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17)
아크 더 레전드-317화(317/875)
[317] SPACE 7. 마법진 사건의 전말 (2)이스타나로 올 때 이리나에게 들은 말이다.
호크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
조사단의 목표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그 상황에서 호크에게 필요한 것은 단원이 아닌 그들의 병사뿐. 때문에 이제 경쟁자에 지나지 않는 단원을 처리하고 병사를 흡수한 것이다.
이리나와 마리오, 네이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조사단의 목표는 함교에 있을 퀘스트 아이템. 그리고 전사형 단원은 호크와 동등하게 전방에 배치되어 있으니 퀘스트 아이템을 손에 넣을 기회도 동등하게 가지고 있었다.
모함에 돌입하는 순간 호크에게 이들은 경쟁자에 불과해진 것이다. 그러나 감찰관인 이리나나 보조 인력에 불과한 마리오와 네이드는 애초에 호크의 경계 대상이 아니었다.
때문에 굳이 처리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리라.
아니, 어차피 경계 대상이 아니라면 살려 두는 편이 유리하다. 모든 일이 끝났을 때 혼자만 살아남아 있다면 불필요한 의심을 받게 될 수도 있으니까.
‘흥, 너라면 그럴 줄 알았지.’
아크는 진즉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
아크가 단독으로 움직인 이유도 이런 호크의 수작질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뭐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게 네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다. 호크!’
아크가 잔뜩 찌푸린 호크를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호크는 단원들을 처리하고 휘하 병력을 흡수했다. 그러나 같은 병사라도 에이전트 소속은 사장의 생존 여부에 따라 전투력이 최대 30%까지 변동한다. 사장이 전사하면 사기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각종 에이전트 스킬의 특수효과를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네가 류와 카이엔, 미리내를 끝까지 살려 두었다면 좀 더 빨리 모함의 보스를 처리할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너는 만의 하나라도 그들이 먼저 퀘스트 아이템을 손에 넣을까 싶어 미리 불안의 싹을 제거했지. 이번에는 네 그런 철두철미함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사실 아크도 잘난 척할 입장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아크는 호크를 제치고 퀘스트 아이템을 손에 넣어 최고 공적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건 90%가 운. 나머지 10%는 호크의 실수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였다.
뭐 아크도 나름 머리를 쓰기는 했지만 이런 결과까지 기대하고 한 일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아크는 대범했다.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 주는 법! 결국 내가 호크보다 잘났다는 뜻이야!’
결과만 좋으면 다른 문제는 말끔하게 잊어버리는 넓은 아량(?)의 소유자인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아크처럼 대범(?)하지는 않았다.
새삼스럽지만 지금 아크와 호크, 마리오, 네이드가 황성에 모여 있는 이유는 퀘스트 보상을 받기 위해서.
아직 작전 중에 전사한 나머지 9명의 단원은 돌아오지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4명의 단원은 황제가 친히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황성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당연히 축하해야 할 자리.
그러나 모두가 아크처럼 기뻐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호크. 눈앞에서 퀘스트 아이템을 아크에게 도둑맞은 호크는 지금까지도 틈만 나면 잡아먹을 듯한 눈빛을 줄기줄기 뿜어 대고 있었다. 좌측에 모여 있는 내정파 귀족들도 마찬가지. 호크 정도는 아니지만 공적을 군부파 단원에 빼앗겨 하나같이 똥 씹은 표정들이었다.
그렇다고 모두가 꿀꿀한 표정만 짓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최고 공적자 따위는 기대도 하지 않았던 마리오와 네이드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TOP 4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봐라, 호크!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저 순진무구한 상인들의 검소함을! 탐욕에 절어 동료를 죽이면서까지 목적을 이루려던 네가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냐? 너도 좀 배워!’
호크에게 이런 말을 해 주고 싶은 장면이었다.
사실 아크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마리오와 네이드만이 아니었다. 아크가 소속되어 있는 군부파 귀족들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떠올리고 있었다. 마틴이 추천한 아크가 최고 공적자가 되어 정치적으로 내정파 귀족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반물질의 정보 역시 군부가 독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뭐 나야 보상만 받으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사실 여기에는 숨겨진 얘기가 있었다.
* * *
“네?”
