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99)
아크 더 레전드-299화(299/875)
[299] SPACE 9. Back to the future……. (3)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자 또다시 정보 습득창이 떠올랐다.
과거 무라티우스타에서 반란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하나, 그리고 샤이어와 룬 문자에 대해 들었을 때 하나, 그리고 이번까지. 여기서만 벌써 3개의 정보를 얻은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덤으로 모험치와 지능이 쑥쑥 올라간다. 다른 보상과 달리 이건 호크는 얻을 수 없는 보너스라 즐겁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게 저희가 본래의 시공간으로 돌아가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겁니까?”
“말했듯이 지금 우리에게는 그대들을 다른 시공간으로 보낼 수 있는 기술이 없다. 그러나 그 시공간이 단순히 미래라면 얘기는 다르지. 굳이 시공간을 이동할 게 아니라 시간을 보내면 되니까. 그리고 이건 DNA 정보를 저장했다가 재생시키는 장치. 그러나 아직 이 기계는 완성형이 아니다. DNA를 복사해 저장시키려는 의도와 달리 아예 영혼을 흡수해 버리지. 육체는 껍데기만 남겨진다는 말이다. 그 뒤에 다시 영혼에 맞춰 재생할 수 있다 해도 저장과 동시에 사용자는 죽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아무런 의미가 없지.”
페어리가 아직 실용화 단계에 들어서지 못한 이유였다.
그러나 아크 일행이 본래의 시공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단서는 거기 있었다.
“때문에 이 세계의 사람에게는 아직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기계에 불과하지만 미래로 가고 싶어 하는 그대들이라면 얘기는 달라지지. 그대들의 영혼을 기계에 저장시키고 본래의 시간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육체를 재생하면 결국 시공간 이동과 같아질 테니까.”
이게 쿠휀이 아크 일행을 본래의 시공간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생각한 방법.
수천 년 동안 페어리 속에 있다가 깨어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정말 수천 년이나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니리라.
오해하지 말자. 이건 어디까지나 게임 세계다. 아마도 잠들어 있는 시간은 잠깐. 한 번 눈을 감았다 뜨면 본래의 시공간이리라. 게다가 이 페어리는 개척자가 아닌 토리나 엘라인도 사용할 수 있었다.
뭐 애초에 페어리처럼 저장했다가 죽은 뒤에 부활하는 게 아니라 아예 흡수했다가 뱉어 내는 기계이니 그런 제약이 있을 리가 없지만. 어쨌든 개척자가 아닌 부하 NPC를 둘이나 데리고 있는 아크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걱정되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아크 일행이 이 세계로 들어오게 된 이유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천 년이 지난 뒤라도 같은 장소라면 깨어난 곳이 블랙홀 내부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본래의 시공간으로 돌아가는 것과, 블랙홀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
그런 아크의 걱정에 쿠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얘기는 나도 들었다. 그리고 이제 그대도 알겠지만 현재 무라티우스타의 태양계는 사멸의 과정을 밟고 있지. 아마도 그대들이 이 시공간으로 오게 된 이유가 그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아직 블랙홀의 정확한 구조는 우리도 파악하지 못했지만 사멸한 태양계에서 대규모 블랙홀이 발생하는 것은 종종 관측되었던 일. 아마도 무라티우스타의 태양계가 사멸하며 만들어진 블랙홀과 그대들이 떨어졌다는 블랙홀이 이해할 수 없는 상호작용을 일으켜 시공간의 터널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된다. 내 가설이 맞다면 그대들이 수천 년 후에 깨어나면 무라티우스타는 그런 차원의 틈새에 끼어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많겠지.”
“그럼……?”
“아쉽게도 아직은 그대의 질문에 답할 수가 없다. 아직 우리도 그런 차원을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우리에게는 수천 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그러니 약속하지. 그대들이 깨어나기 전에 기필코 블랙홀을 탈출할 방법을 이곳에 마련해 두도록 하겠다.”
