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74)
아크 더 레전드-274화(274/875)
[274] SPACE 9 진격의 끝에 있는 것 (3)뉴월드 시절 항상 꿔 왔던 꿈!
그러나 넘을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며 포기해야 했던 꿈!
그 꿈이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마침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적의 탄환에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이깟 탄환 따위!
“우하하하! 아무렇지도 않다!”
엔도르핀에 취해 버린 퍼거슨의 앞을 막을 수는 없었다.
“혀, 형님, 온몸이 너덜너덜해요. 구멍이 뚫리지 않은 곳이 없어요.”
“왠지 우리만 죽어나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약한 소리 하지 마! 이런 기회가 쉽게 올 것 같아? 지금이야말로 아크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 주는 거다! 그러고 나서야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 우리는 전사라고!”
퍼거슨은 거침없이 또다시 빗발치는 탄환 속으로 돌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슬쩍 고개를 돌려보면…….
“우와! 멋집니다!”
“멋쟁이! 멋쟁이! 삑! 삑!”
들려오는 아크와 팀원들―불쌍하다고 하면서도 퍼거슨 일행을 부려 먹는 데 재미가 들린 모양이다―의 응원! 이에 에너지를 충전한 퍼거슨은 개구리를 전멸시켜 주었다.
“슬슬 정리됐군. 이제 갈까?”
아크는 팀원들은 그제야 슬렁슬렁 뒤따랐다.
“야, 그런데 마세티에서 팔던 술, 엄청 맛있더라. 게다가 떡이 되도록 마셔도 게임 밖으로 나가면 아무렇지도 않고. 좀 비싸기는 하지만 파티용으로는 최고인 것 같아.”
“그치? 그치? 다시 항구 들를 일 있으면 아예 박스로 사서 실버스타 창고에 쟁여 둬야겠어.”
“그런데 여기는 안주가 너무 부실해.”
“부실하다기보다는 엄청 비싸다고 해야지. 우주 식량이 싸서 굶어 죽을 걱정은 없지만 진짜 음식 같은 음식은 비싸잖아. 그나마 대형 하이브나 항구에서밖에 구할 수 없고.”
“그래. 다음 회식 때는 안주도 좀 찾아보자고.”
그리고 이런 잡담을 나누는 사이.
투투투투! 투투투투! 퍼펑-! 콰콰콰쾅!
통로를 타고 쉴 새 없이 울려 퍼지는 총성과 폭음!
-레벨이 올랐습니다.
잠시 후 반가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 * *
콰쾅-!
폭음과 함께 두꺼운 철문이 산산조각 나며 흩어졌다.
동시에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헤치며 수십 명의 사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레이저 스코프가 달린 총으로 주위를 경계하며 자리를 잡은 직후, 어깨에 거대한 해머를 짊어진 사내와 푸른 해골이 수놓인 망토를 걸친 사내가 들어왔다.
“젠장…….”
하나뿐인 눈으로 주위를 훑어보는 사내는 호크였다.
사실 기지로 진입한 호크는 아크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기지의 사령관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취할 방법은 하나, 일단 군데군데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적의 진격을 막으며 병력을 중심부에 집결시켜 최후의 결전을 준비한다.
그런 적의 행동을 예상할 때 중심부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조가 가장 많은 피해를 입게 되리라. 그러나 그게 호크의 걸음을 느리게 만들 이유는 되지 못했다.
‘패자의 길은 하나뿐이다!’
호크와 그의 휘하 부하들은 개구리 따위에게 당할 만큼 약한 전사가 아니다. 개구리 따위에게 당하는 수준이라면 이미 그의 부하로서 실격. 그런 부하는 없어도 그만이다.
그리고 호크는 조사단의 단장, 다른 단원보다 늦어서야 체면이 서지 않는 것이다.
‘적이 많이 모여 있다면, 그 역시 깨부수면 그만이다!’
그리하여 거침없이 진군!
