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28)
아크 더 레전드-328화(328/875)
[328] SPACE 1. 인쿼리 (3)노인이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내며 설명했다.
한때 수많은 개척자들이 오가던 인쿼리지만 피라미드가 발견된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그 전까지 피라미드는 땅속에 묻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때때로 몰아치는 모래바람에 의해 일부가 드러나 우연히 인쿼리 상인의 눈에 띄게 된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 귀암성에 대한 개척자들의 관심이 끊긴 이후 인쿼리의 상인들은 가뭄에 콩 나듯 간간이 들르는 개척자를 상대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어. 그런데 상점가 바로 옆에 이런 고대 유적이 묻혀 있었던 거야. 주민들은 이 유적이 다시 개척자들을 불러들여 주리라 믿었네. 때문에 남아있던 상인들은 힘을 합쳐 유적을 발굴하기 시작했지. 모래바람을 막고 주위의 흙을 파 3개의 피라미드를 밖으로 끄집어낸 사람은 우리들이야.”
피라미드가 웅덩이 속에 있었던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본래 땅 속에 묻혀 있던 것을 인쿼리의 주민들이 힘을 모아 발굴해 낸 것이다.
처음으로 발견된 고대 유적!
인쿼리의 주민들은 그 유적이 다시 개척자들을 불러들여 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하이브 광고 방송으로 유적의 존재를 알리려 할 때였다.
“베라미라는 놈이 나타났지. 그리고 다짜고짜 유적 주위에 철조망을 쳐 놓고 이제부터 피라미드를 발굴할 권리는 자기들만 가지고 있으니 접근하지 말라고 하더군.”
주민들 입장에서는 황당 그 자체.
그러나 놈이 그렇게 주장하는데도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우주 개척지에는 개척자 사이의 무분별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몇 가지 규칙이 있다.
그중 하나가 독점 유예 기간.
이에 대해 설명하자면, 어떤 개척자가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자료를 조사해 어떤 유적을 발견했다고 치자.
이때 그 개척자보다 강한 개척자가 힘으로 밀고 들어와 유적을 봉쇄해 버린다면 힘들게 유적을 찾아낸 개척자는 죽 쒀서 개 줘야 하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독점 유예 기간이란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한 규칙이었다.
새로운 유적이 발견될 경우, 평의회에 등록하면 유적의 규모에 따라 일정 기간 동안 최초 발견자가 독점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다.
“우리는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 어차피 유적을 개척자들에게 공개할 생각이었으니까. 그런데 엉뚱하게도 베라미라는 놈이 최초 발견자로 등록을 해 버린 거야.”
“그럼 지금 유적지를 사유지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베라미! 그 비열한 자식이지.”
노인이 울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베라미라는 놈은 그게 전문이라더군.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어떤 혹성에서 자원이나 유적에 대한 소문이 흘러나오면 염탐하다가 이런 식으로 독점 권리를 빼앗는 거야. 하이브를 되살리기 위해 힘을 모아 유적을 파냈는데 그런 하이에나 같은 놈이 차지하다니, 마음 같아서는 용병이라도 고용해서 놈의 패거리를 밀어 버리고 싶을 정도네. 하지만 이주 비용도 마련하지 못해서 다 쓰러져 가는 하이브에 남아 있는 우리가 그럴 돈이 어디 있겠나? 뭐 설사 돈이 있어도 평의회의 규칙을 어길 수는 없지만.”
“그런데 놈들의 똥줄이 탈 거라는 말은 뭡니까?”
“이제 놈의 독점 유예 기간도 얼마 안 남았다는 뜻이지.”
베라미라는 놈이 그런 식으로 피라미드를 독점한 이유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개척자에게 유적은 곧 기회.
모든 유적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높은 확률로 고가의 유물을 발굴할 수 있는 곳이다. 때문에 베라미는 유적을 독점하자마자 상당수의 노예를 동원해 유적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베라미가 얻은 것은 고작 골동품 몇 점.
그조차 금전적인 가치는 얼마 되지 않는 것들이라 팔아 봐야 노예들의 밥값도 대지 못하는 수준이란다. 그리고 이제 남아 있는 베라미의 독점 유예 기간도 일주일 남짓.
그 기간이 끝나면 인쿼리 주민들은 바로 피라미드를 내세운 홍보를 시작할 것이고, 베라미는 이제껏 발굴해 온 피라미드를 개척자들에게 내줄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일주일이라…….’
아크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일주일이면 베라미의 독점 유예 기간이 끝난다.
그러면 아크 역시 제약 없이 피라미드를 조사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지만, 바꿔 말하면 그전에는 피라미드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도 되는 것이다.
