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94)
아크 더 레전드-294화(294/875)
[294] SPACE 8. The MURAT SAGA (PART : 2) (1)“세트!”
쿠휀이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그대처럼 충성스러웠던 신하가 어찌 이런 참담한 짓을 저지르는 것인가?”
“충성스러운 신하…….”
세트의 헬멧 속에서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 충성스러운 신하. 나도 한때는 그리 믿었지. 나는 호루스의 충성스러운 신하라고. 은하계에 진정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고심하는 호루스와 무라티우스타를 지키는 것. 한때는 그게 위대한 신이 내게 부여한 사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왜?”
“그게 착각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세트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달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는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알게 됐지. 위대한 신께서 바라시는 것은 평화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파괴! 그리고 죽음! 그것이야말로 신께서 원하시는 것이다.”
“헛소리! 신께서 그런 것을 원하실 리가 없지 않은가?”
“전하, 소용없습니다.”
그때 뒤에서 토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 눈으로 세트를 바라보며 낮은 신음을 흘렸다.
“지금 세트에게는 단 한 점의 빛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놈이 몸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것은 오직 어둠의 기운. 믿기지 않는 크기의 암흑의 포스뿐입니다. 어째서 세트의 몸속에 저만한 암흑의 포스가 스며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만한 양이라면 이미 몸과 마음이 암흑의 포스에 삼켜졌음이 분명합니다. 이미 말로 설득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과연 토트. 잘 알고 있군.”
세트가 목을 긁어 대는 웃음소리를 흘리며 대답했다.
“하지만 너희들은 정작 중요한 부분을 착각하고 있다. 내게 어둠의 기운이 스며든 게 아니다. 내가 어둠의 기운을 받아들인 것이지. 그게 진정한 신의 의지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군. 하긴 무리도 아니지. 위대한 신의 목소리를 직접 듣지 않는 이상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너희들도 곧 신의 목소리를 듣게 해 줄 테니. 단, 너희들이 들을 목소리는 사신의 목소리겠지만.”
세트가 슬쩍 어깨를 떨어뜨리며 말했다.
동시에 소매에서 작은 단봉이 떨어져 그의 손에 쥐였다. 동시에 단봉 위로 뿜어져 올라오는 검은 광선. 검은 빛을 뿜어 올리는 광선검이었다.
“세트가 어떤 놈인가 했더니…….”
아크가 쿠휀의 앞으로 나선 것은 그때였다.
“그냥 맛이 간 또라이였군. 신의 목소리를 들어? 그런 말을 하고 싶으면 정신병원에나 가 봐라. 너처럼 신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이 넘쳐날 테니까. 아니, 말 나온 김에 내가 보내 주지. 단, 정신병원보다 네가 말하는 신의 곁으로 가게 될 확률이 높지만.”
“제드인가?”
그의 눈에도 아크가 제드라는 사람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나 딱히 정정해 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아크가 무표정하게 끄덕이자 세트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항상 쿠휀 황자의 뒤에 숨어서 눈치나 보던 놈이 감히 내 앞을 가로막다니 잠시 안 보이는 사이에 겁 대가리를 상실한 모양이군. 알 만하다. 네가 들고 있는 것은 엘림의 후계자에게 전수되는 검. 아마도 네 자신감은 거기에서 나오는 것이겠지. 하지만 무리하지 않는 편이 좋다. 너도 들었을 텐데? 선대 엘림도 나에게 당했다는 것을. 정식 엘림도 감당하지 못했던 나를 이제 갓 후계자가 된 너 따위가 상대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나?”
“못할 것도 없지!”
아크가 푸른 광선검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그때 좌우로 간격을 벌리던 호크와 레피드가 좌우에서 동시에 세트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정면에서는 아크! 그렇게 세 전사의 연합공격이 펼쳐지려는 순간!
“네놈들에게는 무리다! 지금의 나는 무적이니까!”
세트가 양팔을 활짝 펼치며 소리쳤다.
