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52)
아크 더 레전드-252화(252/875)
[252] SPACE 1. 실버스타 VS 아수라 (2)뉴월드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두루 섭렵한 아크였지만 함 대 함 전투를 해 본 경험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그동안 실버스타의 조종을 맡아 왔던 토리마저 없어 아크는 미리 함 대 함 전투를 익혀 둘 필요가 있었다.
그때 배운 방어법이 바로 이것!
본래 채프는 금속 조각으로 적의 레이더를 교란시켜 유도탄 따위를 떨쳐 내는 장비다.
그러나 컴퓨터로 적함의 움직임을 예측해 사격하는 자동 타깃팅 시스템 역시 레이더를 사용하기는 마찬가지. 그게 높은 정밀도를 자랑하는 아수라의 포탄이 갑자기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는 이유였다.
직경 1킬로미터 공간을 뒤덮은 채프의 영향으로 아수라의 레이더가 실버스타를 감지하지 못해 포탑의 자동 타깃팅 시스템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폭음이 잦아들자 승객들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오오! 아크, 대단해! 대단해!”
“지금이다, 칼리벤, 그레온! 사격 개시!”
실버스타의 레이더도 채프의 영향으로 정상 작동이 되지 않고 있었지만, 실버스타의 포탑은 수동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아수라가 나타나기 전의 상대는 동력부가 폭파되어 돌산에 처박혀 있던 우주선. 굳이 자동 타깃팅 기능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준비 과정 없이 바로 수동 사격 개시!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곧바로 실버스타의 양 날개에 자리 잡은 포탑이 불길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실버스타와 아수라의 거리는 1킬로미터 남짓.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아수라는 선제공격으로 주도권을 잡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던 상황이라 굳이 회피 운동을 할 필요가 없었다. 말하자면 정지 상태의 타깃이라는 뜻.
그리고 실버스타의 포탑에 들어앉은 사람은 사격 전문 유저 그레온과 NPC지만 저격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삼지안운가라족 칼리벤!
퍼퍼퍼펑! 퍼퍼퍼펑! 퍼퍼퍼펑!
아수라의 실드에서 쉴 새 없이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뒤늦게 아수라도 회피 운동을 시작했지만 둔중한 외형처럼 실버스타에 비해 속도와 선회력이 떨어졌다.
그러나 라마족의 전투선 아수라는 이를 메울 만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일단 포탑도 날개 상부에 2개가 붙어 있는 실버스타와 달리 아수라는 상부와 하부에 각각 2대, 총 4대나 되는 포탑을 가지고 있었다.
사격 시스템을 수동으로 전환한 이후부터 적중률은 떨어졌지만 붉은학살자는 아크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고가의 EMP탄을 물 쓰듯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투콰콰콰콰! 퍼펑-! 퍼펑-!
-적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실버스타의 실드 내구도가 32%로 감소했습니다.》
-적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실버스타의 실드 내구도가 27%로 감소했습니다.》
포탄을 주고받으며 공중전을 펼치기를 5분.
뚝뚝 떨어지던 내구도가 30% 이하로 내려가자 푸른빛의 실드가 붉게 변했다. 그러나 아수라의 실드는 그보다 앞서 붉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기체의 화력은 확실히 아수라가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기동력과 선회력은 실버스타가 우세, 기체 성능만 놓고 보면 백중지세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투는 장비품의 성능만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용자의 역량!
함 대 함 전투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우수한 성능의 우주선이라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무용지물. 승패는 우주선을 다루는 승무원들의 역량에 달린 것이다.
화력이 떨어지는 실버스타가 아수라를 압도할 수 있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포탑에 그레온과 칼리벤이라는 사격 전문의 유저와 NPC를 배치시킨 덕분에 명중률에서 앞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람은 지휘를 하는 아크도, 조종을 맡은 밀란이나 포탑에 앉은 그레온과 칼리벤도 아니었다. 실버스타가 아수라를 압도하는데 가장 큰 공훈을 세우고 있는 사람은 바로…….
