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45)
아크 더 레전드-245화(245/875)
[245] SPACE 8 팀 오퍼레이션 (1)위잉—! 위이이잉!
푸른 광선이 빠르게 공간을 가로질렀다.
길게 이어지던 빛의 궤적이 스파크를 일으킬 때마다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며 블런더의 생명력이 뚝뚝 떨어졌다. 그리고 무한궤도를 그리던 검광이 목을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
블런더가 쩍 벌어진 목을 움켜쥐고 몸부림쳤다.
끄아아아아아—!
그리고 픽 쓰러져 사망.
“휴, 이걸로 여기도 대강 정리됐군.”
아크가 검을 챙겨 넣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시 복도를 따라 진입한지 몇 시간. 매 블록마다 쏟아져 나오는 블런더를 처치하며, 가지처럼 뻗어있는 좁은 통로 하나도 놓치지 않고 탐색의 눈길을 번뜩이며, 때때로 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는 아이템들을 찾아먹으며 꾸준히 진군해온 아크 파티는 방금 전, 중앙통로와 연결되어 있는 꽤 넓은 방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런 곳에는 항상 몬스터가 있기 마련.
아니나 다를까, 방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4마리의 블런더가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미 이곳까지 오는 도중에 이미 블런더 수십 마리의 장례를 치러 준 경험이 있었다. 아크 일행은 그런 경험을 살려 잽싸게 몰려나온 블런더를 제사지내 주었다.
한바탕 전투를 치른 뒤에 해야할 일은 뻔하다.
“밀란, 헤겔, 방을 샅샅이 뒤져 쓸만한 물품은 모두 챙겨라!”
“네, 형님!”
“방안에 기자재가 많아.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블런더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쿠라칸과 칼리벤은 입구에서 외부를 경계하고, 나머지는 긴장을 늦추지 말고 실내를 조사해라.”
“걱정 마십시오!”
대원들이 힘차게 대답하며 흩어졌다.
다음으로 아크의 눈이 향한 곳은 방의 한쪽 면을 차지하고 있는 컴퓨터들이었다.
벽에 수십 개의 모니터가 다닥다닥 붙어있고, 그 아래의 긴 데스크에는 컴퓨터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게 이 방이 어떤 용도의 방인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틀림없어! 여기가 연구소의 통제실이다!’
새삼스럽지만 아크가 임펠투스를 찾아온 이유는 ‘X’와 관련된 정보를 찾기 위해서.
그리고 임펠투스는 ‘X’가 마법진 연성에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브라흐만타이트라는 광물이 확인된 몇 안 되는 혹성 중 하나다. 그런 곳에 숨겨져 있던 비밀 연구소. 오래 전에 폐쇄된 연구소라 시기적으로는 맞지 않지만 의심의 여지는 충분하고 넘쳤다.
‘그리고 여기가 연구소의 통제실이라면…….’
연구소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데스크의 컴퓨터는 10여 대가 넘었지만 대부분은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것은 3대. 스위치를 누르자 3대 모두 전원이 들어왔다.
그와 함께 모니터에 떠오르는 메시지.
-패스워드를 입력해 주십시오.
역시나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건 님프의 커넥터를 연결해도 마찬가지였다.
-이 컴퓨터는 보안장치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패스워드를 입력하거나 인베이더를 이용해 해킹으로 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접속한 자물쇠의 보안등급은 8레벨입니다. 현재 Lv.2의 해킹기술로는 1~6레벨의 보안장치밖에 해킹 할 수 없습니다. 암호를 모른다면 해킹 레벨을 올린 뒤에 다시 접속해주십시오.》
“하여간 이놈의 해킹의 꼭 결정적일 때 쓸모가 없단 말이야.”
그것도 항상 딱 한 끗 차이로!
작정하고 염장을 지르고 있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전개였다.
그러나 누굴 원망하겠는가? 부지런히 해킹 스킬을 올려두지 않은 자신을 탓하는 수밖에.
그리고 사실 이런 상황에서 항상 해킹 스킬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해킹은 별 5개 짜리 스킬이다. 그만큼 배우기 힘든 스킬이라는 뜻. 물론 갤럭시안에 해킹을 배운 유저가 아크 혼자뿐일 리는 없다. 또한 토리처럼 해킹 스킬을 가진 NPC도 있으니 해킹을 할 수 있는 유저도 적지 않겠지만 흔하게 사용되는 스킬은 아니라는 말이다.
반면 갤럭시안의 정보는 보안장치가 붙어있는 것이 많았다.
해킹을 배우지 못한 유저들은 이런 정보를 하나도 얻을 수 없게 되어 있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게임 속에서는 언제나 문제와 멀지 않은 곳에 해답이 숨겨져 있는 법. 그리고 아크는 이미 통제실에 도착하기 전에 해답을 확보해두고 있었다.
