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38)
아크 더 레전드-238화(238/875)
[238] SPACE 5 Tooran the Hawk (2)‘하아—!’
이번에는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사실 아크는 요즘 꽤 들떠 있었다. 초반에는 정말 망했다 싶을 정도로 헤맸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다보니 어느새 에이전트를 갖게 되었다. 거기에 섹터와 우주선까지!
우주선도 그렇지만 섹터도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스타나에 존재하는 섹터는 약 80여 개. 그러나 그 중 60%는 4대 기업이 장악하고 있었다. 유저가 가지고 있는 섹터는 40%, 약 30여 개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S-20. 아크의 섹터였다.
물론 이 역시 초반에는 자금 부족으로 이래저래 곤란한 문제가 많았지만, 카오틱 습격 사건으로 라이오스사의 지원을 받아 지금은 중급 섹터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상태였다. 거기에 각종 수익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되어 아크는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기분이었다.
‘이제 나도 명실공히 상위권 유저다!’
S-20을 떠나오기 전까지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투란에 도착하는 순간 그런 믿음은 티끌처럼 날아가 버렸다.
이그라시아 성좌의 외곽에 자리잡은 투란은 거의 여의도 면적과 맞먹는 크기였다. 널리고 널린 소혹성처럼 그저 덩어리만 큰 게 아니었다. 투란은 각종 최첨단 설비를 갖춘 우주 정거장 하이브. 아크는 투란으로 진입하는 사이에도 수십 척의 우주선이 드나드는 장면을 보았다. 이런 거대한 하이브를 NPC도 아닌 유저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호크가 갤럭시안의 최강 7인 중 하나라는 말은 들었지만.’
서민과 재벌! 평민과 귀족!
아크와 호크는 그만큼의 격차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크의 기를 죽이는 사람은 호크만이 아니었다.
쿠쿠쿠쿠! 쿠쿠쿠쿠!
실버스타가 착륙한 직후.
또 다른 우주선 1대가 관제탑의 유도를 받으며 비행장으로 들어섰다.
“뭐야? 저 우주선은? 대체 누가 타고 온 우주선이지?”
우주선을 목격한 아크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거대한 타원형 우주선의 크기는 무려 실버스타의 2배! 거기에 선체는 엄청난 두께의 장갑으로 뒤덮여 있었고, 거북이 등껍질 같은 상부에는 날카로운 돌기가 솟아올라 있었다.
놀랍게도 그 우주선에서 내리는 사람은 마리오!
“마리오?”
그 목소리에 마리오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직 뮤탈 상태인 아크를 확인하고 움찔하며 물러났다.
“아, 접니다. 아크. 이건 좀 사정이 있어서…….”
“아크 님? 아하! 믹스 업 부작용이군요.”
역시 정보에 밝은 마리오는 한 눈에 아크의 상태를 알아보았다.
아크가 뾰족한 발톱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끄덕였다.
“알아봐 주시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우와! 역시 아크 님이네요. 믹스 업은 아직 자세히 아는 유저도 적고, 알아도 연구시설과 연구원이 필요해서 직접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유저는 몇 명 없어요.”
아크도 얼마 전에야 알았다.
“그런 유저들 덕분에 가끔 경매장에 들리면 생체조직이 헐값에 나와있는 경우도 있죠. 후후후! 생체조직이 연구원의 스킬 등급을 올리는데 얼마나 좋은 지도 모르고. 사실 연구원이 초반에는 별 쓸모 없이 보이지만 연구 스킬이 올라가면 완전 사기캐릭이 돼버리거든요. 그래서 연구 스킬 숙련도를 많이 올릴 수 있는 생체조직은 엄청 비싸요. 실제로 믹스 업이 가능한 DNA 샘플을 채취할 수 있는 생체조직은 말할 것도 없죠. 그런 걸 그냥 몇 십 쿠퍼만 받고 상점에 팔거나, 헐값에 경매장에 내놓는 유저는 호구나 다름없죠.”
아크도 얼마 전까지는 그런 호구였다.
그동안 멋도 모르고 상점에 팔아버린 생체조직이 못해도 수십 개!
새삼 생체조직의 용도를 알게 되니 위염이 도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아크 님은 역시 영웅의 칭호를 받은 유저답네요. 사실 이런 건 전사들은 잘 모르는 정보인데. 하여간 확실히 보통이 넘는다니까.”
이 자식, 병 주고 약 준다.
“그거 직접 제조한 믹스 업 용액을 사용한 거 맞죠? 그럴 줄 알았어요. 생체 조직 가격이 올라 갈까봐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상인들은 아직 믹스 업 용액을 팔지 않고 모아두고 있거든요. 그런데 전사인 아크 님이 직접 믹스 업 제조까지 하다니. 그런 설비와 연구원까지 보유하고 있을 정도면 이번 임무에 데려온 부하들의 수준도 장난이 아니겠어요. 헤헤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아크 님 부하들은 어디 있어요?”