“적 포탄의 궤도 예측! 적함 아수라의 현재 위치와 포탑의 회전 반경, 포신의 한계 각도, 연사 속도, 포격수의 성향 파악. 이후 12초간 적함의 포격이 날아올 확률이 가장 낮은 지점은 현 위치에서 3시 5분 방향. 15도 각도로 70미터!”
깜빡임도 없이 모니터를 주시하는 검은 눈동자!
엄청난 속도로 자판을 두드리며 복잡한 연산을 진행해 나가는 손가락!
“현재까지 진행된 전투로 적함 아수라의 기체 성능 파악 완료했습니다. 이동 속도와 선회 능력, 제동력 등을 계산해 적함의 예상 이동 루트의 데이터를 포탑의 모니터에 업로드하겠습니다!”
새삼스럽지만 1킬로미터가량 떨어져 있다고는 하나 날아오는 것은 포탄이다.
그것도 한꺼번에 수십 발!
사실 그런 포탄을 눈으로 보고 피하는 것은 무리.
이런 포격전에서 ‘적의 포격을 피한다.’라는 말은 ‘공격을 예측하고 회피 운동을 하며 직격 당할 확률을 줄인다.’라는 의미였다. 그건 포격을 할 때도 마찬가지.
단순히 명중률만 높다고 쉬지 않고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적함을 적중시킬 수는 없다. 때문에 이 역시 회피 운동을 할 때처럼 적이 이동할 확률이 높은 장소를 예측해 사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이런 예측이 선체의 성능이나 조종사, 포격수의 역량보다 더 중요한 요소였다. 아니, 기체 성능과 조종사, 포격수의 역량을 ×2, ×3으로 만들어 주는 요소!
아크 팀에서 이 역할을 맡은 사람이 바로 그레이족 헤겔!
실버스타가 1킬로미터 거리에서 포격을 주고받는 중장거리 포격전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크를 백업해 주는 헤겔 덕분이었다.
그리고 다시 전투가 이어지기를 한참.
“사, 사자님, 저, 저는…… 우웨에에에엑!”
초 단위로 이어지는 급가속과 급정지 그리고 급선회에 팀원들과 한 덩어리가 되어 이리저리 굴러다니던 엘라인이 또다시 오바이트를 뿜어내며 비명을 터뜨렸지만!
“이런 상황에서 오바이트를 뿜으면 어쩌자는 거야?”
“으악! 무, 묻었다! 섬세한 처녀의 얼굴에 오바이트가 묻었다고!”
“우욱! 내, 냄새…… 나도 이제 한계…… 우웨에에에엑!”
토사물을 뒤집어쓴 슬레이와 카야 들이 연이어 오바이트를 뿜기 시작했지만!
‘됐어!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전투는 내 승리다!’
아크가 전면창의 화면에 클로즈업 되어 있는 아수라를 바라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더욱 거칠게 몰아치자 마침내 아수라를 감싸고 있던 실드가 산산이 부서져 나가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실드가 벗겨진 우주선은 갑옷 없는 기사나 다름없는 존재!
그뿐이 아니었다.
퍼펑-!
아수라의 후미에서 폭음이 울리며 시커먼 연기가 치솟았다. 그와 함께 마치 브레이크가 걸린 것처럼 아수라의 움직임이 우뚝 멈춰 섰다.
‘엔진에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하다!’
순간 아크는 승부수를 둬야 할 때임을 직감했다.
아수라를 바라보던 아크가 헤겔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헤겔, 아수라의 사각死角을 계산해라!”
“적함의 상부와 하부에 위치한 포탑은 모두 360도로 회전해 전방위로 공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선체의 두께가 상당해 적함과 수평을 이루는 각도에서 100미터 이내로 접근한 물체에 대해서는 상부와 하부, 어떤 포탑의 사각射角에도 잡히지 않습니다!”
“밀란, 들었지?”
아크가 정면 창으로 고개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엔진 최대 출력! 회피 운동을 중지하고 우측으로 선회해 놈의 측면으로 돌진한다!”
