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30)
아크 더 레전드-330화(330/875)
[330] SPACE 2. 트레져헌터 (2)경이로운 작업 속도! 무슨 기술이든 경지에 오르면 예술이 된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해 주는 듯한 완벽한 삽질!
그게 손바닥에 수없이 굳은살이 박이기를 반복한 끝에 마스터의 반열에 오른 아크의 삽질이었다.
“저, 저게 사람이냐?”
“맙소사! 굴삭기! 저건 굴삭기야!”
베라미 일당이 충격에 휩싸여 비명을 터뜨리는 사이.
순식간에 수 미터나 파고 들어간 아크가 커다란 기계 부품을 짊어지고 기어 나왔다.
“이번에도 잡템이군. 뭐 유적도 아니니 잘해야 이런 거겠지만.”
기계 부품의 흙을 대충 털어 내고 백팩에 넣은 아크가 씨익 웃으며 베라미를 바라보았다.
“이게 내가 말한 나와 너희들의 능력 차이라는 거다.”
“너, 너희들은 대체 뭐냐?”
“우리들?”
아크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을 때였다.
토리가 두툼한 뱃살을 출렁이며 앞으로 나와 대답했다.
“이 몸은 토리! 뛰어난 지적 능력을 인정받아 얼마 전에 교수(프로페서)의 칭호를 받은 타이니족이시다. 전문은 고고학. 특히 고대 유적 발굴에 일가견이 있는 몸이시지.”
“교, 교수?”
베라미가 당혹성을 터뜨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밀란이 나서며 말을 이었다.
“나는 트레져헌터. 보다시피 유물 찾기가 전문이다.”
“나는…… 뭐 삽질 마스터 정도로 해 두지.”
“사, 삽질 마스터…….”
“뭐 그 외에도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크가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베라미 일당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중요한 것은 너희들과 달리 우리는 이쪽 방면에 프로라는 말이지. 뭐 그 차이는 직접 눈으로 확인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을 테고. 이만하면 우리가 네 사유지를 침범하지 않았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했다고 봐도 되겠지? 그럼 우리는 이만 주점으로 돌아가지.”
아크가 토리와 밀란을 데리고 몸을 돌려세웠다.
그러자 베라미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자, 잠깐!”
순간 아크의 입 끝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미소를 지우고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뭐지? 아직도 트집을 잡을 생각이냐?”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
“아닙니다?”
“조금 전의 일은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오해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혀, 형님, 왜 갑자기 저런 녀석들에게…….”
베라미가 갑자기 저자세를 취하자 졸개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베라미가 발끈한 표정으로 졸개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멍청한 자식들! 저분들은 진짜 프로야. 그런 분들을 몰라보고 누명을 씌웠으니 사죄하는 것이 당연하지. 너희들도 당장 사과드려!”
“네? 아, 네. 죄, 죄송합니다.”
“뭐 그렇게까지…….”
베라미 일당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아크가 무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베라미가 슬쩍 아크에게 다가오며 살살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방금 전 허허벌판에서 유물을 찾아내는 여러분의 솜씨에는 정말 감탄했습니다. 저도 이쪽 방면에 초보는 아니지만 여러분처럼 뛰어난 분들은 처음입니다. 그런데 성함이…….”
“아크다.”
“아, 아크 님이시군요. 저는 베라미라고 합니다. 혹시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저 유적의 독점권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저와 일해 보실 생각 없습니까?”
“우리를 고용하겠다는 말인가?”
“그런 거죠.”
베라미의 대답에 아크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싫은데?”
“보수 때문이라면…….”
“그런 문제가 아니다.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나? 듣자하니 네가 가지고 있는 저 유적의 독점 유예 기간이 이제 엿새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던데?”
아크의 말에 베라미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찰나에 불과했지만 그런 표정 변화를 놓칠 아크가 아니었다.
“주점에서 만났을 때 네가 그랬지? 너는 노예까지 동원해서 보름이나 유적을 뒤졌는데도 아직 20여 개의 유물밖에 발굴하지 못했다고. 나도 이 바닥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니 그 말만 들어도 대강 짐작할 수 있겠더군. 장담컨대 너희들은 앞으로 며칠을 더 뒤져도 진짜 돈이 될 만한 유물은 찾지 못할 거야. 유물이라는 게 무턱대고 유적을 파헤친다고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봤다시피 나름의 전문적인 노하우라는 게 필요한 일이야. 그런 것도 모르는 너희들에게는 가망이 없어. 다시 말해 그냥 엿새만 기다리면 진짜 돈이 될 만한 유물이 고스란히 남겨진 채 유적이 공개되는데 내가 왜 네게 고용되어 유물을 찾아 줘야 하는 거지?”
“하, 하지만…….”
베라미가 눈알을 뒤룩뒤룩 굴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독점 유예 기간이 끝난다고 아크 님만 유적에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사방에서 많은 개척자들이 몰려들겠죠. 그중에는 아크 님처럼 유물을 찾는 데 전문 기술을 가진 개척자도 많을 겁니다. 아크 님이라도 유물을 차지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 않습니까?”
