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95)
아크 더 레전드-295화(295/875)
[295] SPACE 8. The MURAT SAGA (PART : 2) (2)‘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따위 공격이 나에게 먹힐 것 같으냐?”
세트가 콧방귀를 뀌며 아크에게 검을 휘두를 때였다. 호크의 검기가 복잡하게 얽히며 세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천天! 섬閃! 천라지망天羅之網!”
“크윽! 이놈이!”
카가가각! 카가가각!
세트가 움찔하며 검을 들어 올리자 허공에서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그때 바로 재장전을 끝낸 레피드가 또다시 세트의 머리를 향해 탄환을 쏟아부었다.
그러자 세트가 바로 검을 회전시켜 바닥을 내리찍었다.
순간 검이 박힌 지면에서 시커먼 기운이 회오리치며 뿜어져 올라와 아크와 호크, 탄환을 동시에 밀어냈다.
“네놈들의 실력으로는 무리라고 했을 텐데?”
세트가 붉은 눈동자로 아크 일행을 쓸어 보며 위협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레피드와 아크, 호크로 이어지는 연속 공격을 혼자 막아 낸 세트! 그러나 아크는 실망하지 않았다.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공격으로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다!’
아크는 검을 고쳐 쥐며 호크와 레피드를 바라보았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의 세트는 아크나 호크, 레피드, 누구도 혼자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었다. 희망이 있다면 협공, 3명이 힘을 합쳐 상대하는 방법뿐이었다.
그러나 3명이 힘을 합친다고 공격력도 ×3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협공이란 무엇보다 호흡이 중요한 전투 방식. 서로 호흡이 맞지 않는다면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이다.
이번 공격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과연 호크와 레피드가 자신과 제대로 호흡을 맞출 수 있는가. 결과는 10점 만점에 최소 8점을 줘도 될 만했다.
아크가 하단 공격을 시도해 세트의 시선을 아래로 집중시키자마자 호크는 위쪽으로 공격을 해 주었다. 그리고 레피드는 둘의 공격이 실패하자 바로 총격을 가해 세트의 반격을 도중에 끊어 준 것이다.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자신들이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알고 있다는 뜻!
‘그렇다면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지!’
아크의 검이 수직에서 수평으로 내려왔다.
동시에 세트를 향해 탄환처럼 쏘아져 날아가자 푸른 검광이 잔상을 남기며 뒤따랐다.
이어 소나기처럼 퍼부어지는 검광!
세트와 아크 사이의 공간에서 검은 검광과 푸른 검광이 복잡하게 뒤엉켰다. 팽팽하게 진행되던 검격에 변화가 생긴 것은 옆에서 두 줄기의 검광이 얽혀들었을 때였다. 검기를 뿌리며 난입한 사람은 호크!
위잉! 위잉! 파지지지! 파팡! 위이이잉-!
세트와 아크, 호크, 세 명의 검사가 뒤엉키자 사방에서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세트는 능숙하게 검을 휘둘러 아크와 호크의 검을 모두 받아 내었다. 그러나 역시 한 자루의 검으로 세 자루의 검을 동시에 막아 내기란 세트도 쉽지 않았다. 검을 마주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세트는 점점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탕-! 탕-! 탕-!
거기에 중간중간 날아오는 탄환까지!
그런 상황에서도 레피드는 서두르지 않았다.
바로 바로 탄창을 채워 가며 수시로 위치를 바꾸다가 아크와 호크가 수세에 몰릴 때만 사격을 가해 흐름을 끊었다. 그렇게 공격이 끊기면 바로 날아드는 아크와 호크의 검!
아크가 아래를 공격하면 호크는 위쪽을!
호크가 아래를 공격하면 아크는 위쪽을!
불과 1미터도 되지 않는 공간에서 3자루의 검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면서도 얽히는 법이 없었다. 처음으로 협공을 하면서도 완벽한 호흡으로 세트를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하루살이 같은 놈들이……!”
세트가 이를 갈아붙이며 소리쳤다.
그러나 이제 세트도 그런 말을 할 만한 처지는 아니었다.
