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88)
아크 더 레전드-288화(288/875)
[288] SPACE 5. 어둠의 계곡 (4)그리고 이제 출구까지 남은 거리는 불과 10여 킬로미터!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번 전투만 끝나면 걸어도 밤이 오기 전에 계곡을 빠져나갈 수 있어. 그 뒤로도 서둘러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여기보다는 여유가 있다. 이제 배울 만한 스킬도 다 배웠으니 서너 시간쯤은 잘 수 있을 거야.’
따뜻한 이불 속에서 ZZZZ!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기분이었다.
“……핫! 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마터면 또 안드로메다로 날아갈 뻔했잖아! 아, 안 돼! 여기까지 와서 죽어 버리면 그동안 모은 경험치도, 밤잠을 설치며 배운 스킬도 몽땅 날아간다. 정신 차려, 아크! 이제 1시간 정도만 버티면 해가 뜬다! 그때까지만 버티면 돼!”
아크가 스르르 감기는 눈을 비벼 댈 때였다.
“어라? 저게 뭐지?”
아크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둠 속 저편, 희미하게 보이는 산등성이 근처에서 작은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선명한 빛은 아니었다. 마치 불투명한 유리 너머에서 작은 전구가 깜빡이고 있는 듯한 불빛, 그러나 아크의 이목을 끈 것은 오히려 그런 느낌 때문이었다.
‘정기적으로 깜빡이는 불빛, 저건 별빛이 아니야. 인공적인 빛이다. 게다가 마치 투명한 막이 씌워져 있는 듯한 영상은 스텔스! 투시 능력으로 스텔스 상태의 뭔가를 볼 때 이런 느낌이었어. 다시 말해 저건 스텔스 상태로 숨어 있는 물체. 어두운 데다 스텔스 상태라 잘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엔트의 습격을 받는 장면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다면 일단 아군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저건 아마도…….’
거기까지 생각하던 아크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후열 3조! 우측 3시 방향의 상공으로 플라즈마탄을 발사하라!”
병사들이 쇼텔로 아크가 지목한 공간을 향해 플라즈마탄을 쏟아부었다.
보이지도 않는 물체를 향해 날린 플라즈마탄이 제대로 적중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10여 개의 탄이 한꺼번에 쏟아지자 그중 2발이 타깃에 적중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순간 폭발이 일어난 곳에서 스파크가 일더니 작은 원형 비행체가 나타났다. 바사크가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플라이레인저!”
“세트다! 세트의 플라이레인저다!”
처음 듣는 단어지만 그게 뭔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플라이레인저란 아마도 무인 정찰기를 말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이런 곳에서 원정대를 감시하고 있었다면 플라이레인저의 주인은 아마도 반란군의 수장 세트!
“쏴라! 세트에게 정보를 전송하기 전에 격추시켜야 한다!”
파지지지지! 파지지지지! 파지지지지!
쿠라이든의 고함에 병사들이 일제히 플라즈마탄을 난사했다. 그러나 플라이레인저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떠 있었다.
거기에 1차 사격으로 스텔스가 해제되자 곧바로 방향을 돌려 도망치는 중이었다. 대부분의 플라즈마탄이 빗나가고 고작 1발이 스쳤지만 플라이레인저는 한차례 휘청거리다가 금세 사정거리 밖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원정대는 엔트 떼에 포위되어 추격할 수도 없는 상황.
“크, 큰일이다!”
“세트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어둠의 계곡을 가로질러 왔는데…….”
“결국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헛수고였단 말인가?”
쿠휀과 토트가 한숨을 불어 낼 때였다.
투퉁-! 투퉁-! 투퉁-!
돌연 어둠 속에서 연속적인 총성이 울려 퍼졌다.
그러자 멀어지던 플라이레인저가 튕겨 날아가더니 이내 연기를 뿜어 올리기 시작했다.
산등성이를 따라 수백의 인영이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그리고 한 사내가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절벽으로 뛰어내리며 연기를 뿜는 플라이레인저를 향해 뛰어내렸다.
