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29)
아크 더 레전드-329화(329/875)
[329] SPACE 1. 인쿼리 (4)장식용으로도 훌륭하지만 이로써 어지간한 아이템은 현장에서 바로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흠, 오랜만에 잡아 보는군.”
아크가 소장품 하나를 움켜쥐며 씨익 웃었다.
“어쩌면 의외로 쉽게 피라미드로 들어갈 방법이 생길지도 모르겠어.”
* SPACE 2. 트레져헌터 (1)
“답답하군.”
어딘지 생쥐를 닮은 사내가 한숨을 불어 냈다.
그의 이름은 베라미. 나름 게임으로 먹고산다는 자칭 프로게이머였다.
보통 프로게이머라면 일반 유저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캐릭터를 성장시켜 남들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냥터를 석권, 획득한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버는 유저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프로게이머가 꼭 그런 유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그런 용자형 프로게이머는 오히려 소수. 과거에는 대세였는지는 모르지만 요즘은 전체의 30%도 되지 않는다.
요즘 프로게이머의 대세는 물량형과 지능형!
물량형은 게임 초반부터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상단을 조직하는 프로게이머를 말한다. 이런 프로게이머는 일단 자리만 잡으면 단숨에 목돈을 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꾸준히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게임 초기에 막대한 투자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빵빵한 자금력을 보유한 ‘부자’ 프로게이머만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리하여 생겨난 또 다른 유형의 프로게이머가 지능형.
한데 묶어 지능형으로 분류하지만 사실 이들이 수익을 내는 방식은 천차만별이었다.
개인 상점을 운영하다가 며칠 동안 잠도 못 잔 듯한 유저가 걸리면 아이템 판매가에 슬쩍 0을 하나 더 붙여 10배 가격으로 팔아먹는다거나, 아직 시세를 모르는 초보자를 속여 잡템을 비싸게 팔아먹는 등, 말하자면 ‘사기인 듯 사기 아닌 사기 같은 방식’의 전문가들이다.
뭐 용자형과 물량형은, 지능형은 프로게이머도 아니라고 무시하지만. 프로게이머가 게임을 직업으로 삼는 유저를 가리키는 말이니 이들 역시 틀림없는 프로게이머.
그리고 현재 프로게이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형이 바로 이런 지능형이었다.
베라미가 속한 부류도 바로 이 지능형.
그러나 베라미는 자잘하게 초보 유저의 등이나 처먹는 지능형과는 아예 노는 물이 달랐다.
베라미의 전문은 가로채기.
개척지에서 자원이나 유적을 찾는 개척자 주위를 맴돌다가 조건이 충족되면 잽싸게 먼저 평의회에 등록, 권리를 차지하는 것이 그의 영업(?) 방식이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발굴까지 한 적은 없었다.
배신당한 유저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독점 권리를 얻자마자 다른 유저에게 얼른 팔아 버리고 잠적하는 방법을 사용해 왔던 것이다. 뭐 한 건만 성공해도 최소 수천 골드는 손에 쥘 수 있으니 1~2개월 잠수 타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상대가 포기할 때쯤 슬그머니 다시 접속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베라미가 독점 유예 기간 권리를 챙긴 것은 인쿼리의 유적. 다른 때라면 바로 권리를 다른 유저에게 팔아넘기고 튀었겠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달랐다.
일단 권리를 가로챈 상대가 유저가 아닌 NPC.
그것도 몇 남아 있지 않은 인쿼리의 상인들이었다. 보복을 걱정할 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유적은 자원과 달리 수익이 보장된 곳이 아니라 독점 발굴권의 시세가 낮아. 받아 낸 독점 유예 기간이 20일밖에 되지 않으니 최소 닷새 안에 팔아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잘해야 200골드나 될까? 뭐 이번에는 딱히 투자 비용이 들어가지도 않았으니 그 정도라도 상관은 없지만…….’
