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4)
아크 더 레전드-24화(24/875)
[24] SPACE 8. 스케빈저 (5)늪지보행술로 단숨에 거리를 좁힌 아크는 놈의 뒤통수에 쑤셔 박듯이 총구를 들이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리볼버의 실린더가 빠르게 회전하며 탄환을 쏟아 내었다. 뒤통수에 헤드샷을 맞은 데브리가 휘청거렸지만 그것도 잠시.
-쿠오오오오오!
거대화된 데브리가 거칠게 몸을 돌리며 검날을 휘둘렀다.
몸집만큼이나 커진 검날!
아크가 황급히 물러났지만 옆구리가 갈라지며 피가 솟구쳤다. 아크가 신음을 터뜨리며 옆구리를 움켜잡자 이번에는 위에서 검날이 떨어졌다.
‘무지막지한 공격력! 제대로 맞으면 죽는다!’
다급해진 아크는 리볼버와 단검을 X 자로 교차시켜 검날을 받아 냈다.
그게 실수였다.
상대는 5미터 크기의 기계 생명체.
양팔을 사용했다고는 하나 그런 거대한 데브리의 검을 정면으로 받자 어깨와 허리가 끊어질 듯한 충격이 전해졌다. 거기에 데브리가 반대쪽 검날까지 내리찍자 아크는 늪지에 처박히듯이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그래도 검날을 막아 세운 방어 자세는 풀어지지 않았지만…….
‘크윽! 비, 빌어먹을! 우, 움직일 수가!’
2개의 검날이 짓눌린 아크는 숨 쉬는 것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하물며 그 무지막지한 하중을 밀어내고 탈출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레벨 36…… 레벨 38…… 레벨 40…….
그 와중에도 컨테이너에서 떨어지는 금속 부품은 계속 데브리에게 흡수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데브리의 몸집도, 내리 눌러지는 하중도 더욱 커져 갔다.
‘틀렸다. 여기까지인가…….’
아크의 얼굴에 절망감이 떠올랐을 때였다.
퉁-! 퍼퍼퍼펑!
육중한 울림과 함께 데브리의 머리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충격을 받은 데브리가 휘청거리자 몸을 짓누르던 압력이 일시에 사라졌다. 아크는 헛바람을 들이켜며 몸을 굴려 물러나 굉음이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늪지 저편에서 한 무리의 전사들을 발견한 건 그때였다.
“이번이 두 번째다.”
선두에서 시거를 질겅거리며 웃는 털북숭이는 클렘!
“클렘 대장이다! 어택커들이 돌아왔다!”
그들이 나타나자 트럭 뒤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헥스와 스케빈저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클렘이 그런 스케빈저들을 바라보다가 씨익 웃으며 몸을 돌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군. 수고했다, 애송이. 이제 좀 쉬고 있어.”
* SPACE 9. 인베이더 (1)
-《Gear》 토리의 철공소.
작은 나사에서 이따만 한 우주선까지! 모든 발주 주문 제작!
“사흘 만인가?”
아크가 감회 어린 눈으로 번쩍이는 간판을 바라보았다.
네팔림에 처음 들어왔던 날, 별생각 없이 들렀던 이곳에서 흉악한 햄스터에게 속아 고물상과 스폰서 가계약을 맺은 것도 모자라 용병부대에 팔려 갔던 게 사흘 전이었다.
‘그때는 돌아오자마자 그 빌어먹을 햄스터의 대가리에 총알부터 박아 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처음 클렘에게 끌려갈 때는 마치 인신매매를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까지 경험해 본 실버핸드는 의외로 괜찮은 용병부대였다. 대장인 클렘은 험악한 외모와 달리 부대원들을 꼼꼼히 살펴 주었고, 용병부대치고는 NPC 부대원들도 친절한 편이었다.
유일한 불만 사항은 박봉이라는 점.
아마도 클렘이 일꾼을 구하기 힘들었던 게 그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나 얼마 전의 사건으로 그런 유일한 불만 사항도 말끔하게 해결되었다.
“흠, 비록 데브리라고는 하지만 혼자서 성체를 2마리나 쓰러뜨리다니, 애송이 주제에 제법이야. 뭐 그래도 아직 실버핸드의 어택커에 들어올 실력은 안 되지만…… 네가 아니었다면 사흘 동안 모은 부품을 모두 잃을 뻔했다. 우리의 실수를 네가 해결해 주었으니 그만한 대우를 해 주는 게 합당하지. 다음 사냥부터는 너도 어택커에 넣어 주겠다. 어이, 어택커! 이 애송이가 어택커에 들어오는 데 불만 있는 놈 있나?”