그 궤적을 따라 내리꽂히는 두 자루의 검광!
콰직! 콰직! 퍼펑! 콰콰콰쾅-!
동시에 플라이레인저가 굉음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는 플라이레인저의 파편과 함께 사내가 바닥에 착지했다. 한껏 펼쳐졌다가 가라앉는 사내의 망토를 바라보던 아크는 잠이 확 달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에엑? 너, 너는……!”
“이 목소리는? 설마 아크?”
어둠 저편에서 몸을 돌려세우는 사내.
푸른 해골이 선명하게 새겨진 망토를 걸친 외눈의 사내는 호크였다.
* SPACE 6. 아크×호크 (1)
“보고입니다!”
“남부로 진군한 3군단이 다섯 번째 도시를 제압 완료.”
“동부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메크로네시아가 함락되었습니다.”
“1군단과 2군단은 현재 북부와 서부에서 교전 중.”
“현재 주요 도시 30개 가운데 이미 22개가 우리 혁명군에게 점령되었습니다.”
수십 개의 돌기둥이 솟아 있는 석실.
기둥 앞에 둘러앉은 병사들이 모래로 만들어진 입체 영상을 띄우며 연이어 보고했다.
그 석실의 중앙에는 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주둥이가 마치 새의 부리처럼 솟아 나와 있는 기괴한 짐승 형상의 헬멧을 쓰고 있는 사내는 바로 반란군 사령관인 세트였다.
“이제 남은 도시는 8개…….”
수직으로 세운 팔에 턱을 괸 세트가 중얼거렸다.
통신병들이 보고하는 내용처럼 세트의 쿠테타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휘하의 우주 함대가 모두 모이면 태양계조차 소멸시킬 수 있다는 무라트. 그러나 정작 무라트의 모성인 무라티우스타의 군사력은 허접하기 짝이 없었다.
이미 혹성 전체가 하나의 제국으로 통일되어 있었고, 궤도에는 절대 공간 결계 아브라삭스가 펼쳐져 있어 혹성 내부에 군사력의 존재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무라티우스타에서 유일하게 군사력이라고 부를 만한 병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는 곳은 황도수비대뿐. 이번 쿠테타는 바로 그 황도수비대가 주축이 되어 벌인 것이다.
당연히 쿠테타는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어 갔다.
쿠테타의 시작과 동시에 호루스와 엘림, 그리고 저항하는 황성의 대신들을 모두 처리했다. 그리고 이제 30개의 주요 도시 가운데 22개를 점령. 나머지 8개만 더 점령하면 쿠테타는 성공. 무라티우스타는 완전히 세트의 손에 떨어지는 것이다. 단 하나의 변수만 생기기 않는다면.
“아브라삭스…….”
아브라삭스는 세트에게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였다.
세트가 쿠테타를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아브라삭스의 존재 덕분이었다. 그러나 만약 30개 도시를 모두 점령하기 전에 쿠휀 황자가 아브라삭스를 해제하면 쿠테타는 실패.
세트와 반란군은 무라티우스타로 진입한 우주 함대에 의해 먼지가 되어 사라지리라.
‘내 실수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쿠휀 황자를 먼저 처리했어야 했어. 설마 호루스가 별궁에서 돌아오던 황자에게 바로 성지 순례를 떠나라는 명령을 내려놓았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 호루스 놈, 내 계획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는 뜻이겠지.’
“세트 님!”
그때 통신병이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방금 전 플라이레인저 32호기의 신호가 끊겼습니다.”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32호기가 마지막으로 보내온 영상을 출력하겠습니다.”
통신병이 푸른빛으로 물든 손으로 돌기둥 표면에 새겨진 기호를 조작했다. 그러자 석실 중앙에 모래 입자가 모여들며 입체 영상을 만들어 냈다.
