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69)
아크 더 레전드-269화(269/875)
[269] SPACE 7 적과의 동침 (2)그렇다. 골목에서 에스트를 기다리고 있었던 척안의 사내는 바로 호크. 그리고 뒤이어 나타난 사람은 아크였다.
‘하지만…….’
그런 내용을 굳이 마리오에게 얘기해 줄 이유는 없었다.
지금은 단장인 호크는 물론, 설사 같은 내정파 단원이라도 100% 믿을 수 없다. 현재 아크가 100%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이리나뿐,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니 아크와 이리나의 관계 역시 마지막까지 숨기는 편이 나았다.
이리나가 아크를 모른 척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당연히 단원들의 냄새를 쫓아왔지요. 저는 후각이 발달했거든요.”
“흐음…….”
마리오가 수상한 눈길로 아크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캐물어도 소용없다고 판단했는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다행이에요. 사실 좀 불안했거든요. 이번 습격으로 당한 9명의 단원 중 6명이 군부파 단원이에요. 10 대 10이었던 게 4 대 7이 돼 버린 거죠. 그런데 아크 님이 돌아온 덕분에 5 대 7이 됐어요. 뭐 여전히 군부파 단원의 숫자가 적지만 좀 전보다는 나아진 셈이죠.”
마리오의 말에 아크가 묵묵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현재 단원들이 모여 있는 곳은 호크의 우주선 데스나이트의 선창이었다.
이곳에 모여 있는 단원들은 타투인에 있을 때처럼 내정파와 군부파로 나뉘어 있었다.
그중 마리오와 함께 있던 군부파 단원은 고작 3명.
한때 게임특종의 유저 순위 18위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는 퍼거슨과 용병 파견을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트 타투스의 CEO라고 소개받았던 카이엔, 그리고 소수 정예로 활동하는 에이전트 아리온의 CEO 류였다. 거기에 아크와 마리오까지 합해도 5명. 군부파는 문자 그대로 반 토막이 난 것이다.
반면 내정파 단원은 7명이나 되었다.
‘역시 발렌시아는 돌아오지 못한 모양이군.’
발렌시아는 아크를 기습했다가 되레 당해서 비밀 연구소에서 객사. 그리고 놈이 타고 왔던 우주선도 뒤이어 나타난 붉은학살자에게 박살이 나 버렸다.
덕분에 발렌시아는 다시 조사단에 복귀하지 못한 채 그대로 제명된 것이다. 아크로서는 앓던 이빨이 빠진 것처럼 속 시원한 일이었지만…….
“문제는 호크예요.”
마리오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들으셨죠? 호크는 정체불명의 적에게 당한 단원을 모두 조사단에서 제명시켰어요. 그때 전사한 단원들이 투란에서 부활해 합류했지만 호크는 첫 임무에서 개척자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우주선을 잃은 사람은 단원의 자격이 없다며 가차 없이 잘라 냈죠. 그때 아직 아크 님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시간 내에 돌아오지 못했으니 함께 제명시키겠다고 했어요. 저희 군부파 단원 입장에서는 당연히 아크 님이 남아 있는 편이 좋지만…….”
이리나가 걱정하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그러나 아크는 걱정하지 않았다. 아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 * *
“……아크!”
수류탄의 파편이 떨어지는 어두운 골목.
쌍검을 치켜세우고 경계 어린 눈빛으로 탄환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던 호크의 척안에 당혹감이 번졌다.
3개의 수류탄을 공중에서 폭발시킨 총사의 옆에서 모습을 드러낸 아크 때문이다. 임무를 받고 임펠투스로 떠난 이후 연락두절, 당연히 실버스타와 함께 공중분해됐으리라 생각했던 아크가 마세티에, 그것도 그가 있는 곳에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호크는 마리오처럼 촌스러운 질문은 하지 않았다.