아크와 호크, 레피드가 본격적인 협공을 시작하자 상황이 역전됐기 때문이다.
1대1로 붙었을 때는 8 대 2 수준으로 압승을 거두던 세트도 협공을 시작하자 6 대 4 아니, 7 대 3 비율로 수세에 몰려 여기저기 상처를 입으며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한번 몰아붙이기 시작하자 아크들의 공격은 기세를 더하며 한층 더 활발해졌다.
“하루살이는 너다. 오늘 죽을 테니까.”
거기에 중간중간 세트를 긁어대는 아크의 도발까지!
이에 세트가 울컥할수록 상황은 점점 아크 일행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러나 여유를 부릴 상황은 아니었다.
아크와 호크, 레피드는 다행히 활로를 찾아 세트를 몰아붙이고 있었지만 뒤에서 세트의 부하들과 싸우는 팀원들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지휘관 급의 유저가 몽땅 빠지자 제대로 합동공격이 이루어지지 않아 밀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팀원들이 전멸하면 설사 세트를 해치워도 퀘스트를 성공시키기는 어려우리라!
세트도 상황을 파악했는지 돌연 방어태세로 전환했다.
“아크, 놈이 시간을 끌고 있다!”
“알고 있어! 하지만 놈이 방어태세로 전환했다는 것은 패배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지. 그리고 나는 싸움에 진 개를 밟아 주는 게 특기인 사람이다! 브레이크키네시스!”
아크가 팔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순간 공간이 폭발이 일어나며 세트의 고개가 덜컥 뒤로 젖혀졌다.
포스를 폭발시키는 브레이크키네시스!
토토에게 배운 뒤에 몇 번 시험해 봤지만 아쉽게도 브레이크키네시스는 몬스터나 NPC에게 직접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집중하기에 따라서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폭발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런 폭발을 바로 앞, 특히 눈처럼 예민한 부위 앞에서 일으키면 약간의 데미지를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격의 흐름을 끊을 수 있는 것이다.
“카프레 검술 3식, 갤럭시 소드!”
뒤이어 터져 나오는 아크의 최강 초식 갤럭시 소드!
아크가 휘두르는 궤도를 따라 부챗살처럼 펼쳐진 검영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쏘아져 날아갔다. 이어 휘청거리며 물러나는 세트를 휘감으며 빛의 폭풍을 일으켰다. 순간 세트의 생명력이 엄청난 속도로 빠져나가며 수 미터나 튕겨 날아갔다.
“파광破光! 폭검난화暴劍亂花!”
“연환사격!”
콰콰콰콰콰! 타타타탕!
뒤이어 뿜어지는 호크와 레피드의 필살초식!
‘됐다! 이제 승기를 잡았어!’
아크가 거침 숨을 몰아쉬며 세트를 바라보았다.
호크, 레피드와 협공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세트를 압도해 왔지만 지금까지는 확실한 결정타를 날리지 못하고 있었다. 남은 생명력도 45% 대 38%.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공격으로 세트의 생명력이 단숨에 8%나 깎여 나가 30%대까지 낮아졌다.
이로써 45% 대 30%!
‘이제 확실히 이길 수 있다!’
아크가 승리를 확신하며 다음 공격을 준비할 때였다.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갤럭시 소드에 적중되어 밀려난 세트의 모습에서 뭔가 모를 위화감이 느껴졌던 것이다. 아크가 그 위화감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뒤에서 쿠휀이 비명이 들려온 다음이었다.
“토, 토트!”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아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명상하는 자세로 허공에 떠 있던 토트의 가슴에 검은 광선검이 박혀 있었던 것이다.
아크가 느꼈던 위화감이 정체가 바로 그것!
세트의 손에 검이 없었던 것이다. 방금 전 아크 일행의 공격을 세트가 고스란히 맞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세트는 아크와 싸우는 내내 토트를 노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크 일행이 필살기를 발동시키는 순간 검을 날려 토트의 가슴에 박아 넣은 것이다.
세트가 그런 짓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토트가 사라지면…….
“장난은 여기까지다.”