-어이, 아크! 이쪽 라인에서 돌아다니다가 구석에 떨어져 있는 서류를 주웠어. 뭐 통제실이 어쩌고저쩌고 쓰여 있는데 다른 건 잘 모르겠고, 밑에 무슨 패스워드 같은 게 적혀있는데? 혹시 모르니 메시지로 보내둘게.
반대쪽 통로로 이동 중인 카야가 보내온 통신이었다.
사실 이게 정상이다. 연구소를 샅샅이 뒤져 패스워드를 입수한다. 그리고 통제실 컴퓨터로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본래 이 비밀 연구소의 공략 루트는 이런 구조로 되어있는 것이다.
해킹 같은 스킬은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는, 여러 선택 사항 중 하나일 뿐이다.
시간이 없으니 잡설은 여기까지!
* * *
-……패스워드 확인.
보안장치가 해제되었습니다.
관리자 계정으로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했습니다.
“빙고!”
아크가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예상대로 카야가 보내준 메시지는 통제실 컴퓨터의 패스워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자 여러 가지 자료가 항목 별로 표시되었다. 그 중 가장 위에는 ‘임펠투스 연구소’라는 항목이 자리잡고 있었다.
“역시 이 연구소의 정체부터 확인해 봐야겠지?”
항목을 선택하자 모니터에 해당 정보가 주르륵 떠올랐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연구소의 내부 구조가 세세하게 표시되어있는 지도였다.
이곳에 들어온 지 몇 시간, 이미 아크도 대강 눈치채고 있었지만 연구소는 기본적으로 튜브와 같은 구조였다. 입구에서 좌우로 갈라진 길이 둥근 원을 그리며 만나게 되는, 곁가지처럼 작은 통로들이 붙어있었지만 중앙 통로는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생각보다는 크지 않군.”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대부분 전투와 휴식.
거기에 작은 통로까지 조사하느라 시간을 꽤 잡아먹었지만 중앙 통로만 놓고 보면 실제로 이동해온 거리는 채 200여 미터밖에 되지 않았다.
“지도에 입구가 6시 방향에 표시되어 있으니 이대로 진행하면 카야 일행과 만나게 될 장소는 12시 지점. 그리고 현재 아크가 있는 통제실이 1시 지점. 카야 일행이 아크와 비슷한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면 이미 연구실을 80~90%이상 조사했다는 뜻이겠군. 뭐 나도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게 아니니 이 정도면 딱 적당하다 싶기는 하지만…….”
아크의 눈이 지도 아래에 적혀있는 글자로 향했다.
-임펠투스 비밀 연구소
팀 오퍼레이션의 일환으로 은하연방이 비밀리에 설립한 연구소. 주요 연구 내용은 라마족의 배틀슈트를 구성하는 마법 생명체 드론의 구조 분석과 연구, 휴먼과의 적응도 실험. 이를 토대로 라마족 배틀슈트의 작동 원리와 신체 능력 증가의 메카니즘을 세부적으로 분석하여 휴먼용 배틀슈트의 제작에 필요한 정보수집…….
“팀 오퍼레이션?”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R-14에서 튜토리얼을 마치고 처음으로 이스타나로 이동할 때였다.
아크가 선택한 진영, 은하연방의 역사에 대한 설명이 나온 적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백여 년 전인 23세기 중반. 막 태양계를 벗어난 은하연방은 당시 은하계에 식민지를 넓혀가던 라마족의 공격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인류보다 몇 세대 앞선 문명을 가지고 있던 라마족의 공세에 인류는 멸망의 위기까지 몰리게 되었다.
그때 등장한 것이 팀 오퍼레이션!
루시안이라는 천재 과학자를 중심으로 인류 최고의 과학자들이 모여 만든 조직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우주환경에 완벽히 적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를 전투종족인 라마족과 같은 수준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신체코팅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다. 인류가 멸망의 위기에서 벗어나 라마족, 아슐라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신체코팅 기술이 있었다…… 라는 설명이었다.
“결국 이 연구소가 은하연방 소속이었다는 말인가?”
아크가 실망스러운 표정을 떠올렸다.
은하연방에 속해있던 연구소라면 이번 조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크는 연구소의 설립 목적에 흥미가 동했다. 은하연방이 대체 왜 이런 곳에 연구소를 세웠는지, 또 왜 버려지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배틀슈트!’
이곳에서 연구하던 것은 배틀슈트!
그것도 라마족의 배틀슈트를 연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라마족 배틀슈트와 관련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아크는 본격적으로 컴퓨터의 자료를 뒤져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가지 자료를 찾아낼 수 있었다.