연락이 두절되었던 아크가 마세티에 나타났다. 그건 아크가 발렌시아와 붉은학살자의 습격을 받고도 실버스타를 잃지 않았다는 뜻이고, 현재 호크와 함께 행동하는 단원들 중 누군가에게 에스트와 관련된 정보를 전해 들었다는 의미였다.
대체 누가 아크에게 정보를 전해 주었는지가 궁금하지만 묻는다고 순순히 대답해 주지는 않으리라.
그렇다면 호크가 할 질문은 하나뿐이었다.
“여기에는 왜 온 것이냐?”
“단원이 조사단에 합류하는 게 질문을 받을 일이었나?”
“듣지 못했나? 넌 이제 단원이 아니다.”
“왜?”
“임무를 하달할 때 말했을 것이다. 난 맡긴 임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자만이 단원으로 인정하겠다고. 그리고 넌 제시간에 돌아오지 못했지. 더 설명이 필요한가?”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말해 주지 않았잖아.”
아크가 주머니를 뒤적여 작은 물체를 꺼내 들었다.
USB. 호크가 단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임무 내용이 들어 있는 USB였다.
“이 USB에 GPS 발신 장치가 붙어 있다는 얘기 말이야.”
아크의 말에 호크의 외눈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건 찰나에 불과했다. 잠시 USB를 바라보던 호크의 입 끝이 치켜 올라갔다.
“그게 어쨌다는 거냐? 그래, 네 말대로 USB에는 GPS 발신 장치가 붙어 있다. 그 장치를 삽입한 건 나지. 하지만 나는 조사단의 단장이다. 단장이 단원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GPS 발신 장치를 붙인 게 큰 문제가 될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단장이 그 정보를 다른 단원에게, 그것도 원한이 있는 단원에게 넘겼다면 얘기가 다르지.”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네게 정보를 직접 들은 사람이 있거든.”
“나다.”
그때 총사가 앞으로 나서며 헬멧을 벗었다.
순간 평온을 가장하던 호크의 가면에 균열이 번졌다.
GPS 정보를 유출시켜 단원들을 서로 치고받게 만든 호크. 사실 이 계획에서 호크는 어느 파벌의 단원이 더 많이 살아남을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 계획의 핵심은 가상의 적을 만들어 단원들에게 위기감을 심어 주는 것. 그리고 내정파와 군부파의 균형을 깨뜨려 단원들을 호크가 완전히 장악하는 데 있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예외가 있었다.
바로 아크!
‘내정파에는 다른 단원보다 특별히 두각을 드러내는 유저가 없어. 하지만 군부파에는 아크가 있다. 아직까지는 다른 단원보다 대단할 것은 없어 보이지만 놈은 ‘그’ 아크다. 놈의 가장 두려운 점은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우연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연도 여러 번 반복되면 실력. 뉴월드에서 아크와 대적했던 유저들은 대부분 그 점을 깨닫지 못하고 놈을 과소평가한 탓에 패배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기회가 있을 때, 모든 방법을 동원해 놈을 처리하겠다.’
다른 단원은 누가 살아남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아크만은 정식 임무가 시작되기 전에 확실하게 처리할 생각이었다. 때문에 아크를 습격하는 일만은 호크가 직접 개입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무리를 해서라도 아크를 처리하고 싶어 하는 자, 발렌시아에게 미리 상황을 설명해 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야 확실하게 아크를 처리할 수 있는 병력을 준비할 테니까.
발렌시아가 비밀 연구소를 습격할 때 100명이 넘는 병력을 동원할 수 있었던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타투인을 출발하기 전에 쥬벨 후작과 발렌시아가 회의를 하는 방을 방문했던 사람이 바로 호크. 임무가 시작되면 은밀히 아크의 정보를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했던 것이다.
그때 그 방에 있던 사람은 쥬벨 후작과 발렌시아만이 아니었다. 당시 호크가 발렌시아처럼 100% 쥬벨 후작의 사람이라고 믿었던 유저, 바로…….
“레피드라고 했었나?”
“그렇게 말했지.”