“없습니다!”
“좋아. 그럼 다음 사냥부터는 아크도 어택커다!”
“예이예이! 써!”
이렇게 어택커로 승격된 것이다.
뭐, 아크를 노리던(?) 헥스는 시무룩해졌지만 아크로서는 바라 마지않던 일이었다.
어택커는 스케빈저가 받는 보수의 두 배. 5%의 배당을 받는다. 몰이사냥으로 모은 엄청난 양의 금속 부품 가운데 5%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덤으로 막대한 경험치까지!
아크가 데브리 출현 사건으로 얻은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새로운 스킬(직업 공통☆)을 익혔습니다.
근접사격술(유저, 패시브) : 갤럭시안에서 사격술은 필수이자 기초에 속하는 기술입니다.
갤럭시안에는 로켓포 같은 대형 화기를 다루는 것에서부터 장거리 저격용 라이플, 지근거리 화력을 중시하는 샷건, 돌격용 소총 어설트라이플, 연사력에 집중한 SMG(서브머신건), 휴대가 간편한 핸드건 등 다양한 총기가 존재합니다. 이런 다양한 무기의 성능을 100% 이끌어 내는 방법을 체득하는 것은 개척지에서의 생존 확률을 올려 줄 것입니다.
《근접사격 시 적중률은 5% 떨어지지만 공격력이 10% 올라갑니다.》
데브리와의 전투에서 깨달은 사격술은 곧바로 스킬로 등록되었다. 뭐, 사격술이야 언젠가는 생기게 되어 있는 스킬이니 딱히 대단할 것도 없지만.
“게다가…….”
아크가 흐뭇한 표정으로 묵직한 가방을 바라보았다.
사흘 동안 실버핸드가 모은 금속 부품은 약 2,500개. 원래 스케빈저로 일한 아크의 몫은 그중 2%. 50개였다. 그러나 지금 아크의 가방에 들어 있는 금속 부품은 550개!
데브리의 출현으로 모두 잃을 뻔한 부품을 지켜낸 공을 인정받아 20%의 성과금을 독식한 덕분이었다.
사흘 동안 늪지를 박박 기어 다닌 보람을 느끼고도 남을 정도! 일이 이렇게 되니 토리의 대가리에 총알을 박아 넣을 수도 없게 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고맙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았다.
용병부대에서 이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100% 아크의 노력 덕분. 망할 햄스터는 진심으로 팔아먹었을 뿐이다. 게다가 사탕발림에 속아서 해지에 200골드나 필요한 가계약을 맺은 것까지 생각하면…….
‘대가리에 총알까지는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그 두툼한 아랫배를 걷어차 주겠어! 하지만 그것도 해킹 스킬을 배우고 가계약을 해지한 다음이다. 그때까지는 참는 게 좋겠지. 뭐 이제 어택커가 됐으니 그때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아크가 신 나게 햄스터의 배를 걷어차는 장면을 상상하며 기어로 들어설 때였다.
-치명타! 불의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갑자기 옆구리가 뜨끔하며 붉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헉! 이, 이게 뭐야?”
화들짝 놀란 아크가 피에 물든 옆구리를 움켜쥐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바로 옆에서 시커먼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와 아크를 고물상 안으로 밀어붙였다.
다짜고짜 칼침을 맞고 떠밀려 고물상 안으로 넘어진 아크가 고개를 들어 올리다가 움찔했다.
“너, 너는…….”
“말했지?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마일드!”
시뻘건 눈으로 아크를 노려보는 사내는 마일드.
바로 광장에서 아크와 시비를 붙었다가 경비 안드로이드에게 끌려갔던 양아치 두목이었다.
마일드가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사시미(?)를 흔들어 대며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개자식! 그동안 내가 얼마나 네놈을 찾아다녔는지 알아?”
“크윽, 이, 이 새끼 너…… 제정신이냐? 여기는 도시 안이야. 네가 무슨 짓을…….”
“도시? 훗, 그딴 걸 일일이 신경 쓰면서 건달 짓을 해 먹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어차피 도시 안이든 밖이든 PK 하면 카오틱이 되는 건 마찬가지. 달라질 것도 없어. 너 같은 놈에게 당하고 그냥 물러날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설사 징역을 먹게 되더라도 네놈만큼은 그냥 두지 않겠어.”
