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5)
아크 더 레전드-25화(25/875)
[25] SPACE 9. 인베이더 (2)‘아크……!’
금발 청년이 복잡한 눈으로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재래시장처럼 복잡한 R-14의 전광판에는 같은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업적 : 최초의 R-14 임무 관련 마스터가 탄생했습니다.《아크》
처음 이 메시지가 떠올랐을 때 R-14의 유저들 사이에서 갖은 추측이 난무했다.
이미 게이머들 사이에서 전설이 되어 버린 이름 아크.
과연 R-14 마스터로 등록된 아크가 그와 같은 사람인지에 대한 추측이었다.
그러나 유저들이 도달한 결론은 ‘아니다’였다.
이미 뉴월드라는 게임에서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아크가. 아니, 뉴월드의 고문이사 자리에 있는 아크가 경쟁 게임이나 다름없는 갤럭시안에 들어와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발 청년은 알고 있었다.
이유까지는 모르지만 전설의 게이머로 불리는 아크가 이미 갤럭시안에 들어와 있음을. 그리고…….
‘저건 분명히 ‘그’ 아크다.’
금발 청년은 확신할 수 있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갤럭시안에서 벌써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아크. 그저 유명한 이름을 도용하는 유저가 그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를…… 아크를…… 만나야 한다.’
그게 금발 청년이 갤럭시안을 시작한 이유였다.
그리고 직접 전광판에서 아크라는 이름을 찾아내자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하지만…….’
그가 우울한 눈길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남들과 다를 바 없는 몸이지만 유니트 속에 누워 있는 현실의 몸은 장애인이었다. 그러나 가상현실 게임의 캐릭터는 뇌파로 움직여지는 몸. 현실의 장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장애자로 지낸 시간이 1년, 그 시간은 그의 몸만이 아닌, 마음까지도 장애자로 만들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당연한 듯이 움직여 왔던 팔과 다리다.
그런데 고작 1년.
고작 1년 만에 그 당연한 방법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는 데만 몇 시간이 걸렸다.
제대로 걷게 되기까지는 그 몇 배의 시간이 걸렸다.
재벌가의 아들, 빵빵한 학벌, 연예인 뺨치는 외모, 그런 배경 덕분에 그는 동경과 부러움의 시선을 받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 그에게 눈살을 찌푸리는 유저들 사이에서 진땀을 흘리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은 그 자체가 이미 고문이었다.
그러나 그를 절망에 빠뜨린 것은 따로 있었다.
“뭐야? 님, 제대로 칼질도 못해요?”
“그렇게 멀뚱멀뚱 서 있으면 어떡해요?”
“아, 정말! 뭡니까? 사람이 말하면 대답이라도 좀 하시죠.”
“안 되겠다. 야, 이 사람 빼자.”
R-14는 여전히 유저들이 많아 농장 지역은 파티사냥이 대세였다. 그 역시 파티에 참가하기까지 인력시장에서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몸조차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말조차 시원하게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파티원들에게 갖은 구박을 받고 번번이 쫓겨 나올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며칠이 지나도록 그의 레벨은 1.
‘역시 안 되는 건가…….’
한숨을 불어 내던 금발 청년이 와락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
그리고 어금니를 깨물며 다시 몸을 일으키려 할 때였다.
갑자기 넝마 조각을 걸친 작은 외계인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 빨판이 달린 문어 다리를 떡하니 올리며 짐짓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젊은이여, 레벨을 올리고 싶은가?
그는 R-14의 유저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퍼지는 소문의 주인공! 비밀 유료 사냥터의 사장 부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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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님, 3시 방향에서 또 옵니다.”
“숫자는?”
“10마리가량 됩니다.”
“뭐 그 정도면 간식거리도 안 되는군.”
클렘이 시거를 비벼 끄며 라이플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좋아.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다. 모두 정렬! 마지막 같으니 화끈하게 가 보자고!”
