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42)
아크 더 레전드-342화(342/875)
[342] SPACE 6. 세 번째 신기. 그리고? (4)레주트의 몸속으로 뛰어든 순간부터 아크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엄청난 속도로 빨려 나가는 생명력을 볼 시간도 없었다.
일단 스킬이 발동되면 제어하기 힘든 18연타로 구슬을 부수는 것 외에는 다른 데 신경 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도망치는 레주트를 무장?결박으로 잡은 것도 거의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그래서인지 레벨 업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면서도 이겼다는 실감이 들지 않았다.
“만약 놈이 도망갈 때 반응이 조금만 늦었어도…….”
남아 있는 생명력은 고작 3%.
놈이 먼저 포탄이라도 날렸다면 경험치를 먹는 것은 레주트이었으리라.
“뭐랄까…… 아무래도 이전보다 감이 떨어진 것 같아.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사실 어려운 보스도 아니었는데…… 한창 뉴월드를 하던 시절이었으면 좀 더 빨리 약점을 찾았겠지. 뭐 뉴월드에서는 이렇게 약점을 찾아 공략해야 하는 보스가 대부분이었으니까.”
한숨 돌린 아크가 주섬주섬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결과적으로 이기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고전할 상대는 아니었다. 뉴월드에서 마스터 코드를 얻은 탓에 무뎌졌던 전투 감각은 이제 많이 되살아났다. 때문에 방심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부분에서 아직 부족한 면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반성은 여기까지.
“갑자기 놈이 나타나는 바람에 다 읽지는 못했지만 자낙스의 메시지에는 분명 여기에 배틀슈트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뭔가를 준비해 두었다고 했어.”
그게 뭔지는 이미 대강 짐작이 되었다.
레주트. 그러니까 검은 기류 속에 있던 갑옷 형태의 갑각.
그게 하이퍼 드론과 같은 재질로 되어 있던 것은 우연이 아니리라. 아니나 다를까, 주위를 둘러보니 갑옷 형태의 갑각이 원형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아크가 기대감에 눈을 반짝이며 갑각을 집어 들었을 때였다. 갑각이 진동하며 정보창이 떠올랐다.
-새로운 <솔리드 아머 : 파이어탐>을 획득했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배틀슈트에는 아직 등록된 솔리드 아머가 없습니다.
[솔리드 아머 : 파이어탐]을 배틀슈트 하이퍼 드론의 솔리드 아머로 등록하시겠습니까?(YN)“솔리드 아머?”
솔리드 아머라면 이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잿빛 혹성에서 호크의 계략에 의해 적 기지에 갇혔을 때, 퍼거슨이 사용한 적이 있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솔리드 아머는 배틀슈트의 추가 장비. 배틀슈트에 특화 병기를 추가시킴으로써 성능을 증폭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장비품이었다.
“하지만 개발된 지 얼마 안 됐다고 하던데…….”
무라트는 이미 수백 년 전에 같은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크는 좀 실망스러운 감이 없지 않았다.
확실히 솔리드 아머는 상당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유저들이 많이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조작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이 좋지 않아 배틀슈트의 사용 시간을 급감시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가격은 엄청나게 비싸 차라리 배틀슈트를 개조해 기본 성능을 올리는 편이 낫다. 사실 아크 역시 그냥 하이퍼 드론의 레벨이 올라가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물은 솔리드 아머.
“그래도 이건 공짜니까.”
그리고 솔리드 아머라는 것을 한 번쯤은 써 보고 싶기도 했다. 하물며 공짜라면 두말할 나위 없이 땡큐!
“솔리드 아머 등록!”
-하이퍼 드론에 <솔리드 아머 : 파이어탐>이 등록되었습니다.
솔리드 아머(파이어탐) : 여러 마리의 드론을 융합시켜 만든 추가 장갑 형태의 배틀슈트입니다. 솔리드 아머는 기본적으로 배틀슈트를 입은 상태에서만 소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솔리드 아머를 추가 장착하면 배틀슈트의 성능은 올라가지만 마나 소모량이 많아져 지속 시간이 30% 경감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단기전에서는 최강의 화력을 선사합니다.
《솔리드 아머 장착 시 방어력 30% 상승, 이동속도 -20%》
《솔리드 아머 추가 시 사용 가능한 기술(융단폭격) : 파이어탐은 여러 가지 타입의 솔리드 아머 중 화력에 특화된 아머입니다. 파이어탐 기갑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소형 유도탄을 생성, 배틀슈트와 연동해 적을 타깃으로 잡고 동시에 최대 12발의 포탄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이 포탄은 배틀슈트에 충전된 마나를 사용하며 포탄 1발에 3%가 소모됩니다. 포탄의 공격력은 배틀슈트의 레벨에 따라 달라집니다.》
“융단폭격이라…….”
일단 기술 이름 하나는 마음에 든다.
* SPACE 7. 노예 해방 전선 (1)
“후후.”
아크의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귀암성이나 소울시티에서는 이래저래 좀 좌충우돌하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리고 자낙스가 대체 뭘 조사하고 다녔었는지도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당장은 그런 자잘한 문제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기분이었다.