순간 세트를 중심으로 엄청난 암흑의 기운이 소용돌이치며 퍼져 나갔다. 아크는 그 암흑의 기운에 휩싸이는 순간, 숨이 턱 막히며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이어 세트가 양팔을 천천히 들어 올리자 아크는 보이지 않는 손에 당겨지는 것처럼 몸이 허공으로 둥둥 떠올랐다.
아크만이 아니었다. 옆에 쓰러져 있던 바사크, 세트에게 돌진하던 호크와 레피드, 그리고 뒤로 물러나 있던 쿠휀과 토트까지.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힘에 사로잡혀 허공으로 둥둥 떠올랐다.
뒤이어 눈앞에 정보창이 떠올랐다.
-세트의 마투기에 사로잡혔습니다!
《강력한 어둠의 포스에 의해 100미터 내의 아군의 움직임이 봉쇄되었습니다.》
‘맙소사! 움직일 수 없다니? 이게 무슨…….’
아크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정보창을 바라보았다.
하는 짓을 보니 세트는 미친놈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반란을 일으켜 무라티우스타를 거의 손에 넣은 놈이다.
아크도 세트가 강하리라는 것쯤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짜고짜 움직이지 못한다니? 이건 강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헉! 저, 저게 뭐야?”
“뭔지는 모르지만 호크 님이 위험하다!”
“젠장! 형님을 도와라!”
뒤에서 지켜보던 아크와 호크의 팀원들이 화들짝 놀라며 뛰어왔다. 아니, 뛰어오려는 찰나!
퍼펑! 퍼펑! 퍼펑!
아크와 팀원들 사이에서 연속적으로 모래 기둥이 솟아올랐다. 그 모래 기둥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검은 아머를 입은 100여 명의 병사였다.
바로 위에 떠 있는 비행정에서 투하시킨 세트의 부하들이 일행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세트는 그런 부하들을 슬쩍 바라보다가 아크에게 한 걸음 다가서며 중얼거렸다.
“말했지? 너는 내 상대가 아니라고.”
‘설마 세트는 처음부터 이기지 못하게 설정된 NPC였던 건가?’
검은 광선검을 들고 다가오는 세트를 보자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게임을 하다 보면 가끔 있다.
지금 유저의 능력으로는 무슨 짓을 해도 쓰러뜨릴 수 없는 NPC가. 만약 《무라티우스타를 위해서!》 퀘스트가 처음부터 세트가 나타나기 전에 완수해야 하는 퀘스트였다면? 세트가 나타나는 것 자체가 퀘스트의 실패와 같은 의미라면?
세트가 이길 수 없는 NPC로 설정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던 아크가 와락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말도 안 돼! 그럴 거면 아예 블랙홀에 빨려들었을 때 죽이든지! 사흘이 넘도록 갖은 고생을 시켜 놓고 이제 와서 ‘후후후, 사실 세트는 이길 수 없는 적이었다!’라니? 장난해? 여기서 죽으면 경험치와 스킬만 잃는 게 아니야. 우주선까지 잃어버린다고! 안 돼! 못 죽어! 이런 식으로 허망하게 끝난다는 건 말도 안 돼!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그런데 정말 있었다!
“이따위 사술邪術로 우리를 막을 수는 없다!”
뒤쪽에서 우렁찬 외침이 터져 나오자 대기에 요동치던 검은 기운이 확 흩어졌다.
그와 함께 보이지 않는 힘도 사라지며 세트의 주위에 떠 있던 아크와 호크, 레피드, 바사크, 뒤쪽의 쿠휀까지 우수수 바닥에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크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토트가 마치 명상하는 듯한 자세로 둥둥 떠 세트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포스를 깨달은 자, 토트! 이따위 어둠의 힘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세트의 마투기를 무효화시킨 사람은 토트!
요다처럼 생긴 주제에 지금까지 전투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지만! 엘림의 스승이라면서 아크가 모르는 스킬은 브레이크키네시스밖에 없었지만! 솔직히 지금까지는 있는지 없는지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일단 명색이 엘림의 정신적 스승! 그래도 할 때는 하는 NPC였던 것이다.
그러나 토트의 활약 장면은 딱 거기까지였다.