그 영상 속에 떠오른 것은 수백 마리의 엔트. 그리고 엔트 떼와 싸우고 있는 수십 명의 병사들이었다. 눈매를 좁히고 영상을 바라보던 세트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쿠휀 황자!”
병사들의 중심에 있는 소년.
바로 쿠테타를 한 방에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쿠휀 황자였다.
“위치는 X-289, Y-3029. 어둠의 계곡 북부 경계 근처입니다!”
“그 주변의 성지는?”
“가장 가까운 성지는 트라이포스입니다.”
“트라이포스…… 제2의 아브라삭스 제어 장치는 거기에 있었던 건가?”
세트의 헬멧에서 붉은 안광이 폭사되었다.
“트라이포스는 누가 지키고 있나?”
“2군단 소속의 네메트리 연대장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네메트리에게 쿠휀이 가고 있다고 전하라. 그리고 내 직속 부대원을 집결시켜라.”
세트가 빙글 몸을 돌려 성큼성큼 석실을 걸어 나가며 소리쳤다.
“내가 직접 트라이포스로 가겠다!”
* * *
한편 여기에.
“이런 빌어먹을!”
쿠테타에 실패한 사내가 있었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줄기차게 담배를 빨아 대는 그는 이명룡이었다.
새삼스럽지만 이명룡은 며칠 전, 완전히 뚜껑이 열리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이명룡이 국정원 지하에서 은밀하게 진행되는 루시퍼 헌팅의 배속 명령을 받을 때, 불문곡직하고 기꺼이 투신한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국가와 민족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루시퍼 헌팅의 지휘관 이하 실무대원들도 그러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것도 아니고 원전 폭발과 관련된 일이다.
어째 개인의 사정 따위가 끼어들 수 있겠는가?
그러나 착각이었다. 팀원들의 정보 교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캐 본 결과, 총리실과 국방부가 이번 사건의 주도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이명룡은 그간의 보고서를 몽땅 뒤져 보았다.
막상 뒤져 보니 그런 건수가 한둘이 아니었다.
팀원들은 국정원과 국방부 소속으로 나뉘어 서로 정보를 숨겨 왔음은 물론, 심지어 어떨 때는 견제를 하며 상대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때려치우고 싶지만!’
이명룡은 마음에 안 든다고 그냥 때려치우는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었다. 때려치울 때 때려치우더라도 이런 빌어먹을 작태를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그런 신념으로 이명룡은 며칠 동안 철야를 해 가며 관련 자료를 몽땅 모았다. 그리고 루시퍼 헌팅의 성과를 보고하는 회의석상에서 총리실과 국방부에서 나온 부장들의 면상에 들이밀었다.
“분명히 말해 주십시오!”
이런 이명룡의 노력에 대한 이들의 대답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이걸 왜 우리에게 따지는 건가?”
“자네는 설마 우리가 일부러 이런 짓을 하라고 시키기라도 했다는 건가? 우리는 이런 일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네. 그리고 팀원들 간에 화합이 되지 않는다면 그건 우리에게 따질 일이 아니라 자네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 아닌가? 대체 뭘 위한 고문이라고 생각하나?”
“아니면? 우리가 이런 짓을 지시했다는 증거라도 있나?”
“있다면 가져와 보게. 우리도 보고 싶군.”
……모른다였다.
제들끼리는 밥그릇 싸움을 하느라 국가 비상사태 따위는 뒷전으로 미뤄 놓는 주제에, 정작 궁지에 몰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손바닥을 뒤집고 입을 맞춘다.
그런 놈들이 실실 쪼개며 지껄여 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명룡의 머릿속에서 뭔가가 툭 끊어졌다.
그리고 곧바로 탁자 위로 뛰어올라 발끝으로 실실 쪼개는 총리실 부장의 턱을 올려 차 ‘턱뼈 복합 골절, 전치 8주’로 만들고, 당황한 표정으로 일어나 욕설을 퍼붓는 국방부 부장의 명치에 옆차기. 주둥이를 다물게 만든 뒤에 주먹 연타로 ‘안면부 손상, 전치 12주’로 만들어 버리는 통쾌한 액션 활극이 펼쳐졌다.
