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03)
아크 더 레전드-303화(303/875)
[303] SPACE 1. Sudden attack (PART : 1) (3)“우리 함대 만이라면 승산은 없지만 이곳에는 라마와 아슐라트의 함대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면 놈들도 도망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 모함에서는 3국의 조사단이 찾던 반물질의 에너지 파장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반물질의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더 위험한 도주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라마와 아슐라트 함대가 대응사격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함대가 어떻게 행동할지 확신하지 못해서입니다. 만약 어느 쪽이든 먼저 모함과 교전을 시작한다면 그들도 참전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럼 누가…….
콰콰콰콰! 콰콰콰콰! 콰콰콰콰!
그때 또다시 모함에서 광선포를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3국 함대를 뒤덮으며 무수한 폭광을 일으켰다. 그러자 노이즈가 번지는 화면 속에서 호크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멍청한 놈들! 아크, 너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주저리주저리 잡담만 늘어놓을 생각이냐?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대체 지난 20여 일 동안 우리가 해 오던 일이 무엇을 위해서냐? 반물질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금 그게 눈앞에 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밖에 없지 않나? 내가 싸워야 한다고 하는 이유는 아크의 말처럼 활로를 열기 위해서가 아니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다. 전사가 싸우는데 더 이상의 이유가 필요한가? 할리, 발사하라!
호크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을 때였다.
데스나이트가 모함을 향해 돌진하며 주포를 뿜었다.
퍼펑! 콰콰콰콰-!
시퍼런 섬광이 수백 킬로미터를 날아가 모함에 직격 했다.
그러나 데스나이트의 주포도 모함의 실드를 뚫기는 역부족. 섬광이 모함의 동체에 닿기도 전에 사방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그러나 이 일격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아크가 침을 튀기며 설명했던 대로 데스나이트가 공격을 개시하자 라마와 아슐라트의 함대도 전투태세로 전환한 것이다. 데스나이트의 공격을 은하연방 함대의 전체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모함을 상대하기로 결정했다는 뜻이었다.
-아크와 단장의 말대로 됐다!
-라마와 아슐라트 함대가 전투태세로 전환했어!
-3국의 함대가 협공을 한다면 모함이라도 상대할 수 있어!
-가자! 전속 항진! 단장과 합류해 모함을 공격하라!
용기를 얻은 단원들도 호크의 뒤를 쫓아 진격했다. 이어 세 방향에 나뉘어 모여 있던 은하연방과 라마, 아슐라트의 함대, 크고 작은 60여 척의 우주선이 진격하며 일제히 주포를 뿜어내자 순식간에 모함이 빛무리에 휩싸였다.
콰콰콰쾅! 콰콰콰쾅! 콰콰콰쾅!
섬광과 약간의 시차를 두고 울려 퍼지는 폭음!
그 폭광 속에서 가장 빠르게 모함으로 접근하는 우주선은 호크의 전함 데스나이트였다. 아크가 보기에도 거대 모함으로 돌진하는 데스나이트는 압도적인 존재감이 느껴졌다.
‘젠장, 떠들기는 내가 다 떠들었는데 정작 잘난 척은 저 자식이 하고 있잖아.’
괜히 울컥 치밀었지만 사실 불평할 일은 아니었다.
누구라도 먼저 공격하면 나머지 우주선들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그건 아크도 알고 있었고, 라마와 아슐라트의 지휘관들도 알고 있었으리라. 그러나 알고 있다 해도 가장 먼저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가지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결단력. 무라티우스타에서도 확인했지만 호크의 가장 큰 힘이 바로 이런 결단력이었다.
이게 호크가 다른 유저와 차별되는 비범함, 그가 세븐 소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일로 호크의 존재는 3국 조사단원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되었으리라. 반면 아크는…….
-어이! 아크, 넌 뭐 하는 거야?
-싸워야 한다고 펄펄 뛰더니 은근슬쩍 물러나는 거냐?
-이거 은근히 치사한 놈이네.
단원들의 눈총에 푹푹 찔리고 있었다.
3국의 함대가 모두 공세를 퍼부으며 모함으로 진격하자 가장 빠른 속도로 진격하는 호크와 달리 아크는 비슷한 위치에 있었으면서도 단원들의 우주선보다 뒤처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크도 어쩔 수 없었다.
겉보기는 멀쩡해도 실버스타는 중앙 관제 시스템의 프로그램 에러로 제 속도를 낼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사실 내 우주선은 고장 났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일.
아크는 실버스타의 선장석에 앉아 쏟아지는 비난을 묵묵히 참아내며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인내의 시간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형님, 에러 수정이 끝났습니다!”
-중앙 관제 시스템 에러 수정 완료!