“아크, 지금이다! 내가 놈의 사술을 막고 있을 테니 엘림의 사명을 완수해라!”
……결국 싸움은 제자에게 시키고 그냥 구경만 하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아크에게는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
“바사크, 전하를 부탁한다!”
아크가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탄환처럼 쏘아져 날아가며 소리쳤다.
그리고 바사크가 쿠휀에게 다가가는 것과 동시에 일행을 포위하고 있던 세트의 병사들이 병장기를 꺼내 들고 몰려들었다. 이에 아크와 호크의 팀원들이 세트의 병사들과 충돌하며 우레와 같은 총성과 쇳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아크는…….
위잉! 위잉! 부아아앙-!
세트에게 돌진하며 빛의 궤적을 일으켰다. 그리고 눈으로 좇기도 힘든 검의 회오리가 세트에게 닿는 순간!
팡! 팡! 팡! 팡! 팡!
둘 사이의 공간에서 연속적으로 스파크가 터져 나왔다.
새삼스럽지만 세트는 검술 실력도 상당했다. 뭐 무라티우스타 퀘스트의 보스 몬스터쯤 되는 놈이니 당연하겠지만, 아크가 양손으로 움켜쥐고 한 호흡에 수십 번의 검격을 날렸음에도 세트는 한 손으로 모든 공격을 막아 낸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었다.
정신없이 치고받던 두 검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순간!
“디펜스 브레이크!”
아크가 검날을 미끄러뜨리며 세트의 손목을 내리쳤다.
적의 방어 자세를 무너뜨리는 디펜스 브레이크. 접근전에서 이보다 유용한 스킬은 없었다. 세트도 이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대번에 자세가 무너지며 목이 훤히 드러났다.
“일단 한 점이다!”
아크의 검이 지체 없이 세트의 목을 관통했다.
아니, 관통했다고 생각했지만 뒤이어 세트의 몸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그리고 아크의 뒤에서 나타나 검은 광선검을 수직으로 내리긋자 반원형의 검기가 공간을 가르며 날아왔다.
“역시 아직 어설프군. 진공파眞空波!”
“젠장, 소닉 소드!”
아크가 헛바람을 들이켜며 검기를 내뿜었다.
허공에서 흑과 청, 두 검기가 충돌하자 폭발이 일어나며 시커먼 연기가 치솟았다. 엄청난 반탄력이 검을 통해 아크의 몸에 전해진 것은 그때였다.
순간 아크는 반사적으로 다리에 힘을 주고 버텼지만 충돌과 동시에 수 미터나 날아가 모래 바닥에 처박혔다.
거꾸로 모래에 박힌 채 주르륵 밀려나는 아크를 향해 세트가 비웃음을 날리며 다가왔다.
“크크크크! 네놈에게는 무리라고 하지 않았나?”
“네 상대는 나다!”
그때 두 줄기의 검광이 교차되며 세트에게 날아들었다.
옆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던 호크였다. 호크가 두 자루의 검을 번개처럼 휘두르며 달려들자 세트도 검 하나로 막아 내기는 버거운 듯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물러나던 다리를 모래 깊숙이 박아 넣으며 몸을 회전시키자 원형의 검기가 확 뿜어져 나왔다.
“어림없다! 파기환破氣環!”
호크가 당혹성을 터뜨리며 쌍검을 치켜세웠다.
순간 검날에서 시커먼 스파크가 연이어 터지며 호크가 10여 미터나 튕겨 날아갔다. 아크에 이어 호크까지 밀려나자 이번에는 레피드가 권총을 연사했다.
“연사! 속사! 연환사격!”
탕-! 탕-! 탕-! 탕-!
레피드의 손에서 회전하며 연속적으로 탄환을 뿜어 대는 권총! 그러나 세트가 가소롭다는 듯이 광선검을 좌우로 휘두르자 마치 아크가 소드 디펜스를 펼친 것처럼 탄환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어 레피드가 자리를 이동하며 실린더에 탄환을 재장전시킬 때였다. 세트가 레피드를 향해 팔을 뻗자 손에 검은 구체가 만들어졌다.