-#선임 연구원의 보고서 ~01
루시안의 제안으로 팀 오퍼레이션에 참가한지 수십 년.
끊임없는 연구 끝에 마침내 몇 몇 외계생물의 조직에서 추출한 DNA를 휴먼의 DNA와 융합할 수 있는 형태로 배양하는데 성공했다. 이로서 휴먼도 라마족이나 아슐라트의 외계종족처럼 유전자 합성으로 신체를 어떤 외계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일명 신체코팅으로 불리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신체코팅 기술만으로는 라마족을 상대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라마족이 사용하는 ‘강화신체’ 배틀슈트 때문이다. 배틀슈트는 신체코팅으로 강화된 육체 능력을 100%. 아니, 그 이상으로 발현하도록 만들어주는 기체. 배틀슈트를 사용하는 라마족은 외계 혹성과 우주, 모든 환경에서 휴먼을 압도했다.
이에 팀 오퍼레이션은 라마족의 배틀슈트를 이루는 드론을 다음 연구 과제로 삼았다. 휴먼이 사용할 수 있는 배틀슈트를 개발하기 위해서…….
-#선임 연구원의 보고서 ~06
드디어 드론 합성에 성공해 휴먼용 배틀슈트 제작했다.
배틀슈트의 근간을 이루는 드론은 마나 생명체. 자체적으로 마나를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사용자가 꼭 라마족처럼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존재일 필요는 없었다. 또한 배틀슈트를 입고 움직이는 것은 육체에 상당한 부담을 초래해 보통 휴먼의 육체로는 견뎌낼 수 없지만, 신체코팅으로 육체가 강화된 휴먼이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문제점이 발견됐다.
휴먼이 사용할 때는 배틀슈트의 능력을 100% 발현할 수 없었다.
이유는 아무래도 선천적인 자질에 있는 것 같았다. 드론은 마나 생명체,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마나를 다루는 라마족과는 완벽하게 동화된다. 물론 휴먼도 신체코팅의 종류에 따라 마나를 다루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토대가 되는 휴먼의 육체는 마나와 거리가 멀다. 이런 신체적 특징의 차이가 배틀슈트의 능력을 발휘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휴먼이 배틀슈트를 사용할 때는 기본 신체능력이 강화될 뿐, 라마족이 사용할 때처럼 신체능력에서 발현되는 기술이 강화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는 실전 실험에서 명확한 전투력 차이를 나타냈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드론과 완벽한 조합을 이룰 수 있도록 휴먼의 유전자를 재배열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아크의 눈매가 좁아졌다.
‘휴먼이 라마족과 같은 배틀슈트를 사용하면 능력을 100%발휘하지 못한다고?’
아크는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니,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그것도 본의 아니게 얻게 된 배틀슈트지만 성능 자체는 은하연방의 배틀슈트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뭐 라마족 사양이다 보니 은하연방에서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최소 1,000골드에 달하는 배틀슈트의 가격을 생각하면 그만한 불편은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배틀슈트의 레벨까지 올렸다.
그런데 이제 와서 휴먼은 라마족 배틀슈트에 적합하지 않다니?
물론 팀 오퍼레이션은 백여 년 전의 연구팀이다.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기에는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본래 배틀슈트는 신체강화뿐만 아니라 신체능력으로 발현하는 기술을 강화시켜 주는 효과까지 있다는 내용!
‘막상 생각해보니 걸리는 부분이 없지 않아!’
아크도 배틀슈트를 입은 상대와 싸워본 적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은하연방에는 발렌시아. 라마족에는 붉은학살자.
그때 아크는 좀 이상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배틀슈트를 입기 전에 사용하던 스킬, 그 중 몇 가지는 배틀슈트를 입은 이후에 갑자기 공격력이나 스킬 효과가 급증했던 것이다.
아타마스에서 아크가 붉은학살자에게 고전했던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당시는 그냥 배틀슈트로 능력치가 상승한 탓이거나, 비슷하지만 다른 스킬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지만…….
‘만약 그게 배틀슈트에 의해 스킬이 강화되었던 것이었다면?’
그게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은하연방 소속의, 그것도 휴먼이 라마족의 배틀슈트를 사용한다.
때문에 다른 유저는 경험해보지 못한 페널티가 적용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아니, 아크는 실제로 스킬 효과가 상승하는 효과는 보지 못했으니 확실히 페널티를 받고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공짜로 얻었다고 좋아했더니 이런 함정이! 아니, 뭔가! 그래,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이 연구소에서 연구하던 게 그거라잖아. 그러니까!’
아크의 눈이 빠르게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
그렇게 몇 장을 더 읽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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