세트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한 걸음 내디뎠다. 순간 그를 중심으로 어둠의 기운이 퍼져 나가며 아크 일행을 휘감았다.
* * *
투투투투! 투투투투!
사방에서 탄환이 빗발쳤다.
탄환이 집중되자 수십 명의 적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그러나 밀려드는 적이 너무 많았다. 탄연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수십 발의 플라즈마탄이 날아와 전열이 무너지자 몇 배나 많은 적이 시체를 넘어 뛰어 들어오며 검을 휘둘렀다.
“크윽, 빌어먹을!”
신음을 흘리며 뒷걸음치는 사내는 파라곤.
호크 휘하의 총기병으로 할리와 함께 부관직을 맡고 있는 유저였다. 이번 작전에서 파라곤이 맡은 임무는 의용군을 이끌고 퇴각하며 네메트리의 주력 부대를 유인해 시간을 끄는 것. 그리고 파라곤은 맡은 바 임무대로 네메트리의 주력 부대를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사막에서 언제까지나 적을 따돌릴 수는 없었다.
유인작전에 성공하고 얼마 되지 않아 곧 하자스가 이끄는 3천의 반란군에 따라잡히고 만 것이다.
그러나 파라곤은 당황하지 않았다.
‘우리가 놈들에게 따라잡히는 것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로서 호크 대장님과 나머지 팀원들이 트라이포스에 무사히 남게 됐다는 것이다. 이제 호크 대장님이 피라미드에 남아 있는 적을 격퇴하고 쿠휀 황자가 아브라삭스를 해제하면 전투 종료. 우주 함대가 무라티우스타에 진입하면 승리다. 우리는 그때까지만 버티면 돼!’
확실한 승리가 보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예정시간이 지났음에도 트라이포스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아예 처음부터 장기전을 상정했다면 모를까, 이번 전투는 길어야 20분의 단기전을 상정하고 시작한 전투였다. 때문에 모든 전술을 단기전에 맞춰 진행한 탓에 예상 시간이 넘어가자 병사들이 한계에 도달해 순차적으로 방어선이 허물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까지는 어찌어찌 버티고 있었지만 방어선이 무너지면 전멸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안 돼! 더 이상은 무리다!’
파라곤이 입술을 깨물며 피라미드를 돌아보았다.
‘호크 대장, 대체 뭘 하고 있는 겁니까?’
* * *
의용군의 주력이 전멸의 위기에 처해 있는 그때.
투투투투! 투투투투!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총성이 난무하고 있었다.
탄환과 플라즈마탄을 난사하며 질주하는 부대는 트라이포스 주둔군의 대장 네메트리가 직접 이끄는 1천여 명의 반란군. 그리고 그런 포화를 요리조리 피하며 도망치는 100여 명의 병사들은 네메트리가 플라이레인저로 찾아낸 쿠휀의 부대였다.
사실 병력 구성으로만 보면 쿠휀 부대는 진즉에 전멸했어야 했다. 그리고 실제로 네메트리에게 따라잡히는 순간 쿠휀 부대는 속속 죽어 나가 이제 채 50명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정작 속이 뒤집히는 것은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는 네메트리였다.
“젠장! 이렇게 공격을 퍼붓는데 저놈은 왜 한 발도 안 맞는 거야?”
네메트리가 이를 갈아붙이며 망토를 펄럭이며 도망치는 쿠휀을 바라보았다.
숨어 있는 의용군을 따라잡아 지금까지 수십 분이나 추격하며 탄환을 쏟아붓는데도 정작 쿠휀은 한 발도 맞지 않고 요리조리 미꾸라지처럼 도망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네메트리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쿠휀이 이렇게 놀라운 회피력을 선보일 수 있는 이유!
네메트리의 눈앞에서 요리조리 움직이는 망토의 사내는 진짜 쿠휀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피라미드 앞에 있는 쿠휀으로 위장하고 있는 사내의 정체는 바로 아크의 애완 햄스터(?) 토리! 그리고 토리는 태생이 초식(?)이라 전투 능력은 전무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는 회피 능력만큼은 아크도 따라갈 수 없는 NPC인 것이다. 그러나 그건 토리 혼자만의 능력이었다.
