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41)
아크 더 레전드-241화(241/875)
[241] SPACE 6 임펠투스 (3)아크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현재 실버스타의 고도는 약 50여 미터. 지상까지 연결된 것은 달랑 밧줄 하나. 까마득한 높이에 대롱대롱 매달린 밧줄을 보니 아크조차 선뜻 몸을 맡기기가 주저될 정도였다. 그건 다른 팀원들 역시 마찬가지. 특히 멜리나는 얼굴에 핏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제가! 제가 먼저 내려가겠습니다!”
그때 앞으로 나선 사람이 바로 쿠산족 최강 전사 엘라인이었다.
그러나 엘라인이 남다른 용기의 소유자라서가 아니었다.
“머, 먼저 가게 해주십시오!”
“아니, 잠깐! 너는…….”
“죄송합니다! 여, 여기서는 더 못 버티겠습니다! 우욱!”
엘라인은 아크가 말릴 새도 없이 밧줄을 움켜쥐고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야말로 미끄러지는 듯한 속도로 하강,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오바이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엘라인이 1착으로 뛰어내린 이유가 바로 이것! 마리오에게 받은 멀미약,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엘라인의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헉! 크어어억! 수, 숨이! 우욱!”
오바이트를 뿜어내던 엘라인이 이번에는 가슴을 부여잡고 허우적거렸다.
당연한 결과였다. 헤겔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임펠투스의 대기는 유독가스의 농도가 높았다. 물론 외계 저항력을 높여주는 신체코팅을 받은 사람에게는 이런 유독가스도 문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엘라인은 신체코팅이 뭔지도 모르는 라쿤카 촌놈! 라쿤카에서는 최강의 전사일지 몰라도 우주에서는 아직 신체코팅도 받지 못한 애송이인 것이다.
그러나 아크는 바빴다.
그래서 투란으로 출발할 때까지 잊고 있었다.
엘라인이 우주선에서는 앓아 눕고, 외계 혹성에서는 허우적거리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대로 놔두면 임펠투스의 유령이 되고 말리라. 엘라인은 레벨 150대의 전사. 기껏 그런 전사를 영입했는데 써먹어 보지도 못하고 죽일 수는 없다.
“……정말 가지가지 하는군.”
아크가 밧줄을 움켜쥐고 빠르게 내려갔다.
그리고 헐떡이는 엘라인에게 생명 유지 장치를 씌워주며 혀를 찼다.
“한 가지만 하자. 응?”
“죄, 죄송합니다.”
엘라인이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엘라인의 뻘 짓은 도움이 되었다.
“좋아! 나도 간다!”
“다음은 나다!”
엘라인의 용기(?)에 감명 받은 팀원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밧줄을 타고 내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아크의 뒤를 이어 사다인과 파크, 카야. 다음은 쿠라칸과 베라드, 쿠파, 헤드로, 칼리벤, 친위대원들이 내려섰고, 슬레이와 그레온도 뒤이어 착지했다.
착착 진행되던 강하 작전에 제동이 걸린 것은 그 다음이었다.
“아우! 아우! 아우!”
자기 차례가 돌아오자 멜리나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허둥거렸다.
그러나 현재 아크 파티에 힐러는 그녀 하나.
“괜찮아요! 별 일 없을 거예요!”
“높아 보여도 막상 내려오면 금방 이예요!”
“서두를 것 없어! 천천히 내려오면 돼! 멜리나 파이팅!”
동료들의 응원에 결국 멜리나가 눈을 질끈 감고 밧줄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주춤주춤, 멈칫멈칫, 밧줄이 흔들릴 때마다 비명을 질러대며 조금씩 내려오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생긴 것은 그때였다.
크르르르! 크르르르!
돌연 주위에서 들려오는 짐승의 울음.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아크가 눈매를 좁히며 중얼거렸다.
“쳇, 이 혹성에도 몬스터가 있었던 건가? 게다가 언제 이렇게 많이…….”
아크 일행이 내려선 곳은 암산과 암산 사이의 계곡, 어둠에 잠겨있는 계곡 주변은 어느새 붉은 눈동자들로 뒤덮여 있었다. 마치 염탐하는 듯한 눈으로 아크 일행을 훑어보며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놈들은 늑대다. 물론 평범한 늑대일 리는 없었다.
