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62)
아크 더 레전드-262화(262/875)
[262] SPACE 4 소혹성 E-2036 (4)그 많던 오징어를 모조리 어육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반면 팀원들의 데미지는 초반에 받은 것이 전부. 퍼펙트라고 할 정도의 압승이었다. 덕분에 팀원들은 모두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레피드 혼자 심각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너는 표정이 왜 그래?”
아크의 목소리에 레피드가 퍼뜩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잠시 아크를 바라보다가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파이프 속에서 스퀴드들을 상대하는 작전, 네가 순간적으로 생각해 낸 거냐?
“그런데? 왜, 뭐 잘못됐어?”
-아니, 뭔가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자, 이제 챙겨 볼까?”
아크가 히죽 웃으며 파이프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10분 사이에 박살 낸 오징어가 수백 마리! 그 숫자만큼은 아니었지만 몇몇 아이템들이 오징어 찌꺼기 사이사이에 섞여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낡은 기계 회로>를 입수했습니다.
-<스퀴드의 세포조직>을 입수했습니다…….
쿠쿵! 쿠쿠쿠쿠! 쿠쿠쿠쿠!
지면이 흔들리며 밖에서 굉음이 울린 것은 그때였다.
그러자 슬레이가 쾌재를 부르며 잽싸게 파이프 밖으로 뛰어나갔다.
-아싸! 오징어다! 분명 또 어디선가 오징어 떼가 기어 나오는 소리일 거야. 키키키키! 경험치가 제 발로 굴러들어오는군. 기다려. 내가 오징어들을 유인해 올 테니까. 자! 여기다! 내가 네 동료들의 원수다! 이리로…… 으헤헤헤헥!
느닷없이 비명을 터뜨리는 슬레이.
-뭐야? 왜 그래? 얼마나 많이 나왔기에…… 으헤헤헤헥!
-나 참, 장난 하냐? 무슨…… 으헤헤헤헥!
뒤따라 나간 팀원들이 줄줄이 비명을 터뜨리며 굳어 버렸다. 그제야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눈치챈 아크와 레피드도 파이프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팀원들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모두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오징어가 있었다.
그러나 방금 전에 어육으로 만들어 놓은 오징어와는 전혀 다른 오징어였다. 기우뚱거리며 한쪽으로 쓰러지는 폐선 뒤에서 지면을 뚫고 솟아 나오는 거대한 몸집의 오징어!
“대, 대왕 오징어?”
-타이탄Titan 등급의 몬스터 ‘에이션트 크라켄’이 출현했습니다!
동시에 눈앞에 붉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SPACE 5 우주에서 온 그것 (1)
“선장님!”
성간 화물 수송선 펠리컨.
1등 항해사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사출 지점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사출 할 화물은?”
“D-1201! 타투인에서 실은 화물입니다!”
“D-1201……!”
선장의 주름진 눈가가 살짝 흔들렸다.
항해를 시작했을 때부터 펠리컨에는 흉흉한 소문이 퍼졌다. 바로 D-1201, 타투인에 들렀을 때 하역한 하나의 컨테이너에 의한 것이었다.
화물 넘버 : D-1201
취급 주의! 특수 보안 화물!
이런 딱지가 붙어 있는 컨테이너.
선장은 성간 화물 수송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경력이란 괜히 쌓이는 게 아니다. 화물에 붙은 딱지를 보는 순간 선장은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아마도 연방 정부나 군부가 관련되어 있는 화물이리라. 그런 화물은 그저 모르는 척, 관심을 두지 않는 게 상책이다. 그러나…….
쿵! 박박박박! 쿵! 박박박박!
그때부터 컨테이너를 보관하는 화물실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소음. 화물만 채워져 있는 창고에서 이따금씩 벽을 두들기거나 손톱으로 긁어 대는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수송선의 일은 험하기 짝이 없다.