아크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마틴 후작이 입맛을 다시며 입을 열었다.
“들은 그대로다. 네가 가지고 온 상자, 바로 연구소로 보내 조사해 봤지만 그 상자 속의 내용물은 우리가 찾던 반물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이 무슨 찜찜한 얘기란 말인가?
아크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하지만 상자에서 반물질 반응이 감지된다고 들었는데요?”
“그래, 반물질 반응은 나왔지.”
“반물질 반응은 나오는데 반물질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말이 된다. 상자 속에 있던 게 미스트라니움이었으니까.”
“미스트라니움?”
“세세하게 설명하자면 얘기가 길어질 테니 간단하게 말해 주지. 미스트라니움은 반물질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부산물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반물질 형성에 실패했을 때 만들어지는 일종의 찌꺼기라고 해야겠지. 반물질의 에너지 파장이 감지된 이유가 그것이다. 실패한 찌꺼기지만 미스트라니움은 반물질과 90% 이상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발산되는 에너지 파장도 마찬가지. 제대로 된 연구시설에서 조사하면 바로 차이를 알 수 있지만 우주선의 에너지 계측기 수준으로는 반물질과 구별할 수가 없지.”
아크는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조사단에 들어가서 지금까지, 갖은 고생을 한 끝에 겨우 상자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평의회와 은하연방 함대의 호위를 받으며 당당하게 이스타나로 입성. 마침내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가짜라니?
이렇게 허탈한 얘기가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래도 뭔가! 그 미스트 뭔가라는 거! 어딘가 쓸모가 있는 거겠죠?”
“미스트라니움이다. 그리고 네 질문에 대답하자면 쓸모가 없지는 않지만 가치는 낮다고 할 수 있지. 일전에도 말했지만 오래전에 은하 3국은 반물질을 연구한 적이 있다. 그리고 아직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직전 단계까지는 도달했지. 때문에 은하연방은 물론 라마나 아슐라트도 마음만 먹으면 미스트라니움 따위는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90% 이상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해도 미스트라니움과 반물질은 납과 황금만큼이나 다른 물질. 미스트라니움도 나름의 용도가 있지만 반물질 형성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자원을 생각하면 낭비라고 밖에는 할 수 없는 찌꺼기에 불과하지. 하지만…….”
“하지만?”
“다른 쪽의 가치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마틴이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네가 가져온 상자 속에는 미스트라니움과 함께 우라노스라는 명칭의 우주모함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는 메모리 칩이 들어 있었다. 덕분에 이번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다.”
“이번 사건의 전말?”
“아까도 말했다시피 미스트라니움은 그 나름의 용도가 있다. 바로 워프에 사용하는 포탈을 형성할 때다. 현재 은하 3국이 사용하는 다차원 포탈을 이용한 워프 항해는 평균적으로 1,000~1,500광년을 이동하는 데 1시간이 소요된다. 유니버스 스트림의 흐름에 편승해도 1시간에 2,500광년을 이동하는 게 현재 워프 항해의 한계지.”
이제와 말하기도 새삼스럽지만 워프 항해를 한다고 항상 같은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주선이 포탈을 이용해 들어가는 우주의 이면 세계, 이차원에는 마치 해류처럼 거대한 흐름이 존재한다.
이게 바로 유니버스 스트림Universe stream.
워프 항해의 속도는 이 유니버스 스트림의 영향을 받는다.
이 흐름에 제대로 편승하면 속도가 올라가지만, 유니버스 스트림이 없거나 역행해야 하는 장소로 이동할 때는 2~4배나 느려지는 것이다. 거리는 비슷해도 실제로 워프 항해를 해 보면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시간이 달라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마틴의 설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미스트라니움을 이용하면 유니버스 스트림과 관계없이 워프 항해의 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차원 공간 내에서도 연속적으로 워프가 가능해 1시간 만에 1만 광년의 항해가 가능하게 되지.”
“우와! 그럼 굉장하잖아요!”
아크가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침을 튀겼다.
그러나 사실 워프니 뭐니 하는 얘기는 관심도 없었다.
아크가 죽을 둥 살 둥 들고 온 물건이 미스트라니움. 그러니 미스트라니움의 가치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보상의 품질이 달라지리라. 때문에 아크 입장에서는 미스트라니움을 좀 더 굉장한 물건으로 포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마틴이 그런 뻔한 속내를 모를 리가 없었다.
