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91)
아크 더 레전드-291화(291/875)
[291] SPACE 7. The MURAT SAGA (PART : 1) (2)돌이켜 생각해 보면 조사단 때도 그랬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서로 싸우게 만들어 단원을 반이나 제명시킨 전적이 있는 것이다.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정말 식겁한 놈이었다.
그리고 이때,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뭐, 뭐야? 저 녀석은? 아크보다 한술 더 뜨는 놈이잖아.”
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호크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사람은 퍼거슨이었다.
사실 퍼거슨은 호크의 출현을 내심 반기고 있었다.
‘이대로 아크에게 끌려 다니면 뉴월드 때와 다를 게 없어. 아니, 더 나쁘다. 아크는 우리가 뉴월드에서 공금을 횡령한 사실을 그냥 넘어갈 놈이 아니야. 분명 이런저런 구실을 만들어 뼈만 남을 때까지 탈탈 털어먹겠지. 하지만 아직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야.’
퍼거슨의 방법이라는 것이 바로 호크였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호크는 아크와 사이가 좋지 않아. 그리고 호크는 조사단의 단장이자 세븐 소드. 그러니 우리가 호크에게 붙으면 아크도 손을 대지 못할 거다. 그래, 그거야. 우리가 살길은 호크뿐이다. 이제 와서 남의 밑에 들어가는 게 좀 마음에 걸리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아크 자식에게 끌려 다니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게 나아. 좋아. 이번 기회에 호크에게 점수를 따 두고 본래 세계로 돌아가면 바로 호크에게 빌붙는 거야!’
그런 꿍꿍이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관자놀이에서 피를 뚝뚝 떨어뜨리는 할리를 보자 생각이 달라졌다.
귀족들이 성가시게 군다고 바로 부하에게 자살―죽지는 않았지만―을 명령한다. 호크는 아크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는 잔인무도함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퍼거슨은 생각했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부하에게 권총 자살을 명령하는 호크보다는 그래도 주먹으로 패 주는 아크가 그나마 인정미가 넘치는 유저라고.
‘끝났어. 여기서도 우리 게임생은 끝난 거야.’
그리고 절망했다.
뭐 그런 원숭이들의 진로 고민은 어쨌든.
총 한 방으로 귀족들을 닥치게 만든 호크가 입을 열었다.
“승산이 없다는 것은 전투만 두고 말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전투가 아닙니다. 적을 섬멸시키는 것은 더더욱 아니죠.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아브라삭스의 해제. 쿠휀 전하를 제어 장치까지 도달하게 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같은 얘기가 아닌가?”
쿠라이든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러나 호크가 고개를 돌리자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호크의 협박이 확실히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 나는…….”
“목적이 달라지면 방법도 달라지게 된다는 말이겠지.”
쿠라이든의 말을 가로챈 사람은 아크였다. 사실 아크는 정찰병이 트라이포스의 상황을 전해 왔을 때, 이미 현 상황에 적용할 만한 작전을 구상해 두고 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은 이유는 호크의 반응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크가 하는 말을 들어 보니 아크가 생각하는 작전과 비슷한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는 눈치였다.
“그런 거지.”
호크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 *
“준비는?”
“당연히 만땅이지.”
아크가 씨익 웃으며 광선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호크가 허리에 차고 있던 쌍검을 뽑아 들었다.
“이제 굳이 숨길 이유도 없으니 기회가 있을 때 말하겠다. 너와 나는 적이다. 이번에는 목적이 같아 협력하게 됐지만 네가 갤럭시안을 하는 이상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아마도 너와 내가 한편이 되어 싸우는 것은, 적어도 완전히 하나의 목적을 위해 힘을 합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겠지. 부디 발목을 잡지 말았으면 한다.”
“이하 동문이다.”
“그렇다면 더는 할 얘기가 없지.”
호크가 낙타의 고삐를 움켜쥐며 검을 치켜들었다.