호크는 가장 먼저 기지 중심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호크의 예상은 빗나갔다. 통로에는 그렇게 많이 득실거리던 개구리가 중심부로 들어서자 오히려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앞에 있는 것은 굳게 닫힌 문뿐.
‘어떻게 된 거지? 설마 통로에 깔려 있던 케로족이 놈들의 전력 전부였다는 건가? 말도 안 돼. 아무리 적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작 중심부를 비워 두다니?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런 젠장! 할리, 문을 폭파하라!”
잠시 생각하던 호크가 와락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그리고 폭파 전문의 공병, 붐버를 이용해 중앙 통제실의 문을 단숨에 폭파! 마침내 기지의 중심부로 들어와 주위를 둘러본 호크의 입에서 욕설이 흘러나왔다.
“빌어먹을, 역시 예상대로인가?”
통제실 안에는 10여 명의 사내들이 있었다.
사령관으로 보이는 거대한 몸집의 툰바족과 기관원으로 보이는 사내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중심부에 개구리들이 모이지 못한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명령을 내려야 할 사령관과 기관원들이 모두 시체가 되어 버린 것이다. 덤으로 통제실 컴퓨터도 몽땅 박살 나 있었다.
“궁지에 몰리자 자살한 걸까요?”
“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정보다. 이곳이 조직 X의 비밀 기지라는 사실은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휘부의 인간들이 모두 죽어 버렸으니 이제 조직 X가 어떤 자들인지, 이곳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를 알아낼 방법은 컴퓨터에 남아 있는 정보뿐이다. 에린, 시온, 아직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는 컴퓨터가 남아 있는지 먼저 확인해라!”
“알겠습니다!”
엔지니어 에린과 시온이 컴퓨터로 뛰어갔다.
그사이 호크는 심복인 할리와 시체를 뒤지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것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별다른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 작업을 통해 알아낸 것은 이들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는 것뿐이다. 몸에 새겨진 똑같은 상처, 한 사람에 의해 모두 살해된 게 분명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지? 10여 명이 모두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면 이들을 죽인 놈은 제3의 인물이었다는 뜻이다. 대체 그놈은 어디로 간 거지? 지금 모든 통로는 단원들에게 봉쇄되어 도망칠 방법이 없을 텐데?’
“대장님, 여기 뭔가 적혀 있습니다.”
그때 툰바족을 뒤지던 할리가 호크를 돌아보며 말했다.
툰바족은 의자에 앉은 채 죽어 있었다. 할리가 가리킨 곳은 그 툰바족이 앉아 있는 의자의 등받이였다. 살짝 숙여진 툰바족의 상체 너머로 보이는 핏빛 글자!
“뭐지? 이 글자는? 대체 이게 무슨 의미……?”
“대, 대장님, 큰일 났습니다!”
컴퓨터를 뒤지던 에린이 고함을 터뜨린 것은 그때였다.
* * *
‘뭐지?’
아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훑어보았다.
엔도르핀에 취해 살짝 맛이 가 버린 원숭이 지능의 퍼거슨을 앞세운 아크는 슬렁슬렁, 뒤에서 때때로 엄호 사격을 해 주며, 그럼에도 경험치는 똑같이 나눠 먹으며 느긋하게 중심부로 향했다. 그리고 한창 격전을 치르는 단원들 사이로 슬그머니 끼어들 생각이었지만…….
“뭐야? 아무도 없잖아?”
단원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너무 빨리 왔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단원만이 아니었다. 할당받은 통로를 벗어나기 직전까지도 펄쩍대며 나타나던 개구리조차 1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산산이 부서진 채 흩어져 있는 문의 파편.
주변을 살펴본 레피드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혹시 다른 단원이 왔다 간 게 아닐까?”
“하지만 개구리 시체도 없잖아. 그리고 봐. 주변에 탄환 자국 하나 없지? 부서진 건 문뿐이야. 적어도 여기서 전투가 벌어진 적은 없다는 뜻이야.”
“그럼 다른 단원에게 알아보는 수밖에 없나?”
