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53)
아크 더 레전드-253화(253/875)
[253] SPACE 1. 실버스타 VS 아수라 (3)주포가 장착된 선수가 뭉개졌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어차피 승산이 없다면 차라리 살을 주고…….’
그러나 아크의 눈은 실버스타의 선수로 향해 있지 않았다.
아크의 눈이 향한 곳은 그 너머, 실버스타의 선수가 박혀 있는 아수라의 선체였다.
실버스타의 선수가 완전히 뭉개질 정도로 들이받았다.
당연히 받힌 아수라의 선체도 무사하지 않았다. 아니, 충돌 부위만 보면 아수라의 피해가 더 컸다. 장갑이 통째로 떨어져 나가고 내부의 생체조직에 실버스타의 선수가 몇 미터나 박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크가 주포를 포기하면서까지 아수라를 들이받은 것은 그저 피해를 입히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실버스타의 선수가 박혀 있는 곳은 아수라의 후미.
바로 엔진이 있는 곳이었다.
‘……뼈를 취한다!’
아크가 노린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이번 충돌로 실버스타는 주포를 잃었지만 아수라는 엔진을 잃은 것이다. 우주선이 엔진을 잃었다는 것은 전사가 다리를 잃었다는 것과 같은 의미. 설사 주포와 4개의 포탑이 남아 있어도 움직이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고 만들어 낸 일발역전의 기회!
‘붉은학살자. 확실히 이번에는 좀 식겁했다. 하지만 네가 1초에 수억 단위의 계산을 해 내는 슈퍼컴퓨터라도 나를 이길 수는 없어. 나는 아크다. 네 계산이 통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제부터 그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해 주지.’
“이것으로 아수라의 엔진은 정지됐을 거다. 밀란, 실버스타를 좀 전처럼 아수라의 사각 지대로 이동시켜라. 이번에야말로 아수라와 붉은학살자의 숨통을 끊는다!”
아크가 씨익 웃으며 명령했다.
* * *
-크윽! 이 자식이!
경광등이 정신없이 번쩍대는 아수라의 함교.
붉은학살자가 검은 연기를 뿜어 올리는 아수라의 후미를 바라보며 이를 갈아붙였다.
새삼스럽지만 원거리 공중전 중 아수라의 후미에서 일어난 폭발은 아크를 유인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그때까지의 전투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실버스타와 아수라의 종합적인 기체 성능은 거의 대등. 이에 원거리 포격전으로는 승부를 내기 힘들다고 판단한 붉은학살자는 일부러 후미에서 폭탄을 터뜨려 엔진 고장을 위장한 것이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사실 이건 붉은학살자가 먼저 생각한 승부수였다.
이를 위해 붉은학살자는 실버스타가 바짝 다가와 옆구리를 두들겨 댈 때도 꿋꿋이 참았다. 그리고 그사이에 주포에 에너지를 집중시켜 기체를 회전시키며 발사!
‘아쉽게도 일격에 격침시키지는 못했지만…….’
실버스타의 날개가 녹아내리는 장면을 보며 붉은학살자는 승리를 확신했다. 용케 직격은 피했지만 이로서 실버스타는 기동력과 선회력을 잃어버렸다. 화력이 앞서는 아수라로 그런 실버스타를 격침시키는 것은 시간문제!
그때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벌어졌다.
아크가 그대로 아수라의 후미를 들이받은 것이다.
그 결과…….
-적의 공격으로 엔진이 파열되었습니다!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아수라를 움직일 수 없습니다.》
엔진 파열!
-정말 무지막지한 놈이군요.
케이커가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주포에 날개가 파열된 상태로 적의 포격을 받으면서 그런 방법을 생각해 내다니, 천부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전투감각입니다. 장래가 두려운 놈이로군요.
-그 아크라면 놀랄 일도 아니지.
붉은학살자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만약 이대로 아크가 좀 전처럼 아수라의 사각 지대로 이동해 포격을 퍼부으면 붉은학살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붉은학살자의 얼굴에 당혹감 따위는 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는 옅은 미소까지 번져 있었다.