※에테르 엔진 부스터 가동 장치의 프로그램 체크-OK!
※충격 대비 기체밸런스 유지 시스템 프로그램 체크-OK!
토리의 목소리와 함께 모니터에 파란 메시지가 떠올랐다.
순간 아크가 벌떡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시스템 가동! 전속 항진하라!”
쿠와아아아-!
동시에 실버스타의 배기관에서 힘찬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그와 함께 빌빌거리던 실버스타가 튕기듯 앞으로 쏘아져 날아갔다. 그 사이 앞서 진격하는 단원들의 우주선 배치를 확인한 아크가 승무원들을 돌아보며 명령했다.
“우리의 전투는 이제부터다! 토리, 기수를 이리나 함의 방향으로 조정해라. 이번 전투는 이리나 함과 보조를 맞추며 진행한다. 밀란, 동력을 한계치까지 가동시켜 주포에 에너지를 충전시켜라. 헤겔, 적 함포의 위치와 각도를 파악해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실버스타의 회피 시스템에 등록해라. 그레온과 칼리벤, 너희들은 접근전에 대비해 기관포탑으로…….”
빠르게 명령하던 아크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레피드가 미간을 찡그리며 돌아보았다.
“왜, 뭐가 잘못됐나?”
“아, 아니, 그게…… 갑자기 숨이…….”
아크가 창백한 얼굴로 목을 움켜쥐며 떠듬거렸다.
그러자 레피드가 아크의 앞에 있는 모니터를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숨이? 숨이 어쨌다는 거냐? 기내의 공기 공급 시스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건…….”
아크도 대체 무슨 일인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명령을 내리는 도중에 갑자기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을 조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느낌이 아니다. 분명 뭔가가 목을 조르고 있었다.
목을 더듬는 손에도 분명하게 그 뭔가가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보이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온힘을 다해 뜯어내려 해도 ‘그것’은 마치 강철의 손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대체 이게 무슨…….”
발버둥 치던 아크가 선장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려는 순간 전원이 꺼지듯 모든 장면이 사라졌다.
* * *
“하, 이거 참…….”
권화랑이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입맛을 다셨다. 그러자 옆에서 뜨개질을 하던 박소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요? 어디서 온 전화인데 그래요?”
“명룡이 녀석이오.”
“명룡 씨? 당신이 얼마 전부터 연락이 안 된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랬지. 하도 연락이 안 돼서 같은 부서의 후배에게 물어보니 상부의 명령으로 특수임무를 맡아 서에도 출근 안 한 지 꽤 됐다고 하더군. 그래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하더니 다짜고짜 현우네 집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하지 뭐요.”
“현우네 집 비밀번호? 왜요?”
“모르겠소. 제 말로는 무슨 서프라이즈니 뭐니 하던데…….”
“서프라이즈? 그거 요즘 젊은 애들이 생일파티 같은 거 할 때 쓰는 말이잖아요. 하지만 현우 생일은 아직 꽤 남았는데? 혹시 명룡 씨 생일이에요?”
“아니, 그 녀석 생일은 벌써 지났는데?”
“그럼 생일 말고 다른 축하할 일이라도 있는 모양이네요.”
“쳇, 왠지 빈정 상하네. 그런 일은 이 형님에게 먼저 보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간만에 전화해서 그냥 현우네 비밀번호만 묻고 끝? 젊은 놈은 젊은 놈들끼리 놀 테니 늙은 놈은 빠지라는 거야 뭐야? 사실 명룡이는 나하고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난다고.”
권화랑이 어린애처럼 입술을 내밀며 투덜거렸다.
“뭘 삐치고 그래요?”
“삐친 게 아니라 괘씸해서 그러는 거요.”
“그런 말 마세요. 저는 자주 만나 보지 못했지만 명룡 씨 얘기는 현우에게 많이 들었어요. 정말 친형처럼 현우를 아껴 주는 사람이라고. 지금도 봐요. 경찰서에 출근도 못 할 정도로 바쁜 일을 맡았는데도 축하할 일이 있다고 현우를 찾아가는 거잖아요. 그동안 말할 기회가 없었지만 그런 사람이 현우 옆에 있어 주는 게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운지 몰라요.”
박소미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때 그녀가 고마워하는 이명룡은…….
“후후후! 서프라이즈다!”
그녀의 아들 앞에서 살기등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SPACE 2. Sudden attack (PART : 2) (1)
“……헉!”
아크가 번쩍 눈을 떴다.
콰콰콰콰! 콰콰콰콰! 콰콰콰콰!
동시에 연속적인 굉음이 고막을 뒤흔들었다. 화들짝 놀라 주위를 돌아보자 함교에 붉은 경광등이 번쩍이고 있었다.
