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33)
아크 더 레전드-333화(333/875)
[333] SPACE 3. 사자死者의 문 (3)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아니, 쓸데없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어쨌든 중요한 건 죄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겠다는 거잖아. 게임식으로 풀어 말하자면 내가 카오틱인지 아닌지 알아보겠다는 말. 그럼 답은 간단하잖아. 저울에 올라가야 하는 건 바로 나!”
아크가 저울 위로 올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저울에 올라서자 반대쪽에 저울에 거대한 깃털이 나타났다.
예상대로 그냥 저울에 올라서는 것만으로 심판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아크는 망설임 없이 신의 신판(?)을 받을 정도로 착하게 살아온 유저.
뭐 몬스터라면 부지기수로 죽이고 인간을 포함해 외계인도 적지 않게 썰어 댄 경력이 있지만 그들은 적이었다.
카오틱이 될 만한 짓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당당한 무라트 엘림의 계승자!
저울에 올라서자 아크의 몸이 빛에 휘감기며 정보창이 떠올랐다.
캐릭터 정보창
이름 : 아크(R-02788) 레벨 : 149
종족 : 인간 직업 : 엘림의 계승자
명성: 24,730
생명력 : 3,600(+525)
정신력 : 775(+390)[마나 : 0 포스 : 1,825]
모험치 : 2,040
힘 : 365(+70) 민첩 : 405(+88)
체력 : 605(+105) 지혜 : 40(+23)
지능 : 385(+78) 운 : 45(+18)
통솔 : 10
※칭호 : 무식한 파괴자(지혜 -10, 힘 +7, 체력 +7)
시공간 돌파자(힘, 민첩, 체력, 지혜, 지능, 운 +10)
벨타나의 영웅(힘, 민첩, 체력, 지혜, 지능, 운 +3)
아타마스의 영웅(힘, 민첩, 체력, 지혜, 지능, 운 +5)
중재자(지혜, 지능 +15)
※공헌도 : 은하연방 27,520, 아슐라트 500
※소속 : 다크에덴(CEO)
※신체 코팅 : 서바이버
+서바이버 코팅으로 환경 적응력이 50% 상승했습니다.
+서바이버 코팅으로 만복도의 감소 속도가 30% 낮아졌습니다.
+서바이버 코팅으로 낙하 대미지를 50%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서바이버 코팅으로 ‘투시’ 효과가 적용되었습니다.
전과(?)기록 한 번 없는 아크의 정보창이었다.
아크는 정보창을 보고 확신했다.
‘역시 내가 저울에 올라오는 게 답이었어. 캐릭터 정보창을 조사한다는 것은 캐릭터를 올려놓는 게 정답이라는 뜻. 이로서 이 피라미드의 수수께끼도 해결 완료다. 나야 뭐 워낙 착하게 살아온 몸이니 이런 심판이야 무사통과가 확실하고. 후후후, 이제 피라미드에 숨겨져 있는 게 뭐든 내 것이나 다름없다!’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감히 신의 눈을 속이려 드는가!
느닷없이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분노의 목소리!
순간 갑자기 허공에서 시커먼 형체가 나타나 아크를 향해 날아왔다.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아크는 헛바람을 들이켜며 몸을 날렸다. 동시에 옆구리가 욱신거리며 생명력이 단숨에 300이나 깎여 나가는 게 아닌가?
“큭! 이, 이게 뭐야?”
바닥을 구르던 아크가 옆구리를 움켜쥐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약간 떨어진 곳에 거대한 괴물이 붉은 눈동자를 번들거리고 있었다.
몸은 하마를 닮았는데 목에는 갈기가 붙어 있고 머리는 악어의 형상을 하고 있는 아뮤트라는 괴물. 그러나 아뮤트보다 아크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지금의 상황이었다.
“왜 이런…….”
직접 저울에 올라간 건 정답이었다.
