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77)
아크 더 레전드-277화(277/875)
[277] SPACE 1. 버그? (2)아크도 일단은 가상현실 게임 뉴월드의 제작사 임원이라 이런 쪽으로는 빠삭했다. 버그라는 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 복구는 물론 그 이상의 보상도 받아 낼 수 있으리라.
“그래! 이거다! 이걸로 밀어붙이는 거야!”
아크가 그렇게 결심했을 때였다.
우웅!
어둠 속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아크가 움찔하며 황급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갑작스러운 상황 탓에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여기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블랙홀로 빨려 들어온 것은 아크만이 아니었다.
뭐 다른 우주선에 타고 있던 호크나 퍼거슨 일당은 알 바 아니지만 같은 우주선, 실버스타에는 레피드나 카야, 토리, 헤겔 등의 팀원이 동승하고 있었다.
아크가 이런 버그 공간에 떨어졌다면 실버스타에 함께 타고 있던 팀원들도 여기 어딘가에 흩어져 있을 확률이 높았다.
‘다른 팀원들도 버그에 걸려 있다면 보상을 받아 내기도 더 쉬워지지.’
“어이! 거기 누구야? 난 아크다.”
아크가 얼른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을 때였다.
투투투투! 투투투투! 투투투투!
느닷없이 울리는 총성!
그와 함께 서너 발의 탄환이 옆구리와 허벅지를 관통했다.
-무방비 상태에서 저격당해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욱신거리는 통증과 함께 떠오르는 붉은 메시지!
“크윽! 뭐, 뭐야?”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아크가 비명을 터뜨리며 휘청거렸다. 동시에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난 분명 이름을 밝혔다. 그럼에도 다짜고짜 총질을 해 댄다면 일단 내 팀원들은 아니라는 말이야. 그리고 여기가 버그로 인해 만들어진 공간―아크는 이미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이라면 몬스터 따위가 있을 리가 없어. 그런 곳에서 내게 총질을 할 만한 놈이라면…….’
같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온 놈들 중 하나라는 뜻이다.
그 중에서 아크라는 이름을 듣고도 총질을 할 만한 놈들은 하나!
“호크 일당! 네놈들이냐?”
투투투투! 투투투투! 투투투투!
대답 대신 또다시 탄환이 빗발쳐 날아왔다.
사실 대답을 기대했던 질문도 아니었다. 그리고 상대가 호크, 혹은 호크의 부하든 아니든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2차 사격을 가해 오는 것으로 상대가 적이라는 것은 분명해진 것이다. 그것도 한 놈이 아니다. 탄환이 날아오는 방향은 모두 세 곳!
‘아무리 버그 공간이라도 얌전히 죽어 줄 수는 없지!’
이번에는 예상하고 있던 터라 아크는 빠르게 몸을 굴려 탄환을 피해 냈다. 이어 튕기듯 몸을 일으켜 공격자세를 잡던 아크는 자기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이켰다.
방금 전까지는 미처 느끼지 못했는데, 움직이기 시작하자 몸이 엄청나게 무거웠다. 마치 수십 킬로그램짜리 쇳덩이가 몸 여기저기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듯한 느낌. 덕분에 아크의 생각과 달리 몸은 굼벵이처럼 느리게 움직이고 고작 수 미터를 뛰는 것만으로도 다리 근육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며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헉! 뭐, 뭐야? 이 중량감은?’
투투투투! 투투투투! 투투투투!
그러나 상대는 가차 없이 연이어 탄환을 쏟아 냈다.
다급해진 아크가 다시 바닥을 굴렀지만 모든 탄환을 피해 내기는 무리였다.
본래 총격은 치명타를 맞지 않는 한 검격에 비해 공격력이 사분의 일 이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갤럭시안의 모든 아머에는 기본적으로 방탄防彈 기능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방어구를 제대로 갖춰 입었을 때의 얘기. 말했듯이 지금 아크는 다행히 쫄쫄이는 남아 있어 X나 XX 같은 민망한 부위를 드러내고 있지는 않았지만 알몸이나 다름없었다.
-2,530…… 2,475…… 2,383…….
세 번의 총격으로 단숨에 1,000이 넘는 생명력이 깎여 나갔다.
데미지만이 아니었다.
방어구 하나 없이 탄환에 맞으니 느껴지는 통증도 이전의 서너 배나 강해졌다. 탄환이 적중될 때마다 맞은 부위가 얼얼해질 정도의 통증이 전해졌다. 탄환이 박히는 곳이 목덜미나 XX(?)처럼 민감한 부위라면 절로 비명이 터져 나올 정도!
“아욱! 아욱! 이런 젠장! 기갑무장!”
다급해진 아크는 곧바로 배틀슈트를 소환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배틀슈트는커녕 방귀도 나오지 않았다.
‘이런 빌어먹을! 배틀슈트까지 사라진 건가? 하긴, 배틀슈트도 따지고 보면 아이템이니 다른 아이템과 함께 사라져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아니, 지금은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배틀슈트마저 사용할 수 없다면 정말 아차 하는 사이에 죽을 수도 있어!’
