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35)
아크 더 레전드-335화(335/875)
[335] SPACE 4. 소울시티 (3)피라미드에서 얻은 새로운 룬 문자 하자스카!
귀암성에 올 때도 필요했던 스킬이니 이번에도 이 룬 문자가 열쇠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아크가 빛에 휘감긴 손으로 하자스카의 룬 문자를 새겼을 때였다.
“헉! 이, 이게 뭐야?”
눈앞에 생각지도 못했던 장면이 펼쳐졌다.
마치 양파처럼 생긴 특이한 모양의 건물이 늘어서 있고, 그사이로 머리와 몸, 딱 둘로 나뉘는 2등신의 외계인들이 일상을 보내듯이 한데 모여 앉아 있거나 돌아다니고 있었다.
다시 말해 마을. 방금 전까지 아무것도 없던 벌판에 갑자기 마을이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마치 80년대 RPG의 NPC 같은 2등신 외계인들이라니…….
‘이 녀석들의 생김새는 둘째치고, 하자스카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볼 수 있게 해 주는 룬 문자다. 결국 이 마을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볼 수 없는 존재들. 일종의 유령 같은 존재라고 해야겠지. 문에 적혀 있는 글의 의미가 이거였어. 열쇠는 그들에게 있다. 다시 말해 이들 중 누군가가 그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뜻이야. 역시 여기서는 하자스카를 사용하는 것이 정답이었어.’
황당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어이, 왜 길을 막고 있는 건가? 비켜.
그때 뒤에서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몸과 1대1 비율의 거대한 머리에 검은 수염을 기른 남자가 수레를 끌고 다가오고 있었다. 아크는 얼른 몸을 돌리고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는 없고. 비키게, 난 바쁘니까.
“혹시 뭐 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뭔가?
“이 마을의 이름이 뭡니까?”
-이 마을은 소울시티라고 하네. 여기가 왜 소울시티라고 불리느냐 하면…… 응? 왜지? 생각해 보니 나도 처음 듣는 것 같은데? 가만? 그러고 보니 내 이름은 뭐지? 아우, 머리 아파. 뭐 아무려면 어때. 머리 아픈 일은 생각하지 않는 게 최고지. 안 그러나?
뭐 이런 생각 없는 NPC가 다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일단 마을 이름은 맞는 모양이다.
-숨겨진 도시 ‘소울시티’를 찾아냈습니다!
-{도시 정보 : 소울시티}-
당신은 인쿼리라는 하이브의 피라미드를 통해 귀암성으로 알려진 수수께끼의 혹성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신비한 룬 문자의 힘으로 아직 누구도 알아내지 못한 마을을 찾아냈습니다. 이 마을은 소울시티. 오래전에 잊힌 존재들의 마을입니다. 따라서 아직 소울시티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는 알아낼 수 없습니다. 단지 소울시티에 사는 사람들이 아직 은하계 어디에서도 보고되지 않은 종족이라는 것 외에는 알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이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면 직접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당신은 극히 일부의 선택받은 사람만이 찾아올 수 있는 숨겨진 도시를 찾아내 모험치를 받게 되었습니다.
※모험치 +1,000
뒤이어 떠오르는 정보창.
소울시티는 모험치를 1,000이나 주는 숨겨진 도시였던 것이다.
‘그나저나 소울시티라니. 영혼 도시? 그럼 정말 이곳은 유령 마을이라는 건가? 그런데 왜 인쿼리의 피라미드가 이런 곳과 연결되어 있는 거지? 그리고 정말 여기에 신기에 숨겨져 있다면 자낙스도 이곳을 찾아왔다는 얘기인데, 대체 왜? 많고 많은 장소 중에 굳이 여기에 신기를 숨겨 놔야 할 이유라도 있는 건가? 젠장, 나까지 머리가 아파지는군.’
아크가 머릿속에서 와글대는 의문을 지우며 다시 물었다.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저는 여기 보이는 이 건물에 용건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문이 잠겨 있군요. 혹시 이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을 아십니까?”