“우측 장갑에 피격! 충격으로 동력 제어 장치 부근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젠장! 쿠라칸, 엘라인, 기관실이다!”
“소, 소화기는?”
“함교에 여분이 없어! 의무실에 비치된 소화기를 가져가!”
“레피드, 통로의 불길은 잡았어!”
“그럼 우측 포탑에 나가 있는 쿠파와 헤드로를 지원해. 장갑이 많이 파손돼서 공기가 새고 있어. 서둘러 막지 않으면 우측 포탑의 회전 실린더가 버티지 못할 거야. 이런 상황에서 포탑까지 문제가 생기면 끝장이다. 창고에 응급처치에 필요한 자재가 남아 있을 거야!”
“하지만 우리는 수리 스킬이 없잖아.”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지금 토리나 헤겔이 조종석을 비울 수는 없다고. 밀란과 파크는 좌측 포탑에 나가있고. 그곳의 수리가 끝날 때까지 너희들이 응급처치를 하는 수밖에 없어!”
바로 옆에서 레피드가 고함을 질러 대고 있었다.
그 말에 카야와 사다인이 욕설을 내뱉으며 함교를 뛰어나갔고, 베라드와 멜리나는 비상용 소화기를 들고 함교 구석에서 치솟는 불길을 향해 수증기 같은 기체를 뿜어대고 있었다.
멍청한 눈으로 그런 장면을 둘러보던 아크가 레피드의 팔을 움켜쥐며 말했다.
“레피드, 이게 다 무슨 난리야?”
“아크!”
레피드가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당혹감에 물든 아크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와락 인상을 구기며 소리였다.
“이 멍청한 자식! 대체 그동안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나? 나, 나는…….”
아크가 떠듬거리며 말끝을 흐렸다.
3국의 함대가 모함으로 진격하며 전면전이 시작되려는 찰나. 아크는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가 모든 장면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 뒤에야 알게 됐지만 그때 아크가 겪은 일은 갤럭시안에서 일어난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아크로서는 상상도 못 했던 어떤 사람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크가 호흡곤란을 일으키다가 눈앞이 깜깜해졌던 이유는 ‘그’에게 목을 잡혀 캡슐 밖으로 끌려 나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시 접속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 그 10분 사이에 아크는 정말 많은 경험을 해야 했다.
정말 많은 경험을…….
그리고 아직 그 일은 정리되지 않았다.
아크가 다시 갤럭시안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필사적으로 ‘그’를 설득시켰기 때문이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왜 ‘그’가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자신을 캡슐 밖으로 끌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조건 잘못했다고 싹싹 빌며 받아야 할 벌이 있으면 나중에 2배, 3배. 아니, 10배라도 달게 받을 테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애원해 겨우 ‘그’의 허락을 받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잽싸게 접속해 보니 이 난리가 나있는 것이다.
아크는 그런 과정을 간단하게 정리해 대답했다.
“사정이 있었어! 그보다…….”
위이이이잉! 퍼퍼퍼펑!
그때 폭음이 울리며 실버스타가 요동쳤다.
아크가 휘청거리며 고개를 돌리자 바로 앞으로 뭔가가 확 지나가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둥그런 동체에 네 장의 얇은 날개가 붙어 있는 비행 물체였다.
“……뭐야, 저건?”
“저 모함에서 나온 소형 전투기다.”
레피드가 어금니를 갈아붙이며 섬광이 번쩍이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모함과의 전투는 3국 함대에게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었어. 네가 갑자기 맛이 간 뒤에 3국 함대는 모함의 포격을 뚫고 진격하며 일방적인 공세를 퍼붓고 있었지. 그런데 기관포의 공격이 닿을 정도가 되었을 때 갑자기 모함에서 저 소형 전투기들이 쏟아져 나왔어.”
새삼스럽지만 갤럭시안에는 장거리 항해용 우주선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전투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1인용 소형 전투기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전투기는 비행시간도 짧고 실을 수 있는 무기도 한계가 있어 단독으로 활동하지 못한다.
대개의 경우는 전함 이상의 등급을 가진 우주선에 탑재되어 있다가 유사시에 기동타격대의 역할을 수행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게 바로 호넷Hornet, 방금 전 아크가 목격한 소형 전투기였다.
그리고 그 호넷의 등장으로 전황은 180도로 달라졌다.
“나도 호넷을 직접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방어력이 약해서 기관포라도 일단 명중만 시키면 바로 격추된다. 하지만 기체가 작고 가속도와 선회력이 일반 우주선과 비교도 할 수 없이 빨라서 잡기가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야. 그런 게 백여 기나 쏟아져 나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