“아니, 일단 확인부터 해 보자.”
통제실로 들어서자 상황은 더 미스터리하게 변했다.
사령관과 기관원으로 보이는 10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는 것이다. 시체를 살펴보던 레피드가 아크를 돌아보았다.
“모두 한 사람에게 당한 상처다.”
“그럼 누군가에서 살해당했다는 얘기인데…… 대체 순서가 어떻게 되는 거지? 단원들이 왔다 간 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단원들은 이미 이 상황을 확인하고 돌아간 건가?”
툰바족의 시체가 앉아 있는 의자의 등받이에 적혀 있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 것은 그때였다.
피로 쓰인 글자!
-네가 신이 되었다면 나, 신을 삼키는 늑대가 되리라!
“뭐야 이건? 무슨 암호인가?”
-아크 님, 지금 어디에 있어요?
그때 님프가 진동하며 이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몰라 개별 통신도 자제하던 이리나가 먼저 통신을 보내온 것이다.
“이리나 님? 어쩐 일로?”
-어쩐 일이냐니요? 제가 물을 말이잖아요! 지금 단원들은 이미 중앙통로에 모두 모였어요. 그런데 아크 님 조만 보이지 않아서 연락해 본 거예요.
“단원들이 중앙통로에? 왜요?”
-왜라니…… 설마 연락을 못 받은 거예요?
“연락? 무슨 연락이요?”
-맙소사! 그럼 정말…… 아니, 얘기는 나중이에요. 아직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 당장 우주선으로 돌아가세요! 시간이 없어요. 통제실은 이미 조금 전에 호크가 먼저 도착했었어요. 호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통제실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살해된 상태였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건 없어요. 그리고 이제 잠시 후면…….
“혀, 형님, 큰일 났습니다!”
그때 컴퓨터를 뒤지던 헤겔이 비명처럼 소리쳤다.
“이 기지의 자폭장치가 가동 중입니다! 게다가 메시지에 따르면 기지 아래에는 혹성의 코어와 연결되어 있는 기폭장치가 있다고 합니다. 만약 기지가 폭발하면…….”
-……혹성이 폭발할 거예요!
콰쾅! 콰쾅! 콰쾅! 콰쾅! 콰쾅! 콰쾅!
이리나의 목소리와 함께 바로 옆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움찔하며 고개를 돌린 아크의 얼굴이 시커멓게 죽어 버렸다. 반사적으로 벌써 기지가 폭발하나 싶었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다를 게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폭발이 일어난 곳은 방금 전 아크 일행이 지나온 통로. 벽이나 천장에서 갑자기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나는 바람에 통로가 무너져 통제실이 완전히 봉쇄되어 버린 것이다.
순간 머릿속에 한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호크!’
동시에 모든 의문이 풀렸다.
가장 먼저 통제실에 도착한 사람은 호크.
이곳에 죽어 있는 자들을 호크가 살해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호크는 이곳에서 헤겔처럼 기지의 자폭장치가 작동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으리라. 그리고 서둘러 탈출하기 위해 비교적 거리가 짧은 중앙통로로 단원들을 집결시킨 것이다.
그러나 같은 조에 속해 있는 아크와 퍼거슨에게만은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유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기지와 함께 아크를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누가 통로에 폭탄을 설치했는지도 답이 나온다.
호크, 그 망할 자식이다!
아마도 아크가 자폭장치에 대해 알 수 있는 컴퓨터에 손을 대면 폭발하도록 만들어 놓은 부비트랩의 일종이리라. 그러나 알아내는 것이 너무 늦었다. 이미 폭탄은 작동했고, 아크 일행은 통제실에 갇혀 버린 것이다.
-폭음? 아크 님, 아직도 전투 중이에요?
“이따 연락할게요!”
아크가 통신을 끊고 헤겔이 있는 컴퓨터로 뛰어갔다.
-혹성 코어와 연결된 원자 반응로 자폭장치 가동 중!