동시에 넓게 펼쳐진 사막의 능선을 따라 병사들이 솟아 올라왔다. 말할 것도 없이 호크가 이끄는 의용군과 아크가 데려온 원정대의 병사들이었다.
작전 회의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세트가 트라이포스에 아브라삭스의 제어 장치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시간을 지체해 봐야 불리해질 뿐이고, 양군의 지휘권을 가진 아크와 호크가 같은 작전을 생각하고 있었으니 회의가 길어질 이유가 없었다.
이후 일사천리로 구체적인 작전을 수립. 사막을 횡단해 반란군이 주둔해 있는 트라이포스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무라티우스타의 운명을 결정할 전투!
호크가 멀리 보이는 트라이포스를 향해 검을 내리며 소리쳤다.
“전군, 진격하라!”
“우와아아아아!”
병사들이 함성을 터뜨리며 돌격하기 시작했다.
이런 의용군의 진격에도 트라이포스 주위에 포진한 반란군은 당황하지 않았다.
은폐물조차 없는 사막을 1천여 명의 병사가 횡단하며 접근해 왔다. 당연히 반란군도 시전에 의용군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만반의 전투태세를 갖춰 놓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돌격과 동시에 반란군 진영에서 포화가 치솟았다.
퍼퍼퍼펑! 퍼퍼퍼펑!
무라트의 전차 스핑크스의 포격이었다.
하늘을 뒤덮으며 날아오는 포탄! 그러나 아크와 다크에덴의 직원들은 벨타나에서 이런 상황을 지긋지긋하게 경험해 보았다. 아크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헤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저것들입니다!”
간만에 발동되는 헤겔의 탄도 예측 스킬!
“저것들이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포탄들입니다!”
헤겔이 몇몇 포탄을 지목하자 아크 팀의 저격수, 그레온과 칼리벤이 바로 라이플을 들어 올렸다. 이어 묵직한 총성이 연이어 울리자 포탄 몇 개가 공중에서 폭발하며 사라졌다.
호크 팀 위에서도 서너 발의 포탄이 폭발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헤겔과 같은 스킬을 가진 병사는 호크 팀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아크와 호크 팀의 요격만으로 모든 포탄을 처리하기는 무리. 수십 발의 포탄이 의용군 진영에 쏟아졌다.
콰콰콰쾅! 콰콰콰쾅! 콰콰콰쾅!
사막이 뒤흔들리며 사방에서 모래기둥이 솟아올랐다.
그러나 보이는 것만큼 피해가 크지는 않았다. 사전에 포격을 대비해 산개 대형을 펼치고 진격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호크도 무턱대고 진격을 명령한 것도 아니었다.
“룬 문자 각인술, 보호의 문장 옴!”
“룬 문자 각인술, 은영의 문장 팬텀베일!”
“룬 문자 각인술, 철벽의 문장 쿠베나티아이언!”
-‘룬 문자 각인술 : 옴’이 발동 중입니다.
《100미터 범위 내의 모든 아군에게 1시간 동안 방어력이 50% 증가합니다.》
-‘룬 문자 각인술 : 팬텀베일’이 발동 중입니다.
《100미터 범위 내의 모든 아군에게 1시간 동안 회피력이 50% 증가합니다.》
-‘룬 문자 각인술 : 쿠베나티아이언’이 발동되었습니다.
《100미터 범위 내의 아군에게 1시간 동안 스플레시 데미지 무효화가 적용됩니다.》…….
귀족들이 펼치는 룬 문자 각인술!
이러니저러니 해도 일단 전장에 데려다 놓으면 쓸모가 많은 귀족들이었다.
거기에 전체 회복을 시켜 주는 쿠휀의 룬 문자 ‘앙크’. 덕분에 직격탄을 맞아 산산조각이 난 불운한 병사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포격을 뚫고 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지금이다! 전군, 플라즈마탄 발사!”
이어 쇼텔을 휘두르자 수백 발의 플라즈마탄이 적지로 날아들었다. 플라즈마탄에 적중한 적군은 고열을 발산하는 스파크에 휩싸이자 순식간에 녹아내리듯이 사라졌다.