정답이 아니었다면 캐릭터 정보창 따위가 떠오를 리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카오틱이 아니니 아크가 선한 자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 그런데 다음 단계인 진실에 도달하기는커녕 느닷없이 괴물이 나타나 공격을 하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뭐지? 대체 뭐가 잘못된 거야?”
뭔가가 잘못됐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게 뭔지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을 진행을 여유가 없었다.
크와아아아아-!
아뮤트가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달려들었다.
“젠장! 할 수 없지. 이렇게 되면 일단 이놈부터 처리하고 생각해 보는 수밖에!”
아크가 몸을 날리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와 함께 어두운 공간에 백색 빛줄기가 솟아올랐다.
무라트의 황제 쿠휀에게 받은 파라오의 광선검 이퀄라이저! 아크가 이퀄라이저를 뽑아 들고 공세로 전환하자 아뮤트의 몸이 빛의 궤적에 뒤덮이며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몬스터 한 마리쯤이야!’
“이 짬뽕 같은 녀석, 순식간에 해체해 주마! 광전사!”
아크가 광선검을 들어 올리며 소리치자 백색 검광이 폭발하듯이 증폭했다.
이게 이퀄라이저의 옵션 스킬 광전사!
포스를 1,000이나 소모하는 대신 10분 동안 사용하는 모든 스킬의 효과를 50%나 상승시키는, 문자 그대로 레어 급 효과를 자랑하는 스킬이었다.
그 효과는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카프레 검술 3식, 갤럭시 소드!”
스킬을 발동시키자 증폭된 검날이 궤적을 따라 부챗살처럼 펼쳐졌다. 그리고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날아가더니 아뮤트의 몸을 찢으며 관통해 버리는 것이다.
“하! 이거 스킬 쓸 맛이 나는걸.”
위잉! 위잉! 부우우웅! 위잉!
흥이 오른 아크가 무한 궤적을 만들어 내며 돌진했다.
복잡하게 얽혀드는 검광이 닿을 때마다 아뮤트의 몸이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물론 아뮤트도 얌전히 맞아 주지는 않았다.
거대한 아가리로 물어뜯고 발톱을 휘두르며 반격했다.
스치기만 해도 300~400의 생명력을 증발시키는 무지막지한 공격. 거의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데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2,000 이상의 생명력이 줄어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다름 아닌 아크다.
“환영 분신!”
아뮤트가 돌진하는 순간.
아크가 환영 분신을 사용해 분신을 만들었다.
광전사 효과가 추가되어 4개였던 분신도 6개나 만들어졌다. 본체까지 합하면 7명의 아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런 분신을 몬스터 따위가 간파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뮤트가 분신을 물어뜯는 사이에 본체는 놈의 배후로 이동!
뒤이어 아크의 검이 레이저처럼 쏘아져 날아갔다.
-백스텝!
《적에게 공격력 ×2의 대미지를 주었습니다.》
짜릿한 손맛과 함께 떠오르는 메시지!
이미 빈사상태에 떨어져 있던 아뮤트의 생명력이 그 일격으로 바닥까지 내려갔다. 그러자 너덜너덜해져 있던 몸이 폭발하듯이 터져 나가며 사라졌다.
“휴, 그래도 만만치 않은 놈이었…….”
아크가 참았던 숨을 불어 내며 중얼거릴 때였다.
사방으로 흩어졌던 검은 기운이 다시 뭉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연기를 주물러 조형하듯이 만들어지는 아뮤트. 그것도 1마리가 아니었다. 흩어졌던 검은 기운이 다시 뭉치며 만들어진 아뮤트는 2마리!
“이, 이게 무슨?”
크와아아아! 크와아아아!
채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2마리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반사적으로 환영 분신을 펼치며 물러났지만 허벅지가 시큰거리며 생명력이 쭉 빨려 나갔다. 그러나 상처를 돌볼 여유도 없었다. 1마리의 공격을 피하면 다른 놈이, 그놈의 공격을 피하면 또 다른 놈이.