-이 건물?
대가리 큰 사내가 갸웃거렸다.
-어라? 그러고 보니 자네는 어째 처음 보는 사람 같군. 뭐 이 마을 사람 대부분이 기억에 없지만. 자네처럼 머리가 작은 사람은 처음이야. 병이라도 걸린 건가?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만…….”
-음, 건물. 이 건물. 그래, 건물에 대해서 물었었지.
사내와의 대화는 굉장히 피곤했다.
말귀를 제대로 알아듣는 것 같으면서도 딴소리를 하고, 딴소리를 하다가 갑자기 본론에 들어간다.
게다가 머리통의 크기에 비해 아는 것도 없었다.
아니, 아는 게 없는 건지 유령 상태라서 어딘가가 맛이 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작은 머리라니, 끔찍하군. 그래서야 장가도 못 갈 거야. 아니, 그런데 나는 장가를 갔었나? 음, 뭐 아무래도 상관없지. 아, 건물에 대해 물었지? 아니, 나는 이 건물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아마 그럴 거네. 그렇겠지? 하지만 촌장이라면 알고 있을지도 몰라. 그런데 우리 마을에 촌장이 있었나? 아마 있을 거야. 음, 그런 것 같아. 어쩌면 저기 마을 외곽에 따로 떨어진 집에 살고 있을지도. 아니면 어쩔 수 없지만.
아크는 겨우 정보 하나를 건질 수 있었다.
‘어찌 됐든 촌장이라는 사람을 만나 보면 된다 이거지?’
일단 가닥을 잡은 아크는 정신 사나운 사내를 보내고 마을을 가로질렀다.
아크도 가상현실 게임을 하면서 별의별 괴상한 곳을 다 돌아다녀 봤지만 소울시티 같은 곳은 또 처음이다.
어딘지 모르게 귀엽고 아기자기한 건물들, 그 건물들 돌아다니는 2등신 NPC들. 뭐랄까, 어떤 의미로는 무서울 정도로 RPG 세계라는 것이 실감되는 곳이었다.
그렇게 아크가 80년대 RPG의 향수에 젖어 있을 때였다.
‘이건 뭐지?’
길가에 좌판이 펼쳐져 있었다.
그 좌판에 진열된 특이한 형태의 상품들이 아크의 관심을 끈 것이다. 뭐 특이하다고는 해도 대부분 나무를 깎아 만든 조각품이나 용도를 알 수 없는 잡동사니에 불과했다.
그러나 앞쪽에 진열된 2개는 다른 것들과 달리 눈에 확 들어왔다. 야구공만 한 크기의 구체였는데 하나는 붉은 기운을, 다른 하나는 푸른 기운을 뿜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생명의 오브
생명의 힘이 담겨 있는 신비한 오브입니다.
사용 즉시 오브에 담긴 생명의 힘이 해방되며 사용자의 생명력을 100% 회복됩니다.
《생명력 100% 회복》
마나의 오브
신비로운 우주의 기운이 담겨 있는 신비한 오브입니다.
사용 즉시 사용자의 정신, 마나, 포스 등 정신 계열의 힘이 모두 회복됩니다.
《정신, 마나, 포스 100% 회복》
‘헐, 대박!’
할 말을 잊고 만드는 아이템 정보!
회복 아이템 자체가 특이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저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회복 앰플은 님프에 장착 상태로 사용해도 회복량은 500. 물론 상위 버전이 존재하지만 현재 최대량의 회복 앰플도 1,500.
이미 3,600에 도달한 아크의 생명력을 생각하면 정말 목숨이 간당간당할 때는 응급조치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조차 500짜리 회복 앰플의 4배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그런데 오브는 한 방에 생명력 100% 회복!
말하자면 목숨을 여벌로 하나 더 가지고 다니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진 아이템이라는 말이 아닌가. 아크는 이런 아이템이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적도 없었다. 아마도. 아니, 틀림없이 소울시티에서만 구할 수 있는 아이템!
