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29)
아크 더 레전드-229화(229/875)
[229] SPACE 1 블랙호크 (4)아크가 호크의 손을 맞잡자 여기저기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우와, 역시 영웅 칭호를 받은 유저라 대접이 다르구나.”
“세븐 소드가 먼저 아는 척을 다하고.”
“젠장, 이래서 사람은 출세부터 해야하는 거야.”
부러움이 섞인 감탄사였다.
그러나 아크에게는 불쾌한 일에 불과했다.
지금 다른 유저들은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 세븐 소드이라는 명함, 그리고 갑자기 등장해 순식간에 분위기를 장악해버린 카리스마에 압도되어 호크를 마치 자신들과는 다른 차원의 존재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호크는 일개 유저에 불과하다.
NPC라면 얼마든지 감지덕지한 표정을 지어줄 수 있지만 유저라면 얘기가 다르다. 다른 유저의 명성으로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것은 아크에게 자랑이 아닌 수치였다. 그러나 지금 아크가 불쾌해하는 이유는 그런 자존심 때문만이 아니었다.
호크의 외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번져 나오고 있었다.
결코 호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눈빛이었다.
‘그러니까 대체 뭐냐고? 이 녀석은?’
SPACE 2 뜻밖의 방문자 (1)
“뭐지? 이 찜찜함은?”
마틴 후작에게 제안 받은 2차 조사단 참가.
아크는 그 일을 딱히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냥 은하연방이 고용한 개척자들과 함께 개척지로 날아가 1차 조사단과 합류, 몇 몇 의심스러운 지역을 조사한다. 그리고 뭔가를 찾으면 성공, 못 찾으면 실패.
조사단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것은 이게 전부였다.
그런데 상황이 생각보다 복잡해졌다.
엉뚱하게 귀족들의 파벌싸움이 곁들여져 조사단이 반으로 나눠지게 된 것.
마법진과 반물질의 정보를 찾는 이번 임무는 은하 3국의 모든 에이전트에게 주어진 공동 퀘스트. 따라서 우주 개척지에서 활동하는 모든 유저를 경쟁자로 봐도 무방하다. 그런 상황에서 같은 팀에 속하게 된 유저마저 절반은 경쟁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내부균열은 참가자 모두에게 상당한 페널티로 작용하게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아크의 경우는 다른 단원보다 입장이 더 불리했다.
‘뭐든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지만…….’
쥬벨 후작과 손잡고 S-20을 집어삼키려던 라이오스사의 음모.
아크는 워터 클리닝 작전으로 이들의 음모를 막아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증거자료까지 손에 넣어 돈 한 푼 안 들이고 연구소와 섹터에 필요한 각종 시설을 설치할 수 있었다.
덕분에 그때는 입이 찢어져라 좋아했지만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그 사건 덕분에 아크는 본의 아니게 유력 귀족 쥬벨 후작의 관심을 듬뿍 받게 돼버린 것이다. 그리고 쥬벨은 애정(?)표현을 주저하지 않는 적극적인 성격이었다.
레피드와 발렌시아의 조사단 참가.
이건 작정하고 아크를 방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황제의 낙하산으로 단장 자리를 꿰어찬 세븐 소드의 1인 호크. 왠지 모르지만 그가 아크를 바라보는 눈길도 어째 심상치 않았다.
‘내가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라면 좋겠지만…….’
아크는 감이 좋은 편이다.
특히 불길한 예감은 높은 확률로 맞아떨어지는 편이다.
호크와 악수를 했을 때부터 그런 적중도 높은 감이 경고 메시지를 떠올리고 있었다.
-왠지 모르지만 이 녀석은 적이다!
……라고 말이다.
레피드와 발렌시아. 거기에 호크까지.
‘조사단에 참가하는 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군.’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혼자 《어둠의 전조》퀘스트를 진행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물러나면 레피드와 발렌시아가 무서워 도망치는 것처럼 보이리라. 그건 또 아크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여기에 사인하시면 됩니다.”
응접실에서 참가자들의 회합이 끝난 직후.
내무부 소속의 관리가 들이민 서류에 사인하자 정보창이 떠올랐다.
-《어둠의 전조(개척 퀘스트)》
+서브 퀘스트: 은하연방의 조사단 창설
당신은 여러 사건을 성공적으로 처리하며 뛰어난 자질을 증명해왔습니다. 이는 유력 귀족인 마틴 후작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그 결과 당신은 마틴 후작의 추천을 받아 은하연방과 정식 계약을 맺고 조사단의 일원으로 참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계약 기간은 한 달. 보상은 기간 내에 조사단이 올린 성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또한 단체 보상 외에도 개인의 공헌도에 따라 별도의 추가 보상이 주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만약,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조사단을 탈퇴하면 계약금의 3배를 위약금으로 지불해야합니다.
※난이도: —
일사천리로 진행된 계약!
