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90)
아크 더 레전드-290화(290/875)
[290] SPACE 6. 아크×호크 (3)“아크 님, 전하께서 부르십니다.”
쿠휀 옆에 있던 근위병이 다가오며 말했다.
아크는 레피드를 째려 주고 쿠휀에게 다가갔다.
“아크, 어서 오게. 여기 호크라는 사람에게 대강의 사정을 들었다. 그대들이 다른 차원의 시공간에서 넘어온 사람들이라는 말을. 아크, 호크의 말이 사실인가?”
‘이 자식, 그새를 못 참고 꼰지른 거야?’
쿠휀의 말에 아크가 짜증스러운 눈으로 호크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제 와서 사실이 밝혀진다고 딱히 곤란해질 것은 없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토트와 바사크가 아크를 제드라는 사람과 혼돈하는 바람에 말을 맞추다 보니 거짓말을 하게 되었을 뿐,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언젠가는 밝혀야할 일이었다.
“전하를 속일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 상황이었다면 나 역시 어쩔 수 없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놀라운 일이군. 그대들이 다른 시공간에서 들어온 자들이라니, 솔직히 아직 믿기지가 않는다. 게다가 아크는 내 오랜 벗인 제드와 한 몸으로. 뭔가 강한 인연의 끈이 느껴지는군. 호크는 내게 본래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에 대해 물었다. 아크, 그대도 같은 생각이겠지?”
“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 질문에는 확실히 대답해 줄 수가 없다. 시공간 여행은 아직 무라트의 과학력으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속하겠다. 세트의 반란을 무사히 진압하면 그대들을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찾아 주겠다고.”
결국 퀘스트를 완료해야 한다는 말이다.
쿠휀이 아크와 호크를 번갈아 보며 말을 이었다.
“의용군 대장이었던 라시우스 경은 세트의 추격대와 싸우다 전사하고 호크 경이 의용군을 맡게 되었다고 하는군. 훌륭한 영주이자 충성스러운 신하를 잃어 슬프지만, 우리에게는 슬픔에 젖어 있을 시간이 없다.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아브라삭스를 해제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그대와 호크, 둘뿐이다. 의용군과 원정대를 그대들에게 맡길 테니 부디 힘을 합쳐 이 난관을 극복해 주기 바란다.”
“알겠습니다.”
아크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옆으로 물러 나와 호크를 돌아보며 말했다.
“일단 내 직원들을 무사히 데려와 준 것에 대해서는 인사를 해 두지.”
“네 인사를 받으려고 한 것이 아니다. 그때는 그게 나에게도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뿐이지. 하지만 네 인사를 받으니 오히려 후회가 되는군. 기회가 있을 때 처리했어야 했어.”
이어지는 호크의 말에 아크가 울컥한 표정으로 쏘아붙이려다 입을 다물었다.
사실 지금까지 아크는 호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호크가 먼저 적대시하니 아크도 당하지 않기 위해 덩달아 적대시했을 뿐이다.
그런데 레피드의 말을 듣고 보니 이상하기는 했다.
대체 호크는 왜 자신을 이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란 말인가? 지금까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막상 레피드의 말을 듣고 보니 궁금하기는 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혹시 내가 무슨 짓을 했냐?”
“했지.”
“에? 했다고? 내가? 뭘?”
“얘기하고 싶지 않다. 얘기해도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젠장! 얘기를 해야 최소한 억울하지는 않을 거 아니야? 있는 대로 사람을 괴롭히면서 ‘넌 잘못했지만 그게 뭔지는 안 가르쳐 주겠다.’라는 건 대체 무슨 경우야?”
“이미 벌어진 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리고 나는 네가 한 짓을 용서할 수 없다. 그런데 네가 나에게 사과를 한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지?”
“누가 사과를 하겠대?”
사실 살짝 그런 생각을 하기는 했다.
레피드의 말이 맞다. 지금 아크는 루시퍼라는 강대한 적과 싸워야 하는 입장. 그런 상황에서 호크라는, 평범하지 않은 유저를 적으로 삼을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다행히 아직은 호크로 인해 큰 피해를 입지 않은 상황.
화해를 해야 한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호크의 태도를 보니 말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싸가지없는 놈과 화해는 무슨 얼어 죽을 화해란 말인가? 그리고 역시 그런 식으로 일을 정리하는 것은 아크의 적성에도 맞지 않는다.
걸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는다.
그런 싸움을 피하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만만한 놈으로 찍혀 두고두고 갈굼을 당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 그러니 싸움을 걸어오는 놈은 인정사정없이 꽉꽉 밟아 두 번 다시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하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나서지 못하고 아크의 눈치부터 살피는 원숭이 3형제처럼 말이다. 그게 아크가 뉴월드 시절부터 고수해 온 게임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야. 안 그래?”
“아쉽게도.”