화물을 하역하는 일도 그렇고, 때때로 우주 해적과 싸워야 하는 일도 생긴다. 때문에 수송선의 선원들은 하나같이 강단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의외로 이런 상황에는 약했다.
“드, 들었어? 화물실에서 나는 소리?”
“에일리언이라도 숨어든 건가?”
“아니, 화물실 담당에게 들었는데, 화물 속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라고 하더군.”
“대체 내용물이 뭔데? 뭐가 들었기에 그런 소리가 나는 건데?”
“젠장, 알 게 뭐야? 이러다가 우리도 호라이즌 호처럼 되는 거 아니야? 호라이즌 호 얘기 들었지? 화물을 싣고 워프 항해를 하던 도중에 사라졌다가 발견된 수송선. 실종됐던 시간은 불과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데 승무원들이 모두 미라처럼 변해 있었다더군.”
“왜? 왜?”
“그야 모르지. 모두 죽었으니까.”
선원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내가 듣기로는 사라지기 전의 호라이즌 화물실에서도 쿵쿵대는 소리가 들렸다는 거야.”
눅눅한 습기처럼 내로 퍼져 나가는 정체불명의 괴담!
“선장님, 혹시 이 소음은 타투인에서 실은…….”
“생각하지 마! 관심 갖지 마!”
선장이 고개를 저으며 항해사의 말을 끊었다.
“우린 개척자가 아니야. 쓸데없는 호기심은 우리의 몫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화물을 목적지까지 배달해 주면 그만이야. 혹성 이븐에 들렀다가 바슘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화물을 목표 좌표로 사출하면 우리 일은 끝난다. 길어야 이틀이야. 그러니 쓸데없는 관심은 갖지 마!”
선장은 의연한 표정으로 말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무섭다! 젠장, 겁나 무섭다!’
사실 선장도 그동안 선원들의 괴담을 떠올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불면의 밤은 끝났다.
수송선의 정규 루트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으로 보내지는 화물은 가장 가까운 항로에서 해당 좌표로 사출하는 방식으로 배달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펠리컨은 마침내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단지 소음이 들려왔을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펠리컨의 승무원들에게는 나름 일생일대의 모험과도 같은 항해였다.
“선장님, 우리가 해냈습니다!”
“아직 좋아하기는 이르다. 우리들의 임무는 화물을 사출한 뒤에야 끝난다! 좌표 확정!”
“좌표 확정! 전자력 충전 완료! 선장님, 화물 사출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펠리컨의 측면 도어가 열리며 거대한 포신이 솟아 나왔다.
그 포신 위에 거치 되어 있는 것이 바로 괴담의 컨테이너 D-1201!
‘이제 굿바이다! 빌어먹을 화물 자식!’
“발사하라!”
위이이이이잉! 콰아아아아아!
스파크와 함께 전자력으로 가속된 컨테이너가 우주 공간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순식간에 점으로 변해 버렸다.
* * *
“실종됐다고요?”
이리나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떠올렸다.
2차 조사단이 20여 혹성을 조사하는 동안 이리나는 1차 조사단과 함께 케로족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
하르마돈 성좌에 마법진이 만들어졌을 때, 아마라에서 마법진의 한 축을 담당했던 붉은 광선을 쏘아 올린 자들은 후드의 남자와 캐츠족, 그리고 케로족이었다.
그중 후드의 남자는 아크가 비행정을 타고 도망치던 도중에 내리찍어서 사망!
‘남은 단서는 캐츠족과 케로족뿐이다. 하지만 캐츠족은 그 직전까지 스탈라에 수감되어 있다가 사건 직전에 그들과 합류했어. 후드의 남자와 관련이 있겠지만 X의 조직원이라고 단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 하지만 케로족은 분명 X의 조직원들이야. 케로족은 개척지의 콜로니에도 꽤 많이 살고 있다. 어차피 지금은 라마나 아슐라트 조직원들의 감시가 내 팀에 집중되어 있으니 일단 케로족을 조사하며 시간을 버는 편이 낫겠어.’