“이건 계약금입니다. 경비로 사용하십시오.”
-3,000골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입금되는 계약금!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돼버린 것이다.
뭐 이러쿵저러쿵해도 도중에 그만둘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 됐어. 이후의 일은 지금 걱정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계약금만 3,000골드다. 이 놈, 저 놈, 그 놈의 방해로 아무 성과도 올리지 못하게 된다해도 일단 한 달만 채우면 3,000골드를 버는 거야.’
사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보상을 받은 셈이다.
당연히 이런 대우는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은하연방에 대한 공헌도와 명성, 그리고 유력 귀족들과의 친분관계. 계약금은 그런 조건을 충족시키고 조사단 참가 자격을 획득한 유저들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보너스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못해도 한 달만 버티면 그 돈이 내 돈이 된다.’
그리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그냥 시간만 죽일 생각은 없었다.
계약금만 3,000골드다. 당연히 성공 보수는 그 이상. 거기에 내정파보다 먼저 반물질의 정보를 손에 넣으면 마틴 후작으로부터 보너스까지 받아 챙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엘림의 기억에게 받은 《음에너지의 조사》퀘스트까지 한꺼번에 정리할 절호의 기회!
어차피 한 달을 묶여 있어야한다면!
당연히 더 많이 챙기기 위해 노력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우주 개척지에서 조사를 시작하면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장담할 수 없어. 어떤 상황이라도 대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둘 필요가 있다. 호크에게 나흘 뒤에 다시 집결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짜증도 났지만,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 그러니 나도 거기에 맞춰 어떤 변수가 생겨도 대처할 수 있는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동행할 병력을 모으고 인원에 맞춰 물자도 보급해야한다.
그리고 계약 기간은 한 달. 그동안 조사단 업무에 집중하려면 S-20에 남을 직원들에게 미리 한 달간의 업무를 지시해두고, 주변의 자잘한 일들도 정리해놓을 필요가 있었다.
여기까지만 생각해도 머릿속에 할 일이 몇 개나 떠올랐다.
‘그래, 지금은 레피드나 발렌시아 따위를 신경 쓸 때가 아니야. 투란에 집결하기까지 앞으로 나흘, 이동시간을 제하면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사흘이다. 정리해둬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어. 서둘러 S-20으로 돌아가자.’
“하지만 그 전에…….”
아크의 시선이 조종석에 앉은 토리에게 향했다.
“토리, 실버스타를 발진시켜라. 목적지는 자렘이다.”
“알겠습니다.”
쿠쿠쿠쿠! 쿠쿠쿠쿠!
토리의 대답과 함께 기체가 진동하며 떠올랐다.
“출력 OK, 기체 밸런스 OK, 좌표 입력 OK, 광자이동 개시합니다! 3, 2, 1, 발진!”
콰아아아아—!
실버스타가 빛의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
“황제에게 한 방 먹었군.”
은하연방 중앙본부의 내무부 장관 집무실.
화려하게 치장된 방에는 3명의 사내가 앉아있었다. 집무실의 주인인 쥬벨과 발렌시아, 레피드. 입을 연 것은 잔뜩 미간을 찌푸린 쥬벨이었다.
“공정을 기하기 위해 단장은 직접 선택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뭔가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설마 호크를 끌어들일 줄이야.”
“하지만 달라질 것도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단장 자리를 제 3의 인물이 맡게 될 것은 알고 있었던 일입니다. 예정대로 그를 회유해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면…….”
발렌시아가 음험한 눈빛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러자 쥬벨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해본 적이 없을 것 같나?”
“있다는 말입니까?”
“귀족들이 할 일이 없어서 매일 밤 연회를 벌인다고 생각하나? 귀족에게 힘이란 곧 인맥이다. 얼마나 많은, 얼마나 뛰어난 자를 자기편으로 만들어두느냐가 곧 힘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호크는 이주민-유저-출신임에도 작위를 받을 만큼 급부상하는 개척자. 당연히 여러 번 접촉해보았다. 하지만 무시당했지. 아주 깔끔하게. 하물며 지금 호크의 뒤에는 황제가 있다. 어설프게 회유하려 들다가는 되려 상황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글쎄…….”
쥬벨이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불행 중 다행은 마틴 역시 호크와 어떤 관계도 맺지 않았다는 점이다. 호크가 나타났을 때 당황하던 마틴의 표정, 결코 연기가 아니었어. 문제는 아크다.”
“아크!”
발렌시아의 눈에 적개심이 깃들었다.
“응접실에 모여있던 개척자 가운데 호크가 유일하게 호감을 보인 사람은 아크뿐이었다. 만의 하나라도 호크와 아크가 손을 잡게 된다면…….”
“호감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묵묵히 듣고 있던 레피드가 끼어 들었다.
쥬벨과 발렌시아가 돌아보자 레피드는 눈매를 좁히며 말을 이었다.
“내가 보기로는 오히려…….”
