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87)
아크 더 레전드-287화(287/875)
[287] SPACE 5. 어둠의 계곡 (3)그러나 마냥 기뻐하기에는 입은 피해가 너무 컸다.
아크가 6시간 동안 쉬지 않고 동분서주하며 지원했지만 이번 습격으로 근위병 3, 경비병 14, 총 17이나 되는 병사를 잃은 것이다. 게다가 아직 어둠의 계곡 초입.
귀족과 병사 들이 어둠의 계곡이라는 이름에 기겁했던 이유를 이제 이해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방향을 돌리면 세트라는 놈이 무라티우스타의 주요 도시를 모두 점령하기 전에 트라이포스로 가기는 무리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대로 강행하는 수밖에 없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면 가는 데까지 가 보는 수밖에.’
“신속히 장비를 점검하라!”
아크가 살아남은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밤새워 싸우느라 많이 지쳤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태양이 비치는 지금이 진군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서둘러야 한 번이라도 엔트의 습격을 덜 받을 수 있다. 그러니 바로 주변을 정리하고 행군을 개시한다. 휴식은 그다음이다.”
아크는 지친 병사들을 독려하며 바로 진군을 개시했다.
이번에는 병사는 물론 귀족들도 불평을 늘어놓지 않았다.
한가로이 사막을 횡단할 때와 달리, 엔트라는 무시무시한 몬스터의 습격을 받아 생존이라는 절대적인 목표가 생기자 똘똘 뭉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지체 없이 자리를 떠나 행군! 행군! 행군!
휴식은 저녁 무렵의 1시간뿐이었다.
솔직히 그 시간도 아까웠지만 해가 떨어지면 바로 엔트의 습격이 시작된다. 밤새 싸우고 낮 시간에도 쉬지 않고 행군한 상태에서 그런 엔트 떼와 싸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엔트가 나타나기 전에 유리한 지형에 미리 진형을 짜고 밤을 새워 습격을 받아 냈다.
그리고 날이 밝으면 다시 행군! 행군! 행군!
그런 상황이 이틀―무라티우스타는 하루가 12시간이니 이곳 시간으로는 나흘―이 지나자 병사들은 좀비 같은 몰골로 변해 버렸다.
그러나 불평은 하지 않았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아크가 보여 주는 인내심 때문이었다.
아크는 그동안 1시간도 휴식을 취하지 않았다.
물론 이유가 있었다.
새삼스럽지만 이곳은 무라트와 더불어 엘림의 고향 무라티우스타. 그리고 아크는 과거 엘림의 정신적 스승이었다는 토트와 함께 여행을 하는 중이다.
본래 세계에서는 오래전에 명맥이 끊어져 선대 엘림이라는 자낙스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도 모르는 아크로서는 엘림의 기술을 배울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본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퀘스트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어. 그리고 설사 성공하더라도 이곳을 떠나야 한다. 그때 이곳에서 얻은 아이템을 가져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경험치나 스킬은 유지될 확률이 높아. 그러니 배울 수 있는 게 있다면 지금 배워 둬야 한다. 잠 따위는 언제든지 잘 수 있어!’
아크는 그런 생각으로 스킬 사냥(?)을 시작했다.
먼저 찾은 사람은 당연히 토트.
“이런 상황에서도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다니, 과연 엘림의 후계자다운 자세다. 좋다. 본래는 좀 더 많은 절차가 필요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중간 과정 생략, 내가 대대로 엘림에게 가르쳐 주던 기술을 전수해 주지. 자, 보아라!”
토트가 눈매를 좁히며 팔을 뻗었다.
그러자 근처의 주먹만 한 자갈이 허공에 둥둥 떠올랐다.
토트는 손을 휘저어 자갈을 자신의 주위로 빙빙 돌도록 만들며 씨익 웃었다.
“어떠냐? 이게 바로 대대로 엘림에게만 전수되는 염동력, 사이코키네시스다. 굉장하지?”
……이미 중급이 된 스킬이었다.