이번 소울시티 여행.
꽤 헤맨 감은 있지만 그만한 보상을 받은 것이다.
일단 세 번째 신기 팬텀 부츠와 솔리드 아머 파이어탐. 그러나 아크가 소울시티에서 얻은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보스와 싸우느라 건너뛰었지만, 팬텀 부츠를 처음 장착시켰을 때 이런 정보창이 떠올랐었다.
-세트 아이템 효과가 적용되었습니다.
갤럭시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아이템은 역사적으로 서로 깊은 연관이 있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유명한 사건과 연관이 있거나, 전설적인 영웅이 사용하던 한 벌의 장비품 등이 그런 종류입니다. 이런 세트 아이템은 일정 숫자 이상 갖춰지면 새롭게 추가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갤럭시안의 역사와 전설을 조사하면 세트 아이템을 수집할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현재 장착한 세트 아이템 : 전설의 전사
<바이우스 실드>, <쿠휀의 보갑>, <팬텀 부츠>, <??>, <??>
전설의 전사 세트를 3종 갖춰 1단계 세트의 효과가 적용되었습니다.
《1단계(각성覺醒) : 힘, 민첩, 체력+10. 방어력+20》
세트 아이템 효과!
시리즈 아이템을 모았을 때 주어지는 보너스였다.
원래 세트 아이템 효과는 일종의 보정치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좋은 장비품이라도 레벨 50대 장비품이 레벨 100, 150대도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레벨 50대의 유니크 아이템이 레벨 100대의 매직템보다 못하고, 150대의 일반 템보다 떨어지는 상황은 게임을 하다 보면 흔히 겪게 되는 것이다.
반면 세트 아이템을 모두 갖추는 데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힘들게 세트 아이템을 갖춰도 그사이에 레벨이 올라가면 이전의 이미 매직 템보다 못하게 되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 세트 아이템 효과.
추가적으로 보너스를 제공함으로써 시리즈 아이템의 가치를 유지시키는 것이다.
물론 아크의 경우는 좀 달랐다.
아크가 찾은 신기는 아직 레벨 150대의 레어 템과 비교해도 성능이 더 뛰어난 수준. 그럼에도 세트 아이템 효과가 추가로 적용된 것이다. 힘과 민첩, 체력이 각각 10이나 올라가고, 방어력까지 20 추가!
‘뭐 지금 내 레벨에서 그리 높은 보너스는 아니지만…….’
아직 신기는 두 가지가 더 남아 있다.
세트 아이템 보너스도 아직 더 올라갈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사실 세트 아이템 효과는 팬텀 부츠에 덤으로 딸려온 효과. 새삼 뭔가를 얻었다고 할 만한 보너스는 아니었다.
진짜는 그다음!
레주트를 해치우고 다시 자낙스의 메시지를 읽을 때였다.
이제 그대도 초보자가 아니다.
엘림의 계승자가 되고 여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을 터.
성소의 수련관과 라쿤카, 그리고 소울시티까지. 많은 어려움을 이겨 내고 이곳까지 이르렀다는 것은 그대가 이미 한 사람의 전사가 되었다는 의미겠지.
그것으로 그대는 이미 자격과 재능을 증명하였다. 이에 선대의 유지를 받들어 이제부터 그대에게 위대한 엘림의 시조, 카프레가 남긴 엘림 전투술을 전수해 주겠다.
메시지는 여기까지.
뒤이어 화면은 동영상으로 바뀌었다.
예전에 사이코키네시스를 배울 때처럼 영상은 1인칭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는 돌진 공격이었다. 방패를 든 적이 몰려오고 있을 때, 자낙스가 검을 활처럼 당겼다가 화살처럼 쏘아져 나가며 10여 명의 적을 관통하는 호쾌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두 번째는 좀 특이한 공격이었다.
자낙스는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과 난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자낙스가 적을 공격할 때마다 푸른빛의 체인이 연결되었다. 2명을 공격하면 2명이, 거기에 1명을 더 공격하면 3명이 체인으로 연결되었다. 그렇게 5명이 체인으로 연결되자 자낙스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자 체인이 폭발을 일으키며 5명의 적이 동시에 나가 떨어졌다.
그리고 떠오르는 정보창!
-새로운 스킬(직업전용☆☆☆☆)을 익혔습니다.
총 9식으로 되어 있는 카프레 검술의 4, 5식을 전수받았습니다.
-4식(피어싱 Lv.1) : 강력한 찌르기로 적을 돌파하는 기술입니다.《포스 : 100》
-5식(체인 어택 Lv.1) : 공격하는 적을 최대 5명까지 포스의 체인으로 결박, 폭파시켜 추가 대미지를 입히는 기술입니다.《포스 : 200》
말하자면 이제 견습 기간은 끝.
정식 계승자가 되어 본격적으로 기술 전수를 받은 것이다.
아크는 이미 스킬이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았다. 초반에 진로를 잡지 못하고 헤매던 시간이 많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사이 잡다한 스킬이 주렁주렁 붙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전투 기술은 많지 않았다.