클렘의 명령에 어택커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보고받은 방향으로 몸을 돌려세웠다.
불과 몇 분도 지나기 전에 늪지 저편에서 여러 개의 붉은빛이 떠올랐다. 그와 함께 기계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는 기계 생명체 10여 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러 가지 기계 부품이 뒤죽박죽 섞인, 때문에 형태도 각양각색인 기계 생명체들!
파괴되기 직전에 주변의 동료들에게 보낸 나쿠마의 SOS 신호가 실버핸드의 증폭 장치로 수백 배 증폭되어 멀리서도 SOS를 수신하고 몰려드는 나쿠마들이었다.
그 나쿠마들이 수십 미터 거리까지 접근했을 때!
“머독, 지금이다!”
퉁! 퉁! 퉁! 파지지지지!
진흙 속에서 주먹만 한 구체가 솟아올라 강렬한 전자파를 뿜어냈다.
아크도 어택커가 되고 나서야 알았지만 실버핸드의 어택커는 모두 총기를 다루는 전사들이었다. 총기로만 제대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나쿠마가 주 사냥감이니 당연하다.
그러나 모두가 총기병이다 보니 정작 나쿠마의 실드를 처리할 때는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실버핸드가 사용하는 게 전자기 기뢰!
전자기 기뢰
아이템 타입 : 기뢰(실드 제거용)
땅속에 매설해 두었다가 작동시키는 타입의 기뢰입니다.
기뢰가 발동하면 직경 10미터 공간에 강력한 전자기를 발생시켜 에너지 형태의 실드를 5분간 무력화시킵니다. 전자기 기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폭발물 관련 스킬에 전문가 이상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10미터 공간에 전자기를 방출해 5분간 실드 무력화.》
5분간 실드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전자기 기뢰!
전자기 기뢰가 발동하자 나쿠마의 실드에 구멍이 숭숭 뚫리며 녹아내렸다.
“자, 깔끔하게 정리하자고!”
퉁-! 퉁-! 타타타타! 타타타타!
뒤이어 어택커들의 라이플과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나쿠마 역시 곧바로 대응 사격을 펼쳤지만 이미 적절한 포지션을 선점하고 주도권을 잡은 어택커들의 상대는 아니었다.
탄환이 빗발치자 여기저기에서 불길이 솟구치며 나쿠마가 한두 마리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총격전이 몇 분가량 이어지고 있을 때였다.
“대장님, 뒤쪽에서 나쿠마 2마리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쳇, 몇 마리 흘렀나?”
실버핸드가 증폭시킨 SOS 신호를 수신한 나쿠마는 항상 정해진 방향에서만 오는 게 아니었다.
나쿠마들끼리도 전파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 대개는 10~20마리, 많게는 30마리까지 뭉쳐서 몰려오지만, 때때로 전투 중에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 오는 나쿠마들도 있었다.
“어이, 애송이.”
클렘이 탄창을 갈아 끼우며 고개를 돌렸다.
“네가 나설 차례다. 2마리라는데…… 충분하겠지?”
“물론이죠.”
씨익 웃으며 일어나는 검은 머리의 사내는 아크!
특채(?)로 어택커에 편입된 아크가 맡은 일이 이것이었다.
수십 미터 거리에서 탄환을 주고받는, 원거리 총격전에서 아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아크는 여전히 10미터 앞의 깡통도 맞히지 못하는 사격 열등생인 것이다.
때문에 아크가 맡은 것은 특무特務.
전자기 기뢰가 매설된 지역 외에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는 나쿠마를 처리하는 것. 접근전 위주의 전투에 맞춰진 아크에게 알맞은 포지션이었다.
“뒤통수를 맡길 테니 맘대로 설쳐 보라고.”
“뒤통수에 바람구멍이 뚫릴 일은 없을 테니 맘 푹 놓으십시오.”
아크는 몸을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늪지를 미끄러지듯이 쏘아져 나갔다.
