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70)
아크 더 레전드-270화(270/875)
[270] SPACE 7 적과의 동침 (3)“그, 그건…….”
단원 A의 얼굴이 당혹감과 수치심으로 붉게 물들었다.
호크가 골목에서 에스트를 아크에게 넘기고 물러난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아크가 USB의 GPS와 레피드를 가지고 있는 이상 호크는 아크의 복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냥 복귀를 인정하면 내정파 단원들이 반발할 것은 당연지사.
때문에 아크가 복귀할 명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에스트를 포기하고 물러난 것이다.
‘저렇게 말해도 속은 엄청 쓰리겠지.’
아크가 내심 고소를 지으며 호크를 바라보았다.
이리나에게 호크가 에스트를 생포하기 위해 주점 주변에 단원을 배치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크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바로 호크의 위치였다.
정작 단장인 호크는 주점에서 가장 먼 장소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단원들은 호크가 단원들에게 공을 양보하기 위해 물러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조사단의 실권을 장악하기 위해 단원들을 서로 싸우게 만들었던 놈이다. 그런 놈이 공적을 단원들에게 양보할 리가 없지. 호크는 알고 있는 거야. 에스트가 그렇게 쉽게 잡힐 정도로 만만한 놈이 아니라는 걸. 그래서 에스트가 주점을 탈출한다는 것을 전제로 단원들을 배치한 것이다. 그러니 에스트가 도망칠 곳은 바로 여기, 호크가 맡은 곳이야.’
아크 역시 알고 있었다. 조사단에 합류할 명분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에스트를 생포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하여 팀원들을 동원해 호크의 위치를 찾아 간 것이다.
결과는 빙고였다.
호크가 있던 곳이 바로 에스트가 바이크를 숨겨 놓은 장소였던 것. 호크는 미리 그 정보를 입수하고 에스트를 생포하는 공적을 독식할 계획이었으리라. 그러나 아크의 출현으로 공적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볼드]-《어둠의 전조(개척 퀘스트)》의 정보가 갱신되었습니다.《어둠의 전조 서브 퀘스트 : 임펠투스 조사→주요 참고인을 생포하라》가 완료되었습니다.
2차 조사단은 마법진 생성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 광물이 나오는 혹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울프족 개척자 에스트가 조직 X와 관련이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에 에스트의 자취를 추적해 혹성 마세티의 우주항에서 생포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당신은 그 작전에서 에스트를 생포해 남다른 실력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공적치 : +1,800》
이게 선창에 오기 전에 확인한 정보 창.
여기서 잠시 설명하자면 첫 번째 임무에서 살아 돌아온 단원들이 받은 공적치가 대략 300~500. 한꺼번에 세 혹성을 조사한 호크가 받은 공적치도 1,500이었다.
그런데 아크는 한 방에 1,800!
무엇보다 통쾌한 것은 이 공적치가 본래는 호크의 몫이 되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호크는 자기 몫의 공적치를 양보했을 뿐만 아니라 아크를 다시 조사단에 복귀시키기 위해 핏대를 세워 가며 아크의 실력을 칭송해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당연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이제 시작이다, 아크! 돌아온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아크를 바라보는 호크의 눈동자에는 이런 메시지가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 그래서 아크도 눈을 힘을 주며 메시지를 떠올려 주었다.
-그래! 이제 시작이다, 호크. 날 다시 받아 준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그런 아크를 바라보는 이리나의 눈에도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제야 갤럭시안에서 다시 만났네요. 함께 잘해 봐요!
뭐가 뛰면 뭐도 뛴다!
옆에 서 있는 마리오도 히죽거리며 메시지를 띄워 올렸다.
-후후후! 어때요? 내가 나서니까 호크도 아크 님을 다시 받아 주잖아요. 이게 다 내 덕이에요. 그러니까 나중에 잘되면 나도 좀 챙겨 줘야 해요. 알았죠?
선창에 범람하는 이런저런 메시지.
뭐 어쨌든! 그렇게 아크는 또다시 적과의 동침을 시작하게 되었다.
SPACE 8 다크스타 (1)
“쳇!”
참으로 불만스럽다.
아크는 이제 확실히 이리나와 연인 관계가 되었다.
그리고 이번 임무는 연인이 된 이리나와 함께하는 첫 번째 모험! 뭐 배경이 우주다 보니 손을 잡고 들판을 뛰어다니며 룰루랄라 몬스터를 때려잡을 수는 없지만, 조사단에 참가할 때 지루한 위프 항해를 하는 동안이라도 그녀와 얼굴을 마주 보고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러라고 우주선에 통신 기능이 붙어 있는 게 아닌가.
그러나 지금은 단원들과 동행하는 중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호크와 동행하는 중이라 곤란했다.
