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32)
아크 더 레전드-232화(232/875)
[232] SPACE 2 뜻밖의 방문자 (4) [헉! 저, 저 두족류(頭足類)들은?] [저 연한 갈색의 그물 모양은…… 여, 여보! 정말 당신이에요?] [아, 아빠다! 아빠가 돌아왔다! 아빠!] [오오! 얘들아! 여보!]그리하여 몇 년 만에 상봉하게 된 문어들!
아크가 보기에는 다 똑같은 문어였지만 자렌족은 한 눈에 가족을 알아보았다.
호수에서 생선을 건져 올리던 문어 청년, 그들에게 생선을 받아 식량 제조기에 넣는 문어 아줌마, 주변을 뛰어다니며 놀던 문어 소년소녀, 그리고 장로 바쿰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동족들의 귀환에 너나 할 것 없이 왈칵 눈물을 쏟아내며 뛰어가 부둥켜안았다.
그리고…… 꾸물꾸물! 꾸물꾸물!
격렬하게 서로의 몸을 다리를 휘어 감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오오! 정말…… 정말 이런 날이 오다니…….]눈시울을 붉히며 그 장면을 지켜보던 바쿰이 아크를 돌아보며 말했다.
[자네는 정말 하늘이 보내준 사람이네. 모성을 잃고 비참하게 연명하는 우리를 가엾게 여긴 자렌족의 신께서 보내주신 사람이 틀림없어. 우리에게 안전과 일자리를 제공해준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거리낌없이 자신의 돈까지 들여 동족들까지 구해주다니. 이 은혜를 대체 어떻게 갚아야할지 모르겠네.]“네? 아니, 그건…….”
바쿰의 말에 아크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자바란에게 지불한 문어 값은 1,000골드. 그러나 일전에 아크가 바쿰에게 빌린 돈은 900골드다. 그것도 수익을 나누기 이전의 돈이라 그 중 30%, 270골드는 원래 아크의 돈이었다. 결국 이번에 자바란에게 지불한 문어 값 중 370골드는 아크의 쌈짓돈이었다는 말이다.
1쿠퍼에도 벌벌 떠는 아크가 그만한 거금을 그냥 줄 리가 없었다.
한 달이나 자리를 비우게 된 탓에 미리 문어들을 데려왔을 뿐,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간 370골드는 차후 식량 제조공장의 수익금으로 100% 되돌려 받을 생각이었다.
말하자면 빌려준 돈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바쿰은 아크가 그냥 준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당황해버린 아크는 얼른 설명을 첨부하려다가 한숨을 불어내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머리를 긁적이며 서로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떨구는 문어들을 바라보았다.
‘젠장,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빌려준 돈이라고 말하라는 거야?’
아무리 아크라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긴, 생각해보면 내가 찾아갔을 때 바쿰은 아무런 조건도 없이 그동안 모은 돈을 선뜻 빌려줬었지. 다급할 때 도움을 받은 주제에 너무 야박하게 굴 수는 없어. 370골드. 적은 돈은 아니지만 앞으로 자렌족을 통해 꾸준히 들어올 수익금을 생각하면 일부에 불과해. 그래, 이건 자렌족과의 관계를 위해 투자했다고 생각하자.’
아크가 한숨을 불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럼 얘기들 나누십시오. 저는 할 일이 많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기다리게!]그때 바쿰이 아크를 붙잡았다.
그리고 뭔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자렌족의 증표는 아직 갖고 있겠지? 잠시 건네주지 않겠나?]그러자 주변의 문어들이 화들짝 놀라며 바쿰을 바라보았다.
[자, 장로님! 서, 설마?] [아무 말 하지 마라! 지금까지 아크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우정 이상의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자렌족을 대표하는 대장로로서 그 성의에 보답할 의무가 있다. 그게 자렌족의 긍지! 은인에게 보답하는데 무엇이 아깝겠는가! 자, 아크! 자렌족의 증표를 내게 주게!]바쿰이 활활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문어다리를 내밀었다.
‘이 분위기는 혹시?’
순간 아크는 감이 팍 왔다.
문어들의 반응으로 바쿰을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크가 냉큼 ‘자렌족의 증표’를 건네주었을 때였다.
[우오오오오! 으라차차차!]바쿰이 기합을 터뜨리며 자신의 다리 하나를 잡아뜯었다.
그리고 주문 같은 말을 웅얼거리며 가까이 가져가자 꼴뚜기-자렌족의 증표-가 다리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리고 스포이드처럼 머리통을 뽁뽁거리를 잠시. 탱탱하던 바쿰의 다리가 말린 문어다리처럼 변하더니 꼴뚜기의 머리에 작은 돌기가 솟아 나왔다.
-‘자렌족의 증표(특수)’에 특수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자렌족의 증표(특수)Lv:3
아이템 타입: 회복
본래 자렌족의 증표는 자렌성에서 판매했던 일종의 기념품입니다.