딱! 딱! 딱! 딱! 딱! 딱!
정신없이 구르는 아크의 귀에 아뮤트의 아가리가 닫히는 소리가 쉬지 않고 울렸다.
‘빌어먹을! 이게 뭐야? 기껏 힘들게 한 놈을 죽여 놨더니 2마리로 늘어나다니? 그럼 이놈들을 죽여도 끝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얘기잖아?’
끝나기는커녕 4마리로 늘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4마리를 죽이면 다음에는 8마리, 16마리, 32마리…… 뭐, 아무리 발버둥 치며 싸워도 8마리까지 가기 전에 저 무지막지한 아가리에 씹히는 몰골이 되겠지만 어쨌든!
상황이 이렇게 엿같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 처음부터 이 전투는 이기지 못하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길 방법이 없다면 도망가는 것이 최선!
사실 이미 그것도 시도해 봤다. 그러나 아크도 그때까지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는데, 막상 도망치려니 광장의 좌우로 연결되어 있는 통로가 어느새 막혀 있었다.
도망도 치지 못하게 만들어 놨다는 말이다.
‘돌아가는 상황으로 봤을 때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아누비스의 심판을 통과하는 것. 심판을 통과하지 못하면 죽을 때까지 아뮤트와 싸우는 수밖에 없어. 하지만 나는 이미 불합격됐어. 저울에 올라가는 것까지는 정답이었다면 내가 모르는 결격 사유가 있다는 뜻. 그럼 결국 죽을 때까지 싸우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잖아.’
-치명타를 맞았습니다!
그사이 어깨가 송곳니에 스치며 대미지가 들어왔다.
싸워 봐야 소용없다고 판단한 이후부터 방어와 회피에 전념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아크라도 모든 공격을 피할 수는 없는 일. 가랑비. 아니, 스쳐도 300~400의 대미지가 들어오니 우박이라고 해야겠지만, 대미지가 중첩되어 이미 빈사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아크는 포기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이런 곳에서 죽을 수는 없어!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뭔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떠올리던 아크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가만? 그러고 보니 아누비스는 불합격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어. 신을 속였다고 했다. 만약 내가 카오틱인데도 하이드 헬멧 따위로 속이고 저울에 올라갔다면 불합격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어. 하지만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범위 내에서는 불합격을 받을 이유가 없어. 그렇다면 속였다는 말은 말 그대로 내가 뭔가 속이는 짓을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말이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레피드의 말처럼 아크는 죽을 위기에 처해야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인간인 모양이다.
죽기 직전에 몰리자 마치 각성제를 맞은 것처럼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며 시야가 넓어지는 것이다. 그런 아크의 머릿속에 아누비스의 가슴에 새겨져 있던 글귀가 떠올랐다.
-모든 것을 버리고 심판을 받으라.
“설마 그 말의 의미는……?”
아크가 퍼뜩 고개를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이미 남은 생명력은 고작 600! 그리고 코앞까지 다가온 2마리의 아뮤트!
답을 확인하고 있을 여유 따위는 없었다.
‘이게 답이 아니라면 죽는다!’
“환영 분신!”
아크가 아뮤트 사이로 뛰어 들어가며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러나 도망 다니는 사이에 광전사 효과가 풀려 만들어진 환영은 4개. 구석에 몰린 상태에서 4개의 분신만으로 아뮤트의 포위를 뚫고 나가기는 무리였다. 순식간에 2개의 환영이 사라지고 아뮤트의 송곳니가 아크의 허벅지에 박혀들었다.
순식간에 빨려 나가는 생명력!
“크윽! 젠장! 하지만 아직이다! 앙크!”
아크의 아머가 십자 형태의 빛을 뿜어내며 메시지가 떠올랐다.
-쿠휀의 보갑 옵션 스킬 ‘앙크’가 발동되었습니다!