투시로 확인하자 하일러스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그러나 아크 일행은 당황하지 않았다.
“젠장, 귀찮게 됐군. 숫자가 얼마나 되는 거지?”
“정확히는 몰라. 하지만 적게 잡아도 30마리는 넘는 것 같아.”
“바로 덤벼들지 않는 걸 보면 염탐 중인 것 같아. 어둡기도 하고, 주위의 암석 때문에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워. 지형적으로 불리하니 일단 놈들을 자극하지 말고 천천히 움직여 진형을 갖추자. 칼리벤, 그레온, 천천히 후열로 빠져서 저격 위치를 확보해라. 쿠파와 헤드로는 둘을 엄호하고, 슬레이와 쿠라칸, 베라드, 엘라인은 나와 함께 놈들의 공격이 시작되면 전방을 맡는다. 사다인, 피터, 카야, 너희는 측면을 맡아 줘.”
“알겠습니다. 형님.”
“그러지.”
팀원들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움직였다.
비록 평소에는 하릴없는 농담이나 주워 삼키는 녀석들이지만! 우주 개척지에 처음 나와본 촌놈들이지만! 슬레이와 그레온은 아크와 함께 아마타스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사들! 그리고 카야 일행은 카오틱 사냥꾼을 자처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입증한 전사들이었다.
그건 실버핸드의 지옥훈련을 졸업한 친위대원들 역시 마찬가지.
이들의 가치는 전투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아크와 팀원들이 소리 없이 움직이며 진형을 만들고 있을 때였다.
“왜? 왜 아무 말도 없어요? 다들 거기 있어요? 나, 나만 두고 간 거 아니죠?”
밧줄에 매달린 멜리나가 와들와들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비명이 신호탄이 되었다.
크와아아아앙—!
“시작이다! 바이우스 실드!”
송곳니를 드러내며 달려드는 하일러스들!
거의 동시에 아크가 왼팔을 들어올리며 뛰어나갔다.
그리고 하일러스와 충돌하기 직전, 왼팔에 감겨있던 크리스털이 확 퍼져나가며 직경 1미터 크기의 원형 방패로 변신했다. 엘림의 신기 중 하나 바이우스 실드! 실드가 펼쳐지자 투명한 크리스털 너머로 송곳니를 긁어대는 하일러스의 모습이 비쳐 보였다.
“계승자의 검!”
번개처럼 움직이는 아크의 손에 검이 쥐어졌다.
순간 검 자루에서 솟아올라오는 푸른 섬광이 하일러스의 목을 관통했다.
바이우스 실드를 긁어대던 하일러스가 비명을 터뜨리며 물러나자 좌우에서 암석을 밟고 뛰어오른 하일러스 서너 마리가 달려들었다. 동시에 아크의 몸이 팽이처럼 회전했다.
“카프레 검술 3식, 갤럭시 소드!”
검의 궤적을 따라 수십 개로 펼쳐지는 검영!
“회(回)!”
외침과 함께 검영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회전했다.
수십 개의 검영이 얽히고 설키며 만들어내는 소용돌이는 문자 그대로 검의 폭풍! 아크에게 달려들던 하일러스들은 그 폭풍에 휘말리자 순식간에 피투성이로 변하며 튕겨져 날아갔다. 검영의 폭풍 속에서 솟아 나온 검광이 화려한 빛의 궤적을 만들어낸 것은 그 다음이었다.
위잉—! 위잉, 위이잉—!
핏줄기가 솟구치며 하일러스의 몸이 잘게 썰려나갔다.
“우와! 아주 펄펄 나는구만!”
“어째 이전에 봤을 때보다 더 화려해진 것 같은데?”
시작과 동시에 펼쳐진 아크의 무용에 슬레이와 그레온이 휘파람을 불었다.
당연하다. 이 둘이 아크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아마타스 전장. 그 뒤로 슬레이와 그레온은 연방 TV에 출연하느라 아크를 만난 적이 없었다. 아마라와 S-20카오틱 습격 사건, 라쿤카를 거치며 한 단계 더 성장한 아크의 실력을 직접 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슬레이와 그레온을 놀라게 하는 것은 아크만이 아니었다.