일단 생긴 게 귀엽고, 때때로 치료용 아이템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자렌성을 방문한 개척자들에게 많이 팔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자렌족의 증표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습니다. 바로 자렌족의 증표 속에 장로에게만 대대로 전수되는 비술의 힘이 숨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비술의 힘을 각성시키려면 장로가 신체의 일부를 희생하는 대가를 치러야합니다.
자렌족 장로는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면 신체의 일부를 희생하는 것조차 긍지로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그 정도로 자렌족에게 은혜를 베푼 개척자는 없었습니다.
때문에 증표의 진정한 힘을 알고 있는 개척자는 많지 않습니다.
《독 계열의 상태이상 회복, 10분간 4초에 3씩 생명력이 회복됩니다. 대기 시간: 1시간.》
1차 진화(성장): 경험치를 축적해 성장시키면 기본 능력의 효과를 상승합니다.
2차 진화(먹물 분사): 자렌족의 증표가 체내에 먹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이 먹물을 분사해 적의 얼굴에 적중시키면 30초 간 ‘실명’상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완전히 충전된 먹물은 5번까지 분사가 가능하며 다시 먹물이 충전되는데 10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꾸준히 사용한 덕분에 현재 자렌족의 증표는 레벨 3!
그와 함께 회복 효과도 상승해 이제 4초에 3씩, 10분 동안 450의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라쿤카에서 탱커 역할을 한 아크가 쿠산 전사들과 같은 시간을 휴식하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게 바로 이 자렌족의 증표 덕분이었다. 이미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는 아이템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거기에 새로운 기능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먹물을 뿜어서 적을 실명 상태로 만드는 ‘먹물 분사’!
이로서 자렌족의 증표에 공격능력까지 더해진 것이다. 그러나 주목할 부분은 스킬의 효과가 아니라, 레벨 업과는 별개로 새로운 스킬이 생겼다는 점이었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진화는 레벨 업과는 별도로 적용된다. 레벨이 올라가는 것은 1차 진화였던 성장의 효과. 2차 진화는 먹물 분사다. 그렇다면 3차, 4차 진화도 가능할지 몰라. 아니, 틀림없이 존재한다. 하지만 자렌족의 증표를 진화시키려면…….’
아크가 바쿰의 다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바쿰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마음에 두지 말게.]“네?”
[내 다리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네. 자렌족은 은혜를 갚는 것을 긍지로 여겨온 종족. 비록 다리를 잃었지만 자네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네.]그렇게 말해주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그러나 아크가 바쿰의 다리를 보고 있었던 이유는 미안해서가 아니었다.
바쿰은 이미 아크에게 다리를 2개나 떼어줬지만 아직 6개나 되는 다리가 남아있었다. 다시 말해 자렌족의 증표를 6번이나 더 진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아크도 상식은 있는 사람이다.
아무리 아크라도 남은 다리 모두를 욕심낼 수는 없었다.
다리가 몽땅 잘려나간 문어. 그건 그냥 축구공이나 다름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앞으로 2개쯤은 괜찮잖아! 어차피 사람도 두 팔, 두 다리, 4개만으로도 사는데 아무런 지장도 없다고. 그래, 어차피 나머지는 여분이잖아. 아무렇지도 않게 2개를 떼어줄 정도니 앞으로 2개쯤은 더 떼어줘도 사는데 지장은 없을 거야. 정보창에도 자렌족 장로는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면 다리를 떼어줘도 아깝지 않게 생각한다고 하잖아.’
그러나 여분으로 달린-이미 그렇게 믿고 있었다- 다리라도 그냥 뚝뚝 떼어줄 리는 없다.
세상에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 현실도 그렇지만 게임 속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씨앗도 뿌리지 않은 밭에 곡식이 자라는 일이 없듯이 길가다 아이템을 주워도, 갑자기 벼락을 맞아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모든 것은 뿌린 만큼 거두는 법.
‘그럼 더 뿌리면 되지.’
거기까지 생각하자 바로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바로 R-14! 아크에게 자렌족의 증표를 준 문어, 부룸 일족이다.
새삼스럽지만 대장로인 바쿰은 이스타나에서 자렌족이 다시 부흥하게 되기를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아크의 도움으로 일족이 안전하게 살아갈 장소와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그러니 바쿰이 다음으로 바라는 일은 흩어진 일족을 모으는 것.
‘부룸 일족을 S-20으로 데려올 수 있다면?’
은혜 갚기가 취미(?)인 바쿰은 기꺼이 다리를 떼어주리라!
그러나 R-14는 지구 궤도에 떠있는 우주 정거장이다. 워프 항해를 해도 꼬박 하루는 걸리는 거리. 당장 R-14로 날아가 부룸 일족을 잡아(?)오기는 무리였다.
‘진즉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됐어. 어차피 R-14의 문어들이 도망칠 것도 아니고, 조사단 일을 마친 뒤에 찾아가도 늦지는 않을 거야. 후후후, 기다려라. 그 다리, 일단 하나는 이 몸께서 예약했다!’
아크가 바쿰의 다리를 보고 있던 이유는 그것이었다.