“뭐? 쓸 줄 안다고? 아니, 이제 막 엘림이 된 네가 어떻게? 으음,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자질이군. 엘림의 후계자가 되자마자 포스의 힘에 눈을 떠 사이코키네시스를 익히다니! 역시 내 눈이 정확했어. 나는 척 보고 네게서 느껴지는 거대한 포스의 힘을 감지했었지. 네가 엘림의 최고 경지, 포스의 균형을 찾아 줄 운명의 아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이거야.”
요다처럼 생겨서 되도 않는 패러디를 하고 앉아 있다.
“그런 건 아무래도 됐고, 뭔가 다른 건 없습니까?”
“다른 거라니? 뭐 말이냐?”
“토트 님에게 무슨 기술이 있는지 제가 어떻게 압니까?”
“그럼 엘림 심법은 어떠냐? 이건 정신력이나 마나를 포스로 바꾸는…….”
“그것도 아는데요?”
“으음, 벌써 그런 것까지 혼자 깨우치다니, 실로 무시무시한 자질이구나. 그것까지 알고 있다면 더 이상 내가 가르칠 것은 없다. 말했듯이 나는 엘림의 정신 교양 과목, 즉 포스를 다루는 분야만 가르치게 되어 있다. 체육계, 그러니까 검술이나 뭐 그런 걸 가르치는 스승은 따로 있어. 다 할 줄 알면 내가 엘림 하지 왜 널 시키겠냐? 나머지는 일단 반란을 막은 뒤에 다른 스승을 찾아가 물어봐.”
토트가 빈정 상한 표정으로 웅얼거렸다.
이에 잔뜩 기대했던 아크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물러나려 할 때였다.
“쳇, 망할 자식, 괜히 쪽 팔리게 알면서 왜 물어봐?”
토트가 짜증스럽다는 듯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자갈이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는 게 아닌가?
“어? 뭐, 뭡니까? 방금 전의 그건?”
“뭐? 이거? 이거야…… 어라? 너 이건 할 줄 모르냐? 우헤헤헤! 그렇구나! 모르는구나! 후후후, 그럼 그렇지. 이제 막 후계자가 된 햇병아리가 다 알 리가 없지. 휴, 다행이다. 아니, 아니지. 흠, 흠, 좋다. 네가 정 가르침을 원한다면 이 기술을 전수해 주도록 하겠다.”
토트가 면상을 갈아엎고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때부터 아크는 잠을 아껴가며 토트의 가르침을 받으며 새로운 스킬을 연마했다. 그리고 어둠의 계곡에 들어와 하루 밤낮이 바뀔 무렵, 마침내 스킬을 등록할 수 있었다.
-새로운 스킬(직업 전용☆☆☆)을 익혔습니다.
브레이크키네시스(유저, 액티브) : 당신은 다른 시공간에서 엘림의 정신적 스승이라 불리는 토트를 만나 염동력을 이용하는 다른 방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브레이크키네시스는 사이코키네시스의 변형으로 포스만으로 목표 물체나 적에게 데미지를 주는 기술입니다. 포스의 응집력을 이용해 상대에게 순간적으로 타격을 입히는 기술이라 데미지는 크지 않지만 높은 확률로 치명타를 발동시킬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염동력의 상위 스킬이라 사이코키네시스가 가능한 사람만이 익힐 수 있고, 미묘한 포스의 활용법을 알아야 하기에 오직 스승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습니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물체나 생물에게 타격을 입힙니다.》
※포스 소모 : 70
효과는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브레이크키네시스!”
엔트의 공격을 받아 중심을 잃었을 때.
스킬을 발동시키자 달려들던 엔트의 다리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휘청거렸다.
데미지는 검으로 공격했을 때의 십분의 일 수준.
소모되는 포스에 비해 너무 약하다 싶었지만, 사전 동작 없이 타깃을 보는 것만으로 발동시킬 수 있어 기습용으로, 혹은 중심을 잃고 적의 공격을 받을 때 견제용으로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스킬이었다.