《어둠의 전조》도 끝내 놓았고, 영지 혹성 개발도 자금이 모이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당장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게 할 일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설사 정말 할 일이 없어도 이런 곳에서 일주일이나 죽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걱정되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일주일은 짧은 시간이 아니야. 베라미도 그동안 유적을 발굴하느라 시간과 돈을 들여왔으니 독점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에 뭐라고 건지려고 발악을 하겠지.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찾았다고 남은 일주일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어. 아니, 깊이 팔수록 우물이 나올 확률은 높아지는 법. 시간을 들인 만큼 뭔가를 찾아낼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어. 그리고 만약 놈이 독점 기간 내에 신기를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뭐 믿는 구석이 없지는 않았다.
아크가 찾는 신기는 자낙스가 엘림의 계승자를 위해 남겨 놓은 유품. 자낙스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개나 소나 찾을 수 있는 곳에 숨겨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이우스 실드가 그랬듯이 엘림의 계승자만이 찾을 수 있는 방식으로 숨겨 두었으리라.
그러나 그 역시 100% 장담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영원의 강가에서 신을 경배하며 신성한 숫자만큼 나아가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다시 불길한 숫자를 제하라. 거기에서 죽음을 향해 나아가면 새 삶의 증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네가 찾는 것은 그곳에 있을지니, 발아래를 힘껏 파 보도록 하여라.
예를 들어 이런 단서가 있다 치자.
이런 단서가 없다고 보물을 찾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그냥 할 일이 없어 땅을 파 봤는데 우연히 그 자리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하물며 베라미는 노예까지 동원해 작정하고 들이 파는데 발견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독점 유예 기간이 끝난 뒤가 더 골치 아파질 수도 있어. 독점 유예 기간이 끝나면 인쿼리 주민들은 유적을 홍보해 하이브로 개척자를 불러들일 생각이다. 결국 지금보다 더 많은 개척자가 유적을 뒤지게 된다는 말이야.’
그 역시 아크로서는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 전에 유적을 조사할 방법이 없을까?’
스텔스를 이용해 잠입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유적 내부에는 베라미의 노예들이 발굴 작업을 하는 중이란다. 그들에게 들키지 않고 넓은 유적지를 조사하기는 무리. 도중에 들키기라도 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베라미는 물론 최악의 경우에는 평의회와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젠장, 바우의 몸에 은하 지도가 있어 이번에는 좀 쉽게 풀리나 싶었는데 이건 갈수록 점입가경이잖아. 아직 귀암성과 피라미드, 둘 중 어디에 신기가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은데 귀암성은 귀암성대로, 피라미드는 피라미드대로 들어갈 방법이 없으니. 그렇다고 죽치고 기다릴 수도 없고…….’
위잉-!
기계음과 함께 주점의 문이 열린 것은 그때였다.
고개를 돌리자 누더기를 걸친, 머리가 8 자처럼 작은 체구의 외계인이 주점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꼬물거리며 아크의 앞을 지나져 주점 주인에게 다가갔다.
-주인님이 오늘 식량을 받아오라고 보냈어요.
“여기 있다. 우주 식량 50개, 맞지?”
-감사합니다.
외계인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자기 체구보다 서너 배는 커 보이는 보따리를 짊어지고 낑낑대며 밖으로 나갔다.
멍하니 지켜보던 아크가 노인을 돌아보며 물었다.
“바, 방금 전의 외계인은 뭐죠?”
“아까 말한 베라미 일당이 부리는 노예네. 하여간 지독한 놈들이야. 아무리 노예라고 해도 저런 어린애까지 발굴 작업에 동원해 부려 먹다니 말이야. 솔직히 베라미 자식이 하는 짓을 생각하면 식량을 팔아 줄 생각도 들지 않지만 노예들이 불쌍해서 팔아 주는 거지.”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아크가 벌떡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 * *
“형님!”
주점 밖으로 나오자 맞은 편에서 밀란이 뛰어왔다.
아크가 주점에서 정보를 모으는 사이, 토리와 밀란, 헤겔에게도 각자 할 일을 주었다.
먼저 토리와 헤겔은 쇼핑.
새삼스럽지만 하이브라고 다 똑같은 것이 아니었다.
같은 하이브라도 어떤 성계에 속해 있는가, 혹은 근처에 어떤 혹성이 있는가에 따라 취급하는 상품의 종류와 가격이 달라진다.
항구에서는 해산물이 저렴하고 광산에서는 철광석이 저렴한 것과 같은 이치. 기본적으로 개척지의 상인들은 이런 하이브의 시세 차이를 이용해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상거래를 통해 경험치와 돈을 버는 것이다.
물론 아크는 상인이 아니다.
그러나 모처럼 하이브에 착륙했고, 마침 실버스타의 창고도 텅텅 비어 있다.
‘S-20에서 이윤을 붙여 팔 수 있는 물건이 있다면 당연히 사 두는 편이 좋지. 뭐 전문 상인이 아니라 수익은 뻔하지만 그런 잔돈이 모여 목돈이 되는 법이야.’
이건 아크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우주선을 타고 돌아다니는 것도 공짜는 아니다.