“없지. 하지만 이쪽 일이 원래 그렇잖아? 아무리 많은 시간을 들여 유적을 찾아도 거기에 돈이 될 만한 유물이 있을지는 어차피 도박이야. 어떨 때는 죽어라 고생하고도 본전조차 찾지 못할 때도 있지. 그래도 대박을 믿고 도박을 하는 게 트레져헌터 아닌가? 푼돈을 받고 일하느니 차라리 모두 잃더라도 대박을 기대하는 편이 낫지.”
“푼돈에 고용할 생각은 없습니다!”
“푼돈이 아니라면? 우리를 얼마에 고용할 생각이지?”
“그, 그건…….”
베라미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이 머뭇거렸다.
그때 아크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내가 제시하지. 정해진 보수를 받고 일해서야 노동 의욕이 생길 리가 없지. 그러니 보수는 우리가 찾는 유물의 가격에 맞춰 지분을 나누는 것으로 하지. 8 대 2는 어때? 물론 8은 우리 몫으로. 즉, 유물의 전체 가격에서 80%를 우리 몫으로 줘야 한다는 말이다.”
“8, 80%……!”
베라미의 입이 쩍 벌어졌다.
“말도 안 돼! 이건 칼만 안 들었지 완전 강도잖아!”
“형님, 갑시다! 말이 통하는 놈이 아니에요!”
졸개들이 살기등등한 눈으로 아크 일행을 쏘아보며 소리쳤다. 그러나 아크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되받아 주었다.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하는구먼.”
“뭐?”
“네 말대로 독점 유예 기간이 끝나도 내가 유물을 차지할 수 있다고는 장담 못 해. 하지만 적어도 나는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지. 그런데 너희들은? 너희들은 그만한 가능성이라도 있나? 없지. 유적을 독점하고 있으면서도 찾지 못한 너희들은 0.1%도 가망이 없어. 잘 생각해 보라고. 독점 유예 기간을 신청하느라 평의회에 갖다 바친 등록비도 적지 않을 텐데? 빈손으로 물러나는 것보다는 20%라도 챙기는 편이 낫지 않겠어?”
“뭐라고? 이 자식이 정말!”
“그만둬!”
베라미가 발끈하는 졸개들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가늘게 뜬눈으로 아크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저 자세로 나가니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군. 게다가 셈도 맞지 않아.”
“셈이 맞지 않는다?”
“확실히 너희들은 지금까지 내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트레져헌터다. 인정하지. 하지만 아무리 뛰어나도 고작 1팀으로 개방된 유적에서 차지할 수 있는 유물은 잘해야 10%도 되지 않아. 그것도 운이 좋아야 그 정도. 하지만 지금 나와 손잡으면 엿새 동안 거의 대부분의 유물을 발굴할 수 있다. 네 입장에서도 나와 손을 잡는 쪽이 보다 확실하게 이득을 얻을 수 있는데 80%를 먹겠다는 것은 누구 봐도 지나치지.”
“그래서?”
“5 대 5. 그 정도까지는 양보해 주지.”
“싫다면?”
“나도 막가는 수밖에 없지. 어차피 우리가 차지할 수 없는 유물이라면 독점 유예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유적을 개방하겠다. 단, 너희들만은 제외시키고. 유적을 개방해도 엿새 동안은 내게 권리가 있으니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이제 선택은 네 몫이다. 같이 아무것도 얻지 못하거나, 5 대 5로 나누거나. 둘 중 하나다.”
“제법 강단이 있군.”
아크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 5 대 5. 단, 일이 끝나면 네가 부리는 노예들을 내게 양도해 주는 조건이다.”
“뭐? 노예?”
“그래, 아무래도 이런 일을 하다 보면 인력이 필요할 때가 많거든. 어차피 너는 원래 이쪽 전문도 아닌 것 같고. 이런 일이 아니면 자렌족 따위 딱히 쓸데가 없잖아. 그러니 30%의 지분을 양보하는 대신 네가 거느리고 있는 자렌족을 받기로 하지. 물론 그냥 달라는 말은 아니야. 자렌족 노예 시세가 1마리당 30~40골드. 100마리면 3,000~4,000골드지. 그걸 30%라고 가정하면 전체 수입이 10,000골드 이상 돼야겠지? 그게 조건이다. 유적에서 얻는 총수입이 10,000골드를 넘지 못한다면 자렌족 얘기는 없던 걸로 하지.”
“1…… 10,000골드!”
베라미 일당의 입이 쩍 벌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대로 유물을 못 찾으면 사채 빚(?) 600골드를 무슨 수로 갚아야 하나 걱정하던 처지였다.
그런데 아크가 아무렇지도 않게 10,000골드를 들먹이자 압도 당해 버린 것이다. 물론 아직 생길지 안 생길지도 모르는 돈이지만 일단 단위가 장난이 아닌 것이다.
그때 베라미 졸개 1명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하, 하지만 자렌족들은 원래…….”
“됐다.”
베라미가 졸개의 말을 끊으며 손을 내밀었다.
