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92)
아크 더 레전드-292화(292/875)
[292] SPACE 7. The MURAT SAGA (PART : 1) (3)호크의 말이었다.
‘딱히 호크의 지시 때문은 아니지만…….’
“디펜스 브레이크! 카프레 검술 3식, 갤럭시 소드!”
아크가 쇼텔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적병을 밀어내며 광선검을 휘둘렀다. 그 궤적을 따라 부챗살처럼 펼쳐지는 수십 개의 검영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적진을 쑥대밭으로 만든 것은 그다음이었다.
쿠콰콰콰콰콰-!
‘일단 퀘스트에 집중한다! 호크와의 일은 그 뒤에 고민해도 늦지 않아!’
아크는 무아지경에 빠져 광선검을 휘둘렀다.
소드 디펜스로 날아오는 플라즈마탄을 쳐 내고 적진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화려한 빛의 궤적을 만들어 내며 한꺼번에 10여 명의 적병을 상대했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핵심 NPC인 쿠휀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퍼거슨, A, B, 전하를 보호해라! 전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알지?”
“아, 알고 있습니다!”
“막아! 막아! 전하를 겹겹이 싸고 몸으로 막아라!”
원숭이 3형제는 아예 쿠휀을 부둥켜안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적탄을 몸을 막았다.
그사이에 아크가 쿠휀에게 몰려드는 적병을 슥삭슥삭!
“슬레이, 퍼거슨과 A, B만으로는 힘드니 너도 쿠휀 전하를 보호하는 데 집중해라. 나머지도 쿠휀 전하를 중심으로 원진을 펼치고 적의 공격을 받아 내는 데 집중하라. 잊지 마라. 이번 전투의 목적은 쿠휀 전하를 안전하게 트라이포스까지 호위하는 것이다.”
“알고 있어! DNA 변환!”
“전격의 창!”
“덤벼라! 우와아아아!”
투투투투! 투투투투! 투투투투!
아크와 팀원들은 쿠휀을 중심으로 원진을 만들고 물밀듯이 몰려드는 적병을 쉴 새 없이 쓰러뜨렸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선보이는 것은 바사크와 엘라인이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내가 형님의 더 충성스러운 부하다!”
“웃기지 마! 그건 나를 위해 존재하는 수식어다!”
만나자마자 서로 더 아크의 충성스러운 부하라고 주장하던 바사크와 엘라인. 이들의 말싸움은 이번 전투가 시작될 때까지도 끝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누가 더 충성스럽고 더 도움이 되는 부하인지 전투에서 결판을 내기로 합의했다.
덕분에…….
“철벽! 버닝 실드!”
바사크가 아크에게 쏟아지는 적의 공격을 막으며 방패에서 섬광을 뿜었다. 그리고 ‘훗, 어떠냐? 굉장하지?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 하는 표정으로 씨익 웃으며 바라보자 엘라인이 바로 튀어 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환영분신과 멸사참격 콤보를 난사해 바사크의 앞에 모여 있던 적을 찢어 내고 ‘훗, 난 너처럼 어중간하게 끝내지 않고 마무리까지 확실하게 한다.’는 표정으로 바사크를 돌아보는 것이다.
바사크와 엘라인의 이런 충성 경쟁은 결과적으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자극을 받은 전前친위대원들도 ‘새파란 신참들이 어디서 나대는 거야? 원래 형님의 진짜 심복은 바로 우리들이라고!’라는 표정으로 무지막지하게 적병을 몰아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덕분에 그 주위에만 적병의 시체가 수 미터 높이로 쌓여 성벽처럼 보일 정도!
그러나 같은 장면을 봐도 호크는 아크와 반응이 달랐다.
“그래, 그 정도는 돼 줘야 상대할 맛이 나지.”
호크가 성난 사자처럼 적진을 휩쓰는 아크를 바라보며 입 끝을 치켜 올렸다.