신체코팅용 스킬과 룬 문자 각인술은 어디까지나 보조 계열의 스킬. 그걸 제외하면 자낙스의 장난감을 통해 배운 소닉 소드와 집탄사격, 그리고 카프레 검술 3식이 전부였다.
아크와 동 레벨의 유저가 평균 10개 정도의 전투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절반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뭐 그래도 지금까지 그럭저럭 잘해 오기는 했지만 각각의 상황에 최적화된 스킬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지.’
그런데 마침 전투 스킬 2개가 추가되었다.
뭐 네 번째 신기에 대한 단서는 별도로 치고…….
덕분에 아크는 머릿속에서 엔도르핀이 콸콸 쏟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런 곳에서 히죽거리고 있을 수는 없는 일. 그리고 일단 신기 찾는 일은 완료했지만 아직 남은 일이 있었다. 바로 인쿼리의 피라미드.
“자, 이제 돌아가 볼까?”
인쿼리로 돌아가는 방법은 간단했다.
레주트를 해치운 직후, 지하 광장 맞은편의 벽이 좌우로 갈라지며 숨겨져 있던 석실이 나타났다.
그곳으로 들어가 보니 인쿼리의 피라미드에서 봤던 것과 같은, 저울을 든 아누비스가 서 있었다. 물론 하자스카를 사용해야만 볼 수 있는 아누비스였다.
“귀암성에 올 때처럼 저 저울에 타면 된다는 말이겠지.”
아크는 저울로 다가가다가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바사크를 소환했다.
“바사크,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만나서 반가웠다.”
아마도 바우에 바사크의 영혼이 깃 든 것은 소울시티의 영향. 인쿼리로 돌아가면 바우는 다시 이전의 싸가지없는 골렘으로 돌아가게 되리라.
-네, 형님. 사실 조마조마했습니다. 이대로 작별 인사도 못 하고 헤어지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저도 대강 눈치챘습니다. 아마도 제 의식은 곧 다시 사라지게 되겠죠.
“그러니까 그 부분을 어떻게 좀 해 보라고.”
아크가 한숨을 불어 내며 말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바이우스 골렘이 얼마나 싸가지가 없는지 아냐? 능력이 없으면 좀 귀여운 구석이라도 있어야 데리고 다니는 맛이 나지.”
-글쎄요. 저는 모르는 일이라…….
“어쨌든 골렘에는 네 의지도 깃들어 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좀 노력이라도 해 보라고. 뭐 이번처럼 완전히 네가 되지는 않더라도 좀 착한 골렘으로 만들어 주면 좋잖아.”
-그게…… 일단 노력은 해 보겠습니다.
바사크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나 하고 싶었던 말은 이런 게 아니었다.
무라티우스타에서 아크를 대신해 죽음을 택했던 바사크.
설사 그게 이미 예정되어 있던 이벤트라 할지라도 바사크는 아크에게 특별한 NPC였다. 비록 골렘의 형태지만 그런 바사크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아크에게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러나 이게 마지막이다.
아마도 인쿼리로 돌아가면 바사크를 만날 기회는 두 번 다시없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니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때조차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것이 슬픈 남자의 습성.
“하여간 이제부터라도 정신 바짝 차려. 무슨 말인지 알지?”
-네, 형님. 건강하십시오.
“그래, 너도.”
그 말을 끝으로 바사크는 실드로 돌아갔다.
아크는 장비품을 벗고 아누비스의 저울에 올라섰다.
* * *
은하계 북부의 어딘가.
형형색색의 빛을 뿜어내는 성운 가스가 뒤엉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우주 공간에 한 줄기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연기를 뿜어 올리는 것은 이미 넝마처럼 변해 버린 우주선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앵커로 연결된 1척의 전함이 붙어 있었다.
그 전함의 함교.
“잔당은?”
“적함에 돌입한 전투원들로부터 방금 전에 모두 처리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화물을 챙기고 있다니 전투원들도 곧 귀함할 것입니다.”
“시시한 녀석들이군.”
선장석에 앉은 대머리 사내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저런 어중이떠중이가 시시하게 느껴지지 않으면 해적 노릇은 못해 먹죠.”
“뭐 그야 그렇지만 저 녀석들은 딴에는 바운티 헌터랍시고 날 잡으러 왔잖아. 그런데 함대전의 기본도 안 돼 있지를 않나, 백병전은 좀 나을까 했더니 내가 나설 사이도 없이 전멸해 버리고. 바운티 헌터라면 좀 더 근성을 보여 줘야 하는 거 아니야?”
“무리한 말씀 마십시오. 상대가 선장님이면 누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내가 너무 센가?”
“세죠.”
뒤에서 보고하던 선원이 피식 웃었다.
“어쨌든 이로써 귀찮게 따라붙던 바운티 헌터는 대강 정리된 셈이군요. 덕분에 현상금은 오르겠지만, 당분간 우리를 잡겠다고 나서는 골빈 바운티 헌터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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