이번처럼 뒷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유적을 얻을 기회는 많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인쿼리의 유적은 다른 유적과 달리 몬스터가 없었다.
땅속에 묻혀 있던 것이라 내부가 토사로 채워져 있지만 충분한 노동력만 확보하면 베라미도 발굴할 수 있는 유적!
‘그래, 이런 유적을 고작 200골드 정도에 넘기기는 아까워. 나라고 언제까지나 남 좋은 일만 시킬 수는 없잖아. 유적은 자원처럼 수익이 보장되지는 않은 곳이지만 운이 따라 주면 일확천금도 기대할 수 있어. 좋아! 해 보는 거야! 나도 언제까지나 돈 몇 푼 챙기고 잠수 타는 짓을 반복할 수는 없잖아. 이번 기회에 나도 제대로 한몫 챙겨 보는 거야!’
베라미는 모처럼 의욕에 불타올랐다.
그리고 자렌족 노예를 100명이나 동원해 대대적인 유적 발굴을 시작했다. 그러나…….
-유적에서 <낡은 토기>가 발굴되었습니다.
-유적에서 <낡은 구리 동전>이 발굴되었습니다.
-유적에서 <녹슨 제사용구×5>가 발굴되었습니다…….
보름 동안 얻은 것이라고는 고작 이런 골동품 20여 점.
이 팔아치워도 10골드나 받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잡템뿐이었다.
“빌어먹을, 대체 뭐야? 이 유적은? 고대 쓰레기장이냐?”
베라미로서는 복장이 뒤집어질 일이었다.
모처럼 큰마음 먹고 직접 유적 발굴에 뛰어들었는데 이딴 허접쓰레기뿐이라니! 상황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자 졸개들도 불안하기 시작했다.
“형님, 이, 이제 어쩌죠?”
“이런 식으면 한몫 챙기기는커녕 완전 적자라고요!”
“게다가 자렌족 노예와 유적 주위에 설치한 대공포는 다 빌려 온 거잖아요. 하루에 30골드씩 주기로 하고 빌려 온 것이니 20일을 채우면 600골드! 우리는 지금 그만한 돈도 없잖아요. 만약 남은 기간 동안에도 값나가는 유물이 발굴되지 않으면 대여비를 갚을 방법이 없어요.”
“형님도 그 인간 성격 알잖아요. 만약 약속 날짜에 대여비를 갚지 못하면…….”
“우리는 개척지에 발도 못 붙이게 될 겁니다.”
베라미가 가장 불안해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베라미는 자금 사정이 그리 좋은 유저가 아니었다.
때문에 유적 발굴 작업에 필요한 노예와 기자재 일체를 다른 유저에게 빌려서 사용하고 있었다.
20일에 600골드로.
그런데 앞으로도 이런 식이라면 이득은커녕 대여비조차 충당하지 못할 지경에 처해 버린 것이다. 게다가 노예와 기자재를 빌려준 사람은 평범한 유저가 아니었다.
살벌한 프로게이머 업계에서도 독하기로 유명한 유저.
일단 신원만 확실하면 누구에게나 쉽게 돈을 빌려주지만 이자를 엄청나게 뜯어내고, 만의 하나라도 상환 날짜를 어기면 복리에 복리를 붙여 가며 골수까지 빨아먹는 사체업자였다. 이 상태라면 베라미 역시 그런 유저들 중 하나가 되리라.
‘젠장, 그냥 하던 짓이나 하면서 사는 건데…….’
암울한 미래를 상상하던 베라미가 와락 고개를 저었다.
“그런 상황이 되면 내 방 보증금이라도 빼서 놈에게 대여비를 갚아 줄 테니 그런 걱정은 하지 마! 하지만 그것도 엿새 뒤의 일이야. 아직 포기할 이유가 없어. 이만한 크기의 유적이다. 상식적으로 고가의 유물 몇 개쯤은 숨겨져 있을 게 당연하잖아! 아직 찾지 못한 것은 자렌족 놈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아서야. 그러니까 더 굴려! 자는 시간을 줄여 작업 시간을 늘리고 두들겨 패서라도 쓸 만한 유물을 찾아오게 하란 말이야!”