“손님? 손님이십니까?”
그때 고물상 안에서 토리가 뻗친 털을 긁적이며 걸어 나왔다. 그러다가 옆구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아크를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아크? 그리고…… 피? 뭐, 뭐야?”
“아는 사이냐?”
마일드가 섬뜩한 눈으로 토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크와 마일드 패거리를 번갈아 보던 토리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요! 모, 모릅니다! 전혀 모르는 사이입니다!”
“그럼 참견하지 말고 꺼져 있어!”
“네! 네!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너무 어지럽히지만 말고 얼른 해치우고 가 주세요!”
토리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눈썹이 휘날리게 들어갔다.
‘저런 망할 햄스터 자식이……!’
아크가 이를 갈아붙이며 의리라고는 코딱지만큼도 없는 망할 햄스터의 뒤통수를 노려보고 있을 때였다.
“뭣보다 지금이 절호의 찬스지. 그동안 우리는 네팔림 문 앞에서 네놈을 기다렸다. 도시를 나가든 들어오든 문을 지날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방금 전에 문 근처에서 네놈을 발견했지. 그런데 이곳까지 따라온 이유가 뭔지 알아? 네놈, 아직 페어리에 등록하지 않았지?”
마일드의 말에 아크가 움찔했다.
그 말대로 아크는 네팔림에 돌아와서 아직 페어리에 등록하지 않았다. 일단 도시 안에 들어왔으니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를 피해 다니느라 꽤 오랫동안 사냥터에 나가 있었던 모양이더군. 경험치도 꽤 모았겠지? 하지만 페어리에 등록하기 전에 죽으면 그것도 말짱 도루묵이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마일드 패거리 때문에 사흘이나 나가 있었던 게 아니다. 아니, 사실 아크는 방금 전까지 마일드 패거리 따위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사흘 동안 스케빈저로 일한 아크는 경험치도 거의 못 먹었다. 데브리 2마리를 쓰러뜨리고 레벨이 올랐지만 그 역시 그리 많은 경험치는 아니었다.
뭐 그렇다고 죽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래서 네놈이 인적이 드문 곳에 올 때까지 기다렸지. 이곳이라면 적어도 네놈이 죽기 전에 경비 안드로이드가 찾아오는 일은 없을 거다. 누군가 신고해도 경비 안드로이드가 도착하기 전에 네놈을 발라 버릴 시간은 충분하지.”
마일드가 사시미를 흔들어 대며 한 걸음 다가섰다.
그러자 아크를 포위하듯 둘러싼 4명의 졸개도 다가왔다.
사시미를 들고 다가서는 5명의 양아치 패거리!
이에 아크는…….
“하아, 정말이지 질리지도 않는 놈들이군. 도시 안이든 밖이든 상관없다고? 네놈들이 막가파냐? 대가리가 있으면 생각이라는 걸 좀 해 봐라. 나 하나 죽이자고 5명이 카오틱이 돼?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소리냐? 카오틱이 되면 감방에서 며칠을 썩어야 하는 줄 몰라? 게다가 벌금은 또 어떻고? 아무리 생각해도 손해잖아.”
“까불지 마라. 네놈이 나에게 한 짓을 벌써 잊은 건 아니겠지? 네놈 때문에 나는 2시간이나 갇혀 있었고 이미 벌금도 30골드나 뜯겼어. 아니, 그딴 푼돈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네놈은 상대를 잘못 건드렸어. 한 번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두 번이든 세 번이든 도시든 사냥터든 네놈이 게임을 접을 때까지 몇 번이라도 죽여 주마.”
“해보시지.”
그때 뒤에서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리던 마일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뭐, 뭐야? 이놈들은…….”
“어린놈의 새끼가 싸가지가 없군. 어른에게 놈이라니.”
시거로 담배 연기를 뿜어 올리며 대답하는 사람은 바로 실버핸드의 대장 클렘! 그리고 클렘의 뒤로 15명의 어택커가 장총으로 마일드 패거리를 겨누고 있었다.
불의의 기습에도 아크가 태연했던 이유가 바로 이들 때문이었다. 새삼스럽지만 아직 아크는 실버핸드를 그만둔 게 아니었다. 사흘의 사냥으로 컨테이너에 꽉 채운 금속 부품을 정리하고 보급품을 보충하기 위해 네팔림으로 돌아온 실버핸드와 함께 돌아왔을 뿐이다.