“장창무쌍!”
창술사 사다인!
그가 창을 내지르자 아가리를 벌리고 달려들던 하일러스가 꼬치처럼 꿰었다.
그러자 카야가 버둥거리는 하일러스를 향해 팔을 뻗었다.
“육체 진동! 터져라!”
그녀의 외침에 사다인의 창에 꿰인 하일러스가 산산이 터져 나갔다.
적의 DNA를 조작해 타격을 입히거나, 육체를 변화시키는 에스퍼의 기술이었다. 그러나 무지막지한 걸로 따지면 카야 일행 가운데 지존은 다름 아닌 파크였다.
“나와라! 카! 쿰!”
오토봇을 사용하는 컨트롤러 파크!
파크가 주먹을 치켜올리며 소리치자 백팩에서 2개의 구체가 솟아올랐다.
이어 마치 트랜스포머처럼 복잡하게 회전하던 구체는 거구의 기사와 공룡의 형태를 가진 로봇으로 변신했다. 이 기사 형태의 오토봇이 카! 공룡 형태의 오토봇이 쿰!
“상대는 저 짐승들이다! 몽땅 밟아버려라!”
파크의 명령에 카와 쿰이 대지를 흔들며 하일러스들에게 달려들었다.
카와 쿰이 하일러스 무리로 돌진하자 주변이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다. 카가 휘두르는 검이 하일러스의 몸을 갈가리 찢어내고, 쿰은 육중한 체중이 실린 발로 하일러스를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카야 일행의 전투를 처음 본 슬레이의 입이 쩍 벌어졌다.
“뭐, 뭐야? 저 녀석들도 엄청나게 세잖아?”
“젠장, 이러고 있으니 왠지 우리가 약한 것처럼 보이잖아!”
“맞아! 우리도 명색이 게임 폐인! 실력을 보여주자! 철벽 수호!”
“야! 이 멍청아! 철벽 수호는 버티기 기술이잖아! 그냥 방패만 들고 있으면 멋지냐?”
“핫, 그렇지! 우오오오오! 비켜라! 강철의 돌진! 으라차차차! 엑셀레이션 아이언!”
“오옷! 슈퍼마그네틱 샷!”
콰쾅—! 투퉁! 투퉁! 투퉁!
새삼스럽지만 슬레이와 그레온도 카야들 못지 않은 실력자였다.
방금 전에 자랑스럽게 밝힌 것처럼 그들은 하루 12시간 이상을 캡슐 속에서 살아가는 게임폐인. 멜리나를 졸졸 따라다니면서도 꾸준히 레벨을 올려 이미 한참 전에 100을 돌파했다. 올라간 레벨만큼이나 강해진 스킬을 난사해대자 하일러스들이 속절없이 죽어 나갔다.
‘뭐 열을 올릴 필요도 없었군.’
아크가 느긋한 표정으로 전장을 둘러보았다.
슬레이와 카야 일행이 본격적으로 전투에 참가하자 하일러스들은 ‘녹아 내린다.’라는 표현을 써야할 정도로 빠르게 숫자가 줄어들고 있었다. 사실 그건 하일러스가 나타났을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었다. 하일러스의 레벨은 80전후, 슬레이들은 100이상이다. 30여 마리나 된다고 하지만 지금 계곡에 내려와 있는 아크 일행도 12명이다. 숫자로도 크게 밀리지 않는 것이다.
아니, 친위대원들은 나설 자리도 없었다.
슬레이와 카야들의 전투력은 압도적! 그들이 전방에 자리잡고 스킬을 난사하자 친위대원들이 탄환을 날리기도 전에 하일러스들이 녹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됐어! 너희들은 나설 것 없어!”
“그래, 괜히 뒤에서 총질해봐야 방해만 된다고.”
덕분에 한껏 기가 산 슬레이들이 잘난 척을 할 때였다.
“초, 총소리? 무, 무슨 일이에요? 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어요?”