-확실히 이번 공격은 뼈아픈 일격이었다. 하지만 아크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착각하고 있다. 아수라는 포격전을 하기 위한 전함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나 역시 포격전 따위로 놈과 승부를 낼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지.
-그리고 놈의 우주선은 아수라의 아래에 있죠.
-나로서는 바라마지 않던 일이지.
붉은학살자가 입 끝을 추어올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승무원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놈이 사정범위를 벗어나기 전에 하울링스팅거를 방출해 적함을 포획하라!
투퉁! 투퉁! 투퉁! 투퉁!
동시에 아수라의 하부 갑판이 열리더니 생체조직 부분에서 6개의 붉은 촉수가 뻗어 나갔다. 수천 가닥의 붉은 근섬유를 엮어 놓은 듯한 직경 1미터 두께의 붉은 촉수!
아수라의 하부에서 뻗어 나온 촉수가 실버스타의 상부에 닿자 끝에 붙어 있던 손처럼 생긴 것이 날카로운 손톱을 장갑에 박아 넣으며 단단히 움켜쥐었다.
-인정하지. 함 대 함의 전투에서는 네가 우세했다. 하지만 나와 너의 승부는 포격전 따위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두 사람의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 두 사람의 검뿐이다!
붉은학살자가 몸을 돌려세우며 소리쳤다.
-레드프론트, 준비해라! 진짜 전투는 지금부터다!
* * *
“뭐, 뭐야? 이게?”
아크가 당혹스러운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승리를 확신하며 실버스타를 아수라의 사각 지대로 이동시키려는 찰나, 갑자기 아수라의 하부에서 뻗어 나온 6개의 붉은 촉수가 실버스타의 동체에 박혀 버린 것이다.
더 황당한 상황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혀, 형님, 조종키가 작동되지 않습니다!”
“전파 침식입니다! 적함이 박아 넣은 앵커로 인해 실버스타에 전파 침식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밀란에 이어 헤겔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파 침식?”
“저 촉수를 통해서 실버스타의 내부에 EMP와 같은 강력한 전자 교란 신호를 발생시키고 있는 겁니다! 그로 인해 실버스타의 전자기기가 80% 이상 먹통이 되었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막을 방법은?”
“전파 침식을 일으키는 신호를 분석해 중화시킬 수 있는 신호를 발생시키면 해결됩니다. 하지만 적함의 전파 침식을 분석하고 이를 중화시킬 신호를 조합하려면 최소 30분은 필요합니다. 그보다 빨리 전파 침식을 막을 방법은…….”
“잘라 내면 되겠지.”
가장 단순한 방법. 신호를 보내는 촉수를 잘라 내면 되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아크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야! 다들 정신 차려! 상황은 굳이 설명할 필요 없겠지? 밥값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으윽! 이런 상태로 움직이란 말이냐?”
기괴한 몰골로 구석에 처박혀 있던 슬레이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리며 되물었다.
아수라와 포격전을 펼치며 곡예비행을 한 덕분에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까지 꽉 동여 맨 아크와 밀란, 헤겔과 달리 슬레이와 카야, 사다인, 그 외 친위대원들은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머릿속과 함께 위장까지 뒤집혀 오바이트를 뿜으며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그러나 그런 사정을 봐줄 상황이 아니었다.
“잡소리 집어치우고 빨리 움직여! 놈들이 뭔가 다른 수작을 부리기 전에 저 촉수인지 와이어인지를 모두 끊어야 해! 헤겔, 바로 나갈 테니 상부 도어를 개방해라!”
아크가 중앙갑판으로 뛰어나가며 소리쳤다.
이어 상부 도어로 나오자 거친 폭풍이 휘몰아쳤다.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그와 함께 상부 도어 주위에서 솟아오르는 불꽃!
아수라의 포탑은 총 4개. 상부에 2개, 하부에 2개가 붙어 있었다. 아수라는 촉수로 실버스타를 아래쪽에 붙들어 놓고 하부 포탑으로 포탄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당하고만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레온! 칼리벤!”
-알고 있어!
-엄호하겠습니다!
님프에서 그레온과 칼리벤의 대답이 들려왔다.
