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36)
아크 더 레전드-336화(336/875)
[336] SPACE 4. 소울시티 (4)순간 머릿속에서 ‘!’가 떠올랐다.
생각해 보니 아크는 혼자가 아니지 않은가.
언제 어디서든 불러낼 수 있는 아크의 소환수 바우!
“그래, 싸가지없는 놈이지만 어쨌든 소환수. 그런 놈이라도 하나 더 있으면 슬라임 잡기가 한결 쉬워질 거야. 바이우스 실드! 바우 소환!”
아크는 곧바로 바우를 불러냈다.
이제 꽤 자라서 1미터 정도 크기가 된 크리스털 골렘 바우. 그런데 막상 불러내 보니 바우의 상태가 좀 이상했다.
평소에는 ‘아, 또 뭐냐?’라든지, ‘후후후, 이 몸의 도움이 필요한가?’라는 멘트를 날리며 나타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처음 불려나온 것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뭐야? 왜 그래? 뭐 잘못 먹었냐?”
-엇? 형님!
“형님?”
-접니다! 저! 바사크입니다!
* * *
-이쪽이네.
하쿤이 한쪽을 가리켰다.
그 손길을 따라 시선을 돌리는 사람은 토리와 밀란이었다.
피라미드에 지진이 일어난 직후, 갑자기 들이닥친 베라미를 돌려보내자 어린 문어가 다급하게 둘을 찾아왔다. 이유는 바로 하쿤이 가리키는 방향에 있는 것 때문이었다.
-베라미가 돌아간 이후에 다시 작업을 하기 위해 들어왔네. 그런데 지진의 영향으로 지지대를 받쳐 두지 않았던 굴이 무너져 내려 있었네. 그래서 토사를 치우고 있는데 갈라져 있던 천장이 무너져 내리더니 저런 통로가 나타났지 뭔가?
“저건…….”
“무라트가 만들어 놓은 통로야. 이 피라미드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장소가 남아있었던 거야.”
밀란이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가끔 이런 경우가 있지.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던 뭔가가 우연한 기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그리고 이런 식으로 숨겨져 있는 곳에는 보통…… 대박이 숨겨져 있지.”
“그럼 뭘 보고 있어? 당장 가 보자고!”
“멍청아, 물러나!”
밀란이 뛰어 들어가는 토리의 뒷덜미를 잡아챘을 때였다.
슈슈슈슈! 슈슈슈슈! 슈슈슈슈!
토리의 코앞으로 수십 개의 쇄기가 스쳐 지나갔다.
“힉! 뭐, 뭐, 뭐, 뭐야, 이게?”
“휴! 이 멍청한 햄스터 자식! 죽고 싶어 환장했냐? 여기는 다른 지역과 달라. 밖의 통로와 이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숨겨 놓은 장소잖아. 당연히 방범 장치 하나쯤은 있지 않겠어? 아니, 상황을 보면 이 통로에는 함정이 쫙 깔려 있을지도 몰라.”
“윽! 그, 그럼 어떡하지?”
“뭐 평소라면 형님에게 알리는 게 먼저겠지만…….”
아크는 쫄쫄이 상태로 중앙광장에 대자로 누워 있었다.
뭐 돌연사한 것처럼 보이지 않아 일단 뒤처리―플라이의 영상 조작―을 해 두기는 했지만 그런 아크의 모습은 처음이라 대체 언제 정신을 차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런 수상한 통로를 언제까지나 방치해 둘 수도 없는 일.
그러나 밀란의 표정에 초조함 따위는 없었다.
“그동안 너무 형님에게만 의존한 감이 없지 않지. 하지만 말이야. 사실 이런 쪽으로는 형님보다 내가 전문이야. 내가 바로 트레져헌터 밀란이라고.”
빠직, 푸슈슈슈슈!
밀란의 손에서 푸른빛이 터져 나왔다.
트레져헌터가 유적 탐사에 많이 사용하는 지속형 조명탄이었다. 조명탄이 터지자 통로가 대낮처럼 밝아졌다.
“형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여기는 우리가 탐사해 보자고.”
밀란이 앞서 들어가며 씨익 웃었다.
* * *
“에? 바, 바사크? 바사크라니 그게 무슨?”
바우의 주장에 아크가 당혹성을 터뜨렸다.
무라티우스타의 경험으로 아크는 바이우스 실드에 카사인의 후예 바사크의 영혼이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바사크는 선대 카사인들의 의지 속에 녹아들어 자아를 잃었다. 그래서 싸가지없는 골렘으로 재탄생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바사크라니?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한 바우의 대답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모른다고?”
-네, 트라이포스에서 세트와 싸우다가 제 의지를 바이우스 실드에 불어넣은 것까지는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해할 수가 없군요. 원래 바이우스 실드에 의지를 불어넣으면 선조들의 거대한 의지에 흡수되어 자아를 잃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제 자아가 남아 있는 걸까요?