아크의 스킬 사냥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룬 문자를 배우고 싶다고?”
쿠휀이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원래 룬 문자는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룬 문자는 샤이어의 힘을 발현하기 위한 매개체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샤이어는 원래 무라트 귀족만이 다룰 수 있는 광자 생명체. 이 힘은 대대로 후손에게만 전해진다고 한다.
그러나 아크는 이미 벨타나와 자렘에서 찾은 파라오의 미라에서 두 번이나 샤이어를 흡수했다. 그리고 룬 문자도 이크람과 이모탈, 쿠온, 3개나 익히고 있었다.
다시 말해 새로운 룬 문자를 익히는 데 문제가 없다는 뜻!
그리고 무라트 귀족은 룬 문자 각인술의 원조다. 그러나 아크를 곱게 보지 않는 귀족들이 가르쳐 줄 리가 없으니 아예 황자 쿠휀에게 가르침을 청한 것이다.
‘후후후, 엔트와 싸울 때보니 쿠휀은 다른 귀족들보다 더 강하고 많은 룬 문자를 사용했어. 대부분은 회복 스킬이었지만 그게 어디냐? 아까 생명력을 한 방에 1,000이나 회복시켜 줬던 앙크라는 룬 문자만 배울 수 있어도 완전 대박이다!’
그러나 갤럭시안은 그리 만만한 게임이 아니었다.
“비하할 의도는 아니지만 휴먼인 그대가 샤이어를 가지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군. 하긴 그대는 예전부터 도통 알 수 없는 구석이 있었으니까. 뭐 자초지종은 나중에 천천히 듣기로 하고, 룬 문자를 가르쳐 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샤이어가 없으면 그저 문양에 불과한 룬 문자는 딱히 비밀도 아니니까. 할 수 있다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룬 문자를 알려 주고 싶지만 그대가 품고 있는 샤이어는 아직 너무 미미하다. 내가 사용하는 룬 문자를 그대의 샤이어로 발현시키기에는 무리야.”
쿠휀이 샤이어와 룬 문자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지금까지 아크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샤이어 역시 정신력이나 마나처럼 수치가 있었다.
그건 샤이어를 흡수하는 횟수에 따라 정해지는데, 보통 무라트 귀족들은 20개 이상의 샤이어를 흡수한다고 한다.
쿠휀 같은 황족은 무려 50개!
반면 아크가 흡수한 샤이어는 2개뿐, 때문에 귀족이나 쿠휀이 사용하는 상위 룬 문자는 배워도 사용할 수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또한 그런 상위 룬 문자는 이미 룬이 각인된 샤이어를 흡수하는 게 아니라면 하나를 익히는 데 몇 달이나 되는 수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크가 이크람이나 이모탈 같은 상위 룬 문자를 바로 습득할 수 있었던 게 바로 그것, 룬이 각인된 샤이어를 흡수했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귀족이나 쿠휀의 룬 문자는 지금 아크의 수준으로는 줘도 못 먹는 룬 문자라는 뜻이다.
그런 충격적인 비밀과 함께 떠오르는 정보창!
-고대 외계 문명 무라트의 밝혀지지 않은 정보를 습득했습니다.
우주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융성과 쇠퇴를 반복한 외계 문명은 별처럼 많습니다.
이런 외계 문명의 밝혀지지 않은 정보를 입수하는 것은 우주의 역사를 밝히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잊힌 외계 문명의 기술이나 숨겨진 아티팩트를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신은 무라트의 쿠휀 황자에게 샤이어와 룬 문자 각인술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습득했습니다.》
+고대 외계 문명 무라트의 정보(4/15)를 입수했습니다.
+고대 외계 문명 무라트의 정보를 입수해 모험치를 300 획득했습니다.
+고대 외계 문명 무라트의 정보를 입수해 지능이 5 상승했습니다.
‘염병……!’
왠지 더 울컥해진다.
그러나 아무런 소득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간단한 것이라면 한두 가지 알려 주지. 뭐 귀족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룬 문자지만 지금 그대가 가진 샤이어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거야.”