“아, 저기.”
아크가 앞발로 슬레이들을 가리켰다.
그러자 시선을 옮기던 마리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 저, 저 사람들이요?”
“네. 저 중 6명은 부하라기보다는 친구지만.”
“아…… 음…… 그렇군요.”
마리오가 약간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끄덕였다.
수상한 반응에 아크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마리오의 뒤로 한 중년 남자가 다가왔다.
“마리오 님. 팀원들을 모두 하선시켰습니다.”
시선을 돌린 아크의 입이 쩍 벌어졌다.
얼굴에 굵은 상처자국이 가득한 사내는 딱 보기에도 군인. 그것도 상당한 경험을 쌓은 베테랑 군으로 보였다. 그러나 아크가 놀란 이유는 그의 인상이 아닌 장비품 때문이었다.
로봇으로 착각할 정도로 두꺼운 아머, 거기에 등에는 에너지 계열의 무기보다 한 등급 높은 펄스 웨폰을 짊어지고 있었다. 못해도 레벨 100이상의 전사라는 뜻이다.
그런 전사는 중년 사내 1명만이 아니었다. 그의 뒤로는 마치 Ctrl+C로 찍어 붙이기를 한 것처럼 똑 같은 장비를 걸친 병사 30여 명이 자로 잰 듯한 대열을 갖추고 늘어서 있었다.
그야말로 엘리트 전사라는 느낌을 팍팍 풍기는 마리오의 팀원들!
그에 비해 아크의 팀원들은…….
“우와! 이게 하이브라는 곳이구나!”
“난 우주도 처음 나와봐.”
“역시 우주 개척지는 이스타나와는 수준이 다르군.”
“두리번거리지 마라. 나까지 창피해지잖아.”
“헹, 그런 너도 우주에 나온 건 처음이잖아. 괜히 있어 보이는 척 하지 말라고.”
슬레이와 카야들은 촌놈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그나마 나았다. 아직 우주선이 없어 개척지로 나와 본 경험은 없었지만 은하연방의 중심지, 이스타나에서 나름 이름을 날리던 유저들이다. 비록 촌놈처럼 두리번거리고 있지만 레벨이나 장비품은 마리오 팀원들 못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친위대원들은 사정이 달랐다.
현재 친위대원들의 레벨은 80~90. NPC치고는 낮은 레벨이 아니었다.
그러나 근검절약이 모토인 CEO를 둔 탓에 장비품은 아직 레벨 50대 입던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냥 레벨 50대의 허접 NPC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절반의 유저는 촌닭, 나머지 절반의 NPC는 허접!
마리오가 당황한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하…… 하하, 뭐 겉모습이야 중요한 게 아니죠. 아무리 좋은 장비품을 입고 있어도 실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소용없는 법이니까. 아크 님은 영웅 칭호를 받은 유저. 그런 분이 데려온 전사들이라면 분명 그만한 실력이 있겠죠. 안 그래, 트라이?”
“당연히 그렇겠죠.”
트라이라고 불린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크에게 한 걸음 다가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는 트라이라고 합니다. 마리오 님의 기업, 이스트의 경호부대를 맡고있죠. 아크 님의 명성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임무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지도편달 바랍니다.”
말투는 정중했지만 아크 팀원을 바라보는 눈가에는 비웃음이 번져있었다.
무시하는 거다! 없어 보인다고 무시하는 거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옷이라도 갈아 입혀서 데려오는 건데…….’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이름이 마리오라고 들었다.”
2명의 사내가 마리오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아크는 대번에 기분이 더러워졌다.
마리오에게 다가오는 사내는 발렌시아와 레피드.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몇 대의 우주선이 더 도착했는데, 그 중 하나에 타고 있었던 모양이다.
“제가 마리오인데요?”
“연방 본부에서 보니 아크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더군. 말해두지. 놈은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잘난 놈이 아니야. 벨타나에서 영웅 칭호를 받은 것은 우연한 행운의 결과일 뿐이다. 놈에게는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앞으로도 괜히 그 옆에서 얼쩡대다가는 불행한 사고를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충고를 해주려고 왔다.”
“네? 아니…… 그게…….”
마리오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눈치를 살폈다.
그때 마리오 앞에 있던 몬스터 1마리가 발렌시아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어라? 그건 내가 듣던 얘기와는 다른데? 아크가 벨타나의 영웅이 된 건 혼자 라마족 본거지를 알아내고 동료들과 함께 폭파시키는 공적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그 과정에서 어떤 놈이 치사하고 비열하게 아크의 공적을 가로채려다가 연방군에서 잘리고. 내가 듣기로는 그 놈의 이름이 발렌시아였던 거 같은데. 아, 그러고 보니 네 이름도 발렌시아였지? 그게 혹시 너 아니야? 그래서 괜히 찔리니까 치사하게 험담이나 하고 돌아다니는 거 아냐?”
