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43)
아크 더 레전드-343화(343/875)
[343] SPACE 7. 노예 해방 전선 (2)“그건 다행이군. 누군가 따라붙는 것은 역시 귀찮으니까.”
“그럼 이제 어쩌시겠습니까?”
“글쎄…… 이제 시간도 적당하니 슬슬 베라미 녀석이나 찾아가 볼까?”
“베라미? 그 녀석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입니까?”
“딱히 나쁜 제안은 아니잖아.”
“하지만…….”
“됐어. 그 녀석은 그래도 예전부터 알던 놈이니까.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그런 부탁 정도는 들어줘도 괜찮아. 새삼 악명이 쌓이는 걸 걱정할 입장도 아니잖아. 그리고 혹시 알아? 정말 괜찮은 물건을 손에 넣게 될지? 지금 베라미가 발굴하는 유적은 무라트 유적이야. 4대 천족의 유물은 팔아먹을 상대가 많다고.”
대머리가 씨익 웃으며 말했을 때였다.
무장한 병사 여러 명이 함교로 들어오며 보고했다.
“선장님, 페리스 이하 12명, 임무를 마치고 귀함했습니다.”
“쓸 만한 물건은 좀 있던가?”
“샅샅이 뒤져 봤지만 탄약이나 포탄 외에는 별다른 게 없었습니다.”
“우주선은?”
“엔진과 동력부, 주요 기관이 다 파괴되어 고철이나 다름없습니다.”
병사의 보고에 대머리가 혀를 차며 선원을 돌아보았다.
“거봐. 이런 전투는 생기는 것도 없다고. 바운티 헌터가 화물을 잔뜩 싣고 범죄자를 쫓아올 리가 없잖아. 이겨 봤자 전함 수리비도 건지기 힘들어. 그러니 이참에 기분 전환도 할 겸, 베라미 녀석에게 용돈이라도 뜯으러 가 보자고. 자, 슬슬 출발하자.”
“그럼 저 우주선은……?”
선원의 말에 대머리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잠시 검은 연기에 휩싸인 우주선을 바라보다가 툭 던지듯 말했다.
“고철이라며? 폭파해.”
전함에서 수십 발의 함포가 빗발친 것은 그다음이었다.
그리고 폭광을 일으키며 사라지는 우주선을 배경으로 전함은 위프 항해에 돌입했다.
* * *
“에? 뭐라고요?”
아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귀암성에서 아누비스의 저울에 올라탄 아크는 바로 인쿼리로 돌아왔다.
눈을 떠 보니 아크는 쫄쫄이 상태로 피라미드의 중앙광장 구석에 대자로 누워 있었다.
왜 그런 자세로 누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크는 곧바로 장비품을 챙겨 입고 문어들의 작업장을 찾아왔다.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작업 진척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노예 자렌족의 장로 하쿤이 뜻밖의 얘기를 전해 주었다.
-왜 이제야 온 겐가?
“왜요? 작업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아니, 작업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네. 우리도 필사적이니까, 이제 몇 시간이면 완성될 거네. 그런데 자네는 그때 이후로 중앙광장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자네 부하들도 돌아오지 않아서 우리가 얼마나 불안해했는지 아는가?
‘내가 중앙광장에서 움직이지 않았다고?’
아크는 당연히 캐릭터 자체가 귀암성으로 이동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하쿤의 말에 의하면 아크는 그동안 쫄쫄이 상태로 계속 중앙광장에 누워 있었다고 한다.
즉, 가사 동면 상태와 비슷한 형태로 몸만 남아 있었다는 말이다. 그 말을 들으니 뒤늦게 오싹해졌다. 만약 근처에 적이라도 있었으면 얄짤 없이 죽을 수도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그러나 당장은 그보다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토리와 밀란의 실종이다.
“토리와 밀란이 돌아오지 않는다니, 그건 무슨 말입니까?”