“쥬벨 후작의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그때는 그랬지. 하지만 사정이 생겼다. 듣고 싶나?”
“딱히.”
호크가 씹어뱉듯이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아크에게 시선을 돌리며 입술을 비틀었다.
“과연, 자신만만했던 이유가 이거였나? 그래, 좋다. 인정하지. 발렌시아에게 네 GPS 정보를 전해 준 사람은 나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 여기서 복수라고 하겠다는 거냐?”
“그거 좋은 생각이군.”
아크가 씨익 웃으며 허리 어름의 광선검을 움켜쥐었다.
동시에 경계하고 있던 호크가 움찔하며 쌍검을 고쳐 세웠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아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니, 그만둘래. 뭐 정황은 뚜렷하지만 증거가 없잖아. 네가 몰래 USB에 GPS 발신 장치를 숨겨 놓고, 발렌시아에게 그 정보를 팔아먹은 건 사실이지만, 그게 직접적으로 습격을 사주했다는 증거도 아니고. 그런 상황에서 널 죽여 봐야 괜히 나만 범죄자가 되겠지.”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듯이 지껄이는군.”
“아! 그래, 그것도 문제야. 너 엄청 잘나가는 놈이잖아. 난 발렌시아가 아니야. 마음에 안 드는 놈이라고 무턱대고 달려들지는 않는다고. 내가 작정하고 나설 때는 확실하게 이길 수 있을 때지. 그리고 이런 식으로 조사단이 와해되는 것도 바라지 않고. 그러니까 지금은 일단 참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조사단에 합류해 복수할 기회를 엿보기로 했어.”
“내게 대놓고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
“얘기하지 않으면 네가 모를까?”
“그건 아니지.”
호크가 눈매를 좁히며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묘한 눈으로 아크를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내가 왜 나에게 복수할 기회를 엿본다는 놈을 다시 조사단에 받아 줘야 하지?”
“받아 주지 않으면 곤란한 일이 생길 테니까. 보여 줬잖아, GPS와 증인. 물론 이것만으로는 네가 이번 일을 뒤에서 조종했다는 증거로는 좀 부족하지. 하지만 단원들도 바보는 아니야. 게다가 살아 돌아온 단원 중에는 습격을 당한 단원도 있지만 네가 유출한 GPS 정보를 입수하고 습격을 했던 단원들도 있겠지. 그들은 이미 어느 정도 감을 잡았을 거야. 그런 단원들에게 이 정보를 알려 주면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겠지. 아무리 너라도 그런 단원들을 지휘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 어때? 꽤 곤란해질 것 같지 않아?”
“곤란하겠군.”
호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난 이미 9명이나 되는 단원을 조사단에서 제명시켰다. 너는 습격에서 살아남았지만 오히려 그들보다 늦게 합류했어. 다른 단원들이 과연 너의 합류를 인정할까?”
“그건 네가 고민할 문제야. 곤란한 사람은 너니까.”
아크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을 때였다.
“이, 이 자식들이 뭐 하는 거야? 지금 장난하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크와 호크를 지켜보던 에스트가 버럭 소리쳤다.
“무슨 수작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광란의 폭탄마라고 불리는 이 붐버 에스트를 앞에 두고 딴 짓이라니! 빌어먹을, 이렇게 무시당해 보기는 처음이야!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네놈들은 여기서 죽어 줘야겠다!”
에스트가 또다시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탄띠처럼 생긴 로프에 줄지어 매달려 있는 수류탄은 무려 10여 개! 그러나 호크는 오히려 쌍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내 전함은 51번 항에 있다. 그곳으로 에스트를 데려와라.”
그리고 캣잭을 이용해 지붕 위로 올라가며 중얼거렸다.
“자세한 얘기는 그 뒤에 하도록 하지.”
* * *
“아크 님? 아크 님!”
마리오가 아크를 흔들었다.
그제야 회상에서 깨어난 아크가 대답했다.
“아, 네. 죄송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고…….”
