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49)
아크 더 레전드-249화(249/875)
[249] SPACE 9 습격자! (2)구시렁거리는 사람은 아크!
‘그래도 그동안 뮤탈로 변한 보람은 있군.’
아크가 RPG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새삼스럽지만 아크가 믹스 업을 통해 얻은 것은 뜬금없이 뮤탈로 변해버리는 부작용만이 아니었다. 믹스 업으로 지능이 10이나 줄었지만 대신 체력이 30이나 올라갔다. 뿐만 아니라 별 2개 짜리 은둔술이 한 단계 높은 스킬 하이드로 진화한 것이다.
포탄이 유리관에 적중되는 순간, 아크가 사용한 것이 바로 그 하이드였다.
하이드는 라쿤카에서 싸웠던 몬스터 뮤탈처럼 바닥에 붉은 점액질을 뿌리고 그 속에 육체를 숨기는 기술. 뭐 그래도 포탄에 직격 당하면 데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지만, 포탄이 맞은 곳은 유리관이었다. 덕분에 바닥에 몸을 숨긴 아크는 거의 데미지를 받지 않은 것이다.
‘웬만하면 그냥 가주기를 바랐는데.’
사실 아크는 그 상태로 검사 일당이 돌아갈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크가 사라진데 의구심을 품은 검사의 눈에 붉은 점액질이 발각되었다. 뭔지 확인하겠답시고 놈이 광선검으로 쿡쿡 찔러대기라도 하면 들키는 건 시간문제. 그럴 바에는 차라리 기습이라도 하려했지만 그조차 통하지 않았다.
‘젠장, 그걸 피하다니. 아까도 생각했지만 확실히 보통은 넘는 놈이야. 게다가 놈 이외에도 3명이나 더 있다. 다른 두 놈은 잘 모르겠지만 저 금색 권총을 든 놈! 저 녀석도 보통은 아니었어. 이런 곳에서 저 네 놈을 한꺼번에 상대하기는 무리다.’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검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살아있었군.”
“미안하군. 죽기를 바랬을 텐데.”
“천만에. 이렇게 쉽게 죽어버리면 곤란하지. 아니, 그렇게 쉽게 죽이지 않는다. 내가 네게 받았던 치욕! 네놈도 그때의 나와 같은 치욕을 느끼게 만들어주지.”
“네가 받았던 치욕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크가 검사 일당을 하나 하나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네가 아무리 잘난 척하며 떠들어도 내 눈에는 쪽수만 믿고 까부는 것으로밖에 안 보이는군. 내 입장에서는 박수를 쳐줄 수는 없지만 뭐, 잘 생각했어. 자기보다 센 사람에게 무턱대고 덤비다가 뒈지게 얻어터지는 것보다는 좀 쪽 팔리더라도 쪽수로 밀어붙이는 편이 낫지. 음! 아주 탁월한 선택이야. 맞아. 너처럼 허접한 인간은 그런 짓이라도 해야 한 번이라도 이 몸을 이겨볼 수 있을 테니까. 뭐 지더라도 내가 치욕을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도발해 1대 1로 싸우려는 거겠지.”
빌어먹을, 정답이다.
이런 곳에서 4대 1로 붙어서는 승산이 없다. 그렇다고 슬레이나 친위대원들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현재 팀원들은 친위대원을 추격하던 적과 싸우고 있는 중. 문제없이 놈들을 처리한다고 해도 이곳까지 오려면 최소 30분은 걸리는 것이다.
그래서 아크는 생각했다.
눈앞의 검사는 어째 말하는 투가 ‘어떤 놈’처럼 자존심 꽤나 있어 보인다.
아크는 이런 놈들을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잘난 척 하는 게 일상이 된 놈들. 이런 놈들은 자존심을 적당히 긁어주면 제 분에 못 이겨 맞짱을 뜨려는 습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검사는 비웃음을 날려왔다.
‘역시 통하지 않는 건가?’
“뻔한 수작이지만…… 속아주지.”