NPC가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쿠휀이 방법을 찾지 못한다 해도 아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제 페어리에 등록만 하면 되는 건가?”
그때 물러나 있던 호크가 페어리로 다가갔다. 그러자 잠시 머뭇거리던 쿠휀이 한숨을 불어 내며 아크를 바라보았다.
“아크, 그대와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 또한 그대에게 배운 것도 많다. 욕심 같아서는 그대만은 내 옆에 남아 주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겠지.”
“죄송합니다.”
“알고 있다. 나에게는 나의 세계가 있는 것처럼, 그대에게는 그대의 세계가 있음을. 그리고 그대가 계속 이 세계에 남아 있다면 나의 진짜 벗 제드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겠지. 하지만 이제 그대가 떠나면 적어도 살아서는 다시 볼 수 없겠지. 안타깝지만 할 수 없는 일이지. 그러니 내게 그대를 추억할 만한 증표를 주지 않겠는가?”
NPC가 아이템을 요구하기는 처음이다.
아마도 다른 NPC였다면 바로 주먹부터 나갔으리라.
그러나 아크도 쿠휀과 같은 기분이었다. 무라티우스타로 온지 오늘까지 기존의 은하표준시로 불과 나흘.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내내 아크를 믿고 따라 주던 쿠휀이다.
막상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아크의 백팩에는 잡템이 적지 않았다. 이 세계에서도 쉬지 않고 전투를 하다 보니 전리품이 꽤 쌓인 것이다.
‘뭐 뻔히 보이는 걸 안 먹을 수도 없어서 일단 챙겼지만…….’
수천 년 뒤에도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래서 아크는 크게 선심을 써서 제법 쓸 만해 보이는 아머를 하나 건네주었다. 그리고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페어리 동면에 들어갈 준비 끝.
“자, 가자!”
아크 일행이 차례로 페어리에 손을 가져갔다.
먼저 등록한 호크 일행이 빛에 휘감기며 몸에서 광체로 변한 영혼이 빠져나와 페어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남겨진 호크 껍데기들은 쫄쫄이 상태로 변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다음은 퍼거슨과 A, B. 그리고 팀원들이 차례로 껍데기가 되었다.
“안녕히…….”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크가 페어리에 손을 가져갔다.
광체가 빠져나오며 아크 역시 쫄쫄이 상태의 껍데기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달리 아크는 곧 다시 몸을 일으키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묵묵히 페어리를 바라보던 쿠휀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제드인가?”
“저, 전하, 여기가 어디입니까? 세트는? 아니, 저는 대체……?”
“천천히 설명해 주마. 네게 해 줄 얘기가 많다.”
쿠휀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 * *
캐릭터 정보창
이름 : 아크(R-02788) 레벨 : 143
종족 : 인간 직업 : 엘림의 계승자
명성 : 11,730
생명력 : 3,450(+275)
정신력 : 725(+440)마나 : 0 포스 : 1,825
모험치 : 2,490
힘 : 340(+30) 민첩 : 395(+61)
체력 : 575(+55) 지혜 : 40(+13)
지능 : 375(+68) 운 : 55(+8) 통솔: 10
※칭호 : 청소반장(민첩 +3)
무식한 파괴자(지혜 -10, 힘 +7, 체력 +7)
벨타나의 영웅(힘, 민첩, 체력, 지혜, 지능, 운 +3)
아타마스의 영웅(힘, 민첩, 체력, 지혜, 지능, 운 +5)
중재자(지혜, 지능 +15)
※공헌도 : 은하연방 19,520, 아슐라트 500
※소속 : 다크에덴(CEO)
※신체코팅 : 서바이버
+서바이버 코팅으로 환경 적응력이 50% 상승했습니다.
+서바이버 코팅으로 만복도의 감소속도가 30% 낮아졌습니다.
