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37)
아크 더 레전드-337화(337/875)
[337] SPACE 5. 1hour 45minute (2)“결과적으로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지. 내가 파악한 바로는 붉은학살자가 나타났을 때 너는 이미 아크에게 패배한 상태였다고 들었는데? 내 말이 틀린가?”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나?”
“아니, 그런 문제다.”
호크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타투인에서 분명 얘기했을 것이다. 나는 쥬벨이나 너와 손을 잡는 것이 아니라고. 단지, 조사단에서 아크를 떼어내고 싶을 뿐이라고. 내 입장에서는 그 일을 누구 손으로 이루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방법을 택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너도 실패했지.”
발렌시아가 비웃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도 얘기는 들었다. 결국 조사단의 최고 공적자 자리를 아크가 꿰찼다는. 너도 꽤나 자존심이 상하겠군. 단장이라는 자리에, 일부러 방해 공작까지 하고도 아크에게 밀렸으니. 그래서 겁이라도 먹은 건가? 아크가 무서워지기라도 한 건가?”
“부정하지 않겠다.”
“뭐?”
“나는 아크의 실력을 잘못 판단했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이미 갤럭시안에서 손꼽히는 세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내가 어느 정도 출혈을 감수하면 아크 따위는 언제든지 박살 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어. 이제 인정하는 수밖에 없지, 뉴월드 최강자라는 자리는 그저 운이 좋아서 얻은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뭐? 지금 뭐라고 했지? 뉴월드 최강자? 그럼 놈이 진짜 그…….”
“모르고 있었나?”
호크의 질문에 발렌시아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발렌시아도 게임 경력이 적지 않은 만큼 아크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다.
맨손으로 시작해서 무수한 강적을 제치고 뉴월드 최강자로 우뚝 선 전설의 게이머 아크!
그러나 발렌시아가 아크를 처음 만난 곳은 벨타나.
당시 발렌시아는 기갑부대장이었고, 아크는 한낱 죄수에 불과했다. 전장에서는 총알받이로 쓰이고 기지에서도 식량을 구하지 못해 굶어 죽기를 밥 먹듯이 하던 죄수. 그런 놈이 아크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한들, 그가 전설의 게이머 아크라고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적어도 발렌시아는 하지 않았다.
“그게 사실인가? 놈이 정말 그 아크라고?”
“사실이다.”
호크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충분히 경계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런 내 마음에도 빈틈이 있었던 모양이다. 뉴월드에서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 하지만 이제 그런 실수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제 아크는 어느 정도 출혈을 감수하면 박살 낼 수 있는 적이 아니라, 모든 것을 걸고 부딪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적이다.”
“그래서 전면전이라도 할 생각인가?”
“때가 되면.”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건가?”
“확실하게 적을 쓰러뜨리는 방법이 뭔지 아는가?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길 수 있을 때 싸우는 것이다.”
“지금은 자신이 없다는 말인가?”
“자신이 없는 게 아니라 싸워도 이득이 없다는 말이다.”
호크가 팔짱을 끼고 의자에 깊이 몸을 묻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지금 아크의 본거지는 은하연방의 영역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아크를 공격할 기회는 놈이 개척지를 돌아다닐 때뿐이지. 놈을 감시하다가 그때 아크를 죽인 들,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어. 오히려 아크의 경계심만 돋우게 되겠지.”
“실제로 아크에게 대미지를 줄 수는 없다는 말이군.”
“그런 거지. 하지만 은하연방의 영역 안에서는 세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니 늦건 빠르건 아크도 언젠가는 개척지로 나올 수밖에 없다. 애초에 어느 정도 세력을 키우면 개척지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게 갤럭시안이야. 결국 모든 승부는 개척지에서 나게 되어 있지. 그러니 아크의 본거지가 은하연방에서 개척지로 옮겨질 때.”
그때가 전면전의 때!
단 일격으로 아크가 쌓아 온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는 때! 비로소 호크가 모든 것을 걸고 부딪칠 가치가 있는 전쟁을 시작할 수 있는 때다.
물론 그때가 올 때까지 호크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말했듯이 호크가 아크와 전면전을 시작하는 것은 이길 수 있을 때. 그런 기회는 기다리기만 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기회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내는 것.
호크가 발렌시아를 찾아온 이유가 그것이다.
“그때까지 아크를 감시하고 견제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게 나란 말인가?”
“필요한 지원은 얼마든지 해 주겠다.”
발렌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호크의 짐작대로 아직 발렌시아는 아크에 대한 원한을 잊지 않았다.
‘이제 와서 뭘.’이라고 물으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이미 이득이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자존심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싫다. 그러기에는 이미 자존심도 산산이 부서졌으니까. 굳이 이유를 붙이자면 집착,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오기다.
그러나 발렌시아도 알고 있었다.
개척지에서 아무리 몬스터를 때려잡아도, 도장에서 아무리 목검을 휘둘러 대도, 이미 아크와 자신 사이에는 메워지지 않는 차이가 벌어져 버렸다는 것을 그리고 그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지기만 할 뿐이라는 것을.