아니, 말을 이으려고 할 때였다.
노크 소리와 함께 경비병이 들어서며 말했다.
“후작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
콰아아아아—!
잔잔한 하늘에서 돌연 폭음이 울려퍼졌다.
충격파에 떠밀려 둥근 고리 형태로 벌어지는 구름 속에서 나타난 것은 1척의 우주선.
우주선 내부, 조종석에 앉은 햄스터가 바쁘게 손을 움직이며 말했다.
“시스템 이상 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수고했다.”
대답하는 사람은 아크.
“역시 뭐니뭐니 해도 내 집이 최고지.”
그리고 아크가 내려다보는 번화한 마을은 S-20이었다.
새삼스럽지만 이제 S-20도 이전의 허접한 섹터가 아니었다.
직경이 2킬로미터나 되는 넓이를 푸른 실드를 뿜어 올리는 펜스가 둘러쳐져 있었고, 입구에는 최신식 설비를 갖춘 섹터 관리사무소-구 라이오스 연구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거기에 관리사무소 뒤쪽에 커다란 인공호수까지 붙어있어 조경도 일품!
그러나 역시 섹터의 꽃은 개척자. 즉, 이용객이었다.
아무리 큰 마을도, 아무리 멋지게 만들어놓은 쇼핑몰도 사람이 없으면 무용지물.
S-20의 가장 큰 변화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거리마다 넘쳐나는 사람들! 이전에는 인구수가 많을 때도 겨우 3,000전후였다. 그러나 지금 내려다보이는 S-20에는 적어도 그 2배는 되어 보였다. 이런 극적인 인구증가의 비밀은 바로 수송선 전용노선이었다.
“역시 무리를 해서라도 전용노선까지 신청하기를 잘했어!”
아크가 실버스타를 타고 다니니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갤럭시안에서 개인 우주선이나 비행정을 가지고 있는 유저는 아직 극소수에 불과했다. 우주선의 가격은 최소 10,000골드. 비행정은 그보다 싸지만 부담스러운 가격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뭐 스폰서에게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그 역시 공짜는 아니었다.
스폰서는 유저는 고용주와 직원의 관계. 직장인도 일을 해야 월급을 받듯이 스폰서가 맡기는 퀘스트를 완료하며 차곡차곡 마일리지를 쌓아가야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마일리지를 모아 비행정이나 우주선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아직 대다수의 유저는 대중교통.
장거리 이동을 할 때는 은하연방의 운행하는 수송선을 이용한다.
아크가 TV광고-슬레이와 그레온, 멜리나를 이용한-를 때렸음에도 인구수가 2,000~3,000대에서 머물러 있던 게 그런 이유였다. 조금 유명해져도 버스 노선조차 없는 곳에 사람이 모이는데는 한계가 있듯이, 수송선이 경유하지 않는 S-20에도 한계가 있었던 것.
그러나 수송선 전용노선을 개설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몇 시간 간격으로 수송선이 도착할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개척자들!
전용노선이 생긴지 아직 닷새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섹터의 인구수가 2배 가까이 늘어나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면 3배, 4배로 늘어나는 것도 시간문제. 개척자의 증가하면 그에 맞춰 상인도 늘어나고, 그건 아크의 수입 증가로 연결되는 것이다.
“뭐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것 같군.”
아크가 라쿤카에 다녀온 시간은 불과 사흘.
그 사이에도 상점가에 못 보던 상점이 하나 더 늘어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섹터 관리사무소 앞에 트레일러 트럭이 5대나 늘어서 있었다. 아마도 S-20의 소문을 듣고 찾아온 상인들이 입점 허가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이리라.
“형님, 착륙했습니다.”
그 사이에 실버스타를 착륙시킨 토리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런데 엘라인 녀석은 아직도 의무실에 있습니까?”
“그런 모양이군.”
“이 자식이! 선배는 내내 우주선 조종하느라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있는데 막 들어온 신참이 의무실에 누워 있어? 군기가 빠지다 못해 아주 겁 대가리를 쌈 싸먹었군. 안 되겠습니다. 이제 섹터로 돌아왔으니 더 군기가 빠지기 전에 빡 세게 잡아둬야지.”
“뭐 말릴 생각은 없다만…….”
아크가 의무실을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일단 그냥 놔둬라. 이런 우주선을 타는 건 처음일 테니 무리도 아니잖아.”
라쿤카에서 새로 영입한 쿠산족 최강 전사 엘라인. 그는 비록 사막이라는 지형적 이점이 있었지만 아크와 대등한 전투를 펼치고, 치열했던 뮤탈과의 전투에서도 살아남은 전사였다. 그러나 엘라인에게는 아크도 예상하지 못했던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모, 몸이 이상합니다. 현기증이 나고 속이 울렁거리고…….”
실버스타가 위프 항해를 시작한 직후.
엘라인이 창백한 낯빛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떠듬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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