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73)
아크 더 레전드-273화(273/875)
[273] SPACE 9 진격의 끝에 있는 것 (2)적어도 팀원의 숫자와 퍼거슨의 능력은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그런데도 호크가 살짝 띄워 주자 분위기 파악도 못 하고 의기양양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호크는 퍼거슨의 실력 따위는 관심도 없는 게 분명하다.
“그런 둘을 묶어 놓은 겁니다. 숫자는 적지만 전력은 오히려 위가 아닐까요?”
호크가 아크를 향해 도발적인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하지만…….”
“이리나 소위님, 저도 괜찮습니다.”
아크가 이리나를 제지하며 살짝 고개를 저었다.
‘호크 자식, 의외로 쩨쩨한 구석이 있었군.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마세티 항의 골목에서 대면한 이후 아크와 호크는 더 이상 숨길 것 없는 적이 되었다. 물론 각자의 입장이 있으니 대놓고 칼부림을 할 수는 없지만 호시탐탐 아크는 호크의, 호크는 아크의 뒤통수를 노리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이제부터 호크는 사사건건 아크에게 태클을 걸어오리라. 그에 비하면 이 정도는 딱히 태클도 아니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해. 그리고 호크도 이 정도로 내가 곤란해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겠지. 이건 일종의 예고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날 왕따시키겠다는.’
그러나 그건 호크와 적대 관계가 될 때 이미 각오했던 일이다. 이런 일은 호크가 조사단장으로 있는 한, 그리고 아크가 단원으로 있는 한 피해 갈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따질 수도 없고, 따져 봐야 소용없으리라. 그런 일에 굳이 이리나가 나서서 호크의 의심을 살 이유는 없었다.
‘나와의 관계를 떠나서 지금 이리나 님은 그 존재만으로 나에게 도움이 된다. 그나마 은하연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이리나 님이 있어서 이 정도지, 이리나 님도 없었다면 호크는 어떤 구실을 붙여서라도 나 혼자 조를 편성하게 했을 거야. 한 번 제명되었던 내가 다시 들어왔으니 다른 단원들도 크든 적든 불만을 가지고 있을 터. 단장이라는 지위와 내 입장을 이용하면 날 궁지로 몰아넣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겠지. 하지만 호크 옆에 이리나 님이 붙어 있는 이상, 놈도 무리하게 날 몰아붙이지는 못한다!’
이게 이리나와의 관계를 숨겨야 하는 이유다.
그녀가 아크와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호크를 감시하기 더욱 어려워질 테니까. 그러니 고작 이런 일에 나서서 호크의 의심을 사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퍼거슨도 불쌍한 놈이다.
이리나가 없었으면 호크도 굳이 퍼거슨을 아크와 묶지도 않았으리라. 그런데 괜히 아크와 호크의 싸움에 말려들어 얼렁뚱땅 최소 병력의 조에 편입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우하하하하! 아크라고 했지? 아크. 음, 아크. 후후후! 너도 괜찮다는 걸 보니 내 명성을 들어 본 모양이구나. 그래, 아크! 나만 믿어. 게임특종 18위 유저의 실력을 보여 주지. 그러니까 걱정 붙들어 매고 내 뒤만 졸졸 따라오면 돼. 내가 지켜 주마, 아크!”
어깨가 발사될 듯이 힘을 주고 떠들어 대는 퍼거슨.
……딱히 동정심은 생기지 않는다.
‘게다가 거슬리게 왜 말끝마다 아크, 아크, 읊어 대는 거야?’
……심지어 은근슬쩍 짜증까지 나는 놈이었다.
“좋겠구나, 아크. 지켜 주겠다는 동료와 함께하게 됐으니.”
호크가 씨익 웃으며 아크의 염장을 지르고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자, 시간이 없다. 기습 공격의 핵심은 속도! 놈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줘서는 안 된다! 각 조는 곧바로 배당받은 통로로 진입해 적을 섬멸하라! 적에게 유출될 위험이 있으니 통신은 비상시에만 사용하고 이제부터는 각자 조 단위로 판단하고 행동하라! 진격!”