쇼핑을 하다 보면 가끔 있다.
‘산다! 이건 사야 해! 안 사면 손해다!’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상품이 말이다.
생명의 오브와 마나의 오브, 이 2개의 아이템이 그런 상품이었다. 심지어 주변에 다른 유저가 있을 리가 없음에도 당장 사지 않으면 없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러쿵저러쿵해도 아크 역시 어쩔 수 없는 RPG 유저인 것이다.
“이, 이건 얼마입니까?”
-사려고? 그럼 개당 500혼만 내게.
“네? 500혼? 500골드가 아니고 말입니까?”
-골드? 그건 뭔가? 응? 그거라고? 뭐야, 이 누리끼리한 동전은. 뭐 그것도 특이한 물건처럼 보이지만 난 물물교환은 안 하네. 혼. 내가 필요한 건 혼이야. 집에서 나만 기다리는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이 있단 말이야. 응? 있었던가? 아니, 뭐 그건 아무래도 좋지만 어쨌든 난 혼이 아니면 물건을 팔 생각이 없네.
‘이런 빌어먹을, 여긴 화폐가 다른 건가?’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이곳은 소울시티. 즉, 유령 도시다.
유령 도시에서 골드가 통용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혼이라니, 그런 화폐는 들어 본 기억도 없다.
그러나 그냥 가자니 도무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혼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야 일을 해야지.
“그럼 일할 만한 곳이 어디 없겠습니까?”
-쳇, 장사하는 사람에게 별걸 다 묻는군. 하지만 뭐 너도 손님은 손님이니까. 그러고 보니 마을 외곽에서 농장을 하는 친구가 좀 전에 지나가면서 일손이 딸린다고 구시렁거리는 소리를 들었어. 일자리를 찾는다면 거기로 가 보게.
이 부분에서 아크는 잠시 고민했다.
새삼스럽지만 아크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신기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피라미드의 상황을 생각하면 시간이 널널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하던 일을 제쳐 두고 느닷없이 아르바이트라니. 그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나 한 방에 생명력을 만땅으로 채워 주는 회복 아이템이다.
‘신기부터 찾고 시간이 남으면 하는 편이 좋기는 하겠지만…… 가끔 있어, 아이템을 찾으면 방금 전까지 있던 곳이 사라지는 일이. 뭣보다 여기는 소울시티. 왠지 그럴 것 같은 분위기란 말이야. 아니면 신기를 찾자마자 다시 피라미드로 돌아가 버리게 된다든지. 그래, 어차피 아직 베라미와 맺은 계약 기간은 나흘이나 남아 있어. 이미 신기가 있을 만한 곳의 단서를 촌장이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 살 수 있을 때 사 두는 편이 좋겠어.’
아크는 신기 찾기는 잠시 미뤄 두기로 결정했다.
어쩌면 80년대 RPG 스타일의 긴장감 없는 마을 분위기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상인이 알려 준 대로 반대쪽 마을 외곽으로 나가자 상당한 규모의 농장이 나타났다. 의외였던 것은 농장 주인이 처음 대화를 나눴던 수염 난 NPC라는 점이었다.
-어? 자네는?
“네, 좀 전에 만났던 사람입니다.”
-그래, 기억나. 아직 머리가 작아지는 병은 고치지 못했군. 그런데 촌장에 대해 묻지 않았었나? 그래서 내가 가르쳐 준 것으로 기억하는데 왜 나를? 어? 혹시 내가 촌장인가?
여전히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NPC였다.
이런 놈 밑에서 일을 해도 되나 싶었지만 뭐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그건 아닙니다. 실은 갑자기 혼이 필요해서 그런데요. 혹시 제가 할 만한 일이 없습니까?”
-뭐야? 일거리가 필요해서 찾아온 건가? 나는 또…… 깜짝 놀랐네. 흠, 그러고 보니 일거리가 있기는 해. 바로 저걸 잡는 거네.
“저거라면……?”
농장 주인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던 아크의 얼굴이 괴상하게 일그러졌다.