+서바이버 코팅으로 낙하 데미지를 50%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서바이버 코팅으로 ‘투시’ 효과가 적용되었습니다.
-장비품 정보창-
무기 : <이퀄라이저(힘 +15, 민첩 +10, 공속 +18%)>
방어구 : <하이드 헬멧(위장 기능)>, <바이우스 실드(체력 +20, 에너지 무기에 대한 저항 +50%, 골렘 소환)>, <하르케니언 아머(민첩 +10, 근접 데미지 10% 경감)>, <벨페골의 바지(체력 +20, 민첩 +20, 역린)>, <개척자의 신발(환경 피해 20% 경감)>
장신구 : <쉐라톤의 여명(지능 +45)>, <열풍의 반지(화염 저항 +30%, 민첩 +10)>
보조 장비 : <자렌족의 증표 : Lv2>, <젝슨의 공구상자>, <회복 앰플(장착)>, <배틀슈트-하이퍼드론 : Lv 2>
“모두 돌아왔다!”
아크가 환호성을 터뜨렸다.
쿠휀이 있던 석실에서 페어리에 등록시킨 직후. 몇 분가량 아찔한 현기증이 느껴지다가 갑자기 눈앞에 밝아졌다. 다시 눈을 뜬 곳은 페어리에 접속했던 좀 전의 석실이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마치 오랫동안 버려졌던 유적 내부처럼 군데군데 거미줄이 엉겨 붙어 있고 바닥에는 뽀얀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었다.
수천 년이 지난 것처럼…… 아니, 실제로 수천 년이 지난 것이리라. 동면에서 깨어난 아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캐릭터와 장비품 정보창 확인이었다.
다행히 무라티우스타로 가기 전에 장착하고 있던 모든 장비품이 본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무사히 본래의 시공간으로 돌아왔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다행히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이퀄라이저와 과거에 집어 먹은 잡템도 이전의 아이템과 함께 백팩에 담겨 있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싼 걸 주는 건데…….”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쿠휀에게 준 아머가 아까워지는 아크였다.
그러나 이미 버스는 떠났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데 신경 쓸 때도 아니었다.
“어쨌든 본래의 시공간으로 돌아온 건 확실하다. 하지만 아직 과제가 남아 있어. 수천 년 뒤에도 여전히 무라티우스타라면 이곳은 아마도 내가 있던 곳과 다른 장소. 혹은 블랙홀 내부라는 뜻이다. 일단 블랙홀이 있던 장소까지 돌아가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어.”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단순히 본래 장소로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돼서는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라 굳이 생각하지 않았지만, 사실 아크는 과거에 있을 때 이리나와 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이리나는 호크와 아크, 퍼거슨 일행이 블랙홀로 사라진 직후에 라마 우주 함대의 공격을 받았다고 말해 주었다. 다행히 그때는 이리나가 기지를 발휘해 남아 있던 조사단의 전멸은 막았지만 여전히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 호크 녀석들은 다 어디 있지?”
정보창을 닫은 아크가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아크 일행보다 먼저 페어리로 흡수된 호크와 퍼거슨 일행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로 갔는지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석실에 수북이 쌓여 있는 먼지. 그 먼지 위에 석실 밖으로 이어져 있는 수십 개의 발자국이 고스란히 찍혀 있는 것이다. 아크가 팀원들을 데리고 발자국을 따라 밖으로 나오자 곧 호크와 퍼거슨 일행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호크와 퍼거슨 일행만이 아니었다.
“형님, 실버스타입니다!”
아크를 따르던 팀원이 앞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호크와 퍼거슨 일행이 모여 있는 곳은 황성의 광장.
그 광장에는 호크의 우주전함 데스나이트와 아크의 실버스타, 퍼거슨의 우주선이 상처 하나 없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이로써 일단 문제 하나는 해결된 셈.
“이제 남은 문제는…….”