“가자! 진격하라!”
그리고 수백의 병사가 기지를 향해 진군했다.
* * *
“우와! 우와! 우와!”
거구의 사내가 안절부절못하며 괴상한 비명을 터뜨렸다.
넙데데한 얼굴 전체가 울긋불긋한 돌기에 뒤덮여 있는 거구의 사내는 자말, 툰바라는 외계 종족 출신으로 현재 잿빛혹성에 숨겨진 조직의 비밀 기지를 관리하는 영주였다.
이 비밀 기지는 조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자말은 그 역할을 충실해 소화해 냈고, 그 공을 인정받아 곧 본 단으로 영전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다크스타 파괴!
잿빛혹성을 지켜 오던 궤도 요새가 격침된 것이다.
“빌어먹을 함장 자식! 그래서 내가 긴장을 풀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건만! 결국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그 자식은 총살이야, 총살!”
그러나 다크스타의 함장은 이미 사망.
그리고 다크스타를 격침시킨 정체불명의 병력은 기지로 침입하는 중이었다.
“막아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놈들을 막아야 한다!”
자말이 광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나 기지의 병력 대부분은 다크스타에 집결되어 있었다. 다크스타가 무너지지 않는 한 기지가 공격받을 일은 없으니 모든 전력을 다크스타에 집중시켜 놓았던 것이다.
기지에 남아 있는 것은 일꾼+병사로 사용하기 위해 시험관으로 양산해 낸 케로족뿐. 뭐 그래도 숫자로 따지면 수천 마리에 달하지만…….
“1차 방어선 함락!”
“적군이 시설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적의 공병에게 격벽이 하나씩 파괴되고 있습니다!”
“제14 케로족 부대가 적과 조우해 3분 만에 전멸됐습니다! 제 3통로는 이제 터렛 몇 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 올챙이만도 못한 놈들 같으니!”
자말이 울화통이 터지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기지에서 붕어빵처럼 찍어 내는 개구리들은 신체 능력이 허접스럽기 짝이 없었다. 거기에 지능까지 낮아 총을 쥐여 주면 그냥 쏴 대며 돌진하는 것밖에 할 줄 모른다. 뭐 그런 놈들이라도 인해전술을 사용할 때는 꽤 쓸모가 있지만, 적군이 기지로 진입했으니 무턱대고 숫자로 몰아붙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당연히 적과 마주치는 족족 박살.
자말의 앞에 붙어 있는 수십 개의 모니터에 비치는 것은 죽은 개구리 시체들뿐이었다. 그리고 그 시체를 넘어 시시각각 다가오는 정체불명의 개척자들!
“뭔가 방법을 찾지 못하면……!”
“제가 한발 늦었군요.”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움찔하며 고개를 돌린 자말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졌다.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자말의 뒤에는 5명이 기척도 없이 다가와 있었다. 검은 로브의 후드를 눌러써 얼굴을 보이지 않았지만 옷깃 사이로 드러난 피부가 검게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단 1명, 방금 전에 말을 한 사내의 피부는 화이트 휴먼―백인―처럼 밝은 톤이었다. 그를 보자 자말이 눈물이라도 흘릴 듯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대, 대행자님, 오셨군요!”
“곤란한 상황이군요.”
“네? 네! 보, 보시는 그대로입니다! 멍청한 함장 자식이! 그놈이 모든 일을 망쳤습니다! 내가 그토록 누누이 긴장을 풀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은 제가 필사적으로 막고 있지만…….”
“조용.”
사내가 입술 앞에 손가락을 세우며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느릿한 동작으로 상황실의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각 통로로 난입해 개구리들을 학살하며 중심부로 진군해 오는 조사단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하더니 슬쩍 입 끝을 추어올렸다. 고양이가 쥐를 찾아냈을 때의, 그런 종류의 미소였다.
그러나 사내는 금세 표정을 지우며 자말을 향해 돌아섰다.
“대공의 명령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 * *
“이거 참…….”