그러나 아크와 호크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전황은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적을 압도하는 것은 호크의 팀원이 모여 있는 선두와 아크의 팀원이 모여 있는 쿠휀 황자의 주변뿐, 나머지 부분에서는 반란군의 집중포화에 의용군이 속속 쓰러지고 있었다. 거기에 적의 병력이 집중되어 호크의 돌진에까지 제동이 걸리자 진형을 유지하기도 힘들어졌다.
사실 당연한 결과였다.
반란군과 의용군의 병력 차이는 5배.
1 대 5나 10 대 50이라면 호크나 아크, 둘 모두 가뿐히 이길 만한 실력을 갖춘 유저들이었다. 그러나 1천 대 5천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호크 님,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의용군의 병력이 40% 이상 전사했습니다!”
“더 지체하면 후퇴조차 못하고 전멸하게 될 겁니다!”
“역시 일격에 적의 방어를 돌파하기는 무리였단 말인가?”
속속 들어오는 보고에 호크가 입술을 씹으며 중얼거렸다.
호크는 지금까지 적과 싸우던 도중에 후퇴해 본 역사가 없었다. 그러나 무리인 줄 알면서도 진격만을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 뛰어난 지휘관은 후퇴할 때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호크는 지금이 그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퇴각한다.”
호크의 입에서 한숨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부터 모든 병력을 방어로 전환해 무사히 전선을 이탈하는 데 집중하라.”
그렇게 아크와 호크가 힘을 합쳐 치른 처음이자 마지막 전투는 실패로 끝나게 되었다.
* * *
“크하하하하! 가소로운 놈들.”
트라이포스 앞에 방어진을 펼친 반란군 진영 깊숙한 곳.
덥수룩한 수염의 중년인이 도망치는 의용군을 보며 대소를 터뜨렸다. 그가 바로 트라이포스에 주둔하고 있는 2군단 소속의 연대장 네메트리였다.
“고작 그 정도의 숫자로 우리 부대를 뚫을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쿠휀 황자도 어지간히 몸이 단 모양이군. 하긴, 무리도 아니지. 이미 세트 각하께서 점령한 주요 도시는 25개. 그리고 나머지 5개도 이제 곧 우리 손에 들어온다. 그리되면 아브라삭스가 해제되어 우주 함대가 진입해 온다고 해도 감히 세트 각하를 어쩌지는 못할 터! 거기에…….”
네메트리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황자까지 더해진다면 말할 것도 없겠지.”
뜬금없지만 사실 네메트리는 불만을 품고 있었다.
세상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반란에 가담하는 자는 그만한 이득을 바라기 마련이다.
네메트리 역시 반란에 가담한 이유는 그만한 이득을 보장받았기 때문. 그러나 막상 반란이 시작되자 그가 소속된 2군단에는 성지를 지키는 임무가 내려졌다.
세트는 이것도 아브라삭스의 해제를 막기 위해 중요한 임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황자를 마냥 기다려야 하는 일이다.
차라리 와 준다면 모르겠지만 도중에 다른 부대에게 잡히거나, 혹은 아브라삭스 제어 장치가 다른 성지에 있다면 네메트리는 여기서 반란이 끝날 때까지 죽치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뭐 그래도 일단은 반란군이니 세트가 실권을 장악하면 보상이 따르겠지만 주요 도시를 점령한 다른 부대장에 비하면 푼돈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리라. 때문에 우울해하던 차에 정말 황자가 이끄는 의용군이 나타난 것이다.
‘내게 주어진 임무는 트라이포스를 지키는 것. 일단 의용군을 물리쳤으니 임무는 완수한 셈이야. 하지만 놈들은 고작 1천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5천이 넘는 병력을 가지고 그런 의용군을 막아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그런 정도는 자랑거리도 되지 못한다고. 하지만 의용군을 전멸시키고 황자까지 생포할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전투가 생각보다 힘들었다면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용군은 네메트리가 걱정할 정도의 전력이 되지 못했다.