……이명룡의 머릿속에서.
그러나 이명룡은 참았다,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 뒤에 벌어질 이런저런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아니, 솔직히 그런 문제도 약간 걸리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회의실로 들어가기 전에 강호철이 한 말 때문이었다.
“형님, 형님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겠는데, 제발 참아 주십시오. 형님이 상상하는 대로 팀원들에게 그런 짓을 지시한 놈들은 이 회의실에 모여 있는 놈들입니다. 그리고 형님이 말씀하신 대로 그런 새끼들은 다 맞아도 싼 놈들입니다. 하지만 그다음은요? 지금 루시퍼 헌팅에서 그나마 팀원들을 제대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은 형님 하나뿐입니다. 형님이 팬다고 그놈들이 바뀔 것 같습니까? 그리고 저도 국정원에 소속되어 있는 이상 총리실의 명령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형님이 그러고 나가면 루시퍼 헌팅은 그냥 개판이 될 뿐이라고요. 그러니 다른 방법을 찾아봐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다른 방법…….’
이명룡의 머릿속에서는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희망은 있었다. 그는 게임이든 인생이든 무식하게 들이대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인간이지만 그의 애제자, 게임에 도통한 현우라면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명룡이 아직 루시퍼 헌팅에 붙어 있는 이유는 그런 기대 하나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지금은 고객님의 사정으로 전화를 받을 수 없사오니 잠시 후에 다시 걸어 주십시오.
전화를 걸때마다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빌어먹을! 이러다 내 성질에 죽지! 안 되겠어. 차라리 직접 찾아가 보는 편이 빠르겠어. 현우 자식, 핸드폰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이명룡이 담배를 비벼 끄며 벌떡 일어났다.
* * *
“혀, 형님?”
“정말 형님이다!”
한 무리의 사내들이 아크에게 몰려들었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을 휘날리며 아크를 향해 맹렬히 뛰어오는 사내들은 쿠라칸과 엘라인을 시작으로 헤겔과 밀란, 베라드, 칼리벤, 쿠파, 헤드로, 바로 다크에덴의 직원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만큼 감격스러운 표정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뒤에는 카야와 파크, 사다인. 슬레이와 그레온, 멜리나. 그리고 무덤덤한 표정의 레피드도 눈에 들어왔다.
난데없이 이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의 설명은 잠시 미뤄 두고.
“멈춰라! 너희들은 뭐냐?”
생사조차 모르던 아크와 팀원들의 감격적인 상봉이 이루어지기 직전. 검은 피부의 거인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형님은 아무나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다. 형님께서는 쿠휀 황자님을 호위하는 원정대의 대장이자 무라트 최강의 기사인 엘림의 후계자이시다. 접견하고 싶다면 먼저 이 몸에게 너희들의 신분과 용건부터 밝혀야 할 것이다.”
“뭐야? 이 시커먼 덩치는?”
“이놈은 뭔데 형님 앞에서 잘난 척하는 거야?”
다크에덴에서 최고의 덩치를 자랑하는 베라드와 쿠파가 불쾌한 표정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거구의 흑인이 방패로 바닥을 내리찍으며 대답했다.
“나는 카사인의 가디언 바사크! 아크 형님의 가장 충직한 부하다!”
“그 말은 그냥 흘려 넘길 수 없군.”
한 사내가 베라드와 쿠파 사이를 비집고 나오며 말했다.
망토로 몸을 감싸고 어깨에 검 한 자루를 비켜 맨 사내는 엘라인이었다.
“네가 어떤 부족의 누구이든 관심 없지만 아크 님의 가장 충직한 부하는 바로 나. 쿠산의 전사 엘라인이다. 나는 아크 님에 대한 충성심만큼은 결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뭐라고?”
바사크의 볼이 꿈틀거렸다.
“난 형님을 10년이나 모셨지만 너 같은 놈 본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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