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40)
아크 더 레전드-240화(240/875)
[240] SPACE 6 임펠투스 (2)그녀를 위 아래로 훑던 사다인과 파크의 입술이 비틀어졌다.
“이, 이 자식들이 정말! 섬세한 소녀 감성의 처녀를 뭘로 보는 거야? 리액션 제대로 못해? 뒈지고 싶냐? 몽땅 멍멍이로 만들어 보신탕을 끓여 먹어버려 줘? 앙?”
섬세한 소녀 감성의 처녀가 살기 어린 눈으로 네 사내를 노려보았다.
보다 못한 멜리나가 카야의 팔을 잡았다.
“언니, 그만하세요.”
“그래, 제발 좀 그만해라.”
아크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한숨을 불었다.
이스타나에서 투란까지 워프 항해하는데 걸린 시간은 15시간.
NPC들은 달리 방법이 없지만 유저는 굳이 그 시간을 멍하니 우주선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아크는 당연히 슬레이와 카야, 쿠라칸 등 7명의 유저들도 자기처럼 캐릭터를 수면 캡슐에 넣어두고 밖의 볼 일을 보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 사이에 볼 일을 보러 나간 유저는 멜리나뿐, 나머지 6명은 내내 선실에 모여있었다고 한다.
‘20대 혈기왕성한 나이에 15시간이나 딱히 할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들어와 앉아있는 청춘이라니…….’
대한민국 게이머들의 암울한 현실이었다.
한창 러브러브인 아크로서는 동정을 금치 못할 일이었지만, 그들은 그들대로 나름 유익한 시간을 보냈던 모양이다. 선실에 둘러앉아 카드놀이도 하고 진실게임도 하면서, 동아리 MT를 온 것처럼 화기애애하게. 덕분에 S-20에 처음 모였을 때는 서먹하던 슬레이 파티와 카야 파티는 투란에 도착할 때쯤에는 부쩍 가까워져있었다.
……너무 가까워져서 문제였다.
그 뒤로 슬레이들은 틈만 나면 이렇게 모여서 와글와글.
정신 사나워서 뭔가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하기도 힘들 없을 정도였다.
뭐 그게 싫다는 건 아니다. 이전 게임에서도 그랬지만 갤럭시안에서도 아크는 혼자 다닐 때가 많았다. 뚜렷한 목적이 있고, 그 목적에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에이전트까지 차려놨지만 본래 아크의 속성은 독불장군. 파티보다는 솔로잉 플레이가 적성에 맞았다.
그러나 그건 모험과 전투를 할 때의 얘기.
지금처럼 몇 시간을 그냥 보내야 할 때는 심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때를 생각하면 이런 소란스러움도 딱히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 그만들하고 집중해.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아크가 창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실버스타의 앞에는 떠있는 거대한 자색 혹성!
-[O-5440 임펠투스]
우주 개척지의 남반부에 속한 하스탈 성좌에 속해있는 혹성.
그동안 1차 조사단이 하르마돈 성좌의 혹성들을 조사한 결과, 우주공간에 붉은 빛을 쏘아 올렸던 지점에서 일반적으로는 보기 힘든 특수한 광물을 몇 가지 찾아냈다.
그 중 하나가 브라흐만타이트라는 광물이다. 은하연방의 데이터베이스에 의하면 현재까지 브라흐만타이트의 존재가 보고된 혹성은 30여 개. 그 중 은하 3국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 혹성은 6개다. 만약 ‘X(마법진을 만든 의문의 집단)’가 은하 3국과 관련이 없다면 이 6개 혹성 중 하나에서 브라흐만타이트를 채취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메모리를 받은 단원은 임펠투스로 이동, ‘X’의 흔적을 조사하라. 만약 ‘X’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면 브라흐만타이트 광석을 입수하라. 임무 기간은 이틀, 성과를 얻지 못해도 이틀 뒤까지 투란으로 귀환하라.
이게 호크에게 받은 메모리에 들어있던 내용.
-《어둠의 전조(개척 퀘스트)》
+서브 퀘스트: 은하연방의 조사단 창설→임펠투스 조사
당신은 투란에서 조사단과 합류해 단장 호크에게 새로운 임무를 하달 받았습니다.
1차 조사단이 찾아낸 특수 광물 중 하나인 브라흐만타이트의 존재가 보고된 혹성 임펠투스를 조사해 X라고 명명된 조직의 흔적을 찾는 것이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는 은하연방의 연구소에서 요청한 브라흐만타이트의 샘플을 입수하는 것입니다. 임무 기간은 이틀. 임무를 완수하고 투란으로 돌아가면 성과에 따라 공적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공적치는 조사단의 계약이 만료되면 합산하여 순위에 따라 보상이 결정됩니다.
※난이도: B
메시지 출력과 함께 조사단 퀘스트가 갱신되었다.
이스타나에서 투란까지는 꼬박 하루가 걸렸지만, 임펠투스는 투란과 같은 우주 개척지에 속해있는 혹성이다. 뭐 그래도 수만 광년, 빛의 속도로 날아가도 수만 년이나 걸리는 거리였다. 그러나 이차원 포탈 기술을 이용한 워프 항법을 이용하면 불과 1시간!