숫자에 비해 제법 잘 싸우기는 했지만 반란군이 입은 피해는 고작 10% 남짓. 반면 의용군은 이번 전투로 40%가 넘는 병력을 잃은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허둥지둥 도망치는 적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이에 추격을 명령하려던 네메트리가 움찔하며 멈췄다.
‘가만? 뭔가 이상한데?’
네메트리의 직감이 그의 발을 붙잡은 것이다.
쿠휀 황자가 이곳으로 왔다는 것은 트라이포스 어딘가에 아브라삭스 제어 장치가 숨겨져 있다는 뜻. 그리고 황자가 이번 반란을 막을 방법은 아브라삭스를 해제하는 방법뿐이다.
다시 말해 트라이포스를 탈환하지 못하면 황자와 의용군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다.
당연히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탈환해야 하는 성지.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너무 포기가 빨라. 놈들 입장에서는 전력의 40%가 아니라 전멸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황자를 트라이포스로 들여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친다는 것은 혹시…….’
네메트리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정찰병, 플라이레인저를 띄워 주변을 샅샅이 조사해라!”
네메트리의 명령에 수십 대의 플라이레인저가 사막 지대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채 10분도 되기 전에 네메트리는 자신의 예감이 적중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3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모래 언덕 뒤에서 매복하고 있는 수상한 자들이 포착되었습니다!”
“……그렇군.”
네메트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정찰병이 띄운 입체 영상 속에는 모래 언덕 뒤에 몸을 숨긴 100여 명의 병사가 떠올라 있었다. 그중에는 얼굴은 망토로 몸을 감싼 작은 인영도 포함되어 있었다.
망토 탓에 얼굴까지는 확인하기 힘들었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건장한 체구의 다른 병사들 속에 소년처럼 보이는 작은 체구의 사람이 섞여 있다. 네메트리가 아는 한 의용군에 그런 체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하나!
“쿠휀 황자, 좀스러운 방법을 쓰는군.”
네메트리는 바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도중에 공격을 포기하고 도망치는 의용군은 미끼에 불과하다. 진짜 쿠휀 황자가 있는 곳은 모래 언덕 뒤에 숨어 있는 병사들 속에 있는 그이리라.
쿠휀은 의용군으로 네메트리의 병력을 유인해 내고 트라이포스로 들어가기 위해 숨어 있는 것이다. 네메트리는 적의 작전을 파악한 자신이 새삼 대견스러웠다.
“아마도 다른 부대장이었다면 속아 넘어갔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 네메트리는 쇼텔만 휘둘러 대는 자들과는 달라. 쿠휀 황자, 이곳에 바로 나 네메트리가 있었다는 것이 당신의 가장 큰 불운이 될 것이다. 미안하지만 당신은 내 출세에 발판이 되어 주어야겠다.”
네메트리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하자스, 3천의 병력을 주겠다. 바로 병력을 이끌고 의용군을 추격해 섬멸시켜라. 그리고 대기 병력을 제외한 나머지는 나를 따라라. 서둘러라. 놈들이 눈치채기 잡아야 한다!”
주력 부대를 부관에게 맡긴 네메트리가 나머지 병사를 이끌고 사막을 가로질렀다.
그러나 이때 네메트리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방금 전의 전투로 수백 명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는 전장. 그 바닥에 껌처럼 눌러 붙어 있는 붉은 점액질이었다.
그리고…….
* * *
-유인작전이다.
공격 직전, 호크가 한 말이었다.
-지금 트라이포스에 주둔해 있는 세트의 병력은 우리의 5배.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는 시간도 부족하다. 그런 상황에서 5배나 많은 적을 상대하기는 무리다. 하지만 적을 물리치는 게 아니라 황자를 트라이포스로 들여보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얘기는 달라지지.
-그래서 결론은 유인작전밖에 없다는 말인가?
-왜 다른 작전이라도 있나?
-아니. 싫은 놈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짜증이 났을 뿐이야.
-듣고 나니 나도 짜증이 나는군.
호크가 불쾌감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아크를 바라보았다.