이어 실버스타의 양쪽 날개 위에 솟아 있는 포탑의 회전하며 포신이 90도로 세워졌다. 뒤이어 육중한 울림을 토하며 쏘아져 올라가는 포탄들! 포탑에 타고 있는 그레온과 칼리벤이 대응 사격을 펼치자 아수라의 하부 포탑도 실버스타의 포탑을 향해 반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거리는 불과 수십 미터.
실드조차 없는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고 포격을 주고받으니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뻔했다.
포성이 울릴 때마다 양쪽 포탑 주위로 자잘한 불꽃이 튀어 오르다가 이내 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했고, 채 몇 분도 지나기 전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불길을 뿜어 올리며 폭발했다.
‘빌어먹을! 주포에 이어 포탑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수리비에 벌써부터 눈앞이 아득해진다. 포탑에 탑승해 있던 그레온과 칼리벤의 안위보다 수리비를 먼저 걱정하는 게 참으로 아크다웠지만, 어쨌든 지금은 계산기나 두드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자칫하면 주포와 포탑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실버스타가 통째로 날아가 버릴 상황인 것이다.
“가까운 촉수부터 화력을 집중시켜 하나씩 끊어 나간다!”
투퉁-! 투투투투! 콰직!
불길이 뿜어지며 수십 발의 탄환이 공간을 가로질렀다.
그때마다 촉수의 표피에서 살점이 튀어 오르며 붉은 점액질이 흘러나왔다. 그러기를 잠시, 너덜너덜해진 촉수에 아크와 엘라인, 사다인이 달라붙어 검과 창을 쑤셔 대자 붉은 점액질이 흘러나오다가 파열음과 함께 끊어져 나갔다.
“됐다! 이제 하나! 나머지도…….”
“형님, 저기를 보십시오!”
그때 뒤에서 탄창을 갈아 끼우던 쿠라칸이 위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실버스타의 위쪽에 자리 잡은 좌우로 갈라진 아수라의 하부 도어에서 10여 명의 사람이 실버스타를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패러슈트를 걸친 라마 전사들이었다. 그리고 그 선두에서 붉은 아머를 입고 있는 라마 전사는…….
“붉은학살자!”
SPACE 2 강하降下! (1)
쿠릉! 쿠릉! 쿠쿠쿠쿠!
자주색 암운이 소용돌이치는 임펠투스의 상공.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는 뇌전의 빛에 대기가 백열하며 2대의 거대한 기체가 떠올랐다.
섬뜩한 핏빛 기체 아수라와 은빛 기체 실버스타!
그리고 지금, 촉수로 실버스타를 움켜쥔 아수라의 하부 도어에서 10여 명의 라마 전사가 실버스타의 등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와 함께 빗발쳐 쏟아지는 탄환!
투투투투! 투투투투!
“모두 물러서! 소드 디펜스!”
아크가 팀원들 앞으로 뛰어나가며 광선검을 휘둘렀다.
푸른빛이 허공에 복잡한 궤적을 그려 내자 수직으로 내리꽂히던 탄환이 놀란 물고기 떼처럼 퍼져 나갔다. 비슷한 장면은 수십 미터 위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저 시뻘건 놈이 대장이다!”
“후후후! 좋아! 라마족 놈들에게 이 M-620의 위력을 보여 주지!”
투투투투! 투투투투! 투투투투!
헤드로와 쿠라칸이 선두의 붉은학살자에게 기관총을 난사했다. 그러나 아크가 그랬던 것처럼 붉은학살자가 광선검을 휘둘러 대자 탄환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광선검의 전자기를 이용해 탄환의 궤도를 비트는 소드 디펜스. 새삼스럽지만 아크의 대對총기병용 스킬 소드 디펜스는 붉은학살자가 원조인 것이다.
“탄환 낭비다!”
아크가 팀원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현재 실버스타의 갑판 위로 라마 전사는 붉은학살자를 포함해 20명. 반면 아크의 팀원은 모두 8명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이들은 평범한 병사가 아니었다. 유저 중에서도 중상위권의 실력을 갖춘 슬레이와 사다인, 카야, 거기에 실력은 허접스럽지만 장비품만은 일류인 쿠라칸, NPC지만 레벨은 아크보다 높은 엘라인이 동행하고 있는 것이다.