이게 이리나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개척지의 콜로니를 돌아다니며 탐문 조사를 벌이기를 한참. 몇 가지 단서를 얻고 라마와 아슐라트의 감시망이 느슨해진 틈을 타 2차 조사단의 본거지 투란으로 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불과 이틀 만에 9척의 단원 우주선 파괴!
그중 하나가 실버스타. 다름 아닌 아크의 우주선이었다.
더 당혹스러운 것은 아크가 그 뒤로 이틀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실종 상태라는 점이다.
각자의 임무지에서 정체불명의 적―혹은 라마족―의 습격을 받아 우주선을 잃은 다른 단원들은 이미 모두 투란에서 부활했다. 그런데 아크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었다.
“그의 팀원들도 모두 실종 상태인가요?”
“서너 명의 팀원이 투란에서 부활했습니다.”
“그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적과 교전하던 도중에 전사해서 자세한 상황은 모른다고 하더군요.”
무덤덤한 목소리로 설명하는 사람은 호크였다.
“그럼 혹시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도…….”
이리나의 기대 어린 질문에 호크가 냉정하게 대답했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살아 있어도 딱히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무슨 뜻이죠?”
“저는 단원들이 투란에 집결했을 때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그만한 능력이 있는 자만 단원으로 인정하겠다고. 하지만 정체불명의 적에게 습격당해 우주선을 잃은 9명의 단원들은 저를 실망시켰습니다. 불시에 기습을 당했다고는 하나, 우주 개척지에서 그런 일은 일상다반사. 그만한 위기관리 능력조차 없다면 이미 단원으로서는 불합격이죠.”
“그들을 버리겠다는 말인가요?”
“버린다? 꽤나 감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시는군요. 제가 듣기로 이리나 소위님은 일 처리에 대해서는 안드로이드도 울고 갈 만큼 냉정하다고 들었는데 말입니다.”
호크가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버리는 게 아니라 함께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그들은 이미 우주선을 잃었습니다. 보험금을 받아 우주선을 다시 구입한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겠죠. 우리에게는 그때까지 기다려 줄 시간이 없습니다.”
“아크 님은 아직 전사가 확인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제시간에 맞춰 돌아오지 못했죠. 저는 모든 단원에게 이틀의 시간을 줬고, 아크보다 더 멀리 떨어진 혹성으로 갔던 단원도 모두 돌아왔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하루. 설사 아직 살아 있다 해도 아크는 이미 자격을 상실했습니다.”
“그는 마틴 후작이 각별하게 생각하는 개척자예요.”
“모든 단원이 그렇죠.”
호크가 짧게 대답하며 일어났다.
“특례는 없습니다. 그게 마틴 후작의 총애를 받는 아크라도!”
그리고 몸을 돌리자 푸른 해골이 수놓인 망토가 활짝 펼쳐졌다. 왠지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자수였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버려야 할 사람을 버리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죠. 그리고 이미 목적지는 정해졌습니다. 동료를 버리고서라도 나아 가야 할 때라는 말이죠.”
호크가 성큼성큼 걷어가자 문이 좌우로 갈라졌다.
그 앞에는 11명의 사내들이 모여 있었다. 임무지에서 적의 습격을 받고도 살아서 돌아온 11명의 단원들 아니, 호크에게 선택받은 단원들이었다. 그들을 주욱 훑어보던 호크의 입 끝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준비해라. 다음 목적지로 출발한다.”
‘아크 님은 대체 뭘 하기에 연락도 되지 않는 걸까?’
이리나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 * *
그때 아크는…….
“으와아아아아! 피, 피해!”
콰콰콰콰콰콰!
……연락을 받을 상황이 아니었다.
-혀, 형님이 위험하다! 모두 엄호하라!
-이런 빌어먹을 오징어 자식! 이거나 먹어라!
투투투투! 투투투투!
어둠 속에서 연이어 터져 나오는 포화!