호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호크는 아크와 화해할 생각이 없었다. 아크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지금은 다른 차원의 시공간으로 떨어져 장비품이 사라지고 우주선의 행방조차 알 수 없는 상황.
만약 둘이 감정을 앞세워 싸운다면 자칫 이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일단 눈앞에 닥친 문제부터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아크와 호크가 서로 적대시하면서도 일단은 조사단의 임무를 진행했을 때처럼 말이다.
“여기서 우리가 싸워서 본래 세계로 돌아갈 단서를 얻을 수 있는 퀘스트를 실패하면 우리는 물론, 휘하 병사들의 장비품과 아이템, 우주선까지 모두 잃게 돼.”
“장비품과 아이템은 아니다.”
“뭐?”
“이곳이 다른 시공간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부하 유저를 1명 죽여 봤지. 얼마 전에 그 녀석이 투란에서 부활해서 전화로 연락해 왔다. 장비품과 아이템은 다시 돌아왔다더군.”
아크도 그런 방법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딱 적당한 상대도 있었다. 원숭이 3형제. 그러나 아무리 아크라도, 그리고 그게 한때 아크의 공금을 떼어먹고 도망친 놈들이라도 차마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었다.
그런 방법을 쉽게 사용할 정도로 갤럭시안의 사망 페널티는 만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뭐 그보다 쿠휀의 방패로 써 먹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런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부하를 슥삭 했다고?’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다.
“하지만 본래 세계에서도 데스나이트의 신호는 잡히지 않았다. 우주선은 블랙홀에 빠진 상태 그대로라는 말이겠지. 그러나 우리가 살아 있다면 우주선도 어딘가의 시공간에 갇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 세계를 탈출하면 우주선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뭐 그게 아니라도 죽을 수 없는 이유는 있지만.”
그건 아크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이 세계에서 며칠을 보내며 레벨을 4나 올리고 스킬도 3개나 배웠다. 그리고 호크 역시 의용군의 대장까지 맡고 있었으니 나름 적지 않은 경험치를 얻었으리라.
그걸 지키기 위해서라도 살아서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이 세계를 탈출할 유일한 단서는 《무라티우스타를 위해서!》 퀘스트. 쿠휀을 도와 세트의 반란을 막는 방법뿐이었다.
그러니 설사 적과 손을 잡는 한이 있더라도 퀘스트를 완수해야 한다. 적어도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아크와 호크의 의견이 일치했다.
“플라이레인저를 파괴했지만 이미 쿠휀 황자의 정보가 세트에게 전해졌을 확률이 높다. 그러면 당연히 트라이포스라는 성지의 방어도 견고해지겠지. 그러니 이런 곳에서 지체할 시간이 없어. 적의 병력이 우리보다 여유가 많은 이상 시간을 지체해 봐야 불리해질 뿐이야. 놈들의 병력이 더 충원되기 전에 공격을 개시해야 한다.”
“내 말이 그 말이야.”
아크가 씨익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일단 휴전이 성립됐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일단은.”
호크가 아크의 손을 힐끗 쳐다보고는 몸을 돌렸다.
“할리, 모두 정렬시켜라! 바로 출발한다! 목표는 트라이포스다!”
하여간 이래저래 재수 없는 놈이다. 그러나 같은 편이라면 이만큼 믿을 수 있는 유저도 없었다.
“일단은……이지만…….”
* SPACE 7. The MURAT SAGA (PART : 1) (1)
“늦었나?”
호크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그 앞에는 모래로 이루어진 입체 영상이 떠올라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막 한복판에 우뚝 솟아 있는 대大피라미드. 이 피라미드가 바로 아브라삭스의 제어 장치가 잠들어 있는 성지, 트라이포스였다.
그러나 영상 속에는 피라미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주위에는 수천의 병사들이 마치 피라미드를 포위하듯이 겹겹이 둘러쳐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장갑차나 탱크처럼 보이는 기갑병기도 수십 대나 포진되어 있었다.
“적의 숫자는 적게 잡아도 5천인가? 거기에 수십 대의 스핑크스―무라트의 전차―까지. 일찍이 보지 못한 규모다. 도시를 공략하는 병력도 이만한 규모는 아니었어. 그저 만약을 대비해 성지에 주둔시켜 놓은 병력이라고는 볼 수 없어. 아마도 증원을 시킨 것이겠지.”
호크가 늦었다고 말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반란군의 수장인 세트도 성지 중 하나에 아브라삭스 제어 장치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확한 위치를 몰라 무라티우스타의 모든 성지에 병력을 주둔시켜 놓았다. 그중 한 곳에 병력을 증원시켰다는 것은, 이미 위치를 파악했다는 뜻. 아마도 어둠의 계곡에서 원정대를 포착한 플라이레인저가 폭파되기 전에 정보가 송출된 것이리라.