“하지만 자렌족은 지금도 피를 토할 지경인데…….”
“빌어먹을! 우리가 지금 남 걱정할 때냐? 여차하면 우리가 피를 토할 상황이라고!”
“형님!”
베라미가 졸개들을 다그칠 때였다.
잡템을 팔러―노예들의 식비를 마련하기 위해 유적에서 발굴되는 잡템은 족족 팔아치우고 있었다― 나갔던 부하가 뛰어 들어오며 소리쳤다.
“이상한 녀석들이 나타났습니다!”
“이상한 녀석들이라니?”
“얼마 전에 인쿼리에 들어온 개척자라는데…… 그게…….”
* * *
“어어, 아크!”
노인이 이름을 부르며 알은척했다.
아크는 빙긋 웃어 주며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영감님도 나름 상점 주인인데 종일 주점에 앉아 있어도 되는 겁니까?”
“어차피 지금 인쿼리에 손님이라고는 자네 일행뿐인데 상점을 지키고 있어서 뭐하나? 자네도 내가 여기 있는 걸 알고 있으니 용건이 있으면 여기로 찾아오면 되지 않나.”
“뭐 그렇기는 하죠.”
“그런데 자네는 대체 여기서 뭘 하는 건가? 자네가 타고 온 우주선은 어제 떠나던데…….”
아크는 인쿼리에 도착한 그날 저녁, 헤겔을 시켜 실버스타를 다시 S-20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아크는 토리와 밀란만 데리고 인쿼리에 남아 있는 상태였다.
“필요한 준비를 마치고 며칠 사이에 돌아올 겁니다.”
“필요한 준비?”
“유적 발굴에 필요한 준비 말입니다.”
“호오, 자네도 저 유적에 관심이 있는 건가?”
“물론이죠. 유적에 관심이 없는 개척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뭐 아쉽게도 지금은 베라미라는 개척자가 독점권을 가지고 있어 유적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지만 그것도 이제 엿새면 끝나지 않습니까. 그러니 여유가 있을 때 미리 준비를 해 두려는 거죠.”
“하지만 자네들이 굳이 남아 있을 이유는 없지 않나?”
“그건 예열을 시키기 위해서라고 해야 하나?”
“예열?”
“뭐 이런 거죠.”
아크가 씨익 웃으며 백팩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여기저기 흙이 붙어 있는 낡은 검과 기계 부품 따위의 잡템이었다. 노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자 아크가 가벼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인쿼리에서 찾은 유물입니다.”
“유적이 아니라 인쿼리에서? 다른 곳에도 이런 유물이 묻혀 있단 말인가?”
“당연하죠. 생각해 보십시오. 인쿼리에서 발견된 유적은 상당한 규모입니다. 무슨 용도로 세워진 유적인지는 아직 조사해 보지 않아 모르지만 저만한 유적지가 있었던 곳이라면 이 주변에도 고대 종족이 많이 살고 있지 않았겠습니까? 물론 진짜 쓸 만한 유물은 유적 어딘가에 묻혀 있겠지만 주변에도 이런 자잘한 유물이 묻혀 있으리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죠. 우리는 저 유적의 독점 유예 기간이 해제될 때를 대비해 그런 유물을 캐며 일종의 준비운동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니, 그렇다고 해도…….”
노인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아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는 어제 처음 인쿼리에 온 사람이 아닌가? 내가 듣기로는 노예까지 동원해 유적지를 발굴하는 베라미 일당도 이런 유물을 아직 20여 개밖에 찾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유적지도 아닌 곳에서 불과 하루 만에 10개가 넘는 유물을 캐내다니 대체 무슨 요술을 부린 건가?”
“그야…….”
“그 대답은 나도 듣고 싶군.”