우주를 항해할 때마다 4개 한 세트에 2,000골드나 하는 연료봉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뭐 한 번 교환하면 꽤 오래 사용할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짬짬이 벌어 두지 않으면 우주선의 연룟값을 대기도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계산에 밝은 토리나 헤겔은 꽤 도움이 되었다. 반면 밀란에게 맡긴 일은…….
“알아봤나?”
“네, 경계가 삼엄하더군요. 유적지 주변에 빈틈없이 철조망이 처져 있고, 중간중간 동작 감지기까지 붙어 있습니다. 경비용 안드로이드도 몇 대 보이고요.”
밀란이 맡은 일은 유적지의 현장 조사였다.
피라미드를 이미 누군가가 장악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숨어 들어가는 것이다. 때문에 일단 밀란을 보내 주변의 경비 상태를 살펴보게 한 것이다.
그러나 그만한 보안 상태라면 역시 스텔스를 사용해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데 피라미드에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자렌족 말이냐?”
“어? 형님이 어떻게?”
“주점에서 어린 자렌족을 봤어.”
그렇다. 아크가 주점에서 본 외계인은 어린 문어, 자렌족이었다. 베라미 일당이 유적을 뒤지기 위해 동원했다는 노예가 바로 자렌족이었다. 원래 O 자 형태의 머리가 8 자처럼 변해 버린 것은 ‘노예의 고리’를 쓰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렌족의 숫자는 얼마나 되지?”
“계속 피라미드를 드나들며 돌이나 흙을 나르고 있어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눈으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60~70명 이상은 되어 보였습니다.”
“그만한 노예를 동원하고도 아직 유적을 다 조사하지 못했다면 꽤 규모가 큰 모양이군.”
“들어가 보지 않아서 뭐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그런 것 같아 보였습니다. 또 유적이 땅속에 묻혀 있었다니 내부에 돌이나 흙이 꽉 차 있어 작업이 더뎌진 이유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제가 지켜보는 동안에도 자렌족들이 쉬지 않고 자갈과 흙을 나르더라고요.”
아직 발굴 작업조차 완료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나저나 자렌족을 부리는 놈들, 정말 인정사정없더군요. 조금만 작업이 늦어지면 어린 자렌족에게까지 채찍질이나 발길질을 서슴지 않더라고요. S-20의 자렌족과 친분이 생겨서 그런지 괜히 보고 있는 제가 울컥울컥 치밀더라고요.”
“자렌족을 부리는 놈들의 숫자는?”
“많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제가 본 건 4명뿐이었습니다.”
“직접 피라미드로 들어가지는 않던가?”
“네,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부가 생각보다 넓다면 들어가는 것보다 밖에서 감시하는 편이 노예를 관리하기 더 쉽겠죠. 하지만 감시는 하고 있었습니다. 한 무리의 자렌족에는 어김없이 플라이가 붙어 있더군요.”
“플라이라면…….”
“손바닥만 한 크기의 감시 로봇입니다. 날아다니는 감시 카메라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보통 트레져헌터 들은 대규모 발굴 작업을 할 때가 많아 노예를 데리고 다니는 녀석들이 많은데, 그런 녀석들이 노예를 감시할 때 많이 사용하죠. 정식 명칭은 따로 있지만 파리를 닮아 업자들은 그냥 플라이라고 부릅니다.”
새삼스럽지만 밀란의 직업은 트레져헌터.
아크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쪽 방면에서 잔뼈가 굵은 NPC라 당연히 트레져헌터와 관련된 일에는 빠삭했다.
그런 밀란에게 대강의 상황을 전해 듣는 사이, 인쿼리의 시장조사를 위해 상점을 기웃거리던 토리와 헤겔이 돌아왔다.
“몇 군데 돌아다녀 봤지만 여기서는 딱히 살 만한 게 없는데요. 이스타나에서는 구하기 힘든 물건이 몇 개 보이기는 하지만 시세에 비해 싼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건 이제 됐어.”
아크는 토리들을 데리고 실버스타로 돌아왔다.
그리고 창고로 들어서자 한쪽 벽에 각종 아이템이 진열되어 있었다. 단검과 권총, 기관총 같은 무기부터 와이어 카메라나 로프, 삽 따위의 공구까지.
사실 실버스타가 생겨 좋은 점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이전에는 수납공간이 달랑 백팩 하나뿐이라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아이템에 한계가 있었다. 모험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이 있어도 백팩 용량의 압박 탓에 여유 있게 가지고 다닐 수가 없었다. 훗날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팔아야 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실버스타가 생기자 상황이 달라졌다.
아이템을 원하는 만큼 가지고 모험지로 이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아크는 아예 창고의 한쪽 벽을 진열대로 꾸며 지금까지 획득한 아이템을 종류별로 하나씩 장식해 놓았다.
이른바 아크의 아이템 컬렉션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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