“뭐라고?”
발렌시아의 얼굴이 팩 돌아갔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몬스터를 바라보며 물었다.
“뭐냐? 네놈은?”
“나? 나는…….”
아크가 본 모습으로 돌아간 건 그때였다.
기가 막힌 타이밍! 아크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크다! 이 치사하고 비열하게 아크의 공적을 가로채려다가 잘린 발렌시아 자식아.”
“네놈이 감히!”
발렌시아가 와락 얼굴을 구기며 광선검을 뽑아 들었다.
성격 나쁜 발렌시아의 반응은 아크도 예상했던 바! 아크 역시 번뜩이는 동작으로 광선검을 뽑아들었다. 아니, 뽑아들려던 순간 번뜩이는 속도로 둘 사이에 뛰어드는 그림자가 있었다.
파직! 파지지지—!
그와 함께 사방으로 터져 나가는 스파크!
“누구라도 신의 사자 님께 무례하게 군다면 용서하지 않겠다!”
발렌시아의 광선검을 받아낸 사람은 쿠산족 최강의 전사, 엘라인이었다.
엘라인의 등장에 발렌시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뭐냐, 네놈은?”
“나는 쿠산족의 엘라인! 아크 님을 섬기는…… 섬기는…… 우욱!”
엘라인이 식은땀을 흘리며 휘청거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비, 비켜! 우웨에에에엑!”
쩍 벌어진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바이트!
엘라인은 아직도 우주 멀미 증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상상도 못했던 공격(?)에 발렌시아가 화들짝 놀라 물러났지만 이미 오바이트의 절반 이상을 뒤집어 쓴 뒤였다. 얼굴과 장비품에 덕지덕지 붙은 찌꺼기(?)를 바라보던 발렌시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이 자식이 감히…… 죽여버리겠다!”
“그만하십시오!”
그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제복을 입은 병사들, 투란의 경비병들이었다.
“투란 내에서는 어떠한 전투 행위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만약 경고를 무시하고 전투 행위를 계속한다면 강제 추방하겠습니다. 그와 함께 조사단원 자격도 박탈당하게 될 것입니다.”
“발렌시아 경.”
묵묵히 서있던 레피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 발렌시아가 이를 갈아붙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내 충고를 귀담아 듣는 게 좋을 겁니다.”
그리고 마리오를 향해 툭 뱉듯이 말하고는 빙글 몸을 돌려 자신의 팀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마리오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다가 아크를 돌아보았다.
“에…… 그러니까…… 그럼 저는 다른 분들과 인사를 해야하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이건 멀미약입니다. 저 친구에게 먹이면 며칠은 끄떡없을 거예요. 그럼 저는 이만.”
그리고 멀미약을 쥐어주고 얼른 다른 단원들에게 달려갔다.
괜히 불똥을 맞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사, 사자 님.”
“됐으니까 넌 이거나 먹고 누워있어.”
아크는 엘라인에게 멀미약을 던져주고 발렌시아와 레피드를 바라보았다.
둘은 그 뒤로도 단원들을 만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때마다 단원들이 아크를 힐끔거리는 걸 보면 아마도 마리오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식으로 조사단 내에서 아크를 고립시켜 놓으려는 수작이리라.
물론 현재 조사단은 군부파와 내정파, 두 부류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임무는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우주 개척지에서 한 달이나 계속 된다.
그 사이에 단원들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두 부류로 나뉘었다고는 하지만 단원들이 귀족들처럼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군부파라도 이해관계에 따라 내정파와 손잡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시작부터 2명의 단원에게 철저하게 마크 당하는 아크.
군부파 유저라도 쉽게 다가서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아크가 팀원들을 돌아보며 한숨을 불어냈다.
‘내가 이번 임무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
슬레이와 사다인 일행, 거기에 비교적 레벨이 높은 친위대원들!
아크는 이 정도 전력이면 어디서든 꿀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속속 도착하는 단원들과 함께 광장으로 들어서는 병력을 보자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나 같이 마리오와 대등한. 아니, 그 이상의 전력을 가지고 있는 팀원들. 그들에게 충고를 빙자한 협박을 하며 돌아다니는 발렌시아와 레피드 역시 상당한 수준의 팀원을 거느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계약금 3,000골드는 바로 이런 준비를 하라는 의미에서 준 것이리라.
그러나 아크가 사용한 금액은 슬레이들에게 지불한 900골드.
투자의 차이가 전력의 차이로 드러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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