-아직 모르고 있었나? 실은 자네가 잠들기 전에 이곳에 지진이 일어났었네. 그때 우리가 작업하던 동굴의 일부가 무너지며 어떤 통로가 나타났어. 자네 부하들은 그 통로를 조사해보겠다고 들어갔다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네.
“통로라고요?”
상황이 뭔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그런 생각에 아크는 바로 님프를 이용해 통신을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지하라서 그런지, 아니면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겼는지 통신이 연결되지 않았다.
‘빌어먹을, 이 자식들은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아크는 하쿤의 안내를 받아 통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통로에 들어서니 여기저기 함정이 해제되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러쿵저러쿵해도 밀란은 일단 제법 레벨이 높은 트레져헌터. 함정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여전히 안심할 수는 없었다.
통신이 연결되지 않는 것은 토리와 밀란이 위험에 처해 있을, 아니, 최악의 경우에는 이미 고인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아크는 그런 불안을 떨쳐내지 못하고 잰걸음으로 통로를 뛰어갔다. 그리고 끝 부분에서 발견한 엘리베이터를 작동시켰을 때였다.
“어? 형님?”
“깨어나셨군요!”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두 사람.
“토리? 밀란? 이 자식들, 대체 어디 있다가 나오는 거야?”
“그건…… 하쿤에게 얘기 못 들었습니까?”
“들었으니까 여기까지 온 거 아니야. 그런데 니들 멋대로 이런 곳에 오면 어쩌자는 거야? 통신도 안 되고,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놀랐잖아!”
“흠, 우리 걱정을 하신 겁니까?”
밀란이 히죽 웃으며 되물었다. 왠지 울컥한다.
아크가 인상을 찌푸리자 밀란이 무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우리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형님은 갑자기 옷을 홀라당 벗고 누워 계시지, 작업장에서 수상한 통로는 발견됐지. 그런 상황에서 마냥 형님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저도 명색이 트레져헌터. 유적에서 딱 보기에도 수상한 통로를 발견했는데 무시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형님이 깨어나기 전까지라도 조사해 보려고 했던 겁니다.”
새삼스럽지만 NPC라고 유저가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상현실 게임의 NPC는 자율형.
업무를 맡기면 그 범위 안에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 행동하게 되어 있었다. 때문에 NPC에게 민원이나 퀘스트 처리를 일임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그런 자율성이 극대화될 때는 해당 NPC의 직업과 관련이 있는 일이 생길 때였다. 유저가 명령하지 않아도 전사 NPC는 적이 나타나면 스스로 판단해 전투를 하는 것처럼, 트레져헌터인 밀란은 새로운 유적의 비밀이 밝혀진 상황을 그냥 넘기지 않는 것이다.
유저 입장에서는 편하기도 한 반면, 신경 쓰이기도 하는 부분이었다.
이번에는 다행히 둘 모두 별일이 없어 보였지만, 만약 좀 더 난이도가 높은 함정이 설치된 유적이었다면 아크가 한눈파는(?) 사이에 죽어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뭐 이번처럼 NPC를 유적에 놔두고 하루나 자리를 비우는 일은 흔치 않겠지만, 앞으로는 이런 부분도 고려해서 미리 미리 교육을 시켜 둬야겠어.’
역시 쉽지 않은 게임이다.
“그래서? 어디까지 갔다 온 건데?”
“아, 그렇지! 형님, 들어 보십시오. 우리가 뭘 알아냈는지 아십니까? 놀라지 마십시오. 이 피라미드는 사실 무라트의 연구 시설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곳에서 연구하던 것이 귀암성이었다는 겁니다. 귀암성! 형님이 들어가려고 했던 귀암성 말입니다.”
뒷북이다.
아크는 이미 귀암성에서 할 것 다 하고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피라미드에 별도의 연구 시설이 있었다는 것은 의외였다.
‘그러고 보니 자낙스도 이 피라미드가 귀암성을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라고 했었지. 난 그게 귀암성으로 이동하는 관문이 있다는 말이라고만 생각했어. 그래서 이 피라미드에는 별다른 게 없을 줄 알았는데, 별도의 연구 시설이 있었던 건가? 그럼 혹시 진짜 이 피라미드에 귀암성과는 별도로 다른 무라트 유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잖아?’