‘하물며 놈이 뉴월드의 아크라면…….’
이제 혼자 힘으로 아크를 상대하기는 무리였다.
그런 발렌시아에게 호크의 제안은 확실히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그러나 발렌시아는 단지 쓰고 버리는 도구 따위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마지막에 아크를 쓰러뜨리는 것은 호크가 아닌 자신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크는 내 손으로 끝장을 낼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도 그것이다.”
호크가 입 끝을 치켜 올리며 대답했다.
“뭔가 오해를 한 모양이군. 나는 네게 아크를 넘겨 달라고 말하고 있는 게 아니다. 내 부하가 되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네가 아크를 쓰러뜨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다. 아니, 네가 아크를 쓰러뜨릴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모든 지원을 해 주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게 있다면 그 역시 모두 네 몫이다.”
“그래서 네게 얻어지는 게 뭐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 일단 내 얘기는 여기까지. 이제 네가 대답할 차례다. 발렌시아,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나?”
“내가 손해 볼 일은 없다는 말이군.”
“그게 핵심이지.”
호크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발렌시아는 그런 호크를 잠시 바라보다가 끄덕였다.
“좋아. 그 지원이라는 것. 한번 받아 보지. 하지만 너무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아. 말했듯이 나는 네게 이용당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할 생각도 없다. 너처럼 다시 내가 아크와 싸우게 된다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뿐이다. 네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아.”
“내가 사람을 제대로 고른 것 같군.”
호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무턱대고 덤빌 줄만 아는 놈은 필요 없어. 서두를 필요는 없다. 아니, 서둘러서는 안 된다. 먼저 힘을 키워라, 적어도 놈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아니, 숨통을 끊을 힘이겠지.”
발렌시아가 도복을 힘주어 움켜쥐며 덧붙였다.
* * *
콰콱! 콰콱! 콰콱!
검은 사슬이 날아와 바위에 박혔다.
그사이로 한 사내가 몸을 날리며 빠져나왔다.
사슬을 날린 검은 형체들의 붉은 눈동자가 사내를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다시 사슬을 휘두르려는 순간, 급격히 방향을 틀어 놈들에게 달려드는 사람은 아크!
“디펜스 브레이크!”
아크의 다리가 번개처럼 움직였다.
이어 쩡 소리가 울리며 방어 자세를 취하던 검은 형체가 휘청거렸다. 그때 이미 아크는 검은 형체 무리의 중심으로 파고 들어간 상태였다. 그리고 확 뿜어져 나오는 백색 검광!
“카프레 검술 3식, 갤럭시 소드! 회回!”
검광의 잔상이 그대로 칼날로 변하며 부챗살처럼 펼쳐졌다. 그리고 아크를 중심으로 맹렬히 회전하며 검영의 회오리를 만들어 냈다.
검영으로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는 갤럭시 소드의 변형 기술 회! 검영이 회전하며 퍼져 나가자 주위에 몰려 있는 검은 형체들이 순식간에 갈가리 찢겨 사라졌다.
그러나 그것도 한순간에 불과했다.
우우우우! 우우우우!
한 컵 퍼 올린 자리에 다시 물이 고이듯, 공백이 생긴 공간에 또 다시 검은 형체들이 몰려들었다. 그와 함께 날아드는 수십 개의 갈고리!
-폭쇄!
그때 옆에서 바사크―바우―가 양팔로 바닥을 찍으며 웅크렸다. 동시에 머리 부분이 송곳처럼 변해 솟아나오며 한 방향의 검은 형체들을 찍었다. 압력에 떠밀리듯 튕겨 날아가는 검은 형체들. 그 사이로 아크가 몸을 날리며 뛰어나왔다.
“바사크, 잡아라! 뛰어내린다!”
아크가 바사크의 팔을 움켜쥐고 높은 바위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러자 갈고리를 날려 대던 10여 마리의 검은 형체들이 괴성을 터뜨리며 뒤따라 뛰어내렸다.
그리고 바닥에 내려서 번들거리는 눈으로 주위를 훑어보았다. 그때 놈들의 발밑으로 작은 구체가 서너 개가 굴러왔다. 안전핀이 제거된 수류탄!
퍼퍼퍼펑! 퍼퍼퍼펑! 퍼퍼퍼펑!
뒤이어 일대를 진동시키며 뿜어진 불길이 놈들을 뒤덮었다. 불길과 폭염에 휩싸여 갈가리 찢겨지는 검은 형체들. 바사크의 팔을 움켜쥔 아크가 원반에 몸을 싣고 시커먼 폭연 사이를 뚫고 솟아나온 것은 그다음이었다.
아크가 타고 있는 원반은 에어보드인 슈퍼보드!
“이대로 뚫고 나간다! 소닉 소드!”
-우오오오! 폭쇄!