아크가 내심 한숨을 불어낼 때, 검사가 한 걸음 다가오며 말했다.
“네놈의 도발 때문이 아니다. 이건 내 자존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난 네게 진 경험이 있지만 너보다 약하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아니, 약해졌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거다. 그 차이가 뭔지 곧 가르쳐주겠다.”
‘역시 이 녀석도 바보였어!’
이러쿵저러쿵 이유를 붙여봤자 결국 딴 놈들과 마찬가지!
검사도 편한 길을 놔두고 일부러 멀리 돌아가는, 그러다가 불의의 사고(?)로 죽어버리는 멍청이과에 속하는 동물이었던 것이다. 뭐 아크 입장에서는 땡큐!
……라고 생각했지만…….
“너희들은 놈이 도망치지 못하게 입구를 봉쇄해라!”
“하! 웃기는군. 솔직히 ‘기회를 보다가 내가 불리해지면 도와줘!’라고 말하지 그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곧 알게 될 거다!”
위잉! 위이이잉! 위잉!
검사가 광선검을 휘두르며 돌진해왔다.
아크 역시 바로 자세를 잡고 광선검을 들어올렸다.
동시에 푸른빛의 잔상을 그려내며 움직이는 검날이 숨가쁘게 교차하게 시작했다.
그때마다 허공에서 스파크가 튀어 오르며 자잘한 불똥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렇게 잠시, 불과 몇 초 사이에 수십 합의 검격을 나눈 두 사람이 서로 떠밀리듯 양쪽으로 물러났다.
‘이 자식…….’
아크가 슬쩍 시선을 내려 검게 그을린 어깨를 바라보았다.
‘하루 이틀 검을 다뤄본 솜씨가 아니야.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검술이야. 나를 만난 적이 있는 것처럼 말했는데, 내가 이런 유저를 만난 적이 있었던가?’
지금까지 갤럭시안에서 아크가 만나본 유저 가운데 가장 강했던 사람은 붉은학살자였다.
그러나 붉은학살자는 싸움을 잘 한다기보다는 게임 속의 환경과 스킬을 잘 이용한다는 느낌이었다. 말하자면 게임에 최적화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눈앞의 검사는 그와는 반대.
스킬보다는 자신의 검술 실력에 의존해서 싸우는 타입의 유저였다.
문제는 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한때 아크는 격투기 스승인 이명룡 밑에서 무협 영화의 주인공에 필적하는 훈련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저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빡 센 나날이었지만 덕분에 아크는 격투기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갔었다.
그러나 뉴 월드에서 최강의 유저가 된 뒤로는 운동을 하지 않았다. 할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아크가 운동을 시작했던 것은 격투기 기술을 게임에 접목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러나 마스터 코드를 얻은 이후의 아크는 뉴 월드에서 문자 그대로 신! 눈앞에 수만의 몬스터가 몰려와도, 전설의, 전설의, 전설의, 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대마왕이 나타나도, 그냥 ‘Del’키 한 방으로 몰살시키는 능력을 갖게 됐으니 기술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던 것.
그러나 갤럭시안을 시작하고 난 뒤로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그래도 몇 년이나 쉬지 않고 운동을 하던 시절의 감각을 완전히 되찾지는 못했지만 성소의 수련관, 붉은학살자와의 대결 등을 거치며 나름 꽤 실력이 붙었다. 검사는 그런 아크와 1대 1로 붙어 어깨에 굵은 검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아크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 검사.
그의 어깨에도 아크와 똑같은 검상이 새겨져 있었다.
둘의 실력은 거의 평수! 이렇게 되면 오히려 상황은 심플해진다.
실력이 비슷하다면 남은 것은 레벨과 장비품, 스킬의 우열. 그러나 방금 전의 접전으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그 역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누가 먼저 실수를 하느냐에 의해 승패가 갈리게 되리라!
“언제까지나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페이탈 블레이드!”
이번에도 검사가 먼저 치고 나왔다.
순간 광선검이 폭풍 같은 기류를 일으키며 날아들었다.