아크가 광장으로 나왔을 때 먼저 온 호크와 퍼거슨 일행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이유는 아크 역시 하늘을 올려다보니 알 수 있었다.
새삼스럽지만 같은 장소라도 지금의 황성은 페어리에 접속하기 전의 무라티우스타 황성이 아니었다.
황성을 지나며 본 황도의 모습도 마찬가지.
방금 전까지―실은 수천 년 전이겠지만― 수십만의 무라트가 모여 환호성을 지르던 황도는 폐허로 변해 이전의 융성했던 문명의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런 황도의 하늘은 마치 오로라처럼 보이는 빛의 베일에 휩싸여 있었다.
호크 일행이 바라보는 것이 바로 그 빛의 베일이었다.
“저게 뭐 같아?”
아크가 툭 던지자 호크가 미간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그야 모르지. 하지만 전후 과정을 끼워 맞춰 보면 차원의 벽일 거다. 무라티우스타의 태양계가 사멸하며 생성된 블랙홀과 우리가 들어온 블랙홀의 접점…… 정도 되려나?”
“아무 일도 없이 그냥 나가기는 무리겠지?”
“해 봤다. 하지만 저 빛의 베일에 막혀 더 이상 전진할 수가 없더군.”
“치사한 놈, 혼자 가려고 했던 거야?”
“우리가 꼭 붙어 다닐 정도로 친한 사이였던가?”
“아니지. 난 네가 싫어.”
“다행이군. 필요할 때는 언제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숨통을 끊을 수 있을 테니.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조사단이 해체될 때까지도 일단 휴전 상태를 유지해야겠지. 그때까지는 목적이 같으니까. 그래도 뒤통수는 항상 조심하는 편이 좋을 거다.”
“반사다.”
아크가 짧게 대답하며 몸을 돌렸다.
생각 같아서는 이 싸가지없는 놈에게 몇 마디 해 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런데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아크는 이미 이곳을 탈출할 단서가 어디 있을지 짐작하고 있었다.
‘쿠휀은 우리를 보낸 뒤에 차원의 벽을 뚫고 나갈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쿠휀이 그 약속을 지켰다면 단서가 있을 만한 장소는 한 곳밖에 없다.’
황성의 중심, 황좌가 있는 자리다.
아크는 일단 팀원들을 실버스타 앞에 두고―정확히 말하면 호크와 퍼거슨 일당을 감시시키고― 혼자 황좌가 있던 방으로 찾아갔다. 그때 아크는 길게 이어진 복도에서 익숙한 장면이 그려져 있는 벽화를 보게 되었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어린 소년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청년,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방패를 든 사내와 햄스터, 원숭이 형상의 외계인들.
벽화는 파노라마처럼 사건의 진행 순서대로 늘어서 있었다. 수십 명의 병사와 사막을 횡단하는 청년과 소년, 다음 벽화에서 그들은 거대한 개미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고, 다음에는 거대한 피라미드 앞에서 전쟁을 치르는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청년이 눈물을 흘리는 소년을 떠나는 장면이었다.
떠나는 청년은 아크. 눈물을 흘리는 소년은 쿠휀.
그렇다. 벽화는 아크가 무라티우스타에서 겪은 일들이었다. 아크에게는 그때나 지금이나 현실이지만 수천 년 전의 무라트에게 이 일은 이미 신화의 일부분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크가 쿠휀을 떠나는 벽화 속의 자신을 따라 복도 맞은편의 문을 열었을 때였다.
“저, 저건……?”
아크가 움찔하며 걸음을 멈췄다.
문 너머는 넓은 홀이 펼쳐져 있었다. 페어리에 접속하기 전에 한 번 와 본 적이 있는 호루스의 홀이었다. 그러나 그때 홀을 가득 채우고 있던 파라오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황좌에는 그때처럼 왕관을 쓴 사람이 앉아 있었다.
미라가 된 모습으로…….
“서, 설마?”
황자 뒤에는 장문의 글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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