《생명력 2,000이 회복되었습니다.》
이것이 신기의 위용!
단숨에 생명력을 2,000이나 회복시켜 주는 사기적인 스킬이었다. 뭐 그래도 이런 상황이라면 생명력 2,000도 별 의미가 없지만, 어쨌든 아크는 앙크 효과 덕분에 아뮤트에게 물어뜯기면서도 포위를 뚫고 아누비스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망설이 없이 저울 위로 뛰어 올라갔다.
그러나 이전과 다름없이 저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뭐 이전과 달라진 게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지금은 저울로 달려드는 아뮤트가 있다는 것뿐이다.
‘이게 답이 아니라면 100% 사망이다!’
그리고 저울 아래까지 뛰어온 2마리 아뮤트가 아가리를 벌리고 아크를 향해 펄쩍 뛰어오르는 순간! 아크가 입술을 한 번 질끈 깨물고 눈을 감으며 소리쳤다.
“장비품 모두 해제! 자동 수납!”
위이이잉! 철컥! 철컥! 철컥! 철컥!
동시에 아크의 몸을 뒤덮고 있던 장비품이 일제히 벌어졌다. 그러자 백팩에서 솟아 나온 와이어가 장비품을 휘감아 순식간에 수납시켰다.
딱-! 딱-!
아뮤트의 아가리가 닫힌 것은 그때였다.
* SPACE 4. 소울시티 (1)
쿠쿠쿠쿠!
“우왓, 이게 뭐야?”
“토사가 쏟아진다! 모두 물러나!”
어둠 속에서 고함이 터지자 주위가 와글거렸다.
이어 구멍 위로 한 무리의 그림자들이 우르르 몰려 올라왔다. 먼저 올라온 것은 흙투성이의 문어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남자와 햄스터가 올라왔다.
“……머, 멈췄다.”
“헉헉, 놀라라. 대체 뭐였지, 방금?”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보는 둘은 밀란과 토리.
잠시 설명하자면, 아크가 미로를 걸레질하며 돌아다니고 광장에서 머리를 쥐어 짜내고 있을 때, 밀란과 토리는 문어들과 함께 아크가 지시한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굉음이 울리며 땅이 흔들려 밖으로 대피한 것이다.
그러나 진동은 그때 한 번뿐이었다.
“글쎄? 뭐였을까?”
“젠장, 아직 지지대를 받치기 전이라 토사가 많이 쏟아졌을 텐데. 난데없이 이게 무슨 난리야? 뭐 그래도 금세 지나간 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제 들어가도 될라나?”
-밀란 님! 토리 님!
토리와 밀란이 구멍을 힐끔거릴 때였다.
어린 문어 1마리가 꾸물꾸물 뛰어오며 소리쳤다.
-노, 놈이 옵니다! 베라미! 베라미가 피라미드로 오고 있어요!
“뭐? 베라미 자식이?”
“이런 젠장! 놈에게 들키면 모두 끝장이야! 일단 덮어!”
-서둘러라! 입구를 뭐든 갖다 덮어 놔!
하쿤이 고함을 지르자 문어들이 와글와글 움직이기 시작했다. 긴 작대기 따위를 모아 입구를 막고 공구 같은 것을 쌓아 위장했다. 문어들이 분주히 작업을 하는 사이, 토리와 밀란은 시간을 벌기 위해 베라미가 들어온 곳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영업용 미소를 만면에 띠며 베라미에게 다가갔다.
“아이구, 베라미 님. 여기는 웬 일이십니까?”
“웬일이냐니…….”
베라미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방금 전에 이 피라미드 주변에서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나. 무슨 일이지?”
“글쎄요. 지진이 일어난 이유까지는 저도 모르죠.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 피라미드는 견고한 구조라 그 정도 지진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직접 확인하고 싶으니 한번 돌아봐야겠다.”
“네? 도, 돌아보겠다고요?”
“왜? 문제 될 게 있나?”
“무, 문제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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