그때까지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멜리나가 비명 같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순간 갑자기 요동치던 임펠투스의 하늘에서 한줄기 벼락이 실버스타를 향해 내리 꽂혔다. 사방으로 스파크가 터져 나가며 충격을 받은 실버스타가 팽이처럼 회전하며 떨어졌다. 그러자 그 움직임을 따라 멜리나가 매달린 밧줄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악! 꺄아아아아악!”
멜리나가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다행히 아직 실버스타에는 밀란과 헤겔이 남아있었다.
덕분에 회전하던 실버스타는 바로 중심을 잡고 멈춰 설 수 있었지만…….
“어, 없다! 멜리나 님이 사라졌어!”
“맙소사! 방금 전의 충격으로 떨어진 거야!”
슬레이와 그레온이 홀로 흔들리는 밧줄을 바라보며 비명을 터뜨렸다.
밧줄에 매달려있던 멜리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서, 설마 죽은 건가?”
“이런 빌어먹을! 아크! 네가 제대로 된 강하 장치만 달아뒀어도!”
“아니야! 멜리나 님은 거의 다 내려와 있던 상태였어. 그 높이에서는 떨어져도 죽지는 않아. 밧줄에서 미끄러졌다면 이 암산 위에 떨어져 있을 확률이 높아!”
“사, 살려주세요!”
그때 암산 위에서 멜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크의 예상대로 멜리나는 밧줄에서 미끄러져 암산 위에 떨어져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을 불어내기도 전에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멜리나가 비명을 터뜨리는 순간, 아크 일행에게 몰려들던 하일러스들이 일제히 암산 위로 고개를 들어올린 것이다. 그리고 채 손쓰기도 전에 날렵한 몸놀림으로 암벽을 밟으며 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노, 놈들이 멜리나 님에게 몰려간다!”
“안 돼! 멜리나 님 혼자서는 하일러스를 막아낼 수 없어!”
“빌어먹을, 이 암벽을 무슨 수로 올라가? 게다가 이 암벽은 튀어나온 바위가 많아서 밑에서는 사격 각도가 나오지 않아! 여기서는 놈들을 요격할 수도 없다고!”
슬레이들이 공황상태에 빠져 우왕좌왕할 때였다.
“친위대! 멜리나를 구출해라!”
아크가 후방에 모여있는 친위대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인마! 명령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아? 저런 녀석들이 이런 암벽을 무슨 수로…….”
울컥한 표정으로 소리치던 슬레이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아크의 명령이 떨어지자 베라드와 칼리벤, 쿠파, 헤드로는 곧바로 총기를 어깨에 매고 암벽에 뛰어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성큼성큼! 거의 수직에 가까운 암벽을 거침없이 기어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이럴 수가…… 어떻게 저런 암벽을……!”
슬레이가 믿어지지 않는 눈으로 쭉쭉 올라가는 친위대원들을 바라보며 떠듬거렸다.
그러나 이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크가 친위대원들을 실버핸드에게 맡길 때 짜주었던 훈련 프로그램. 거기에 빠짐없이 들어가 있던 것이 바로 절벽 기어오르기. 덕분에 실버핸드와 함께 있을 때 친위대원들은 매 끼니마다 절벽을 수십 미터 씩 기어올라가야 했다.
그때 기어오른 절벽의 높이를 모두 합하면 수십 킬로미터가 넘을 정도!
친위대원들은 이미 암벽 타기에 한해서는 달인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친위대원들에게 ‘고작’ 90도 경사의 암벽은 장애물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투퉁—! 투투투투! 투투투투!
스나이퍼 칼리벤과 총기병 쿠파와 헤드로.
이들은 한 손으로 암벽에 매달린 상태로 위치를 바꿔가며 사격하는, 그야말로 묘기에 가까운 사격술까지 선보여주었다. 그런 친위대원들의 사격에 절벽을 뛰어오르던 하일러스들이 중심을 잃고 툭툭 떨어졌다. 그 사이에 꾸준히 암벽을 기어오른 베라드가 정상에 도착, 거대한 해머로 뒤이어 올라오는 하일러스를 족족 박살내기 시작했다.
‘……NPC도 쓰기 나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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