후작의 신음 같은 목소리에 마리오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러나 아크는 놀라지 않았다. 뭘 알아야 놀라든 말든 할 게 아닌가. 아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자 마리오가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세븐 소드예요! 세븐 소드!”
“세븐 소드? 세븐 소드라면 바로 그…….”
마리오가 퍼거슨에 대해 설명할 때 들었던 단어다.
매주 게임특종에서 발표하는 유저 랭킹 TOP 50. 당연히 이 순위는 매주 달라진다. 유저들의 투표로 정해지는 순위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새로 랭킹에 진입하는 유저도 있고, 퍼거슨처럼 18위에서 1주만에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유저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순위가 있었다.
바로 상위 8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저들이다.
이들은 TOP 50이 만들어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1~7위 사이의 자리가 바뀌는 경우는 있었지만 7위 밖으로 밀려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다시 말해 퍼거슨처럼 잠시 랭킹에 진입하는 유저들과는 아예 차원이 다른 유저라는 말이다.
그리하여 붙여진 이름이 세븐 소드(Seven Sword)!
우주 개척지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가진 8명의 유저였다.
“호크는 그 중에서도 항상 4위권 이상을 유지하는 유저예요. 항상 검은 아머를 입고 다녀서 블랙호크라는 별명으로도 불리죠. 소문에 의하면 호크는 이미 우주 개척지에 최소 5개 이상의 콜로니와 함대 규모의 우주선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도 있어요.”
‘벌써 그만한 세력을 갖춘 유저가 있다는 말인가?’
아크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응접실을 가로지르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어느 게임이든 시간이 지나면 압도적인 세력을 구축하는 유저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아크의 목표 역시 그런 유저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갤럭시안은 아직 서비스를 시작한지 10여 개월밖에 되지 않는 게임. 때문에 아크는 다소 느긋하게 생각했는데 우주 개척지에서는 이미 다른 유저와 차원이 다른 세력을 구축한 유저가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1명도 아닌 8명이나!
그 중 1명이 호크!
“진짜 호크다.”
“맙소사! 그럼 세븐 소드가 조사단에 참가하는 거야?”
“이거 장난이 아니잖아?”
호크를 알아본 유저들이 술렁였다.
그러나 호크는 묵묵히 응접실을 가로질러 퍼거슨이 앉아있는 소파에 다가갔다.
잔뜩 거드름을 피우며 앉아있던 퍼거슨이 허둥거렸다.
“어? 어?”
“비켜라, 돼지.”
“뭐? 아, 아니, 네? 아! 네!”
그 말에 퍼거슨이 벼락 맞은 돼지처럼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호크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소파를 차지하고 앉았다.
호크의 시선이 유저들에게 향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출입문을 중심으로 좌우, 두 무리로 나뉘어져 있는 유저들을 번갈아 본 호크의 입 끝이 슬쩍 치켜져 올라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금세 본래의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온 호크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가 조사단의 단장이다.”
“뭐? 호, 호크가 단장이라고?”
“단장은 연방군 NPC가 맡는 거 아니었어?”
몇 몇 유저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웅성거렸다.
그러나 호크는 그들에게 시선조차 돌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단장으로서 지시하겠다. 지금부터 나흘의 시간을 주겠다. 그 시간을 벌려놓은 일을 정리하는데 사용하든, 병력과 물자를 보급하는데 사용하든 상관하지 않겠다. 동행할 병력과 물자의 양도 각자의 재량에 맡기겠다. 나흘 뒤 너희들이 집결할 장소는 개척지 남단에 위치한 이그라시아 성좌의 하이브 투란이다. 시간 안에 도착하지 않는 자는 탈퇴하는 것으로 알겠다.”
“아니…… 뭐 그렇게 일방적으로…….”
“난 오늘 출발하는 줄 알았는데?”
“무슨 소리야? 오늘은 그냥 소집일이잖아.”
“불만이 있는 사람은 지금 이 자리에서 탈퇴해도 상관없다.”
호크가 구시렁거리는 유저의 말을 끊으며 응접실을 한 차례 둘러보았다.
“말해두지만 나는 은하연방의 귀족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관심 없다. 내 관심사는 오직 마법진과 반물질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는 것뿐이다. 물론 그로 인해 얻게 될 보상이 최종 목적이지만. 여기에 그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100%확신하는 자가 몇이나 되는가?”
“그야…….”
“라마족과 아슐라트도 있으니까…….”
“나는 확신하고 있다. 나를 믿고 따라오는 사람은 같은 보상을 받을 수 있겠지. 내가 해줄 말은 그것뿐이다. 말했듯이 선택은 각자의 재량에 맡기겠다.”
호크의 말에 유저들이 또 다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확신하고 있다고?”
“세븐 소드 중 하나인 호크가 저렇게까지 얘기한다면…….”
“할 수 있어! 라마족과 아슐라트보다 먼저 마법진과 반물질의 정보를 찾을 수 있어!”
“좋아! 나는 호크를 따르겠다!”
“나도!”
‘뭐야? 저 녀석은?’
아크는 어이없는 눈으로 호크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유저들은 호크의 일방적인 명령을 불만스러워하고 있었다.
당연하다. 상대가 NPC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같은 유저, 그것도 처음 보는 유저에게 다짜고짜 명령을 받으면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제법 날리는 유저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호크는 말 몇 마디로 그런 유저들을 휘어잡은 것이다. 물론 세븐 소드이라는 명함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을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안다는 뜻이다.
‘괜히 세븐 소드가 아니라는 말인가?’
“전달 사항은 여기까지다.”
호크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이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들어올 때처럼 부하들이 만들어놓은 중앙의 길을 따라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러나 잠시 후, 아크의 앞을 지나치다가 멈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혹시 아크인가?”
“그런데?”
아크의 대답에 호크가 슬쩍 입 꼬리를 치켜올리며 손을 내밀었다.
“인사나 해두지. 은하연방 TV로 활약상은 많이 전해 들었다. 한 번쯤 만나고 싶었는데 같은 팀으로 일 할 수 있게 되니 반갑군. 앞으로도 활약을 기대하겠다.”
“일단 노력은 해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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