“잡아! 죽여! 다 죽여라!”
투투투투! 투투투투! 투투투투!
토리의 능력에 더욱 열 받은 네메트리가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붓자 부대원들은 속속 죽어 갔다. 덕분에 토리는 숨지도 못하고 빗발치는 탄환 속을 무턱대고 도망 다닐 뿐이었다.
아직까지는 아군을 방패삼아(;;) 버티고 있었지만 이 상태로는 토리의 사망도 시간문제!
‘빌어먹을 아크 자식! 대체 뭐 하고 자빠져 있는 거야? 죽겠다고!’
토리도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 * *
그때 아크와 호크는…….
-세트의 마투기에 사로잡혔습니다!
《강력한 어둠의 포스에 의해 100미터 내의 아군의 움직임이 봉쇄되었습니다.》
“비, 빌어먹을!”
……어둠에 휩싸여 허공에 대롱대롱 떠 있었다.
“크크크크. 발버둥치는 게 거미줄에 걸린 하루살이 같군. 말했지? 네놈들은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그 말을 증명해 주지. 나를 귀찮게 만든 대가로 네놈의 몸을 갈가리 찢어서.”
세트가 천천히 아크를 향해 다가오며 말했다.
그때 아크가 번쩍 고개를 들어 호크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자, 잠깐 기다려! 왜 나야? 잘 생각해 봐! 나보다 저 녀석이 널 더 심하게 팼잖아! 기억 안 나? 그러니까 죽여도 저 녀석부터 죽여야지! 그렇잖아!”
“저 자식이…….”
호크가 이를 갈아붙이며 소리쳤다.
“아니다! 애초에 이번 작전을 먼저 생각한 사람은 저 녀석이다! 아크라고!”
“뭐야? 이 자식이! 아니잖아! 유인작전 얘기를 먼저 꺼낸 사람은 너잖아! 치사하게 세븐 소드나 되는 놈이 이제 와서 비겁하게 남에게 떠넘기기냐? 부하들 보기 창피하지도 않아?”
“먼저 시작한 건 네놈이잖아!”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너 항상 나보다 세다도 껄렁거렸잖아! 그럼 네가 한 대라도 더 때렸을 거 아니야? 어이, 세트. 잘 생각해 봐. 이건 중요한 문제라고!”
……심지어 서로 먼저 죽이라고 세트를 설득(?)하고 있었다. 다행히 그런 꼴불견은 길게 가지 않았다.
“크윽! 혀, 형님! 안 돼! 이 자식, 차라리 나를 죽여라!”
뒤에서 쿠휀, 토트와 함께 허공에 떠 있는 바사크가 자원하고 나선 덕분이었다. 모처럼 분위기를 잡고 살인(?)에 나섰던 세트가 한심한 표정으로 혀를 차며 말했다.
“하! 부하가 주인보다 낫군.”
덕분에 아크와 호크의 얼굴이 붉어졌다.
“한심하군. 이런 버러지보다 못한 놈들과 싸워야 한다니. 하지만 이제 장난은 끝이다. 그리고 네놈들이 다툴 필요도 없어. 어차피 마투기에 붙들린 이상 네놈들 모두 버러지처럼 죽게 될 테니까. 그리고 모처럼 자원자가 나왔지만 역시 누군가를 먼저 죽여야 한다면 제드, 너밖에 없겠지. 그래야 쿠휀과 토트가 우는 꼴을 구경할 수 있을 테니까.”
바사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초 사망자는 아크로 낙점!
“바사크, 걱정 마라. 다음은 네 차례니까.”
세트가 성큼성큼 아크에게 다가오며 팔을 뻗었다.
그러자 토트의 가슴에 박혀 있던 검이 저절로 빠지며 세트의 손아귀로 돌아왔다. 사이코키네시스를 이용한 이기어검술. 세트가 토트의 가슴에 검을 박아 넣은 기술이 그것이었다.
“자, 이제 벌을 받을 시간이다. 진공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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