아크가 머리를 긁적였다.
-이제 우리 힘을 보여 줄 차례다!
아크가 잿빛혹성에 진입할 때 읊어 댔던 대사였다.
그리고 실제로 가진 역량을 120% 발휘해 화끈한 전투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힘’을 보여 줄 상대가 없어졌다.
바로 호크. 새삼스럽지만 아크가 힘을 보여 주겠다고 한 상대는 호크였다. 호크가 메테오 스트라이크로 아크의 기를 죽였듯이, 아크 역시 백병전에서 실력을 발휘해 호크에게 ‘흥! 나도 만만치 않아!’라고 주장하고 싶었다.
그런데 조가 나뉘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굳이 무리를 하면서까지 싸울 이유가 없지.’
그래서 아크는 생각했다.
서로 다른 통로로 진입했지만 단원들의 집결지는 결국 한곳, 중심부다. 당연히 적의 저항이 가장 거셀 곳도 중심부.
‘이런 상황에서 적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은 중심부에 병력을 집중시켜 저항하는 방법뿐이다. 7개의 통로로 돌입한 단원들은 전투력이나 적의 저항에 따라 진군 속도가 달라지겠지만 기지가 크지 않으니 빠르건 늦건 중심부에 도달하는 시기는 크게 차이 나지 않아. 문제는 그다음이다. 적이 배수의 진을 치고 필사적으로 저항하면 압도적인 전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뚫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 게다가 단원들은 중심부까지 전투를 치르며 이동할 테니 체력이나 정신력도 많이 빠진 상태일 터. 중심부의 전투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많다.’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물론 이번 작전은 먼저 중심부를 점령하는 단원이 가장 많은 공적을 차지하게 되리라. 그러나 먼저 도착한다고 먼저 중심부를 점령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가장 먼저, 다시 말해 적이 가장 많을 때 도착하면 괜히 남들보다 피해만 더 입을 뿐이다.
‘그래, 지금은 서두르는 게 상수가 아니야.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전력을 유지하며 중심부까지 가느냐. 늦더라도 최상의 상태로 중심부에 도달하는 게 이득이다. 그러니 지금은 최대한 전투를 피하고 힘을 비축해 둘 필요가 있어.’
이게 아크가 도달한 결론.
전력을 소모시키지 않고 중심부에 도착. 먼저 도착한 단원들이 중심부에 떼로 몰려 있을 개구리들과 사투를 벌여 양쪽 모두 헉헉대고 있을 때 아크 팀이 단숨에 중심부로 치고 들어가 가장 많은 공적치를 독식한다는 작전이었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른 단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아크 조가 맡은 통로에도 개구리들이 넘쳤다. 그저 기관총이나 RPG를 난사하며 달려드는 것밖에 모르는 놈들이었지만 좁은 통로에서 피해를 입지 않고 진군하기는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멋집니다, 퍼거슨 님!”
아크가 엄지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앞에서 두꺼운 아머를 입은 퍼거슨이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우하하하하! 그래? 그렇단 말이지, 아크? 후후후후! 내가 멋지다 이거지?”
“네! 저는 그저 퍼거슨 님만 믿겠습니다!”
“그래! 믿어라, 아크! 내가 너를 지켜 주겠노라! 가자!”
퍼거슨이 아크를 연발하며 탄환이 빗발치는 통로로 쏘아져 날아갔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는 무지막지한 두께의 헤비 아머를 입은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속도!
순식간에 수십 미터를 날아간 퍼거슨의 손에서 리볼버런쳐가 불을 뿜었다.
퉁-! 퉁-! 퉁-! 퉁-!
육중한 울림과 함께 포물선을 그리며 바리케이드를 넘어 떨어졌다. 순간 바리케이드 안쪽에서 불길이 솟구치며 개구리 떼가 배를 까뒤집으며 죽어 나갔다.
그러자 방패와 장검, 이름처럼 장비품도 단순한 동생 A, B가 퍼거슨의 뒤를 따랐다.
“지금이다! 형님의 뒤를 따라라! 전군 돌격!”
