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15)
아크 더 레전드-315화(315/875)
[315] SPACE 6. 그리고……. (2)“그래, 인마! 다 들었어. 루시퍼가 아직 살아 있다며? 게다가 정부가 관리하던 컴퓨터에서 탈출해서 원전을 점거하고 갤럭시안이라는 게임 속에서 승부를 내자며 설친다는 말도 들었어. 그 때문에 정부가 루시퍼를 잡기 위해 동원한 게이머 중에 너도 포함되어 있다는 말도.”
“그, 그걸 형님이 어떻게?”
“당연히 알지. 내가 루시퍼 대책 팀의 고문이니까.”
“루시퍼 대책 팀?”
“정부가 이런 일을 게이머에게만 맡기고 있을 리가 없잖아. 당연히 정부는 정부대로 이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루시퍼 대책 팀을 만들었어. 그게 루시퍼 헌팅이라는 팀이다. 특수 요원들을 갤럭시안에 투입해 루시퍼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팀이지. 그리고 얼마 전에 내가 팀의 고문을 맡게 됐다. 내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한 이유가 그 때문이야. 팀원들이 상주하는 곳이 국정원이라 핸드폰을 소지할 수 없거든.”
현우는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정부에서 이번 일을 게이머에게만 맡겨 놓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현우도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일에 이명룡까지 개입되어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현우가 멍청한 눈길로 바라보자 이명룡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표정 짓지 마. 나도 좋아서 맡은 일이 아니니까. 공무원이 별수 있냐? 까라면 까는 거지. 어쨌든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내게 한마디 정도 해 줬으면 좋잖아. 아니, 됐다. 어쨌든 내가 너를 찾아온 이유는 그것 때문이야.”
“루시퍼요?”
“루시퍼도 루시퍼지만…….”
이명룡이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설명했다.
루시퍼가 원전을 인질로 잡고 대한민국의 안위를 위협하고 있다. 당연히 정부는 똘똘 뭉쳐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대한민국의 지도층 인사라는 자식들은 총리실과 국방부로 나뉘어 밥그릇 싸움이나 하고 앉아 있다. 덕분에 루시퍼 헌팅의 팀원들도 서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총리실과 국방부 요원으로 나뉘어 방해까지 하고 있는 형편이다라는…….
“루시퍼 헌팅인지 뭔지 그딴 팀은 관심도 없어. 솔직히 그딴 팀은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다. 하지만 윗대가리라는 놈들이 하는 짓을 도저히 참아 주지를 못하겠단 말이야.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이따위 짓은 못하게 만들어 두고 그만둬야 하지 않겠냐?”
이명룡이 한숨을 불어 내며 말을 이었다.
“나도 방법을 찾아보지 않은 건 아니야. 패 보기도 하고 얼차려도 줘 봤다. 하지만 그때뿐이야. 돌아서면 또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명룡에게 얻어맞고 얼차려를 받다니, 현우는 얼굴도 모르는 루시퍼 팀원들에게 절로 동정심이 생겼다. 그리고 그런 무지막지한―당해 봐서 안다― 짓을 당하고도 굴하지 않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팀원들의 용기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현우도 알고 있었다.
그런 용기가 자의에 의해 생긴 게 아니라는 것쯤은.
“그래, 네 말대로다. 사실 그 녀석들은 죄가 없지. 윗대가리들이 시키면 할 수밖에 없는 게 군인이니까. 녀석들이 총리실과 국방부 소속인 이상 아무리 굴려 봤자 소용없다는 것도 알아. 그러니 아예 게임 속에서 그런 짓을 못 하게 만들어야 해. 그래서 네게 연락한 거야. 네가 다른 건 몰라도 게임 하나만큼은 겁나 많이 알잖아. 게다가 지금은 갤럭시안도 하고 있고. 어때? 팀원 자식들이 그따위 짓을 못 하게 막을 방법이 없겠냐?”
“갑자기 그렇게 말해도…….”
현우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 리가 없었다.
현우가 난감한 표정을 짓자 이명룡이 안달하며 재촉했다.
“젠장, 뭐라도 좀 생각해 봐. 이제 믿을 사람은 너밖에 없단 말이야.”
“하지만 팀원들이 아예 작정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걸 무슨 수로 막아요? 갤럭시안에는 캠코더처럼 유저의 행동을 촬영하는 아이템도 있기는 해요. 하지만 팀원이 한두 명은 아닐 거 아니에요? 형님 혼자서 동영상을 다 확인할 수도 없고, 확인할 수 있어도 일이 벌어진 다음이잖아요. 얼차려를 굴려도 말을 듣지 않는다면 또 똑같은 일이 벌어지겠죠. 형님이 직접 게임에 접속해서 감시하지 않는 이상 미리 막을 방법은 없어요.”