늪지보행술로 순식간에 수십 미터를 이동하자 진흙 범벅의 나쿠마 2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적외선 스코프로 확인된 나쿠마의 레벨은 25와 30.
처음 실버핸드에 들어왔을 때는 싸울 엄두도 내지 못했던 상대다. 그러나 보름이 지난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실드!”
아크는 실드로 나쿠마의 총격을 막으며 접근했다.
이어지는 검격!
단검을 내리칠 때마다 스파크가 튀어 오르다가 곧 나쿠마의 실드가 유리처럼 부서져 내렸다. 그러자 나쿠마의 게들링이 접혀 들어가며 검날이 솟아올랐다.
아크는 단검으로 그 검날을 미끄러뜨리며 리볼버로 어퍼컷을 날리듯이 놈의 턱에 들이밀었다.
탕-! 탕-! 탕-!
-헤드샷!
《나쿠마의 주요 부품에 타격을 입혀 150%의 추가 데미지가 적용됩니다.》
이어지는 총격! 터지는 헤드샷!
데브리 사건으로 깨달은 근접사격술이었다.
사실 아크는 어택커에 편입된 이후로도 꾸준히 사격술을 연습해 왔다. 그리고 수백 발의 탄환을 버리고 나서야 절감할 수 있었다.
‘역시 나는 사격에 재능이 없어!’
재능이 받쳐 주지 않는 일에 매달리는 것은 시간 낭비다.
물론 다른 방법이 없다면 재능이 있든 없든 죽어라 하는 수밖에 없다. 갤럭시안에서 사격술이 필수라면 말할 필요도 없는 일. 그러나 아크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었다.
바로 근접사격술!
‘현재로써 내가 기계 생명체와 제대로 싸울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다!’
처음에는 그런 생각으로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된 사격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일반 사격술과 달리 근접사격술은 격투술을 베이스로 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격투술이야말로 아크 전투술의 기본. 일단 요령을 터득하고 본격적으로 숙련시키자 기대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걸 깨달은 것만으로도 실버핸드에 들어온 보람이 있어!’
아크에게 지난 보름은 그 새로운 전투 스타일을 숙련시키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전투 기술을 갈고닦는 데는 실전만 한 게 없는 법. 아크는 지난 보름 동안 전투가 벌어지면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니며 단검과 리볼버를 휘둘러 댔다. 덕분에…….
캐릭터 정보창
이름 : 아크(R-02788)
레벨 : 27
종족 : 인간
직업 : 초보 개척자
명성 : 500
생명력 : 500(+15)
정신력 : 250
힘 : 75(+3)
민첩 : 115
체력 : 95(+3)
지혜 : 15
지능 : 45
운 : 15
※칭호 : 청소반장(민첩 +3)
※스폰서 : 토리의 철공소 ‘기어’(가계약)
-장비품 정보-
무기 : <초합금 단검>, <리볼버>
방어구 : <뷰라드의 에너지 실드>, <초심자의 가죽 재킷>, <초심자의 가죽 바지>
보조 장비 : <적외선 스코프>, <자렌족의 증표>, <젝슨의 공구 상자>
이게 보름간의 피비린내…… 아니, 기름 냄새나는 전투의 결과였다.
한 번 증폭기를 발동시키면 1~2시간 동안 쉬지 않고 몰려드는 나쿠마를 사냥하는 것이 실버핸드의 사냥법. 더구나 나쿠마의 레벨은 최소 25레벨 이상이다.
레벨 16에 어택커에 편입된 아크는 전투를 치를 때마다 마치 경험치가 뻥튀기 되듯이 올라가 27!
보름 만에 레벨을 12나 더 올릴 수 있었다.
게다가 일반 장비품이지만 가죽 상의와 하의를 구해 쫄쫄이 신세를 벗어난 것이다. 아크가 혼자 레벨 30대의 나쿠마 2마리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게 그 덕분이었다.