“역시 아크 님도 걱정이 되나 보군요.”
“네?”
“걱정하지 마세요!”
마리오가 와락 아크의 손을 움켜쥐었다.
“호크가 기습에 당한 단원들을 제명시킨 이유는 우주선을 잃어 함께 이동할 수 없다는 게 가장 컸어요. 하지만 아크 님은 어쨌든 우주선을 잃지는 않았잖아요. 다른 단원들과는 상황이 다르다고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호크나 군부파 단원들이 뭐라고 하든 군부파가 똘똘 뭉쳐 아크 님을 제명시키지 못하게 막아 드릴게요.”
“아, 네…….”
아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할 때였다.
“모두 주목하라!”
맞은편에서 병사들이 나오며 소리쳤다.
이어 병사들이 좌우로 갈라지자 그 중심으로 호크가 걸어 나왔다. 그리고 단상 위에 올라 선창에 모인 단원들을 잠시 훑어보다가 입을 열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지체되었으니 바로 다음 임무를 설명하도록 하겠다. 할리, 지도를 펼쳐라.”
“네, 대장님.”
할리가 품에서 주먹만 한 구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바닥에 내려놓자 빛이 뿜어져 나와 허공에 은하 지도를 떠올렸다. 그때 내정파 단원들이 수군거리더니 한 단원이 앞으로 나섰다.
“그전에 설명을 들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뭔가?”
“저쪽에 있는 아크라는 단원에 대해서입니다. 지금 이곳에 남아 있는 단원은 11명. 첫 번째 임무에서 9명이나 되는 단원이 제명되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적의 기습에 한 번 당했다는 이유로 제명시키는 것은 좀 과하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나름의 규율이 필요하다는 단장님의 의견에 우리도 납득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한 번 제명되었던 단원을 다시 받아들이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습니까? 이 부분에 대해 단장님의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정말 아크가 다시 조사단에 복귀된 것입니까?”
“복귀됐다면?”
“저희들은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최악의 경우…….”
“잠깐만요! 그건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분명 아크 님은 시간 내에 투란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단원들과 달리 우주선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내정파 단원의 말에 마리오가 얼른 아크의 변호를 시작하려 할 때였다.
호크가 와락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닥쳐라. 쓸모없는 놈!”
마리오가 사색이 되어 뒷걸음쳤다.
그러나 호크가 노려보는 사람은 내정파 단원이었다.
“네 말대로 아크는 이미 한 번 제명되었던 단원이다. 사실상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지. 하지만 아크는 혼자 남겨진 상태에서도 자신의 임무지에서 찾아낸 몇 안 되는 단서만으로 마세티까지 찾아왔다. 그리고 우리의 타깃이었던 에스트를 생포했지.”
“에, 에스트를?”
“그래, 네놈이 멍청하게 놓쳐 버린 에스트를.”
호크가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쏘아보는 내정파 단원.
그가 바로 주점에서 에스트에게 접근했다가 애먼 벨킨족 무리와 총격전을 벌였던 사내였다.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뭐 일일이 기억하기도 귀찮으니 일단 단원 A로 해두자. 어쨌든 호크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과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결과. 그리고 결과는 곧 실력이다. 내가 9명의 단원을 제명시킨 이유가 그 때문이다. 이유가 어찌 됐든 그들은 개척자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우주선을 잃었다. 하지만 내가 그들을 제명시킨 이유는 우주선을 잃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우주선을 지킬 실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 이제 내가 묻지. 난 에스트를 생포하기 위해 너희들에게 각자 대기할 위치를 지정해 주었다. 하지만 너는 내게 보고도 하지 않고 자리를 이탈해 에스트에게 접근했다. 여기까지는 좋다. 말했듯이 모든 일은 결과가 우선이니까. 하지만 너는 바로 앞에서 에스트를 놓쳤다. 그 에스트를 생포해 온 것은 혼자 남겨졌던 아크. 어느 쪽이 더 실력이 있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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