마틴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굉장하지. 하지만 문제는 미스트라니움이 만들어지기 위해 필요한 자원이다. 현재 워프 항해는 3등급 이상의 우주선이 사용하는 에테르 연료만으로도 몇 번이나 가능하다. 그러나 미스타라니움을 이용한 워프 항해는 약 3만 광년에 1킬로그램의 미스트라니움을 소모해야 한다. 그리고 미스트라니움 1킬로그램을 얻으려면 약 12만 골드 수준의 자원이 필요하지.”
마틴의 설명에 아크의 입이 쩍 벌어졌다.
결국 3만 광년을 이동하는데 12만 골드 치의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말!
이건 애초에 에너지라고 부를 수도 없는 물질이다.
“애초에 미스트라니움은 반물질 형성의 실패로 얻어지는 부산물이니 경제적인 가치 따위는 기대하기 힘든 게 당연하지.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부산물이라고 해도 미스트라니움은 반물질과 90% 이상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물질. 이 물질을 연소시켜 워프 항해를 하면 유니버스 스트림의 흐름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도착지점의 공간에 예측하기 힘든 왜곡을 만들어 낸다. 그 힘은 네가 확인한 바와 같다. 소규모라고는 하나 블랙홀마저 소멸시킬 정도지. 그것만으로도 은하계에는 충분한 위협이 되고도 남지.”
“그런데 왜 놈들이 그런 미스트라니움을?”
결국 미스트라니움은 쓸데없이 비싼 반면 실효성은 없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한 물질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왜?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조직 X가 굳이 그런 물질을 사용하면서까지 워프해서 3국 조사단을 습격했을까?
“보여 주기 위해서였겠지.”
“보여 주기 위해서?”
“네가 박스를 가져오기 전까지 은하 3국은 조직 X가 반물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 반물질은 부산물에 불과한 미스트라니움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지. 조직 X는 미스트라니움을 이용해 마치 자신들이 이미 반물질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 무리를 하면서까지 워프를 한 것이다.”
“그래서 얻는 게 뭔데요?”
“국가다.”
마틴이 짧게 대답했다.
“우라노스의 메모리 칩에 의하면 조직 X는 생명의 나무라는 테러 조직과 관련이 있다. 생명의 나무는 은하계 전역에서 사용되는 안드로이드 같은 기계 생명체의 확산을 반대하며 은하연방은 물론, 라마와 아슐라트, 개척지에서도 무차별적으로 테러를 자행해 오던 조직이지. 그러나 최근의 철저한 색출 작업으로 대부분의 비밀조직이 괴멸되어 설 자리를 잃어 가던 중이었다. 이번 사건은 그런 생명의 나무가 벌인 사기극이었다.”
“사기극?”
“이게 메모리 칩에 들어 있던 성명서다.”
마틴이 님프를 조작하자 허공에 입체 글자가 떠올랐다.
-우리는 진정한 생명의 파수꾼 생명의 나무다.
위대한 신께서 부여한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생명과 죽음은 같은 것.
삶과 죽음은 위대한 신의 의지로 만들어진 자연의 섭리고, 모든 피조물은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은하계의 무지한 종족들은 신의 은혜를 잊고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기계 생명체를 만들어 삶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페어리라는 사탄의 기계를 만들어 죽음까지 희롱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생명을 부여한 위대한 신을 모독하는 행위!
우리 생명의 나무는 이런 은하계 종족들의 행위를 단호히 규탄하며 독립 국가의 설립을 선포한다. 이미 우리는 위대한 신의 뜻에 따라 반물질이라는 힘을 손에 넣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터.
너희들이 우리를 염탐하기 위해 보낸 자들을 처형한 것은 우리가 보내는 최후의 경고다.
우리의 독립을 방해하는 종족은 위대한 신의 벌을 면치 못하리라. 그러나 헛된 욕심을 버리고 기계 생명체와 페어리를 파기한다면 언제든지 우방으로 받아들일 의사가 있다.
이게 사건의 전말이었다.
지금까지 X로 칭해지던 조직은 생명의 나무라는 테러 집단. 은하 3국에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 생명의 나무는 개척지에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을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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