아크의 명령에 따라 실버스타가 빠르게 상공을 선회했다.
그리고 폭발적으로 가속하며 시커먼 연기를 뿜어 올리는 아수라를 향해 돌진!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실버스타가 돌진하자 아수라의 양쪽 상하에 붙어 있는 4개의 포탑에서 EMP탄이 빗발쳤다. 그때마다 실버스타의 실드에 구멍이 숭숭 뚫리며 불길이 터져 나왔다.
연속적인 폭음과 함께 기체가 상하좌우로 흔들리며 경광등이 쉴 새 없이 붉은 빛을 뿜어냈다. 그러나 아크는 미동조차 없이 스크린을 뚫을 기세로 아수라를 노려보았다.
“아직이다! 아직…….”
그렇게 잠시.
돌연 폭음과 진동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실버스타의 전후좌우를 비추는 모니터를 바라보자 아수라의 포탑에서 빗발치는 포탄이 실버스타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장면이 보였다.
아수라의 상부 포탑에서 대각선 아래로 쏘아지는 포탄, 그리고 하부 포탑에서 대각선 위로 쏘아지는 포탄, 그 사선射線 안쪽에 만들어진 아수라의 사각 지대에 진입한 것이다.
“그레온, 칼리벤, 지금이다!”
순간 아크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그와 함께 실버스타의 포탑이 불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사각으로 진입한 실버스타와 아수라의 거리는 불과 100여 미터! 초근거리에서 포격을 시작하자 아수라의 붉은 장갑이 순식간에 너덜너덜하게 변해 버렸다. 그리고 장갑이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자 내부의 생체조직이 파열되며 마치 피처럼 보이는 붉은 점액질이 터져 올라왔다.
“여기서 승부를 결정짓는다! 주포 준비!”
“주포 준…….”
빠르게 손을 움직이던 헤겔이 움찔하며 멈춰 섰다.
그리고 황급히 몇 개의 계기판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혀, 형님, 에너지 반응입니다! 아수라의 선수에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응집되고 있습니다! 주포! 놈들이 먼저 주포 발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포라고?”
고개를 돌린 아크의 얼굴이 당혹감이 번졌다.
아수라의 옆구리에 바짝 붙어 포격을 한 탓에 실버스타까지 폭연에 휩싸여 시야가 제한되어 있었다.
때문에 미처 확인하지 못했는데, 헤겔의 말을 듣고 아수라의 선수로 시선을 돌리자 폭연 속에서도 빛의 입자가 모여드는 장면이 선명하게 비치고 있었다.
선수에 집중되는 빛의 입자가 시커먼 폭연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강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 그건 주포에 필요한 에너지가 이미 모두 모였다는 뜻이다.
‘서, 설마……?’
등줄기에 섬뜩한 감각이 전해졌다.
순간 아크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밀란! 급속 하강!”
아수라가 팽이처럼 회전한 것은 그때였다.
그와 함께 원뿔 형태로 솟아 있는 아수라의 선수에서 백색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
대기를 불태우며 부채꼴로 뻗어 나오는 백색 섬광!
‘속았다! 놈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던 게 아니야! 원거리 포격전으로는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우리를 근거리로 유인하기 위해 엔진이 고장 난 것처럼 위장했던 거였어!’
섬뜩한 감각의 정체가 바로 그것이었다.
주포는 자잘한 포탄 따위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지만 에너지를 응집시키는 시간이 필요하고, 궤도를 쉽게 읽힌다는 점 때문에 함 대 함의 공중전에서는 쉽게 쓸 수 없는 병기다. 그러나 붉은학살자는 아크를 유인해 주포를 사용할 기회를 만들어 낸 것이다.
‘저 주포에 직격당했다면…….’
만약 헤겔이 아수라의 선수에 집중되는 에너지를 감지하지 못했다면 이 일격으로 실버스타는 재기불능의 타격을 입었으리라. 그러나 그 역시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헤겔이 에너지를 감지했을 때는 이미 아수라의 주포 발사 준비가 완료되어 있던 상황. 곧바로 기체를 하강시켰지만 불과 100미터 거리에서 완전히 피해 내기란 불가능했다.