물론 아크는 그런 속내를 곧이곧대로 떠들어댈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저는 마음의 벗인 자렌족을 위해 해야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신체를 훼손하면서까지 보답을 해주시니 되려 죄송한 마음이 드는군요. 하지만 그 역시 장로님의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자렌족의 친구로서 자렌족의 부흥을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바쿰이 탐나는 다리로 아크의 손을 움켜쥐었다.
SPACE 3 MIX UP (1)
짠짠짠! 짠짠짠! 짠짠짠!
섹터 확장과 실드 펜스, 페어리, 수송선 전용노선 등.
관련 시설을 설치하고 등급을 올린 S-20은 이런 효과음을 붙여도 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하마드란의 투자금은 거기에 기름을 들이부은 효과를 가져왔다.
“상점을 이고 올 수는 없으니 부동산은 모두 처분했네. 그 돈으로 트레일러 트럭을 구입해 가지고 있던 상품을 싣고 왔지. 이게 품목과 수량이네.”
하마드란이 몰고 온 5대의 트레일러 트럭.
트레일러에는 무기와 방어구는 물론 각종 소모품까지, 문자 그대로 없는 게 없었다.
‘이걸 모두 처분하면 상당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그럴 이유가 없었다.
첫째, S-20이 꽤 번창하는데다 조사단에 참가해 받은 계약금 덕분에 자금 사정이 팍팍하지 않았고. 둘째, 이만한 상품을 한꺼번에 전매하면 제값을 받기 힘들다.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세 번째!
아크는 이미 상점을 지을 땅과 고객을 확보해 두었기 때문이다.
상점을 지을 땅은 당연히 S-20,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섹터 방문객들이었다.
S-20에 상점을 만들면 상품을 제값에 팔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매입과 판매를 통해 꾸준히 수익이 창출되는 것이다. 이를 포기하고 당장 목돈을 만들겠답시고 상품을 전매해버리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만큼이나 멍청한 짓!
“내 생각도 같네.”
하마드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식으로 팔아버릴 생각이었다면 굳이 트레일러 트럭을 구입해 싣고 오지도 않을 거네. 자네도 알겠지만 에이전트와 섹터를 운영하려면 자체적인 수입원이 필수네. 아직은 시작 단계라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겠지만 기업이라고 부를만한 규모가 되면 움직이는 돈의 단위가 달라지지.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수만 골드짜리 사업이 단 돈 몇 백 골드가 부족해 실패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되네. 그러니 미리 든든한 자금줄을 만들어 둘 필요가 있어.”
이건 아크도 한참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바였다.
에이전트와 섹터를 가지고 있다고 수입이 들어오기만 하는 게 아니다.
에이전트를 운영하려면 직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직원을 고용하면 월급을 줘야하는 것이다. 섹터에 들어가는 돈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번에 쥬벨 후작과 라이오스사를 탈탈 털어 공짜로 실드 펜스를 설치했지만 유지, 보수, 실드 발생기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공짜가 아니었다.
여기에 정기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섹터를 더 발전시키려면 꾸준히 추가 시설을 구입해야한다.
그런 자금을 섹터 상인의 세금이나 개척자들의 이용요금 같은 비정기 수입만으로 감당하기는 힘들었다. 보다 높은 수입을, 보다 안정적으로 얻을 방법이 필요해진 것이다.
‘지금이 그런 자금원을 마련할 기회다!’
상점을 만드는 것은 따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크는 일단 하마드란이 몰고 온 트레일러 트럭을 일렬로 늘어놓았다.
-하마드란의 백화점《S-20 직영점》
S-20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백화점입니다.
방어구와 무기, 각종 소모품까지 모든 아이템 완비! 백화점의 모든 상품은 섹터의 평균 시세에 맞춰 정찰제로 매입, 판매됩니다. 이런 저런 계산하기 싫다! 믿고 살 수 있는 상품이 필요하다! 그런 개척자에게 하마드란의 백화점은 최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개척자 여러분의 많은 이용 바랍니다.
그리고 팻말 하나 탁!
그것으로 5대의 트레일러 트럭은 상점으로 용도 변경이 된 것이다.
‘문제는 장소 선택인데…….’
현재 S-20의 최고 사냥터는 역시 파고스 화산 던전.
따라서 던전 입구와 가까운 곳에 조성된 상점가가 최고 상권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그곳에는 15개나 되는 상점이 들어서 있었다. 물론 그곳에 상점 하나 늘릴 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마드란의 백화점은 섹터 직영점. 이미 상점가가 조성된 자리에 대규모 섹터 직영점이 들어서면 기존 상인들이 반발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데 상인들과 마찰이 생기면 곤란하다!’
그리하여 아크가 선택한 장소는 관리사무소 옆. 섹터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한 번을 거쳐야하는 곳이지만, 이미 상권이 조성된 상점가와 거리가 있어 상인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젠장, 이럴 때 총알이 떨어지다니!”
“시간이 없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른 파티가 사냥터를 차지할지도 몰라.”
“서둘러 탄환과 회복앰플, 식량을 보급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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