뒤이어 벌어지는 치열한 백병전!
‘유저 순위 18위라…… 확실히 상당한 전투력이기는 하지만…….’
뒤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던 아크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유저 순위 18위라는 과거의 영광이 증명하듯 퍼거슨은 실제로 상당한 실력자였다. 아니, 솔직히 아크가 보기에 실력은 그저 그런 수준이었지만 레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장비품은 정말 눈이 돌아갈 정도였다.
그리고 A, B라는, 무슨 생각으로 지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름을 가진 퍼거슨의 두 동생도 타입은 평범하지만 상당한 수준의 장비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긴 조사단원으로 뽑혔을 때는 나름의 뭔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러나 퍼거슨 일행은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이지 어이없을 정도로 단순한 놈들이군.’
조 편성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가 호크가 살짝 띄워 주자 금세 헬렐레할 때 알아봤다.
‘이 녀석들의 지능은 원숭이 수준이야. 자기 무릎이 깨지는 것도 모르고 바나나만 던 져주면 쉬지 않고 재주를 넘을 놈들이 분명해. 호크 자식, 미리 이 녀석들의 지능 수준을 눈치채고 나에게 붙여 준 모양이지만 나로서는 이런 원숭이들이 동행이라면 땡큐다!’
아크는 이미 나름의 계획을 세웠다.
피해를 최소화하며 중심부까지 진군하기로. 아크가 그런 작전을 세울 수 있는 것은 퍼거슨과 A, B 덕분이었다.
옛말에 돼지도 띄워 주면 나무를 기어오른다는 말이 있다.
“굉장합니다, 퍼거슨 님!”
“우하하하하! 그래, 나만 믿어라, 아크!”
“우와! 저 박력! 저 화력! 저는 흉내도 못 낼 정도입니다!”
“우히히히히! 그래? 그렇단 말이지? 좋아, 아크! 더 찬양해라! 더 경배해라!”
엄지를 치켜세우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떠들어 대면, 퍼거슨은 탄환이 빗발쳐도, 수류탄이 날아와도! 문자 그대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개구리들을 박살 내 주는 것이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레피드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아크, 정말 이래도 되는 거냐?”
“왜? 어차피 파티라 경험치는 똑같이 들어오잖아.”
아크가 히죽거리며 대답하자 멜리나가 한숨을 불어 내며 끼어들었다.
“아니, 불만이 있다는 말이 아니라…… 저 사람, 왠지 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 그거였어요? 기분 탓입니다. 동물원의 원숭이도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관람객뿐이라고요. 정작 원숭이들은 제때 바나나만 주면 만족한다, 이겁니다. 어쩌면, 아니, 분명히 오히려 관람객보다 행복 지수는 원숭이가 더 높을걸요? 저 녀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멜리나 님도 보세요. 저러면서도 엄청 행복해하고 있잖아요.”
“역시 불쌍하잖아! 저 녀석, 엄청 불쌍해!”
아크의 설명에 팀원들이 입을 모아 퍼거슨을 동정했다.
그러나 아크의 말은 사실이었다.
선두에서 미친 듯이 치고받는 퍼거슨!
‘우하하하!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이렇게 통쾌할 수가!’
지금 퍼거슨의 머릿속에서는 엔도르핀이 분수처럼 콸콸 쏟아지는 중이었다.
뒤에서 열렬하게 자신을 응원하는 아크 덕분이었다.
‘지금 아크의 모습은 바로 뉴월드 시절의 나야. 그래, 나와 A, B는 언제나 저렇게 아크의 뒤에서 응원이나 해야 했지. 뿐만 아니라 툭하면 개돼지 취급을 받으며 착취당했었어. 하지만 지금은 입장이 바뀌었다. 지금은 내가 놈보다 더 강해! 물론 저 녀석이 뉴월드의 아크는 아니지만 아크는 아크! 후후후! 지금 아크 자식이 나의 강함에 놀라고, 나의 강함을 찬양하고 있는 거야! 이거다! 이게 내가 꿈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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