그러니까 그게 궁금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저렇게 말하는데 더 무슨 질문을 하겠는가?
-사실 꿈을 꾼 것처럼 몽롱하게 몇 가지 단편적인 기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마치 그 뒤로 굉장히 오랜 시간이 흐르고 그사이에 실드의 주인이 몇 번이나 바뀐 것 같은. 하지만 아직 형님이 계신 걸 보니 역시 꿈이었나 봅니다.
그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아크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만약 바사크의 자아가 완전히 돌아온 것이라면 설명해 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뭔가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크가 소울시티에 와 있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였다.
소울시티의 주민들은 본래 보이지 않는 존재들. 즉, 유령이다. 그리고 육체를 버리고 의지만 바이우스 실드에 담겨 있는 바사크도 어떤 의미에서 보면 유령.
아마도 소울시티의 어떤 힘이 바이우스 실드에 담겨 있던 바사크의 의지와 상호작용을 일으켜 일시적으로 자아를 되찾은 모양이다. 뭐 실제로 어떨지는 다시 인쿼리로 돌아가 봐야 알겠지만.
‘바사크의 자아가 계속 남아 있으면 좋을 텐데.’
바우는 레벨이 올라갈수록 부쩍 더 싸가지가 없어지고 있었다. 일단 아직까지는 주인 대접을 해 주고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만 이런 추세로 가면 조만간 반항기에 접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몸이 돌덩이라 맞아도 아픈 줄을 모르는 놈이라 아직 아크는 버르장머리를 고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바우의 머리통을 충성도 만땅의 바사크로 바꿔버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땡큐!
‘뭐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겠지만.’
일단 아크는 큰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무라티우스타에서 내내 함께 지내던 바사크. 그러나 마지막 전투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쿠휀처럼 충분한 작별 인사도 못 하고 헤어져야 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는데 비록 바우의 모습이라도 바사크를 만나니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불러내셨습니까?
“아, 그렇지.”
그러나 느긋하게 옛날 얘기나 할 상황은 아니었다.
지금 아크에게는 500혼을 벌어 오브를 사겠다는 야망(?)이 있는 것이다. 아크가 그런 상황을 설명해 주자 바사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가슴을 탕탕 쳤다.
-그렇군요. 잘하셨습니다. 저 바사크, 죽어서라도 형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니 기쁘기 한량이 없습니다. 온 힘을 다해 도와 드리겠습니다!
그리하여 바사크 합류!
확실히 바사크가 합류하자 슬라임 잡기가 한결 쉬워졌다.
본래 바사크는 가디언. 비록 지금은 작은 크리스털 골렘의 몸을 하고 있었지만 상당한 전투 경험을 거친 가디언이라 굳이 명령하지 않아도 재빨리 상황을 판단해 슬라임을 몰아왔다. 덕분에 드디어 슬라임 1마리를 캐치!
“후후후! 자, 이제…….”
아크가 이퀄라이저를 뽑아 들고 씨익 웃었다.
그러자 슬라임이 움찔움찔하며 커다란 눈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뭐냐, 이 굉장히 나쁜 짓을 하는 기분은?
그러나! 자랑은 아니지만 아크는 일단 목표가 생기면 피도 눈물도 없이 해치우는 유저였다.
슥삭! 슥삭! 슥삭!
아크는 눈을 질끈 감고 슬라임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아크는 기겁했다. 광선검으로 젤리 같은 슬라임의 몸이 반으로 가르자 갑자기 시뻘건 창자가 철퍽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와 함께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
80년대 RPG의 아기자기하고 밝은 분위기인데 왜 하필이면 이것만 리얼 100%란 말인가!
개그냐? 이것도 개그라고 만들어 놓은 거냐?
제작자가 있으면 묻고 싶은 기분이다.
-흑! 정말 이제 형님도 제대로 된 전사시군요. 예전에는 벌레 1마리도 제대로 못 죽이시더니 이제는 이런 귀여운 동물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쩍쩍 갈라 버리다니. 형님의 성장에 이 바사크는 감동! 이제야 저도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모처럼 만난 바사크는 이딴 소리나 하고 있다.
정말이지 왜 이딴 슬라임 도살을 시작했나 싶다. 그러나 이미 시작해 버렸다. 하던 일을 도중에 내팽개친다는 것은 아크 사전에 있을 수 없는 일!
‘자고로 사람은 다른 생물의 희생 없이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다. 고기에 환장하면서 돼지나 소를 불쌍하다고 하는 것은 위선! 소든 돼지든 슬라임이든 가축은 가축일 뿐이다!’
슥삭! 슥삭! 슥삭! 슥삭! 슥삭! 슥삭!
아크는 철저하게 이론 무장을 하고 슬라임을 해체해 나갔다. 그렇게 슬라임 10마리를 도살하고 받은 보수는 10혼. 많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했지만.
‘오브 하나 사려면 이 짓을 50번이나 해야 한다는 거야?’
막상 보수를 확인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그러나 일단 사두면 목숨이 여벌로 생기는 것과 같은 효과의 아이템이다.