“……뭐?”
이명룡의 눈이 동그래졌다.
“형님이 직접 감시하지 못하는 이상 방법이 없다고요.”
“……아!”
그리고 현우가 재차 말했을 때였다.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명룡이 손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말했다.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내가 직접 게임 속에 들어가서 감시하면 되는 거였어!”
“에에? 뭐예요? 그럼 형님이 게임에 접속할 수 있다는 거예요? 난 게임 속에서 감시할 방법을 찾는다고 하기에 당연히 형님이 직접 게임을 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예 그런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다는 말이에요?”
가상현실 게임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말도 안 한다. 그러나 이명룡은 한때 가상현실 게임을 범죄에 이용하는 조폭을 잡기 위해 이슈람이라는 이름으로 뉴월드에서 잠입 수사를 펼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올려 사이버 팀장까지 맡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유저가 되어 게임 속에 들어갈 생각조차 못 해 봤다니, 어이가 없이 뭐라 말할 기운조차 생기지 않았다.
“나, 난…… 말했잖아. 이번 일만 정리되면 그만둘 생각이었다고! 그래서 직접 게임을 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뿐이야. 하지만…….”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던 이명룡이 씨익 웃었다.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지지.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군. 내가 직접 감시하면 되는 거였어. 후후후! 게임이라,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생각해 보면 뉴월드에서 전임자가 엉뚱하게 상인 캐릭터를 만들어 놓는 바람에 제대로 게임을 할 수가 없었지. 하지만 이번에는 캐릭터까지 내가 직접 만들 수 있어. 게다가 갤럭시안은 기관총에 수류탄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게임이라며? 피비린내 나는 전투! 그거야말로 내 전문이지. 후후후! 이거 오랜만에 게이머의 피가 끓는구나.”
현우는 말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시스템은 뉴월드보다 몇 배나 더 복잡하다고. 그러니까 바보는 힘들 거라고.
그러나 그런 생각을 굳이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현우는 그 뒤에 벌어질 상황을 모를 정도로 바보가 아니니까. 그리고 현실적으로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기도 했다.
“그럼 이제 문제는 해결된 거죠?”
“아니, 아직이야.”
“또 뭐가 남았는데요?”
“생각해 보니 나 혼자만으로는 부족해. 말했다시피 지금 루시퍼 헌팅은 두 파벌로 나뉘어 있어. 때문에 처음부터 두 그룹으로 나뉘었지. 그리고 이미 게임을 시작한 지 몇 달이 되어서 각자의 영역에서 자리를 잡은 상태야. 이제 와서 하나로 합치기는 힘들다고.”
“믿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면 되잖아요.”
“그야 그렇지만…….”
이명룡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현우의 말에 그가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강호철이었다.
그러나 강호철도 국정원 소속. 상관의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하물며 가정까지 있는 사람에서 사표를 던질 각오를 하고 같이하자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잠시 고민하던 이명룡이 슬쩍 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어떠냐? 너는 이미 갤럭시안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루시퍼에 대해서도 알고 있잖아.”
“그건 곤란해요.”
“뭐야? 그렇게 바로 거절할 건 없잖아! 국가 대사라고! 그게 아니라도 너와 나 사이에 그 정도쯤은 해 줄 수 있잖아! 보증 서 달라는 것도 아니고!”
“느닷없이 쳐들어와 목을 졸라 대는 사이가 대체 어떤 사이인데요? 그리고 국정원에 소속되어 있지는 않지만 저도 나름대로 루시퍼와 싸우기 위해 갤럭시안을 하고 있거든요. 나름 성과도 내고 있고요. 그런데 하던 거 다 때려치우고 국정원 요원들이나 감시하라는 게 말이 돼요? 형님도 게임 해 봐서 알잖아요. 저도 제 기반이 있다고요. 그렇지 않아도 진행하는 일이 많아서 몸이 10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란 말이에요.”
“정말 안 되겠냐?”
“정말 안 됩니다.”
현우가 딱 잘라 대답했다.
“젠장, 어디 괜찮은 사람 하나 없나?”
이명룡이 한숨을 불어 내며 구시렁거릴 때였다.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뛰어 들어왔다.
“서프라이즈!”
느닷없이 뛰어 들어와 웃기지도 않는 포즈를 취하며 소리치는 중년 사내는 권화랑, 현우의 아버지였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방문에 현우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예요? 연락도 없이? 서프라이즈는 또 뭐고?”
“내가 오자고 했다.”
대답한 사람은 뒤따라 들어온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들어서자 이명룡이 얼른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아, 형수님, 오랜만입니다.”
“네, 오랜만이에요.”
어머니가 빙긋 웃으며 인사하고 현우를 돌아보았다.