-워! 워! 진정해. 싸움은 뒤로 미뤄 두자고. 지금 너와 내가 싸우면 죽도 밥도 안 될 테니까. 그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말인데, 유인작전밖에 없다는 생각에는 나도 동감이야. 하지만 모든 전략이 그렇듯이 상대가 속아 주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
-내가 제대로 속이지 못할 거라는 말인가?
-그런 뜻은 아니야. 넌 속이는 거 하나는 잘하잖아. 다른 단원들을 속여서 제들끼리 치고받게 만들고, 잿빛 혹성에서는 자폭 장치를 내게 숨겼지. 넌 그런 쪽으로는 타고난 놈이야. 그건 내가 보장하지. 훌륭해.
아크가 엄지손가락을 척 치켜들며 말했다.
그러자 호크가 빙긋 웃으며 검 자루를 움켜쥐었다.
-아하!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어. 여기서 끝장을 보자는 얘기로군.
-아니, 진심으로 하는 얘기야. 어쨌든 네가 작정하고 속이려 든다면 어지간한 놈은 홀라당 넘어갈 거야. 하지만 이번 전투는 단순히 목숨만 걸려 있는 게 아니야. 까딱하면 우주선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안전장치 하나쯤은 더 붙여 놔야 하지 않겠어?
-하고 싶은 말이 뭐냐?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사람 속이는 일이라면 제법 하는 편이거든. 내 경험에 의하면 사람은 자신이 남들보다 영리하다고 생각하는 족속이야. 그리고 그런 놈들일수록 멀리서 답을 찾으려는 습관이 있지. 그러니까 답을 멀리 숨겨 놓자는 얘기야.
아크의 말에 호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놈이 의심할 만한 곳에 해답처럼 보이는 것을 숨겨 놓자는 말이겠군.
-이해가 빠르니 편하군. 정답이야.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나도 놈들을 속이기에는 그 편이 낫다고 생각해. 그렇다면 이제 진짜를 어디에 숨겨 놓느냐는 문제만 남는군. 생각해둔 곳은 있나?
-있지.
아크가 씨익 웃으며 끄덕였다.
-등잔 밑이 어둡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지?
아크가 말한 등잔 밑이란…….
들썩들썩, 들썩들썩.
하자스와 네메트리가 병력을 이끌고 몰려간 직후.
전장의 바닥에 눌러 붙어 있던 붉은 점액질이 들썩거리기를 잠시, 갑자기 위쪽으로 융기되기 시작하더니 반으로 갈라지며 한 사내가 튀어 나왔다.
그 사내의 정체는 아크!
뮤탈의 DNA로 배운 은신 스킬 ‘하이드’를 이용해 전장의 바닥에 숨어 있던 아크였다.
‘일단 네메트리라는 적장은 대충 속아 넘어간 것 같지만…….’
“엇, 너! 넌 누구냐?”
“적이다!”
‘……역시 그냥 들여보내 주지는 않겠지.’
네메트리도 트라이포스를 텅텅 비워 둔 게 아니었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라기보다는 트라이포스를 비워 두기 부담스러워서겠지만, 주둔지에 스핑크스 2대와 100여 명의 병력을 남겨 두고 있었다.
그리고 아크가 나간 곳은 그들의 바로 앞.
병사들의 시체가 널브러진 전장 위로 사지 멀쩡한 아크가 툭 튀어 올라오자 트라이포스 주변에 흩어져 있던 적군들이 일제히 머리 위로 ‘!’를 띄우며 무기를 들어 올렸다.
파지지지! 파지지지!
그리고 플라즈마탄이 생성되는 순간!
“나와라, 샤이어! 룬 문자 각인술, 화이람!”
아크가 빛에 휘감긴 손으로 허공에 복잡한 문양을 만들었다. 다음 순간, 룬 문자 속에서 거인의 형상이 떠오르더니 거대한 발로 바닥을 내리찍었다.
쿠콰콰콰쾅!
굉음과 함께 대지가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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