조사단에서 제명되었던 아크가 혹성 마세티까지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이 이리나―그녀는 아직 아크를 습격한 적이 발렌시아라는 것, 그리고 발렌시아에게 정보를 준 게 호크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가 정보를 준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호크나 단원들이 알게 되면 그녀의 입장이 곤란해진다.
때문에 아크와 이리나는 당분간 모르는 사이처럼 행동하기로 결정했고, 조사단과 합류한 이후로 지금까지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은 물론 통신도 삼가는 중이다.
‘뭐 이건 이것 나름대로 둘만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지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통신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즐거울 리가 없었다. 덕분에 아침댓바람부터 우울한 기분에 휩싸여 한숨을 불어 내고 있을 때였다.
뒤쪽의 문에 열리며 레피드가 함교로 들어섰다.
“이제 접속한 거야? 다른 녀석들은?”
“아직. 마세티에서 술을 사다가 투란에서 합류한 멜리나와 파크, 베라드, 쿠파의 부활식인지 뭔지를 하겠답시고 늦게까지 퍼마신 모양이야. 선실이 장난이 아니더군.”
“레피드 형님, 일어나셨어요?”
레피드가 들어서자 헤겔이 살갑게 아침 인사를 건넸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레피드가 다크에덴의 정식 사원으로 입사가 결정되었을 때, 가장 반긴 사람은 헤겔이었다. 레피드가 S-20에 머물고 있을 때 호감도가 적잖이 쌓였기 때문이다.
레피드도 그런 헤겔은 비교적 살갑게 대해주었다.
“아, 그래. 악덕 사장 밑에서 고생한다.”
“누가 악덕 사장이야, 인마!”
“그럼? 아침부터 직원들 뒤에 앉아 똥 씹은 표정으로 노려보는 놈이 좋은 사장이냐?”
“아침부터 기분 꿀꿀한 사장을 갈구는 직원도 좋은 직원은 아니지.”
“난 딱히 좋은 직원이 될 생각은 없어.”
“그게 사장한테 할 소리냐?”
“못할 것도 없지. 어차피 잘 보인다고 보너스 같은 거 챙겨 줄 사장도 아니잖아. 게다가 이런 임무를 시작하자마자 단장에게 찍혀서 직원들 고생이나 시키고 말이야. 듣자니 호크 회사는 직원 대우가 꽤 괜찮다던데, 이참에 거기로 옮겨 볼까? 어이! 헤겔, 어때? 같이 갈래?”
“네? 아니, 저는…….”
“이 자식이 정말! 큰마음 먹고 취직시켜 줬더니 어디서 남의 직원을 꼬이는 거야?”
“뭐 이직 얘기는 농담이지만…….”
헤겔의 맨들맨들한 머리를 문지르던 레피드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크의 옆자리로 다가오며 물었다.
“대체 호크와는 무슨 관계냐?”
“관계? 무슨 관계?”
“호크에게 무슨 짓을 했느냐는 말이야.”
“무슨 짓은 뭐가 무슨 짓이야? 보고도 몰라? 무슨 짓은 그놈이 했잖아. 난 조사단에 들어오기 전까지 그런 놈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고.”
“그럼 이상한데?”
레피드가 미간을 모으며 말을 이었다.
“말했지? 호크가 발렌시아에게 네 위치를 알려 주겠다고 한 것은 단원들이 타투인에서 회합을 가진 직후였어. 그 전에 만난 적이 없다면 호크도 널 그날 처음 봤다는 얘기인데, 왜 호크가 그런 방법을 쓰면서까지 너를 견제하려고 했을까?”
“나도 궁금하다. 그 자식은 왜 내가 싫대?”
“그냥 그렇게 넘길 문제가 아니야. 쥬벨 후작이 네 적이라도 호크가 그에게 정보를 넘기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 자신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일이야. 호크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널 처리하려고 했다.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는 호크의 행동을 설명할 수 없어. 분명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너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를 입혔다든지. 뭐, 너는 예전부터 존재 자체가 민폐였던 놈이었으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지.”
“존재 자체가 민폐? 내가 무슨 세균이냐? 넌 대체 누구 편이야?”
“지금은 네 편이지.”
레피드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이번에는 어찌어찌 잘 넘겼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어. 아니, 네가 USB에 숨겨진 GPS를 무기 삼아 협박한 시점에서 너와 호크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은 건넌 것이나 다름없어. 호크 입장에서도 이제 굳이 숨길 필요가 없어졌으니 이전보다 노골적으로 너를 견제하겠지. 그리고 놈이 단장이라는 지위에 있는 이상, 네가 압도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어. 그렇다면 최소한 호크가 왜 너를 적대시하는지라도 알아야 하지 않나? 원인을 알아야 해결 방법이라도 고민해 볼 수 있으니까.”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아크도 고민을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니, 발렌시아에게 아크의 위치 정보를 넘겨준 사람이 호크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머릿속에서 한시도 그런 의문이 떠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정말이지 떠오르는 게 없었다.