터텅! 탕-! 탕-! 쿵! 콰지지지지!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어. 쓸 만한 놈인 줄 알았다니까.”
클렘이 흐뭇한 눈으로 나쿠마와 싸우는 아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주변의 어택커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게요. 처음에는 대장님 말씀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햇병아리였는데 말입니다. 그런 햇병아리가 보름도 되지 않아 주요 전력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또 부지런하기는 얼마나 부지런한데요.”
“전투가 끝날 때마다 우리들의 장비 손질까지 다 해 주고, 시간이 남으면 스케빈저들의 일까지 도와주지 않습니까? 용병으로 몇 년을 일했지만 저만큼 부지런한 녀석은 처음이에요.”
어택커들의 말처럼 아크는 잠시도 쉬지 않았다.
전투가 끝나면 어택커들을 찾아다니며 진흙 범벅이 된 장비품을 몽땅 수거해 시설 정비 스킬을 이용해 깔끔하게 닦아 주었고, 다른 어택커들이 다음 전투를 위해 쉬고 있을 때는 일부러 후방으로 돌아가 스케빈저들과 함께 전리품을 수거해 주었다.
세상 어디에도 성실한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덕분에 실버핸드에서 아크의 인기는 장난이 아니었다. 쉬지 않고 잡일과 궂은일을 도맡아 해결해 주니 당연한 결과. 그러나 아크의 성실함은 단순히 인기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아크가 실버핸드에서 일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해킹 스킬을 배우기 위해! 때문에 해킹 스킬을 배우는 데 필요한 200골드 치의 금속 부품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했다.
물론 어택커로 승격되어 보수도 5%로 올랐지만 그것만으로 200골드의 금속 부품을 모으기에는 너무 까마득한 것이다.
아크의 부지런함은 거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성과금으로 주어지는 20%의 금속 부품!’
더 많은 공헌을 한 대원에게 보너스를 주기 위해 별도로 빼놓은 예산. 아크가 쉬지 않고 움직이는 이유가 바로 그 보너스를 1%라도 더 챙기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아크는 이삼일 간격으로 정산을 할 때마다 평균 15%의 보너스를 독식할 수 있었다. 기본급을 포함해 전체 금속 부품의 20%를 아크가 받아 챙긴 것!
정산을 할 때마다 가방이 꽉 찰 정도의 금속 부품이었다.
‘그래도 헥스가 아니었다면 아직 목표치까지는 까마득했겠지. 망할 햄스터 자식, 스폰서라는 놈이 날 팔아먹은 것도 모자라 사기까지 치려고 하다니, 하여간 방심 못 할 햄스터라니까.’
돌이켜 생각하니 새삼 이가 갈린다.
아크가 첫 정산을 마치고 토리를 찾아갔던 12일 전이었다.
당시 아크는 데브리 사건의 공을 인정받아 보너스를 독식, 가방에 부품이 꽉 차 있었다. 게다가 어택커 승격까지 약속받은 터라 아크는 한껏 들떠 있었다.
‘이런 추세면 200골드 정도는 금방일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다 해서 60킬로그램인가? 지금 금속 시세가 킬로그램당 2실버니 모두 7골드로군.”
금속 부품을 몽땅 저울에 올린 토리가 중얼거렸다.
“에? 7골드요?”
이게 무슨 벽돌 나르다 허리 부러지는 소리란 말인가?
나쿠마를 사흘 동안 때려잡고 받아 온, 그것도 원래 스케빈저의 보수인 2~3%의 열 배나 되는 금속 부품 받아 왔는데 가격이 7골드라니? 결국 하루에 2골드 30실버. 그것도 보너스를 못 받으면 23실버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닌가?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이게 내가 얼마나 고생해서 모은 부품인데…….”
“뭐야? 그럼 내가 사기라도 친다는 거야?”
토리가 팩 고개를 돌리며 쏘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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