“마기탄魔氣彈!”
구체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뻗어 나갔다.
레피드가 낙법을 하며 회피 동작을 펼쳤지만 검은 구체는 마치 유도탄처럼 레피드에게 따라붙으며 폭발을 일으켰다. 이에 레피드는 시커먼 연기 속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다.
모든 것은 아크가 진공파에 맞고 밀려나는 몇 초 사이의 일이었다.
“이, 이럴 수가…….”
아크가 황망한 표정으로 검은 기운에 휩싸인 세트를 바라보았다. 아크만이 아니었다. 아크가 당할 때를 기다렸다가 기습을 한 호크도, 지원사격에 나섰던 레피드도 아크와 같은 표정이었다.
‘방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야. 나도 그렇지만 호크와 레피드도 방심 따위는 하지 않았어. 그럼에도 3명이 달려들어 한 방도 제대로 맞히지 못하다니?’
비록 갤럭시안에서는 중상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아크는 나름 전설적인 게이머다. 세력은 호크에 비해 뒤떨어지지만 개인적인 실력은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레피드는 한때 그런 아크와 호각으로 겨루던 라이벌. 비록 지금은 육체적인 장애가 남아 예전만 못하지만 권총으로 그런 단점을 극복하며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온 건맨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세븐 소드라는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호크의 실력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세트는 그런 3명의 유저를 순식간에 격파시킨 것이다.
가공할 만한 실력!
‘무리다! 지금 우리 실력으로 이놈을 쓰러뜨리기는 무리야!’
아크는 바로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이번 전투에 걸려 있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아직 포기할 이유도 없다. 분명 세트는 강하다. 지금 내 힘으로 놈을 쓰러뜨리기는 힘들어. 그리고 다른 팀원들도 세트의 부하들과 싸우느라 도와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하지만 나도 혼자가 아니야. 나에게는…….’
아크가 몸을 일으켜 호크와 레피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전의 라이벌 레피드와 현재의 라이벌 호크. 지금 아크의 옆에는 이 두 라이벌이 함께 있는 것이다.
이후의 문제가 어찌 됐든 현재는 같은 목적으로 뭉쳐 있는 두 라이벌. 이들도 세트를 당할 수는 없었지만 그건 각자 따로 따로 세트와 붙은 결과.
‘이들과 힘을 합한다면…….’
굳이 그런 생각을 입 밖에 낼 필요도 없었다.
아크는 그들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레피드와 호크에서도 같은 생각을 읽어 낼 수 있었다.
-남은 방법은 합격合擊뿐이다!
호크와 레피드도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그때부터 아크와 호크, 레피드의 움직임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일단 아크는 스텝을 밟으며 세트와의 간격을 조절했다. 그러자 호크와 레피드도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세트의 뒤로 돌아갔다.
탕-! 탕-! 탕-!
시작은 레피드의 사격이었다.
정확하게 한 점을 향해 날아오는 3발의 탄환!
그 총성을 신호로 좌우에서 아크와 호크가 검을 휘두르며 세트에게 달려들었다.
세트도 아크 일행의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느끼고 있었다.
야생동물처럼 잔뜩 몸을 사리고 있던 세트가 폭발적으로 검을 휘둘러 탄환을 아크와 호크가 다가오는 방향으로 비틀었다. 그러나 아크는 이미 세트의 대응을 예상하고 있었다.
‘늪지보행술!’
아크가 몸을 바짝 낮추며 늪지보행술을 발동시켰다.
순간 바닥에 닿을 정도로 상체가 낮아진 상태에서 아크의 몸이 모래 위를 미끄러졌다. 그리고 세트에게 바짝 다가가는 순간 몸을 회전시키며 발차기로 놈의 다리를 걷어찼다.
그러나 뉴월드와 달리 갤럭시안에서는 발차기 공격은 유효타로 적용되지 않았다. 더구나 세트는 아크보다 몇 단계나 높은 레벨의 적. 하단차기가 제대로 들어갔음에도 오히려 자세가 무너진 것은 아크였다. 그리고 세트의 공격에 고스란히 드러난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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