‘머릿수가 달려도 쉽게 밀릴 전력은 아니지만…….’
상대도 만만한 놈들은 아니었다.
붉은학살자와 함께 강하하는 라마 전사들은 아마도 그의 직속 부대 레드프론트!
벨린 성좌 전장에서 악명이 자자했던 놈들이다. 숫자가 2배 가까이 차이 난다면 현재 아크 팀의 전력으로도 승산을 장담할 수 없었다. 아니, 확실히 말해 불리했다.
‘먼저 숫자를 줄이는 게 급선무다!’
“붉은학살자는 무리야! 다른 놈들을 공격해라! 어차피 탄환 몇 발로 놈들에게 입힐 수 있는 데미지는 한계가 있어. 그러니 놈들보다 패러슈트를 맞히는 데 집중해라!”
아크의 명령에 타깃이 붉은학살자의 졸개들로 바뀌었다.
물론 놈들도 얌전히 탄환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패러슈트의 분사 장치를 이용해 좌우로 회피 운동을 하며 총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강하하는 병사와 밑에서 사격하는 병사, 어느 쪽이 유리할지는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아크!”
“형님, 저도 나왔습니다!”
거기에 포탑에서 탈출한 그레온과 칼리벤이 가세!
투퉁-! 투퉁-! 투투투투! 투투투투!
쿠라칸과 헤드로, 그레온과 칼리벤, 총사가 자리를 잡고 사격을 퍼붓자 5명의 라마 전사의 패러슈트에서 불똥이 튀어 올랐다. 그리고 한 놈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다가 패러슈트가 폭발하며 임펠투스의 암산 지대로 추락.
동료의 비참한 죽음을 목격한 나머지 라마 전사들은 불길을 뿜어 올리는 패러슈트를 벗어 던지고 뛰어내렸다.
“지금이다, 엘라인, 사다인!”
아크가 탄환처럼 쏘아져 날아간 게 그때였다.
그리고 갑판 위를 구르다가 몸을 일으키는 라마 전사를 향해 날아가는 음속의 검!
“소닉 소드!”
채 자세를 잡기도 전에 충격파에 떠밀린 라마 전사는 갑판 밖으로 튕겨 날아갔다.
그사이 아크와 함께 돌진한 엘라인도 멸사참격으로 한 놈을 갑판 밖으로 밀어내 처리, 밀어내는 스킬이 없는 사다인은 좀 더 시간이 걸렸지만 역시 어렵지 않게 한 놈을 처리했다.
수백 미터 상공이니 갑판 밖으로 밀려 떨어진 놈들의 결말은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일단 네 놈은 아웃!’
아크가 팽이처럼 회전하며 갑판을 훑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떨어지는 또 다른 라마 전사 포착!
순간 아크는 놈을 향해 또다시 탄환처럼 쏘아져 날아갔다. 그리고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는 실버스타의 상부 갑판을 단숨에 가로질러 놈의 목을 꿰뚫으려는 찰나!
앞으로 붉은 형체가 떨어져 내렸다.
터텅! 콰지지지지-!
그와 함께 터져 나오는 붉은 스파크!
-적당히 해라, 아크! 설쳐 대는 건 여기까지다!
사방으로 불똥을 튀기는 스파크 너머로 붉은 갑주가 떠올랐다. 곤충의 갑각을 연상시키는 질감의 갑주는 다름 아닌 라마족의 배틀슈트!
기억에 있는 배틀슈트였다.
아수라처럼 붉은 빛이 감도는 이 배틀슈트의 주인은 바로 붉은학살자! 굳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던 아크가 입 끝을 추어올리며 말했다.
“늦었군. 기다리기 지루해서 몇 놈 쳐죽였다.”
-내가 아끼는 부하들이었다.
“미안하게 됐군.”
-사과할 필요 없다. 너도 곧 죽여 줄 테니.
“누가? 네가? 그건 무리야. 난 죽어 줄 생각이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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