물론 그건 아크와 호크도 예상했다. 때문에 서둘러 달려왔는데 이미 적군이 증원되어 있는 것이다.
“트라이포스에 주둔해 있는 반란군의 숫자는 우리의 4배가 넘는다. 게다가 우리가 올 것을 예상하고 있다면 사실상 승산이 없다는 말이나 진배없지 않은가?”
“승산 없는 전투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다행히 미나헴을 떠나오기 전에 연락이 닿은 의용군은 라시우스 경 외에도 둘이나 더 있다. 아마도 그들 역시 멀지 않은 곳까지 진군해 오고 있을 터. 일단 이곳에서 전력을 가다듬고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합류한 뒤에 싸우는 편이 좋지 않겠는가?”
“그게 좋겠군! 그렇게 하는 편이 좋겠어!”
귀족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호크가 미간을 찡그리며 입을 열려 할 때.
“여기서 더 시간을 지체하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말했듯이 아브라삭스 제어 장치는 현재 세트의 유일한 약점입니다. 트라이포스에 제어 장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세트는 무엇보다 트라이포스를 지키는 데 집중할 것입니다. 쿠라이든 님 들은 의용군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했지만, 세트의 병력도 이곳으로 집중되는 중이겠죠. 그 숫자는 아마도 의용군의 수십 배. 시간을 지체할수록 불리해질 뿐입니다……라고 말할 생각이었겠지?”
아크가 호크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그런 거지.”
그러자 호크가 찜찜한 표정으로 흘기며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도 승산이 없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저는 승산이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승산이 있다는 말인가?”
“아니, 승산은 없습니다. 확실히 말해 무리죠.”
“뭐야? 지금 말장난을 하자는 건가? 자네는 우리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건가? 우리는 무라트의 귀족이다.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도 모르는 휴먼이 함부로 대할 위치의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무리 의용군 대장이라도 무례는 용서하지 않겠다.”
“무례를 저지를 생각은 없습니다만…….”
호크가 한숨을 불어 내며 중얼거렸다.
‘후후후, 호크 자식. 곤란해하고 있군. 곤란해하고 있어.’
아크는 그런 호크를 보며 내심 흡족한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사실 아크는 이미 귀족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하리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쿠라이든 일당은 자기 목숨이 가장 소중한 귀족들.
물론 쿠휀을 도와 반란을 막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목숨까지 걸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쿠휀을 돕다가 죽는 것보다는 세트의 부하가 돼서라도 살아남는 쪽을,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기꺼이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때문에 귀족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크는 호크에게 아무런 말도 해 주지 않았다.
처음 만난 이후로 지금까지, 항상 위에 앉아서 뻣뻣한 태도를 취하던 호크가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다. 물론 그렇다고 귀족들의 편을 들어 줄 생각은 아니었다.
일단 호크가 곤란해하는 것을 충분히 즐기다가 적당한 시기에 나서서 귀족들을 설득―원숭이 3형제를 피 떡으로 만드는―할 생각이었다. 호크가 곤란해하던 문제를 아크가 나서서 한 방에 해결한다. 당연히 호크도 아크를 보는 눈이 달라질 수밖에 없으리라.
그때 호크가 슬쩍 고개를 돌려 할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할리가 말없이 권총을 꺼내 자신의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게 아닌가?
탕-!
느닷없이 울리는 총성에 귀족들이 화들짝 놀라며 입을 다물었다. 할리가 관자놀이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바라보자 호크가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만 됐다.”
“뭐, 뭐 하는 짓인가?”
“귀족분들께서 오해를 하시는 것 같아 저희들의 각오를 보여 드린 겁니다. 저는 무라트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도 모를 휴먼이죠. 하지만 이번 일에 임하는 각오는 여러분과 다르지 않습니다. 세트의 반란을 막지 못하면 죽겠다. 그런 각오로 이번 일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시간을 지체할수록 불리하다고 말하면서 쓸데없는 말장난 따위로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정중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발, 닥, 쳐, 주, 십, 시, 오.”
……귀족들은 닥쳤다.
‘대체 정체가 뭐야, 이 자식은?’
아크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호크를 바라보았다.
아크는 귀족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고분고분하게 만들 방법을 찾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그러나 호크는 불과 몇 분 만에 해치워 버린 것이다. 아니, 결과만 보면 아크와 호크의 방법이 같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아크의 경우 귀족들 앞에서 살벌한 폭행 장면을 연출한 것은 위협이었지만 호크는 위협이 아니었다.
-내 일을 방해하면 누가 됐든 죽인다. 그래도 내가 하려는 일은 전혀 지장이 없다.
살기가 일렁이는 호크의 눈에는 그런 메시지가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
아크가 어떻게든 NPC를 회유해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끄는 타입이라면, 호크는 방해가 될 만한 자는 유저든 NPC든 가차 없이 잘라 내는 타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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