그리하여 배운 새로운 룬 문자.
-새로운 스킬(직업 공통☆☆☆)을 익혔습니다.
룬 문자 각인술-화이람(유저, 액티브) : 거대한 거인을 소환해 발을 구르게 해 직경 100미터 범위에 지진을 일으키는 효과를 발휘하는 룬 문자 화이람입니다. 그러나 지진이라고는 해도 가벼운 진동 수준입니다. 쿠휀은 종종 이 룬 문자를 사용해 황성에 진동을 일으켜 시종들을 놀래게 만드는 장난을 즐겼다고 합니다.《마나 소모 : 200》
-새로운 스킬(직업 공통☆☆☆)을 익혔습니다.
룬 문자 각인술-쿠엠라돈(유저, 패시브) : 쿠휀은 몰래 황성을 빠져나와 어린 무라트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황자입니다. 이럴 때 요긴하게 사용했던 것이 바로 쿠엠라돈. 쿠엠라돈은 무라트어로 매의 눈이라는 의미로, 룬 문자를 발동시키면 상공에 제3의 눈을 만들어 주변의 상황을 위에서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단, 지속 시간이 1분밖에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마나 소모 : 150》
‘역시 일단 털어 보고 볼 일이라니까.’
별 3개짜리로 등록되었지만 그건 룬 문자 각인술의 희귀성 때문. 쿠휀의 말처럼 실제 효과는 대단치 않았다.
그냥 땅을 흔들거나 주변을 정찰하는 평이한 스킬.
그러나 아크는 실망하지 않았다. 스킬이란 일단 배워 두면 언제 어떤 식으로든 써먹게 될지 모르는 것, 스킬은 뭘 배우느냐보다 어떻게 써먹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게다가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는 아크는 넙죽 스킬을 받아 챙겼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다 보니 당연히!
“…….”
“형님, 뭐 하시는 겁니까?”
고막을 때리는 바사크의 목소리에 아크가 번쩍 눈을 떴다.
동시에 눈앞으로 거대한 엔트의 송곳니가 달려들었다. 아크가 헛바람을 들이켜며 몸을 날리자 바사크가 방패로 엔트의 머리를 후려치며 앞을 가로막았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아, 나, 나는 괜찮아. 덕분에 살았다.”
아크는 그제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몸을 일으켰다.
‘헉헉! 노, 놀라라. 내가 맛이 가긴 간 모양이구나. 잠깐 눈을 감았다고 생각했는데 그사이에 곯아떨어지다니. 젠장, 예전에는 사흘 정도 밤을 새도 끄떡없었는데, 늙었나?’
무리도 아니었다.
어둠의 계곡에 들어오고 이틀 동안 잠 한숨 제대로 못 잤으니. 사실 어둠의 계곡에 들어오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사막을 횡단할 때는 그래도 하루에 4~5시간은 잤지만 하루 12시간인 무라티우스타의 시간대에 맞추느라 한 번에 1시간 반씩 나눠서 자야 했다. 그리고 바로 이틀간 철야를 했으니 맛이 가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이제 자리가 잡혀서 다행이야.’
아크는 멍해지는 정신을 추스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파지지지지! 퍼펑! 퍼펑! 퍼펑!
이원진을 형성하고 몰려드는 엔트와 싸우는 병사들.
지난 이틀, 무라티우스타의 시간대로 따지면 나흘이나 되는 시간 동안 매일 밤 엔트와 싸우느라 병사들도 많이 지쳐 있었다. 또한 숫자도 많이 줄어 이제 40여 명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오히려 처음 엔트의 습격을 받을 때보다 여유가 있어 보였다.
첫 습격 이후 아크가 취해 온 전법, 날이 저물기 시작하면 전략적으로 유리한 곳을 찾아 진형을 짠 후 만반의 태세로 갖추는 작전이 주효하게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병사들도 매일 밤 전투를 반복하니 그만큼 엔트를 상대하는 요령이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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