아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하려 할 때였다.
문이 벌컥 열리며 주점 안으로 4명의 사내가 들어섰다.
“저놈들이 베라미 일당이네. 노랑머리가 베라미. 뒤의 셋은 놈의 똘마니들이지.”
아크가 의아한 눈길을 보내자 노인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베라미는 그런 노인을 한번 째리고는 아크에게 시선을 돌리며 다그치듯 말했다.
“내 사유지에서 멋대로 유물을 캐 간 놈이 있다는 말을 듣고 왔다. 그게 네놈들인가?”
“초면에 말이 짧군.”
아크가 눈살을 찌푸리며 베라미를 돌아보았다.
“유물을 캔 것은 사실이지만 네 사유지와는 상관없다.”
“그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는 건가? 저 늙은이의 말처럼 우리는 노예까지 동원해 유적을 발굴하는데도 유물은 아직 20여 개밖에 찾지 못했다. 그런데 유적도 아닌 곳에서 불과 하루 만에 유물 10여 개를 찾다니? 뭔가 수작을 부렸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지 않은가?”
“능력 차이라는 생각은 안 드나?”
“뭐야?”
“뭐 네가 믿든 말든 관심 없지만…….”
아크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일어나며 대답했다.
“귀찮아지는 것은 사절이니 원한다면 보여 주지. 그 능력 차이라는 것을. 토리, 밀란. 나와라. 너희들도 따라와. 그리고 저 녀석들이 눈으로 확인하고도 억지를 부리면 곤란하니 증인으로 영감님도 와 주시죠.”
아크는 주점에 있는 사람들을 우르르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10여 분을 걸어 상점가 외곽의 넓은 공터로 들어서자 토리를 돌아보았다.
“어때? 여기는?”
“음, 저 유적의 배열과 구조를 볼 때 아무래도 이 주변에 고대 종족의 생활공간이 많이 밀집해 있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한 89.24% 정도? 그리고 유적이 땅속에 묻혀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모래바람은 유적이 있었을 당시 3시 방향에서 6시 방향으로 불었을 확률이 높겠군요. 한 93.45% 정도? 때문에 다른 지역은 설사 고대 종족의 생활공간이 있었다 해도 수백 년이라는 시간 동안 너무 깊게 파묻혀 있어 작은 유물을 찾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기라면 그리 깊게 묻혀 있지는 않을 겁니다. 91.86% 확률로 그렇습니다. 이런 데이터를 제가 고안한 유물 발굴 시뮬레이션 공식에 대입하면 89.24×AB÷92.45√91.45≒Y가 되니까 여기와 저기, 조기 중 한 곳에 유물이 묻혀 있을 확률은 99%입니다.”
“뭐래? 저 자식?”
베라미 일당이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토리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크는 베라미 일당의 반응 따위는 무시하고 이번에는 밀란을 돌아보았다.
“밀란, 여기와 저기, 조기란다. 시작해.”
“네, 형님.”
밀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백팩에서 기역자로 꺾인 철봉 2개를 꺼내 들었다.
이 한 쌍의 철봉은 바로 밀란의 비밀병기 다우징. 땅속에 묻혀 있는 물건을 찾아내는 데 사용하는 일종의 탐사 장치였다. 밀란은 다우징을 양손에 쥐고 아크가 가리킨 장소를 천천히 돌아다니다가 움찔 멈춰서 아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형님, 여기입니다!”
“좋아, 비켜.”
마지막으로 나선 사람은 아크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베라미 일당과 노인은 실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아크가 삽을 꺼내 들고 밀란이 지목한 장소로 들어서는 순간!
파파파파! 파파파파! 파파파파!
분수가 솟구치듯이 날아 올라가는 흙더미!
그때마다 바닥의 흙이 녹아 없어지듯이 사라지며 눈 깜빡할 사이에 커다란 구멍이 만들어졌다.
한 치의 낭비 동작도 없는 완벽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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