《남은 시간 : 16분 30초…….》
모니터에 떠 있는 메시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그 글자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일단 서체부터가 겁나 진지할 때만 사용한다는 궁서체가 아닌가!
“헤겔,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확인해 봤지만 무리예요! 이건 한 번 작동되면 중단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에요!”
“컴퓨터를 부숴도 안 되는 거야?”
“이미 원자 반응로에 프로그램이 입력돼서 소용없어요!”
“그럼 저 통로를 뚫는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아크가 무너진 통로를 돌아보며 말했을 때였다.
“으하하하하! 결국 또 내 힘이 필요한 때가 왔군. 비켜! 비켜! 저런 통로쯤, 이 몸께서 가뿐하게 뚫어 주지! 자, 아크, 나를 찬양해라! 이 몸이 널 구해 주마! 기갑무장!”
느닷없이 대가리를 디밀고 들어오는 사내는 퍼거슨!
퍼거슨이 마치 전대물의 히어로처럼 팔을 들어 올리며 소리치자 백팩이 열리며 금속 큐브가 솟아 나왔다. 그리고 복잡하게 회전하며 갑주로 변해 퍼거슨의 몸에 장착되었다. 그러나 퍼거슨의 변신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솔리드아머!”
육중한 배틀슈트를 장착한 퍼거슨이 다시 한 번 소리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또다시 금속 큐브가 솟아 나와 갑주로 변해 퍼거슨을 뒤덮었다. 이것이 바로 배틀슈트 위에 겹쳐지는 특수 형태의 배틀슈트, 솔리드아머였다.
배틀슈트에 배틀슈트를 더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라 당연히 능력은 배가! 그러나 조작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밸런스 조절이 되지 않아 활용도가 극히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솔리드아머를 살 바에는 차라리 기존의 배틀슈트를 업그레이드하는 편이 낫다. 때문에 머리에 총 맞은 사람이나 어지간히 잘난 척을 좋아하는 유저가 아니라면 사지 않는다는 솔리드아머!
퍼거슨은 그런 솔리드아머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돈지랄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지만…….
“오오! 멋집니다! 위력을 보여 주세요!”
“보여 주마! 솔리드아머, 전 탄두 개방! 타깃 설정 완료! 발사!”
푸화아아아아아아!
퍼거슨의 솔리드아머는 탄두를 발사하는 섬멸형 기체!
고함이 터지자 솔리드아머에서 수십 발의 소형미사일이 폭사되었다. 탄두가 쏟아지자 엄청난 폭음이 울리며 통제실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통로 주변의 벽에 더 많은 균열이 번져 나가더니 천장이 아예 통째로 주저앉아 버렸다. 말하자면…….
솔리드아머의 파괴력이 너무 강했던 것이다.
“이, 이럴 수가!”
퍼거슨이 털썩 주저앉으며 떠듬거렸다.
그와 함께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이 솔리드아머와 배틀슈트가 벗겨져 나갔다. 이 한심한 결과에 슬레이, 그레온, 카야 등, 아크의 팀원들이 차갑기 짝이 없는 눈으로 퍼거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마디씩 내뱉었다.
“원숭이보다 못한 놈!”
“힘 조절도 못 하는 바보 자식!”
“장난해? 막힌 데를 더 막으면 어쩌자는 거야?”
그러나 아크는 퍼거슨에게 욕이나 할 여유도 없었다.
퍼거슨의 일격으로 이제 천장이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폭발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12분. 친위대원들이 아무리 삽질의 달인이라도 12분 만에 꽉 막힌 통로를 뚫기는 무리. 하물며 기지 밖으로 탈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전멸!
아크의 머릿속에 이 두 글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아니야!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여기서 죽어 버리면 호크는 분명 무슨 이유를 붙여서라도 나를 조사단에서 제명시킬 거야. 이제 막 싸움을 시작했는데 이런 식으로 제명될 수는 없어. 아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탈출해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크가 세차게 고개를 저을 때였다.
퍼뜩 뭔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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