그리고 클렘이 나쿠마 처리를 보고하고 연방정부에 보조금을 신청하는 동안 아크는 토리에게 금속 부품을 주고 해킹 기술을 배우기 위해 먼저 와 있었던 것이다.
어차피 클렘 역시 부서진 컨테이너 수리와 보급품 조달을 위해 고물상에 들러야 하니까.
마일드 패거리는 날을 잘못 잡은 것이다.
“그 녀석은 우리 부대원인데 말이야. 특히 내가 아끼는.”
클렘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마일드를 바라보며 시거 연기를 뿜었다. 그리고 슬쩍 아크를 바라보았다.
“어이, 애송이, 먼저 찔렸냐?”
“그렇게 됐네요.”
아크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갤럭시안도 기본적으로는 다른 온라인 게임과 같은 룰이 적용되는 게임이다.
다시 말해 먼저 공격을 당할 경우, 상대를 죽여도 카오틱이 되지는 않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이 아크를 공격했을 때부터 마일드 패거리의 이름은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클렘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당방위로군.”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동시에 15명의 어택커가 일제히 장총을 장전했다.
15개의 장총이다. 사시미를 든 마일드 패거리의 얼굴에 절망의 빛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15개의 장총이 불을 뿜으려는 찰나!
“잠깐만요.”
잠시 머리를 굴리던 아크가 손을 들어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허옇게 질린 얼굴로 식은땀을 뚝뚝 흘리는 마일드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솔직히 나도 일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너희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은 없어. 하지만 갤럭시안을 하는 내내 너희를 경계하며 지내고 싶지는 않아. 그러니 그냥 이쯤에서 화해하는 게 어때? 물론 그냥 화해해 달라는 건 아니야. 왜인지는 모르지만 넌 전부터 내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갖고 싶어 했지? 아직도 그 장난감을 갖고 싶냐?”
“그건…… 그렇다.”
마일드의 대답에 아크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러나 겉으로는 짐짓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대체 왜 그런 장난감이 갖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싼값에 넘겨주지. 그걸로 지금까지의 악연을 정리하고 두 번 다시 참견하지 않는 건 어때?”
“싼값이라는 게…… 얼마냐?”
“60골드.”
“뭐? 6, 60골드? 지금 날 놀리는 거냐?”
“어라? 내가 전에 말했을 텐데? 그거 원래 100골드짜리라고. 거기에서 네가 받으려고 했던 10골드를 제하고, 또 나 때문에 30골드의 벌금을 물었다니 그것도 제해 준 거야. 네가 손해 본 거 다 제하고 준다는데 그게 싼값이 아니면 뭐냐?”
“하, 하지만…….”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걸? 뭐가 이득인지.”
아크가 울컥한 표정으로 대꾸하는 마일드의 말을 끊으며 말을 이었다.
“여긴 개척지야. 공짜로 살아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한 번 죽으면 부활하는 데 최소 20골드. 다섯이면 100골드지. 게다가 저기 보이지? 너희들은 복수하겠다고 떠들어 대지만 난 이미 저 용병부대의 일원이야. 정말 너희들이 나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결국 너희들만 억울하게 죽을 뿐이야. 그럴 바에는 차라리 60골드로 서로 맘 상하지 않게 정리하는 게 좋지 않겠어? 원하던 장난감도 얻고 말이야.”
“그, 그건…….”
마일드가 이를 뿌득뿌득 갈아붙이며 아크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아크는 알고 있었다.
마일드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이놈은 분명 장난감 속에 뭔가 숨겨져 있다는 걸 알고 있어.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떻게든 얻고 싶을 거야. 게다가 지금은 내 제안을 거절하면 사망 페널티로 100골드가 날아간다. 선택의 여지가 없단 말이야.’
“조, 좋다. 그 정도로 봐주지.”
아니나 다를까, 고민하던 마일드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60골드를 내주고 장난감을 받아 챙겨 도망치듯 고물상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마일드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미 장난감 속의 메모리 칩은 아크가 꺼냈다는 것을.
아마도 머지않아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또다시 사시미를 품고 아크를 찾아다니겠지만…….
“알 게 뭐야, 그따위 양아치 자식들.”
아크가 60골드를 짤랑거리며 씨익 웃었다.
느닷없이 칼침에 맞고 넘어져도 절대 그냥 일어나는 법이 없는 아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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