넓은 농장에는 뭔가가 바글거리고 있었다.
본 적이 있다. 마치 젤리 같은 피부에 물방울을 닮은 몸. 거기에 붙어 있는 커다란 한 쌍의 눈알과 헤벌쭉 벌어져 있는 입. 상상이 가는가? 슬라임. 그것도 뉴월드에서 아크가 싸워 본 끈적끈적한 점액질 형태의 괴물형 슬라임이 아닌 80년대 RPG의 마스코트로 군림하던 그 시절의 그 슬라임이었다.
농장 주인이 곤란한 표정으로 거대한 머리를 부여잡고 흔들어 대며 말을 이었다.
-저 녀석의 고기는 젤리처럼 맛이 일품이야. 그래서 키우면 혼이 될 것 같아서 사육을 시작했는데, 막상 다 크고 나니 얼마나 재빠른지 도무지 잡을 수가 없어서 말이야. 게다가 저 생김새를 보게. 의심 한 점 없는 천진난만한 눈동자. 바보처럼 웃고 있는 입. 으윽, 저기에 도저히 칼을 찔러 넣을 수가 없단 말이지.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사이에 숫자가 늘어서 이제 농장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야.
그럼 애초에 키우지를 말든지.
어쨌든 아크는 대강 뭘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저 슬라임을 잡아서 포장육으로 만들면 된다는 말이죠?”
-뭐 그런 거지. 할 수 있겠나, 저 천진난만한 눈을 보고도?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아크는 한때 게임 계를 주름잡던 파이널○타지나 드○곤퀘스트를 하면서 저런 슬라임을 무수히 때려잡았던 용사다.
이제 와서 몇 마리 더 때려잡는다고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물며 레어 아이템을 사기 위해서라면!
“저딴 슬라임은 얼마든지 잡아 드리죠.”
-오오! 정말인가? 자네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을 만나서 다행이야. 그래, 꼭 부탁하네. 부디 잔인하게 퍽퍽 썰어 주게. 일단 10마리를 잡으면 하는 것을 봐서 보수는 섭섭지 않게 챙겨 주지. 난 저렇게 귀여운 녀석들에게 칼질을 해 대는 사람의 머릿속을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지만! 양심 따위는 개나 줘 버리고 닥치는 대로 썰면 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슬라임 잡기》
소울시티에서 농장을 경영하는 주인은 자신이 기른 슬라임을 도저히 직접 잡을 용기가 없어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이에 귀여운 슬라임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칼질을 할 수 있는 당신에게 슬라임 도살을 의뢰했습니다. 보수는 슬라임을 잡는 솜씨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자, 이제 그동안 익힌 검술을 마음껏 발휘해 불쌍한 슬라임을 도륙합시다!
※난이도 : –
어쨌든 아크는 퀘스트를 시작했다.
농장에 들어서자 사방 천지에 슬라임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슬라임 도살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아크가 농장에 들어서자 놈들도 직감적으로 뭔가를 느낀 듯 슬슬 피해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다가가기가 무섭게 엄청난 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끈미끈 탱탱. 둥그런 몸에 피부가 젤리처럼 탱탱하고 미끄러워서 잡았다가도 놓치기 일쑤였다.
더 열 받는 것은…….
-오오! 드디어 잡은 건가? 엇? 빠져나갔잖아? 오오! 잘했다! 역시 내 새끼야! 그래,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촌놈에게 쉽게 잡힐 이 몸의 슬라임이 아니지!
의뢰주는 울타리 너머에서 이러고 앉아 있었다.
‘젠장, 아주 작정하고 노동 의욕을 떨어뜨려 주시는군. 하긴 나도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기는 했어. 오브의 효과를 생각하면 500혼이 적은 금액은 아닐 텐데, 고작 도살 퀘스트 하나에 수십 분이나 걸리면 500혼을 마련하는 데 몇 시간이 걸릴지 장담 못 해. 하지만 혼자서 저렇게 빠르고 미끄러운 놈을 잡는 게 생각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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