사이킥 조명처럼 번뜩이는 푸른 섬광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떠올랐다. 몸통 크기만 30~40미터가 넘는 거대한 오징어. 바로 스퀴드의 조상쯤 되는 우주 몬스터 크라켄이었다.
게다가 이놈은 그냥 몸집만 큰 게 아니었다.
티팅-! 티팅-! 티팅-!
놈의 몸을 뒤덮고 있는 갑옷 같은 표피에서 불꽃을 일으키며 튕겨 나가는 탄환! 갑甲오징어! 문자 그대로 갑옷을 두르고 있는 오징어인 것이다.
“무턱대고 쏴 대서는 안 돼! 공격을 한 점에 집중시켜라!”
-집중시키라고 해도…….
부와아아아앙!
순간 엄청난 두께의 긴 물체가 일행을 향해 떨어졌다.
지하 공간에 흩어져 있는 일행을 향해 동시에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물체의 정체는 바로 크라켄의 다리! 몸통만큼이나 긴 데다 직경이 수 미터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다리였다.
-빌어먹을! 그래 봤자 오징어 다리지! 철벽!
슬레이가 방패를 치켜세우며 소리쳤다.
그러나 다음 순간, 뭔가 작살나는 소리와 함께 슬레이는 수십 미터를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그건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크라켄이 10개나 되는 다리를 미친 듯이 휘둘러 대며 공세를 퍼붓자 반격은커녕 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그레온이나 쿠라칸처럼 총기를 다루는 팀원은 도망치면서도 반격을 가할 수 있었지만, 방금 전처럼 공격을 한 점에 집중하지 못해 대부분의 탄환은 크라켄을 뒤덮은 갑주에 튕겨 나갈 뿐이었다.
반면 크라켄의 촉수에 걸리면 펑! 펑! 펑!
용감하게 맞섰다가 떡이 되었던 슬레이처럼 펑펑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크으…… 젠장…….
벽에 처박혔던 슬레이가 흐느적거리며 날아왔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실제 데미지는 보기만큼 무지막지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크라켄의 공격력이 약해서가 아니었다.
다리 하나의 무게만 수 톤은 넘어 보이는 거대한 몸이다. 그리고 중량은 그 자체가 파괴력. 상식적으로 그런 다리에 맞고 무사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곳은 우주, 무중력 상태다.
아크 일행은 무게감을 잃고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상태라 충격을 받으면 수십 미터나 날아가지만 그 깃털처럼 가벼운 존재감(?) 덕에 실제 데미지는 크지 않은 것이다. 말하자면 허공에 떠 있는 물체는 파괴하기 어려운 원리!
‘하지만 무중력은 어드밴티지가 아니야!’
팀원들이 헤매고 있는 이유가 바로 무중력 때문이다.
아크는 그나마 예전에 우주 공간에서 실버스타를 청소하며 우주 유영 스킬을 얻어 비교적 움직임이 자유로운 편이었다.
그러나 다른 팀원들은 두근두근(?) 첫 경험!
분사 장치의 조작이 어렵지 않아 이동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처럼 급박한 전투 상황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되지는 못한 것이다.
전투 상황에서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치명적인 페널티!
‘이대로 전투를 계속하는 건 자살행위야!’
그건 10여 분의 전투 결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깎여 나간 크라켄의 생명력은 고작 15% 정도. 반면 팀원들의 생명력은 40~50%나 깎여 있었다. 공격은커녕 크라켄의 다리가 움직일 때마다 일어나는 기류에 제대로 중심조차 잡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크라켄처럼 방어력이 높은 몬스터를 상대하는 방법은 두 가지. 약점을 찾아 공략하거나, 한 점에 방어력을 상회하는 공격을 때려 붓는 방법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약점을 찾아도 작은 빈틈을 공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은 방법은 공격을 한 점에 집중시켜 방어력을 상회하는 공격을 퍼붓는 방법.
첫 번째 방법보다는 낫겠지만 아직 무중력 전투가 익숙지 않은 팀원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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