슬레이들이 잡담을 나누는 사이에 도착할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오오, 여기가 임펠투스인가?”
“예쁘네요. 자주색으로 빛나는 게 꼭 보석 같아요.”
“방심하면 안 돼. 원래 예쁜 것일수록 위험한 법이야. 버섯도 예쁜 건 독버섯이고, 여자도 예쁠수록 위험한 법이지. 예쁜 것도 모자라 강하기까지 한 나처럼.”
“……훗!”
카야의 마지막 말에 슬레이와 그레온, 사다인과 파크가 또 다시 입술을 치켜올렸다.
카야가 발끈하는 표정을 짓자 아크가 얼른 끼어 들었다.
“나도 카야 말에 동감이야.”
“어? 그렇지? 역시 대장이야. 저 놈들하고는 보는 눈이 다르다니까.”
그러나 아크가 동감을 표한 부분은 카야의 자기 PR부분이 아니었다.
아크가 인정한 것은 임펠투스가 위험해 보인다는 말. 소용돌이치는 자색 구름 사이로 쉴새 없이 뇌전이 번뜩이는 임펠투스는 아크가 보기에도 위험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아크는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그래봐야 시끄러워지기만 할 테니까.
‘정말 이 녀석들을 데려온 게 잘한 짓인지 모르겠군.’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크에덴의 직원들을 제외하면 아는 사람이라고는 달랑 이들뿐이니까.
그리고 성격은 어쨌든 전투력은 나름 믿을 만한 유저들이었다. 그때 아크의 대답에 우쭐해하던 카야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이제 어쩔 거야?”
“어쩌다니?”
“설마 무턱대고 혹성에 들어가 뒤질 생각은 아니겠지?”
“물론 아니지.”
아크가 씨익 웃으며 헤겔을 돌아보았다.
“헤겔, 시작해라.”
“네, 형님! 광학 스캐너 투하!”
이어 헤겔이 빠르게 계기판을 조작했을 때였다.
실버스타의 외부 도어가 개방되며 수십 개의 금속 구체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우주공간에 머물러 있다가 사방으로 퍼지며 엄청난 속도로 임펠투스를 향해 날아갔다.
아크가 실버스타를 타고 처음으로 모험한 혹성이 라쿤카.
새삼스럽지만 아크는 그 모험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아직 정보가 확실하지 않은 혹성에 무턱대고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라쿤카에서는 그 때문에 뮤탈이 쏘아 올리는 빛에 맞아 격추될 뻔하지 않았던가. 또한 그때는 자낙스가 표식을 남겨둔다고 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다른 혹성의 경우, 무턱대고 들어가 뭔가를 찾는다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는 짓!
‘이번 임무의 핵심은 조사! 물론 그 과정에서 전투도 하게 되겠지만 주요 임무는 조사다. 마법진이든 반물질이든 남들보다 먼저 정보를 얻는 사람이 주도권을 쥐게 되어있어.’
아크가 유저 용병을 6명만 고용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이번 임무는 합동 미션-투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으로 진행된다.
‘레피드나 발렌시아가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대놓고 아군을 공격하지는 못할 터. 라마족이나 아슐라트의 첩보대와 전투가 벌어진다 해도 다른 단원들이 함께 있으니 용병 1~2명 더 늘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그렇다면 용병보다 조사에 도움이 되는 장비품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 그게 이번 임무에도 더 적합하고, 설사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해도 용병은 1회용으로 끝나지만 장비품은 일단 구비해두면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으니까.’
그런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그렇다. 아크가 용병 고용에 900골드만 사용한 것은 2,100골드를 남겨 먹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나머지 2,100골드는 바로 이를 위해 투자한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광학 스캐너!
-광학 스캐너(우주선용 추가 장비)
아이템 타입: 조사용 장비
자가 동력으로 대기권 내에서 광자 이동이 가능하게 설계된 소형 유닛입니다.
각종 에너지를 감지하는 장치가 탑재된 광학 스캐너를 이용하면 직접 돌아다니지 않아도 목표 지점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광학 스캐너는 우주 개척지의 혹성 조사에 많이 사용됩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스텔스 상태로 숨어있는 적을 찾아내거나, 대기의 광자 분포량을 파악해 광자 이동한 기체를 추적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조사 범위와 속도는 유닛의 숫자, 그리고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개척지를 모험하는 우주선에는 필수 장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닛 수: 15
여기에 투자한 돈이 무려 1,300골드!
그것도 부품을 공수해 연구소에서 토리가 직접 제작해 1,300골드다. 일반 시중에서 판매하는 광학 스캐너는 유닛 하나에 100골드. 15개면 1,500골드나 줘야하는 것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토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확실하게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건 헤겔 역시 마찬가지!
“광학 스캐너가 임펠투스의 대기권에 진입했습니다. 유닛을 탐색 모드로 전환하겠습니다. 현재 탐색 작업을 진행 중. 아! 13, 14 유닛이 임펠투스 북반부에서 에너지 왜곡을 감지했습니다. 목표 지점으로 유닛 5기를 추가 배치하겠습니다.”