“요 며칠 통 연락이 없어서 궁금하던 참에 네 아버지가 명룡 씨 전화를 받았다고 하더구나. 서프라이즈를 하려는데 네 집 비밀번호 좀 알려 달라고. 그래서 뭔가 축하할 일이 있는 것 같아서 가는 길에 잠깐 들러 본 거야. 네 아버지도 명룡 씨에게 따로 물어볼 말이 있다고 하시고. 그래서? 무슨 서프라이즈니?”
“서프라이즈?”
어머니의 말에 현우가 어이없는 눈으로 이명룡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잠시 무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던 이명룡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핫핫핫! 별거 아닙니다. 사실 제가 요즘 엄청 바빠서 현우하고 연락도 못 하고 지냈거든요. 그런데 오랜만에 시간이 나서 몰래 들어와 좀 놀래 주려고 비밀번호를 물어본 겁니다.”
“아, 그런 거였어요? 호호호, 여전히 사이가 좋네요.”
“사이가 좋아?”
현우가 다시 한 번 이명룡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이명룡은 얼굴에 철판을 쫙 깔고 현우와 어깨동무를 하며 엄지를 척 치켜세웠다.
“핫핫핫! 당연하죠. 어찌 됐든 이 녀석은 제게 조카 같은 녀석 아닙니까? 제가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기겠어요? 오늘도 간만에 시간이 난 김에 밥이라도 사 줄 생각으로 들른 겁니다.”
-조카? 챙겨? 두 번 챙겼다가는 죽겠네요!
뻔뻔한 이명룡의 태도에 현우가 눈동자로 그런 메시지를 띄워 보냈다. 그러자 이명룡이 옆구리를 푹푹 찌르며 답장을 보내왔다.
-시끄러, 인마! 고기 사 줄게, 고기! 그럼 됐잖아!
눈으로 대화하는 현우와 이명룡.
이러쿵저러쿵해도 사이가 좋은 2인이었다.
그때 권화랑이 이명룡을 돌아보며 투덜거렸다.
“뭐야? 겨우 그런 일로 서프라이즈니 뭐니 했던 거였어?”
“나 참, 형님도 나잇값 좀 하쇼. 그 나이에 살금살금 들어와 서프라이즈가 뭐요?”
“네가 먼저 서프라이즈라고 했잖아, 인마!”
“나야…….”
대답하던 이명룡이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권화랑의 얼굴을 멀뚱멀뚱 바라보더니 손가락을 튀기며 말했다.
“그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뭐야, 인마? 기분 나쁘게 남의 얼굴 쳐다보면서?”
“형님, 잠시 할 얘기가 있소. 현우야, 너도 따라와라.”
“어머? 뭐예요? 저만 빼고 남자들끼리. 혹시 왕따?”
“죄송합니다, 형수님. 잠시면 됩니다.”
“호호호, 농담이에요. 천천히 얘기하세요. 난 현우 방이나 치우고 있을 게요.”
“감사합니다!”
이명룡이 권화랑과 현우를 잡아끌고 방을 나갔다. 그리고 옆방에 들어가자 권화랑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 호들갑이야? 혹시 일전에 부탁했던 부동산 문제냐?”
일전에 병원 주차장에서 괴한들의 습격을 받은 직후, 권화랑은 현우의 부동산 관련 일을 이명룡에게 부탁한 적이 있었다. 권화랑이 이명룡에게 물어볼 말이 있다는 게 그것이었다.
이명룡도 예상하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못 하게 됐소.”
“왜? 사건 맡았어?”
“사건이라면 사건이지만 평범한 사건은 아니오. 형님도 루시퍼라는 이름은 들어 봤을 거요. 왜, 있잖소. 일전에 우리가 했던 뉴월드의 제작자가 만들었다는 인공지능. 그 인공지능하고 관련된 얘기요. 믿기 힘들겠지만…….”
“명룡이 형, 그, 그건…….”
이어지는 말에 현우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이명룡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루시퍼와 관련된 일. 그러나 그건 아직 국가 비밀이다. 때문에 현우도 아버지인 권화랑에게조차 말해 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명룡은 같잖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상관없어. 어차피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어. 그리고 화랑 형님도 한때는 경찰이었다, 적어도 윗대가리들보다는 입이 무거운. 굳이 형님에게까지 숨길 이유가 없어. 설사 문제가 생겨도 내가 책임지면 그만이야.”
“하지만…….”
“뭔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군.”
분위기를 파악한 권화랑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말해 봐라. 판단은 내가 하지.”
권화랑이 이런 식으로 나오니 더 이상 현우도 말릴 수가 없었다. 결국 현우가 한숨을 쉬며 물러나자 이명룡은 루시퍼와 관련된 사건을 모두 털어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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