거친 암석 지대를 스치듯 날아가는 슈퍼보드 위에서 검기와 크리스털 송곳이 폭사되었다.
10여 마리의 검은 형체가 볼링공에 맞은 핀처럼 사방으로 튕겨 날아갔다. 아크는 슈퍼보드에 가속도를 붙여 그 사이를 뚫고 나갔다. 그리고 체중을 이동해 급격히 방향을 선회, 입으로 안전핀을 물어뜯은 수류탄을 하나씩 떨어뜨렸다.
퍼퍼퍼펑! 퍼퍼퍼펑! 퍼퍼퍼펑!
슈퍼보드의 궤도를 따라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폭발!
갈고리를 날리며 뒤쫓던 검은 형체들이 차례차례 폭발에 휘말려 사라졌다. 그렇게 잠깐 사이에 30여 마리의 검은 형체가 사라졌지만 아크의 얼굴에 여유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 주위에는 그 몇 배나 되는 놈들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당장 눈에 보이는 놈들이 아니었다.
‘젠장, 설마 이런 함정이 있을 줄이야.’
지금 아크의 주위로 몰려드는 검은 형체들.
놈들의 정체는 바로 귀암성의 어둠과 함께 나타난, 검은 살덩이가 엉겨 붙은 기괴한 형태의 몬스터들이었다.
아크는 그렇게 느닷없이 몬스터의 습격을 받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당연히 당혹스러웠지만 한 차례 놈들과 싸워 보고 나서는 오히려 안심했다.
드레그라는 이름의 이 몬스터들은 숫자는 엄청나게 많았지만 레벨은 70~80대.
아크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었다.
당연히 전투는 일방적. 거의 학살하다시피 놈들을 짓밟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쉬지 않고 죽여도 놈들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무한 증식!
그게 드레그의 무서운 점이었다.
마치 개미집에서 개미가 쏟아져 나오듯 끊임없이 늘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놈들을 상대하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었다. 죽을 때까지 싸우거나…….
텅-!
그때 둔중한 울림과 함께 슈퍼보드가 우뚝 멈춰 섰다.
드레그들이 날려 대는 갈고리 중 하나가 슈퍼보드에 박힌 탓이다. 빠르게 날아가던 슈퍼보드가 갑자기 멈춰 서자 아크와 바사크는 관성을 이기지 못하게 앞으로 튕겨 날아갔다.
아크는 재빨리 낙법을 펼치며 일어나 숨 쉴 틈도 없이 이퀄라이저를 휘둘렀다.
위잉! 위잉! 부우우웅! 위잉!
백색 검광이 회전하며 날아드는 갈고리들이 튕겨 나갔다.
그러나 아무리 아크라도 이런 상황에서 모든 갈고리를 쳐 낼 수는 없었다. 몇 개의 갈고리가 몸을 긁으며 생명력을 빨아갔다. 고작 60~70레벨 몬스터의 공격이라도 대미지가 한꺼번에 중첩되니 빨대를 꽂아 빨아먹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생명력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더! 더…….’
적에게 둘러싸였을 때는 잡다한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머릿속에 있어야 하는 생각은 오직 하나, 생존! 살겠다는 의지만이 필요할 뿐이다.
아크는 바사크와 함께 드레그의 포위를 뚫고 파도가 그대로 굳어 버린 것처럼 만들어진 바위 아래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등을 벽에 붙인 채 썰물처럼 밀려드는 드레그에게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수많은 드레그가 죽고 그 숫자만큼 아크의 몸도 상처로 뒤덮였다.
그렇게 무아지경에 빠져 처절한 전투를 벌일 때였다.
-형님, 왔습니다!
아크가 퍼뜩 정신을 차린 것은 그때였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 아크의 눈에 희망의 빛이 번졌다.
우글대며 몰려드는 드레그 떼 너머, 마치 파도가 밀려오듯 빠르게 다가오는 것은 문자 그대로 빛! 귀암성의 자전에 따라 밤이 끝나고 새벽이 밝아 오고 있는 것이다.
드레그를 상대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것!
우우우우! 우우우우!
빛이 다가오자 드레그들이 괴성을 터뜨리며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밝아 오는 빛을 피할 수는 없는 법. 결국 빛에 휩싸이며 모래처럼 잘게 부서지며 사라져갔다.
그렇게 수백 마리의 드레그가 사라지기까지는 불과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제야 아크는 털썩 주저앉아 참았던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헉헉헉! 이번에도 살아남았다!”
이번에도.
그렇다. 아크가 드레그와 싸운 것은 처음이 아니다.
슬라임 도살 퀘스트를 진행하다 갑자기 드레그의 습격을 받은 아크와 바사크.
그때 아크는 몇 번이나 죽기 일보직전까지 몰렸었다.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꾸준히 올려 놓은 레벨과 빵빵하게 챙겨 놓은 아이템 덕분이었다.
‘실버스타가 떠나기 전에 혹시나 싶어 소모품을 넉넉하게 챙겨 둔 게 천만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