헤겔이 모니터에 떠오른 정체불명의 숫자와 그래프 따위를 보며 보고했다.
광학 스캐너는 유닛 수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람의 역할도 중요했다. 그리고 헤겔은 실버핸드의 헥스에게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스케빈저!
“후후후! 이 정도면 이제 어디에 내놔도 밥값을 할걸세.”
이게 헥스의 평가였다.
이번 임무에 헤겔을 포함시킨 게 이 때문이었다.
“오오! 뭐야? 저 녀석, 그냥 머리만 커다란 외계인이 아니었잖아?”
카야가 헤겔의 맨들맨들한 머리통을 문질러대며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카야! 방해하지마!”
아크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소리쳤을 때였다.
정신 없이 계기판을 조작하던 헤겔이 퍼뜩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형님! 좌표가 잡혔습니다. X-342에서 352. Y-20에서 30. 약 5킬로미터 범위 내에서 에너지 왜곡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감지되는 파장의 형태로 봤을 때 해당 지점에 인공 시설물이 존재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잡혔구나!’
아크의 입 꼬리가 치켜져 올라갔다.
호크가 준 정보에 의하면 임펠투스는 무인혹성이었다.
브라흐만타이트가 확인된 적이 있지만 이 광물은 경제성이 그리 높지 않았다. 때문에 아직까지 누구도 광물 채취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 혹성에 인공 시설물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만약 그게 ‘X’가 브라흐만타이트를 채광하기 위해 만든 시설물이라면…….
‘X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위치를 파악했으니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밀란! 엔진을 가동시켜라! 헤겔이 말한 좌표로 이동해 임펠투스로 진입한다!”
아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힘차게 소리쳤다.
동시에 실버스타가 빛을 뿜으며 임펠투스를 향해 돌진했다.
* * *
쿠릉! 쿠릉! 쿠쿠쿠쿠!
마치 송곳처럼 뾰족한 암산이 빈틈없이 대지를 뒤덮고 있었다.
그 위에서는 자주색 구름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서로 몸을 비벼댔고, 그럴 때마다 시퍼런 뇌전이 굉음을 일으키며 암산의 봉우리를 직격 했다. 메아리치는 대지의 울림이 마치 귀신의 흐느낌처럼 섬뜩하게 들려왔다.
지옥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살 떨리는 풍경.
그런 풍경 속으로 매끈한 유선형의 은빛 기체가 날아 들어왔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흠…….”
기체 내부에서 아크가 팔짱을 낀 자세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창 밖으로 보이는 살벌한 풍경의 혹성은 임펠투스. 은빛 기체는 방금 전 광학 스캐너가 탐지한 에너지 왜곡 현상이 일어나는 장소로 진입해 들어온 실버스타였다.
에너지 왜곡 현상이 일어난 곳은 이 주변 5킬로미터 범위.
실버스타를 타고 일대를 수색해봤지만 인공 시설물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크는 실망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의욕이 샘솟았다. 감지는 되는데 보이지는 않는다. 그건 숨겨져 있다는 뜻. 그리고 이처럼 개척자의 발길이 닿지 않는 혹성에서 일부러 시설물을 숨겨놨다면 뭔가 구린 짓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X의 시설물일 확률이 점점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접 내려가서 찾아볼 수밖에 없다는 말이겠지.”
“하지만 착륙할 만한 장소도 없잖아.”
“꼭 착륙할 필요는 없지.”
슬레이의 질문에 아크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슬레이의 말대로 지금 아크가 내려다보는 임펠투스에는 실버스타가 착륙할 만한 장소가 없었다. 임펠투스의 지표는 마치 고슴도치처럼 날카롭게 솟아있는 암산이 빈틈 없이 들어차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크는 이미 이런 상황도 예측하고 있었다.
그래서 준비했다.
추가 장착 장비품 제 2탄!
“밀란. 실버스타를 현재 위치에 고정시킨다. 그리고 강하 장치를 작동시켜라!”
“알겠습니다! 강하 장치 작동!”
밀란이 큰 목소리로 대답했을 때였다.
실버스타의 하부 도어가 개방되며 돌돌돌, 돌돌돌, 돌돌돌…… 굵은 밧줄을 내려뜨리기 시작했다. 잔뜩 기대하는 눈으로 지켜보던 슬레이가 아크를 돌아보며 물었다.
“저게 강하 장치?”
“응, 강하 장치. 어쨌든 내려가는데는 지장 없잖아.”
솔직히 아크도 기왕이면 좀 더 폼나는 장비를 달고 싶었다.
그러나 아크가 무슨 재벌 집 사위도 아니고-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돈이 무한대로 샘솟을 리가 없다. 조사단의 계약금이나 하마드란, 그 사이에 이래저래 돈이 제법 들어왔지만 앞으로 나갈 돈도 산더미. 고작 이딴 장치에 돈을 쏟아 부을 때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슬레이에게 대답한 것처럼 내려나가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이 장치의 단점은 하나.
‘좀 식겁 하기는 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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