콰콰콰콰! 쿠콰콰콰콰쾅!
-적의 공격으로 실드가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한 번 파괴된 실드는 전투 중에 복구되지 않습니다. 비전투 상태에서 30분 이상 대기해야 실드의 내구도가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실드의 회복 속도는 기체 성능에 따라 달라집니다.》
-적의 공격으로 우측 날개의 일부가 파열되었습니다!
《전투 중 받는 데미지에 따라 선체는 파손, 파열, 파괴라는 세 가지 형태의 피해가 발생합니다. 파손은 가장 낮은 정도의 피해로 해당 부위에 기능적인 문제가 생겼지만 우주선의 자가 회복 능력으로 복구가 가능한 수준입니다. 파열은 중간 단계로 기기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기능은 거의 마비될 뿐만 아니라 승무원이 직접 수리해야 하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파괴는 해당 부품이 완전히 떨어져 나간 상태로 이런 경우, 신속히 가까운 정비소를 찾아가는 게 최선의 방법입니다. 승무원 중에 전문지식을 갖춘 엔지니어가 있다면 직접 수리도 가능하지만 그것도 유실된 부품을 대처할 예비 부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우측 날개 파열 : 선체 기동력 -30%, 선회력 -50%
격렬하게 진동하는 실버스타의 창에 떠오른 메시지!
백색 섬광이 스친 우측 날개의 장갑 일부가 녹아내리며 연기를 뿜어 올리고 있었다.
“맙소사! 이게 무슨…….”
그와 함께 아크의 얼굴도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실버스타가 아수라와 대등한 전투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기동력과 선회력에서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날개가 파열되어 그 기동력과 선회력에서도 아수라보다 떨어지게 된 것이다. 화력이 떨어지는 실버스타에게는 문자 그대로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상황!
퍼펑! 퍼펑! 퍼펑! 퍼펑!
그때 또다시 폭음이 울리며 기체가 흔들렸다.
절체절명의 순간, 기체를 하강시켜 주포의 공격은 피했지만 그 탓에 아수라의 하부 포탑의 사정권에 들어서 버린 것이다. 바로 위에서 포탄이 쏟아지자 실버스타의 상부 장갑에서 불길이 치솟으며 장갑판이 움푹움푹 파여 들어갔다.
“형님, 상부 장갑의 내구도가 50% 이하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대로는 1분도 버티지 못합니다! 전속 이탈하겠습니다!”
“아니다!”
그때 아크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이 상태로 아수라의 하부 포탑의 사정권을 벗어난다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기동력과 선회력을 잃은 시점에서 이미 승산은 없는 것이다.
아수라의 포격에 실버스타의 상부 장갑이 너덜너덜해지는 짧은 순간 아크의 머릿속에 오만 가지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하여 도달한 결론은!
“밀란, 실버스타의 기수를 들어 올려라!”
아크의 명령에 밀란이 조종간을 힘차게 잡아당겼다.
그러자 실버스타가 쏟아져 내리는 포화 속에서 기수를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면 창에 아수라의 선체 아랫부분이 비치는 순간!
“돌진하라!”
아크가 어금니를 질끈 깨물며 소리쳤다.
만약 이때 밀란이 ‘네? 왜요?’라던가, ‘아니, 그건 좀…….’이라며 잠시라도 주저했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굴러떨어졌으리라. 그러나 친위대원에게 아크의 명령은 절대적!
아크의 명령이 함교를 울리자 밀란은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실버스타를 가속시켰다.
그리고…… 쿠쿠쿠쿠! 콰콰콰쾅!
실버스타가 솟아오르며 그대로 아수라를 들이받았다.
순간 엄청난 진동과 함께 실버스타의 뾰족한 선수가 뭉개지며 폭발을 일으켰다.
-적함과 충돌해 선수가 파괴되었습니다!
《수리하기 전까지 주포 선더볼트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동시에 떠오르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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