‘일단 갤럭시안에서는 만난 적이 없는 게 분명해. 그럼 뉴월드인가?’
그런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러나 그 역시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뭣보다 현재 아크는 뉴월드의 아크가 아니라고 공표한 상태. 그래도 레피드처럼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의심만으로 이런 일을 꾸몄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대체 누구냐, 너는?’
“형님, 곧 워프 공간에서 나갑니다!”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밀란과 교대로 실버스타를 조종하던 토리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동시에 창밖으로 빗살처럼 스쳐 지나가던 빛무리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확 퍼져 나갔다. 기체의 진동과 함께 상념에서 튕겨 나온 아크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아무래도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군.”
“그래, 여기가…….”
레피드의 말에 아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 *
“여기다.”
데스나이트의 선창.
호크가 허공에 펼쳐진 은하지도의 한 지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단원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졌다.
“저기라니요?”
“거기는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단원들이 ‘?’을 떠올리는 것도 당연했다.
호크가 에스트라는 수송선 선장을 생포한 이유는 그가 단원들이 조사한 혹성에서 채취되는 희귀 광물을 어딘가로 운반한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에스트가 그 희귀 광물을 하역한 장소. 아마도 그 장소가 단원들이 찾는 조직 X와 관련이 있으리라.
방금 전에 호크가 가리킨 곳이 바로 그 장소였다.
그러나 지목된 장소는 허공, 선창에 펼쳐져 있는 은하지도에는 그저 망망대우주茫茫大宇宙가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놈이 그냥 아무 좌표나 둘러댄 거 아닙니까?”
“그럴 리는 없다.”
호크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내 심문은 대충 둘러대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지 않으니까. 적어도 내가 만나 본 개척자 가운데 그 지경이 되고도 거짓말을 한 개척자는 보지 못했다.”
그 지경이 되고도라니…….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그리고 나는 놈이 말한 장소가 이곳이라 오히려 확신하고 있다.”
“확신하다니요? 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까?”
“뭔가 있었다면 오히려 이렇게 확신하지 못했을 것이다. 알다시피 조직 X는 아직까지 은하 3국의 정보망에 걸린 적이 없다. 은하계가 끝없이 넓다 해도 그만한 마법진이나 반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조직이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숨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 때문에 나는 이번 임무를 받기 전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놈들은 숨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보이지 않는 장소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보이지 않는 장소? 우주 개척지에 그런 장소가 있단 말입니까?”
한 단원의 질문에 호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은하계에 혹성이 몇 개나 된다고 생각하나?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개척자가 방문한 혹성은 전체 은하계의 혹성에 비하면 불과 10%도 되지 않는다. 아니, 천문학자에 의해 존재 자체가 확인된 혹성도 채 60%를 넘지 않지. 다시 말해 무려 40%나 되는 혹성이 아직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 관측 궤도가 다른 혹성과 겹치거나 빛을 내지 않는 혹성, 각종 성운 가스에 뒤덮여 천체망원경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혹성도 있다. 그런 혹성들이 바로 불가시不可視, 혹은 미확인혹성이라고 불리는 혹성이다.”
“하지만 단장님이 지목한 장소는 도시형 하이브와 불과 수천 광년도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그런 곳에 미확인혹성이 남아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호크가 단원의 반론을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미확인혹성 가운데 최소한 영점 몇 퍼센트는 인위적으로 숨겨진 혹성이다.”
“이, 인위적으로? 누군가 의도적으로 혹성을 숨긴다는 말입니까?”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지. 이곳은 그런 세계니까.”
우주선도 아니고 혹성을 통째로 숨긴다.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막상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었다.
과학은 상대적인 것이다.
관측 기술이 발달하면 관측되지 않게 만드는 기술도 발달하는 법. 실제로 은하 3국은 수만 광년을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동할 수 있는 과학문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장에서는 직접 검을 휘두르고 총기를 난사하며 싸우고 있지 않은가.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과학기술은 이미 무기가 될 수 없다는 좋은 예다. 하물며 갤럭시안은 게임. 상상 밖의 일도 버젓이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세계’였다.
“그곳에 미확인혹성이 있다는 건 어떻게 확인합니까?”
“간단하다. 직접 가서 확인해 보면 되겠지.”
호크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을 때였다.
《어둠의 전조(개척 퀘스트)》
+서브 퀘스트 : 주요 참고인을 생포하라→미확인혹성
당신이 참가한 조사단은 조직 X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수송선 마르쇼시아스의 선장 에스트를 생포했습니다. 그리고 심문 결과 에스트에게서 특정 장소의 좌표를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에스트가 실토한 좌표에서는 어떤 혹성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단장 호크는 좌표로 직접 이동해 조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좌표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직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따라서 어떤 위험이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난이도 : ???
눈앞에 떠오르는 정보 창!
그것으로 단원들의 다음 목적지가 정해졌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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