왜 갑자기 몸이 몇 배나 무거워진 느낌이 드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이런 상태에서 몸을 움직여 탄환을 피하기는 무리라는 것!
게다가 실드조차 없다면 아크가 탄환을 막을 방법은 하나!
“소드 디펜스!”
아크가 광선검을 뽑아 들고 세차게 휘둘렀다.
푸른 검광이 어둠을 가르며 지나가자 탄환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광선검이 발생시키는 전자기를 이용해 탄환의 궤도를 비틀어버리는 기술 소드 디펜스!
‘아이템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스킬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입장은 아니었다.
소드 디펜스로 순식간에 벌집이 되는 신세는 면했지만 상황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지금 아크를 공격하는 적은 셋, 중급으로 올라 방어 범위가 넓어졌다 해도 각기 다른 방향에서 쉬지 않고 퍼부어 대는 탄환을 소드 디펜스만으로 막아 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소드 디펜스로 막을 수 있는 것은 탄환뿐, 이런 어둠 속에서 수류탄 같은 투척 무기를 사용하면 막아 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하다못해 시야라도 확보할 수 있다면 다른 방법이 생기겠지만.’
서바이버 코팅을 받은 아크는 어둠을 꿰뚫어 보는 투시 능력이 기본 탑재되어 있었다.
무한대는 아니지만 20미터 내외라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시야의 제한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아크는 눈을 감고 있는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 처음 아크가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투시 능력이 붙어 있는 아크의 눈으로도 바닥조차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스킬에 문제가 생겼나 싶었지만 소드 디펜스는 제대로 발동되고 있었다. 그리고 적의 포화나 들고 있는 광선검의 빛은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투시 능력만 봉인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덕분에 아크는 아직 상대의 모습조차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
‘빌어먹을, 당연하게 사용하던 투시가 통하지 않으니 문자 그대로 눈앞이 깜깜하군. 이것도 버그 공간의 영향인가? 어쨌든 당장은 소드 디펜스로 총격을 막고 있지만 이대로는 그냥 표적이나 다름없어. 하지만 이런 총격을 뚫고 보이지도 않는 놈들을 무슨 수로…….’
그때 퍼뜩 뭔가가 떠올랐다.
‘가만? 보이지 않아? 그럼 놈들은? 놈들은 내가 보이는 건가?’
처음에는 버그의 영향으로 투시 능력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른 스킬이 정상적으로 발동된다면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 이 공간 자체가 투시 능력이 통하지 않는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다면 놈들이 적외선 스코프를 장착하고 있어도 아크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럴지도 몰라. 그러고 보니 놈들이 공격을 시작한 것은 내가 이곳에 떨어진 지 한참이 지나서였어. 그렇다면 놈들은 그 전까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내 존재를, 적어도 내 위치를 모르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놈들이 공격을 시작한 것은 내가 말을 한 직후였다. 이놈들의 기척을 팀원이라고 생각하고 부른 뒤부터 본격적으로 총격을 시작했어. 놈들도 나처럼 시야가 제한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그걸 먼저 확인해야 해!’
거기까지 생각하는 순간.
아크는 광선검의 스위치를 OFF시켰다.
검광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탄환이 몸을 관통하는 통증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죽는다!’
그러나 아크는 어금니를 질끈 깨물며 터져 나오는 신음을 삼켰다. 그리고 아득해지는 정신줄을 꽉 움켜잡으며 온힘을 다해 다리를 움직였다. 발바닥을 땅에 붙인 상태로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는 늪지보행술!
아크가 늪지보행술을 사용하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갑자기 늘어난 중량감 탓에 제대로 걷기가 힘들어서 그리고 둘째는 바로 소리. 발을 땅에 붙이고 미끄러지듯이 이동하면 발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벌집이 되기를 감수하면서까지 광선검을 OFF시킨 이유도 그것! 소리와 더불어 빛까지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놈들이 광선검의 빛이나 소리로 내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면…….’
총성이 멈춘 것은 그때였다.
그와 동시에 아크의 입에 회심의 미소가 번졌다.
광선검의 검광을 숨기고 소리 없이 이동하자 놈들이 아크의 종적을 놓쳐 버린 것이다.
이로써 분명해졌다. 놈들도 아크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총격을 하고 있던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아직 공평해진 것은 아니었다. 지금 아크가 가진 유일한 무기는 광선검, 반면 놈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기관총이다. 그리고 기관총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투투투투! 투투투투! 투투투투!
그 직후, 잠시 멈췄던 총격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나 방금 전처럼 아크를 향해 정확히 날아오는 총격은 아니었다.
탄환을 닥치는 대로 사방에 뿌려 대는 난사!
기관총의 장점은 바로 이런 난사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무턱대고 쏴 대는 탄환이라도 100% 피해 내기는 무리. 그렇다고 급하게 몸을 움직이거나 광선검을 사용해 소드 디펜스를 발동시키면 다시 표적이 될 뿐이다.
순간 아크가 사방으로 팔을 내뻗으며 스킬을 난사했다.
‘뭐든 걸려라! 사이코키네시스! 사이코키네시스!’