‘이번에 걸린 시간은 10분.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이었고 바사크와 대화를 하느라 까먹은 시간도 제법 된다. 일단 잡기만 하면 해체하는 것은 순식간. 요령을 익혀 슬라임을 잡는 시간을 줄이면 절반. 아니, 2~3분이면 퀘스트 하나를 끝낼 수 있어. 따라서 대략 2~3시간이면 500혼을 모을 수 있다. 2~3시간으로 오브 하나라면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다!’
아크는 인내심을 가지고 슬라임 해체를 계속했다.
그렇게 대략 1시간 30분. 확실히 반복 작업을 계속하자 점점 속도가 붙어 3~4분에 퀘스트 한 번을 끝내 그사이에 스물여섯 번. 260혼을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퀘스트를 끝내고 농장 주인에게 보상을 받으러 갔을 때였다.
-오오! 벌써 됐나? 계속 잡아 주게. 슬라임 고기, 완전 인기 폭발이야!
농장 주인이 슬라임이 불쌍하네, 어쩌네 하던 주제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어 검은 구슬처럼 생긴 혼을 건네주다가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갑자기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 치며 떠듬거리기 시작했다.
-어, 어둠이…… 어둠이 온다…… 어둠이…….
“어둠?”
아크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농장 주인의 말처럼 저 멀리에서 어둠이 밀려오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건 귀암성이 지구처럼 자전自轉해 이 성계의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며 낮이 밤으로 바뀌는 현상에 불과할 뿐, 딱히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
“저 어둠이 어쨌다는…….”
아크가 별스럽지 않은 얼굴로 다시 농장 주인을 돌아봤을 때였다.
갑자기 농장 주인의 몸이 하얀 연기처럼 변하더니 사라지는 게 아닌가? 그만이 아니었다. 농장도, 슬라임도, 그 외의 마을 건물이나 주민들도 연기처럼 변해 사라졌다.
순간 하자스카의 효과가 사라졌나 싶었지만 재 발동시켜 놓은 지 아직 30분밖에 되지 않은 상태였다.
“대체 뭐야? 설마 시간제한이 붙어 있던 거였어?”
[형님, 저기를 보십시오!]그때 바사크가 뒤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귀암성은 작은 혹성이라 그런지 자전 속도가 빨라 밤으로 변하는 과정이 농장 주인의 말처럼 어둠이 밀려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어둠과 함께 뭔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어둠이 내리는 대지에서 뭔가가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기괴한 살덩이가 뒤엉킨 몬스터들이었다.
* SPACE 5. 1hour 45minute (1)
딸랑.
카페 문이 열리며 한 청년이 들어섰다.
그리고 입구에 서서 잠시 테이블을 둘러보았다.
약속을 잡은 사람을 직접 만나 보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그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평일 오후라 손님이 많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갤럭시안에서 만났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지는 남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청년은 망설임 없이 그에게 다가갔다.
“발렌시아인가?”
남자가 청년을 돌아보았다.
“피차 그쪽 이름을 쓰는 게 낫겠지? 나는…….”
“……호크.”
남자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청년이 말한 대로 의자에 앉아있는 남자는 갤럭시안에서 발렌시아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유저였다. 그리고 피식 웃으며 맞은편에 앉는 청년은 호크. 현실에서는 특별할 것 없는 청년으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갤럭시안에서는 은하계를 주름잡는 세븐소드의 일원으로 활약하는 유저였다.
그 두 사내가 현실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앉았다.
“만나자고 한 용건이 뭐지?”
“알 텐데? 우리 둘의 공통 관심사는 하나밖에 없지 않나?”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
“아크에게 복수하는 것은 이제 포기한 건가?”
호크가 지나가는 말투처럼 가벼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부하를 시켜 그동안 네 행적을 조사했다. 임펠투스에서 아크에게 당한 이후, 쥬벨 후작과도 연락하지 않고 개척지의 사냥터를 돌아다니며 몬스터만 잡고 있었다더군. 몇 번인가 용병으로 고용된 적이 있지만 그 외에는 다른 유저들과 만나지도 않고. 그래서 아크에게 당한 기억도 잊어버리고 그냥저냥 게임이나 하면서 지내기로 한 건가 싶었는데…….”
호크의 시선이 발렌시아의 옆자리로 옮겨 갔다.
발렌시아의 옆에는 둥그렇게 말린 검은 도복이 놓여 있었다. 호크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배알 없는 친구는 아닌 것 같아 안심했다.”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손을 잡자는 말이다.”
호크의 말에 발렌시아의 미간이 불쾌감으로 일그러졌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나? 조사단 퀘스트를 시작할 때, 타투인에서 너는 분명 내게 아크를 넘겨주겠다고 했다. 그래, 그 약속은 지켰지. 하지만 너는 그 정보를 붉은학살자에게도 팔았다. 처음부터 너는 나를 믿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네 밑으로 들어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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