“소닉 소드!”
형체가 없는 것을 절단하는 소닉 소드!
아크의 검에서 세 줄기의 검기가 뿜어지자 나선을 그리며 날아들던 기류가 확 퍼져나갔다. 뒤이어 아크가 튕기듯 몸을 날리며 다가서자 검사가 검을 치켜세웠다.
“디펜스 브레이크!”
다음 순간 쩡 소리가 울리며 검사의 방어자세가 허물어졌다.
“카프레 검술 3식! 갤럭시…….”
이어 아크가 활짝 열린 검사의 가슴으로 파고 들어가며 광선검을 휘두르려 할 때였다.
검사가 상체를 비틀 듯이 회전시키며 검 자루로 아크의 손목을 내리찍었다. 순간 팔 전체에 저릿저릿한 느낌이 전해지며 광선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 이런!’
검사의 동작은 스킬이 아니었다.
순수하게 체술만으로 이루어진, 수없이 많은 검을 나누며 몸에 익힌 기술이었다.
아크가 검을 놓치자 검사의 헬멧 속에서 시퍼런 안광이 번뜩였다.
“여기까지다!”
이어 검사의 검이 내리쳐지려는 찰나!
바닥에 떨어졌던 검이 갑자기 벼락처럼 솟아올랐다. 사이코키네시스로 펼치는 이기어검술! 전투에 집중하느라 미처 이기어검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듯, 가슴에 불의의 일격을 받은 검사는 당혹성을 터뜨리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아니, 지금부터다! 환영분신!”
검사에게 돌진하던 아크의 몸이 5개로 분열되었다.
검사는 이미 환영분신을 본 적이 있었다. 분신을 이용해 적을 혼란스럽게 만든 뒤에 배후에서 나타나 공격하는 방식! 이에 검사가 본능적으로 몸을 회전시키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사방으로 퍼졌던 아크가 등뒤에서 하나로 합쳐졌다.
그러나 하나로 겹쳐진 아크의 손에는 검이 없었다.
“거, 검이……?”
콰직—!
검사의 목에서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팽이처럼 회전하며 검사의 목에 굵은 검 자국을 새겨 넣은 빛의 정체는 아크의 광선검!
환영분신과 함께 사이코키네시스로 펼쳐졌던 이기어검술이었다.
“크윽!”
검사가 목을 움켜쥐고 휘청거렸다.
그의 목을 긋고 날아온 광선검이 아크의 손에 쥐어진 것은 그 다음이었다. 그리고…….
위잉! 위이이이잉! 위잉—!
폭발하듯이 뿜어져 나오는 빛의 궤적!
실력과 레벨이 일정 수준 이상 도달한 유저끼리의 전투는 한순간에 결판이 난다. 한 번 수세에 몰리기 시작하면 좀처럼 역습을 가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검사 역시 마찬가지. 빈틈을 잡은 아크가 몰아치기 시작하자 시퍼런 섬광이 연속적으로 폭발하며 치명타가 터져 나왔다. 60%대를 유지하고 있던 검사의 생명력이 20%대까지 떨어지는 것도 한순간. 더욱이 치명타와 함께 각종 상태이상이 발생해 검사는 헤어날 수 없는 패배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이런 때라도 기사회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젠장! 기갑 무장!”
검사의 백팩에서 솟아 나온 금속 캡슐은 배틀슈트!
공중에서 퍼즐처럼 회전하며 갑옷 형태로 변신한 배틀슈트가 검사의 몸을 뒤덮자 주위로 충격파가 뿜어졌다. 적의 연속 공격에 걸렸을 때 탈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이것! 배틀슈트가 장착될 때 뿜어지는 충격파였다. 아크 역시 그 충격파에 수 미터나 밀려나는 바람에 연속공격의 맥이 끊겨 버렸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었다! 기갑무장!”
아크가 번쩍 고개를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그와 함께 이공간의 문이 열리며 배틀슈트가 소환되어 아크의 몸을 휘감았다.
“결박의 검!”
촤촤촤촤! 촤촤촤촤!