“좋다. 받아들이지. 조건은 5 대 5. 수입이 10,000골드를 넘으면 자렌족을 넘겨주겠다.”
“탁월한 선택이다. 후회하지 않을 거야.”
아크가 베라미의 손을 맞잡으며 씨익 웃었다.
이어 일사천리로 자잘한 계약 조건이 합의되어 계약이 체결되었다.
-베라미 님과 계약이 완료되었습니다.
계약자 : 아크 – 베라미
내용 : 유적지 발굴에 관한 지분 분배
이후 아크는 베라미가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유적에서 발굴 작업을 진행해 얻어지는 모든 유물의 판매대금을 5 대 5로 분배한다. 또한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베라미는 100마리의 자렌족 노예를 아크에게 양도한다. 단, 자렌족 노예 양도는 총 수익금이 10,000골드를 넘었을 때만 적용된다. 계약이 진행되는 동안 발굴 작업에 관련된 모든 권한은 아크에게 있다. 대신 베라미는 발굴 상황을 관리 감독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위 계약은 불가항력의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는 한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하며, 만약 어느 한쪽이라도 먼저 계약을 위반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자동 파기된다.
이로써 계약 완료!
아크는 베라미 일행과 피라미드로 향하게 되었다.
* * *
“저 아크라는 놈, 보기보다 무자비한 놈이군요.”
“저는 태어나서 그렇게 무자비한 놈은 처음 봤습니다. 사실 저도 가끔 자렌족 노예들을 대할 때는 ‘어? 좀 너무한가?’라는 생각을 하는데 제가 천사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래, 나도 좀 놀랐다. 성격이 만만치 않은 줄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베라미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끄덕였다.
방금 전, 계약을 체결하고 아크 일당을 피라미드로 데려갔을 때였다. 아크는 노예 문어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오늘부터 새로 이 유적 발굴을 지휘하게 될 작업반장 아크다. 취임 인사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 주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그리고 다짜고짜 문어 떼를 잘근잘근 밟아 대기 시작했다.
그 장면은 베라미 일당의 입에서도 절로 허걱 소리가 튀어나올 정도였다.
베라미도 지금까지 문어들을 인간적으로 대해 주지는 않았다. 일단 숫자가 100마리나 되는데도 지급되는 식량은 하루 50개. 당연히 굶주릴 수밖에 없었다. 또한 굼뜨게 움직이는 게 눈에 띄면 가차 없이 채찍과 발길질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베라미에게는 최소한 이유라도 있었다.
부족한 식량 배급은 정말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서. 폭력은 작업 속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아크는 밑도 끝도 없이 문어들을 두들겨 패고 있는 것이다.
패고, 밟고, 뭉개고!
뭉개지는 문어들의 입에서 뿜어지는 먹물! 먹물! 먹물!
그렇게 10여 분이나 폭력을 이어 가던 아크가 문어들이 토한 먹물을 뒤집어쓴 끔찍한(?) 모습으로 말했다.
“노예는 기선 제압이 중요한 법이다. 조금이라도 여유를 주면 쓸데없이 잔머리를 굴리는 게 노예들의 습성이지. 그러니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오직 고통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하게 만들어야 부지런히 움직이지. 그게 노예를 관리하는 비결이다. 어쨌든 이제 맘 푹 놓고 있으라고. 나와 손잡은 이상 이번 유적 발굴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독점 유예 기간이 끝났을 때는 이 유적에 1쿠퍼짜리 유물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을 거야.”
믿음직스러웠다.
마을에서 유물을 발굴하는 솜씨나 문어들을 다루는 솜씨!
전문가의 냄새가 팍팍 풍겨 나오지 않는가.
“독점 유예 기간이 엿새밖에 남은 시점에 저런 녀석을 만난 건 행운이야. 솔직히 저 녀석이 큰소리치는 것처럼 정말 10,000골드 이상 벌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아. 하지만 이만한 크기의 유적이라면 1,000골드 대의 유물 몇 개쯤은 숨겨져 있을 거야. 엿새 안에 그것만 다 찾아낼 수 있어도 이번 발굴은 성공이라고 할 만하지.”
“그렇다고는 해도…….”
그때 졸개 1명이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지금 유적을 독점하고 있는 건 우리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디서 굴러먹던 놈인지도 모르는 녀석에게 수익금의 절반이나 떼어 줘야 한다니.”
“문어들 문제도 걱정입니다.”
“네, 뭐 정말 10,000골드 이상 수익을 올려 주면 좋기는 하지만 저 문어들은 그분에게 빌려 온 놈들이 아닙니까? 만약 놈에게 문어들을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멍청한 놈들.”
베라미가 피식 웃었다.
“내가 정말 놈에게 수익금을 나눠 줄 것 같으냐?”
“네? 그게 무슨?”
“하지만 계약서까지 쓰지 않았습니까?”
“계약서를 썼다고 그대로 지켜지리라는 보장은 없지. 세상에는 예기치 못한 불상사라는 게 얼마든지 있으니까, 본의 아니게 계약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은 얼마든지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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