물론 적군도 얌전히 맞아 주지는 않았다.
같은 쇼텔을 사용한 대응 사격!
파지지지! 파지지지!
사방에서 스파크가 튀어 오르며 병사들이 녹아내렸다.
호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선두에서 병사를 이끄는 호크에게는 3발이나 되는 플라즈마탄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명색이 세븐 소드인 호크가 그런 적탄에 적중될 리가 없었다.
아크도 당연히 호크라면 무리 없이 피하리라고 생각했지만…….
호크가 모래 위를 미끄러지듯이 회전하자 2발의 플라즈마탄이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여기까지는 아크의 예상대로였다.
그러나 생각지 못했던 것은 다음 움직임이었다. 호크가 두 자루의 검을 교차시키자 나머지 1발이 마치 거미줄에 걸린 것처럼 검과 검 사이에서 멈췄다. 이어 쌍검을 내지르자 적병에게 되돌아가 적중되는 게 아닌가?
‘뭐야? 저 말도 안 되는 방어 기술은?’
검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전사는 원거리 공격을 막거나 피하는 스킬이 필수다. 그리고 아크 역시 소드 디펜스라는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소드 디펜스는 특성상 광선검 계열의 무기로만 사용할 수 있고, 그것도 기본적으로는 회피 기술의 연장이다.
물론 꾸준한 연구로 방금 전의 호크처럼 적의 탄환을 되돌리는 기술을 익혔지만, 아직은 정신을 집중해도 성공 확률이 5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것도 사격한 본인이 아닌, 다른 방향에 있는 제 3의 적에게만 되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호크는 2발의 플라즈마탄을 회피하는 것과 동시에 1발을 발사한 본인에게 반사시켰다. 적어도 원거리 공격에 대한 방어 능력은 호크가 한 등급 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정작 놀라운 장면은 그다음이었다.
퍼퍼퍼펑! 퍼퍼퍼펑!
반란군의 후열에 일렬로 늘어선 전차 부대.
사자의 몸에 사람의 얼굴이 붙어 있는 형태의 무라트 전차 스핑크스였다. 형태는 스핑크스지만 옛날이야기처럼 그 입에서 나오는 것은 수수께끼 따위가 아니었다.
쩍 벌어진 입에서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포탄!
스핑크스가 불길을 뿜을 때마다 의용군 진영에서 불과 모래가 뒤섞인 기둥이 솟구치며 수십 명이 죽어 나갔다.
그때 호크가 모래 기둥 사이를 구르며 소리쳤다.
“할리, 아직인가?”
“잠시면 됩니다! 무라트의 기계 조작은 익숙지 않아서…… 하지만…… 다 됐습니다!”
품에 들고 있는 작은 기계를 조작하던 할리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대답했을 때였다. 스핑크스 가운데 1대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같은 편을 향해 포격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우악! 이, 이게 미쳤나? 얻다 대고 쏘는 거야?”
“저, 저희가 조작한 게 아닙니다! 갑자기 기기가 먹통이 되어 혼자 움직입니다!”
“저절로? 빌어먹을, 컨트롤 재킹이다! 통신을 포함해서 모든 외부 접속 회선을 차단하라!”
“이미 늦었습니다! 스핑크스 제어 시스템에 접속이 되지 않습니다!”
“그럼 아예 전원을 차단해서라도 포격을 막아!”
적 기갑부대가 단숨에 혼란에 빠져 버렸다.
“젠장, 컨트롤 재킹이라니, 컨트롤러의 입장에서는 섬뜩해지는 장면이군.”
카와 쿰이라는 오토봇으로 적을 몰아치던 파크가 몸서리를 치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아크가 놀라게 만든 것은 그다음에 벌어진 장면이었다.
“지금이다! 민스크, 브라이언, 가라!”
호크의 고함에 지명받은 2명의 팀원이 아군의 포격에 실드가 벗겨진 스핑크스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장갑을 잡고 성큼성큼 기어올라 포탑에 올라서는 순간!