그러기를 잠시.
탁! 탁탁탁! 탁탁탁!
수 미터 떨어진 곳에서 뭔가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크가 난사한 사이코키네시스에 걸린 자갈 따위가 굴러가며 내는 소리였다. 거의 동시에 어둠 속에서 탄환을 쏟아 내던 포화가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향했다.
그리고 빗발치는 수십 발의 탄환!
아크의 몸이 어둠을 가로지르며 날아간 것은 그때였다. 미끄러지듯이 이동하는 아크의 눈앞에 포화가 다가왔다.
위이이잉-!
그리고 광선검의 스위치 ON!
“자, 싸움은 이제부터다! 카프레 검술 3식, 갤럭시 소드!”
치솟아 오르는 검광이 부챗살처럼 펼쳐지며 수십 개의 검영이 되어 퍼져 나갔다. 그리고 어둠을 찢으며 날아가 한 점에서 연쇄적인 폭발을 일으켰다.
한순간 퍼져 나오는 수십 개의 광점! 폭발하는 빛의 소용돌이 속에서 적의 모습이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뭐, 뭐야? 이놈은……?’
아크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예상과 달리 놈은 호크가 아니었다. 호크의 졸개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놈들도 아니었다.
빛 속에서 떠오른 모습은 괴물, 마치 미라처럼 몸은 너덜너덜한 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고, 양팔에는 손 대신 총구가 붙어 있는 섬뜩한 외모의 몬스터였다.
그러나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크와아아아아!
계란 같은 머리에 입만 붙어 있는 몬스터가 괴성을 터뜨리며 양팔을 휘둘렀다.
그와 함께 개조(?)된 손에서 빗발치는 탄환!
그러나 이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눈으로 뻔히 보이는, 그것도 총기병―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과 바짝 붙어 있는 상황이다.
“정체가 뭐든 네놈은 이제 뒈졌어!”
위잉-! 부우우웅! 위잉-!
푸른 검광이 복잡한 궤적을 그려내며 미라의 몸을 가로질렀다.
아크에게 대對총기병과의 전투는 소드 디펜스를 배우기 전과 후로 나눈다고 할 만큼 이 스킬의 영향이 지대했다. 그 효과는 적의 포화를 뚫고 돌진할 때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접근전에서 한층 더 빛을 발했다. 바로 앞에서 쏟아지는 탄환의 궤도도 비틀어 버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적의 총구가 향하는 방향만 읽으면 모든 탄환을 비틀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궤도를 비튼다고 다 빗겨 나간다는 뜻은 아니지만…….
피잉-! 피잉-! 피잉-!
탄환이 산탄처럼 흩어지며 몸 여기저기에서 핏줄기가 솟아올랐다. 그러나 정면에서 날아오던 탄환의 궤도를 비튼 탓에 적중되지는 않아 찰과상에 불과할 뿐이었다.
반면 아크의 검은 빨려 들어가듯이 미라의 급소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박혀들었다. 그때마다 빛이 폭발하며 생명력이 쭉쭉 깎여 나가던 미라는 1분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모래처럼 작은 입자로 부서지며 사라졌다.
‘어라? 이 느낌은……?’
순간 아크가 미간을 좁히며 갸웃거렸다.
사라지는 미라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기시감旣視感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깊게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아직 어둠 속에는 2마리의 미라가 더 남아 있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크가 한 놈을 작살내는 사이, 이 2마리도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크도 총기병과의 전투는 질리도록 해 본 유저다.
아크는 접근전을 벌이면서도 미라의 위치를 항상 나머지 두 놈의 사격 방향으로 유도, 놈의 몸으로 다른 적의 탄환을 막아 왔던 것이다. 때문에 오히려 접근전을 벌이던 미라가 쓰러지자 적의 총격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셋까지는 무리지만 둘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소드 디펜스!”
아크가 팽이처럼 몸을 회전시키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날아오던 탄환이 아크를 따라 회전하며 반대쪽 미라를 향해 날아갔다.
바로 성소의 수련관에서 체득한 탄환 되돌리기!
2명 이상의 적이 총격을 가할 때, 소드 디펜스로 탄환의 궤도를 비틀어 다른 적이 있는 방향으로 날려 버리는 기술이었다. 엄청난 난이도의 수련관에서 몇 번이나 벌집이 되어 죽어 가며 몸에 익힌 기술!
크아아아!
유탄에 맞은 미라가 괴성을 터뜨리며 휘청거렸다.
“자, 이것도 받아라! 소닉 소드!”
동시에 서너 발의 유탄과 함께 푸른 검기가 놈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아크를 따라 길게 이어지던 푸른 검광이 화려한 문양을 그려 내며 미라의 몸에 폭사되었다. 일단 붙으면 미라 1마리 처리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렇게 2마리가 처리되어 남은 미라는 하나.
위이이잉-! 위잉! 부아아앙!
마지막 미라도 휘몰아치는 빛이 궤적에 휩싸여 금세 붕대 조각으로 변해 버렸다.
“휴, 이러쿵저러쿵해도 하니까 되는군.”
아크는 그제야 한숨을 불어 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