순간 배틀슈트의 가슴 부위가 좌우로 벌어졌다.
마치 곤충의 갑각 같은 표피 속에서 드러난 것은 수십 개의 구슬!
가슴 부위가 열리자 구슬이 일제히 빛을 발하며 레이저를 뿜어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레이저처럼 보이는 빛의 실! 그 빛의 실이 검사를 휘감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무장?결박Lv.2로 적을 포획했습니다!
《배틀슈트 내부의 드론이 만들어내는 은사(銀絲)로 휘감아 4초간 적의 움직임을 봉쇄합니다. 또한 은사로 휘감은 적을 사용자의 앞까지 끌어당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속 시간이 끝나는 순간 은사가 폭발하며 추가로 약간의 데미지를 입힙니다.》
배틀슈트로 펼치는 무장?결박!
갑자기 스킬의 형태가 바뀐 것은 바로 아크가 배틀슈트와 완전한 동기화를 이룬 덕분이었다. 그렇다. 아크는 이미 유전자 재배열을 완료했던 것이다.
-유전자를 드론과 동기화 할 수 있는 상태로 재배열하는 과정을 완료했습니다!
신체의 유전자 정보를 재배열해 배틀슈트의 드론과 완벽한 동기화를 이루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로서 당신은 배틀슈트의 능력을 100%발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서 당신은 배틀슈트를 입고 있어도 갑각에 떨어지는 작은 먼지의 감촉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어떤 위화감도 없이 배틀슈트와 함께 호흡하고 움직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신체코팅의 영향으로 DNA단계에서 발휘되는 신체코팅용 스킬이 배틀슈트를 통해 발현되면 효과가 증폭됩니다. 단, 이번 조율로 신체가 라마족 사양의 배틀슈트에 맞춰져 연방용 배틀슈트를 사용할 때는 동기화가 되지 않습니다.
《배틀슈트를 장착한 상태로 사용할 시 생체스킬에 특수효과를 부여합니다.》
+배틀슈트를 장착하면 추가로 환경 적응력이 30%(80%)상승합니다.
+배틀슈트를 장착하면 추가로 만복도의 감소속도가 20%(50%)낮아집니다.
+배틀슈트를 장착하면 추가로 낙하데미지가 30%(80%)경감됩니다.
+18연타에 소모되는 마나 양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배틀슈트의 유지시간이 30%상승합니다.
이게 RPG에 맞기 직전에 떠올랐던 정보창!
갤럭시안의 스킬은 크게 두 가지가 존재한다. 액티브나 패시브 같은 얘기가 아니다.
선천적인 스킬과 후천적인 스킬. 말하자면 딱히 노력하지 않아도 얻어지는 스킬과 누군가에게 배우거나 꾸준한 반복 학습으로 익힐 수 있는 스킬을 말하는 것이다.
게임 속에서 배우는 스킬은 대부분은 후자에 속하지만, 갤럭시안은 외계생물의 DNA를 조합해 전자의 속하는 스킬을 배우는 방법이 있었다. 그 대표적인 스킬이 바로 신체코팅을 통해 배우는 스킬. 배틀슈트와 100%동기화가 되면 이런 스킬의 효과가 증폭되는 것이다. 그와 함께 신체코팅으로 얻어지는 각종 효과도 UP! 그것만이 아니었다.
‘마치 아머조차 입지 않은 느낌이야.’
아크의 배틀슈트를 신체능력을 35%나 올려주는 효과가 있었다.
입으면 당연히 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배틀슈트를 입으면 마치 두꺼운 옷을 몇 벌이나 껴입은 것처럼 감각이 둔해졌다. 두꺼운 갑옷을 입은 셈이니 지금까지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연한 게 아니었다.
동기화가 이루어지자 배틀슈트의 갑각이 마치 자신의 피부처럼 느껴졌다.
옷을 껴입는 느낌은커녕 오히려 평소 입고 다니던 아머조차 벗어버린 듯한 느낌!
‘이게 진짜 배틀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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