“호크 대장님 만세!”
콰콰콰콰쾅-! 콰콰콰콰쾅-!
빛에 휩싸이더니 스핑크스와 함께 폭발했다.
‘맙소사! 자폭? 지금 부하 NPC에게 자폭을 명령한 거야?’
불길을 뿜어 올리며 무너져 내리는 스핑크스를 바라보는 아크의 입을 쩍 벌어졌다.
새삼스럽지만 NPC도 이 세계에서는 인간.
설사 부활할 수 있는 개척자라도 죽음은 그리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부하 직원이라도 명령 한마디에 순순히 자폭을 하지는 않을뿐더러 충성도만 깎여 나가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호크의 부하들은 자폭하는 순간까지도 ‘호크 만세’라는 헛소리를 지껄여 댄다. 이는 부하 직원들의 충성도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뜻! 아크는 호크의 무용보다 그런 광적인 충성심이 더 섬뜩하게 느껴졌다.
‘레피드는 호크가 신념마저 느껴지는 유저라고 했지만…….’
아크도 그런 게 느껴졌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겠다는 신념.
그게 아크가 호크에게서 느낀 신념이었다. 그리고 이번 전투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호크는 그런 신념을 관철시킬 능력이 있었다. 호크 본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더 부담스러운 것은 부하들의 태도였다.
호크의 명령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자기 머리통에 총을 쏴 대는 할리나 방금 전에 자폭을 한 놈들까지. 휘하 병사를 그 정도까지 통솔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호크가 평범한 유저가 아니라는 증거나 다름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유저가 아크를 눈엣가시처럼 여긴다는 것.
새삼스럽지만 얼마 전 호크는 아크와 결코 한편이 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았지만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면 다시 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런 놈이, 그리고 그런 부하를 데리고 있는 놈이 적이 된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호크의 상대는 다름 아닌 아크다.
‘하지만 나도 얌전히 당하고 있을 만큼 물렁한 사람은 아니야. 뭐? 이유를 얘기해 봐야 난 이해하지도 못할 거라고? 나도 이해하고 싶은 생각 없다, 인마! 그리고 나도 네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은 피차일반이야. 네놈이 그런 식으로 나온다고 내가 벌벌 떨 거라고 생각했다면 착각이야. 이거 왜 이래? 나 아크야. 나도 이제부터는 제대로 상대해 주마!’
……라고 각오를 다지는 아크였다.
그리고 사실 무용이라면 아크도 호크 못지않은 실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2군, 3군, 방어 태세로 전환하며 진격 속도를 늦춘다. 1군은 이대로 유지하며 돌진한다!”
횡렬로 늘어선 의용군의 2군과 3군이 진격속도를 늦추자 진형은 자연스럽게 호크를 중심으로 ‘△’ 형태. 즉, 쐐기 대형으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호크와 휘하 병사들이 선두를 맡아 화력을 집중시키자 반란군은 압도적인 병력을 보유하고도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건 선두 진영뿐이었다.
주력이 선두에 집중된 만큼 좌우 날개는 전력이 약화되어 반란군에 밀리고 있었다. 반란군의 병사가 의용군보다 5배나 많으니 당연한 전개였다. 그럼에도 의용군의 진형이 무너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바로 아크 덕분이었다.
-말했듯이 우리의 목적은 반란군을 섬멸시키는 게 아니다. 설사 모든 병력을 잃더라도 쿠휀이 아브라삭스 제어 장치까지 갈 수 있다면 우리의 승리다. 따라서 우리의 작전은 한 가지밖에 없다. 전투 개시와 동시에 전력을 집중시켜 적을 뚫고 트라이포스로 돌입하는 것. 그러나 돌파력을 올리기 위해 전력을 전방에 집중시키면 쿠휀 황자가 있는 후방의 방어가 약해질 수밖에 없어. 그러니 네 임무는 후방에서 쿠휀 황자를 지키는 것이다. 설사 내가 적을 돌파해도 쿠휀 황자가 죽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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