자연스럽게 생각이 그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런데 진짜 있었다!
“하지만 귀암성에 들어가는 방법은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연구소에 남아 있는 자료를 훑어봤는데 뭐라더라…… 형님이 자고 있던 중앙광장에 사자死者의 문 시스템인지 뭔지 하는 것이 있다고는 하는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거기 아무것도 없었잖아요. 하지만 연구소에서 다른 걸 찾았습니다.”
“다른 거?”
“보세요. 이겁니다.”
토리가 씨익 웃으며 담뱃갑 크기의 기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윗부분의 붉은 버튼을 누르자 기기 위로 입체 영상이 떠올랐다. 각종 기계가 복잡하게 뒤엉키고 사이사이에 알 수 없는 숫자와 기호가 빼곡히 적혀 있는 영상이었다.
아크가 기기를 받아 들자 정보창이 떠올랐다.
-<설계도 : 미확인>을 획득했습니다.
갤럭시안에서는 각종 상점을 이용해 완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관련 NPC나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경우 직접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설계도입니다. 이런 설계도는 보통 상점에서 구입하는데, 가격이 비싸지만 한번 구입해 두면 같은 상품을 완제품보다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드물게 고대 유적에서도 설계도를 구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는 기존에 없는 특수한 성능의 아이템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설계도는 연구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필요 스킬 : 기계공학, 생체공학, 발명, 연구
연구 자금 : 1,500~2,500골드
연기 기간 : 15일 이상
※설계도 연구에 소요되는 자금과 시간, 그리고 성공률은 연구원의 숫자와 레벨, 스킬 등급에 따라 달라집니다. 연구에 실패할 경우, 투자 자금은 잃지만 설계도에 특별한 제약이 없는 한 몇 번이라도 다시 시도할 수 있습니다.
토리가 찾아온 것은 설계도!
말하자면 아이템 제작용 레시피였다.
보통 상인들이 많이 하는 것 중 하나가 제작. 일단 레시피를 구입할 때 돈이 들지만 한번 연구를 끝내 제작이 가능해지면 완제품보다 30%가량 저렴하게 아이템을 만들 수 있었다. 생산직 상인들은 그런 아이템을 만들어 유저들에게 판매해 경험치와 수익을 얻는 것이다.
레시피로 제작 가능한 아이템은 나사부터 우주선까지!
들리는 바에 의하면 초기부터 자리를 잡은 몇몇 대상大商들은 각종 소모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여러 개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주선을 건조하는 공장을 소유한 유저도 있다고 한다. 세븐소드 중 1명은 이런 대상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뭐 어쨌든!
그런 상인들의 필수품이 바로 이런 레시피, 설계도다.
그리고 일반 등급의 아이템 레시피는 상점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당연히 매직이나 레어 등급의 아이템 레시피는 손에 넣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미확인 설계도라도 상당한 고가에 거래되는 게 보통이지만…….
‘모처럼 얻은 설계도를 호락호락 팔아넘길 수는 없지.’
일개 유저라면 설계도를 얻어도 경매장에 넘기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크는 에이전트의 CEO.
그리고 직원 중에는 제이와 토리, 연구원이 둘이나 되는 것이다. 게다가 설계도는 다름 아닌 무라트의 유적에서 찾아낸 설계도!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연구해 볼 가치는 충분하고도 넘쳤다.
이쯤 되니 더는 토리와 밀란을 타박할 수 없었다.
“잘했다.”
“말했죠? 언젠가는 보물을 찾아 드리겠다고.”
아크의 칭찬에 밀란이 잔뜩 기가 산 표정으로 으스대었다.
“다른 건 없었나?”
“네, 우리가 찾은 것은 이 설계도뿐입니다. 그리고 연구소에는 이 피라미드의 구조도가 있었는데, 이미 발굴된 부분과 우리가 발견한 연구소 외에 다른 장소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같이 가서 다시 훑어보자.”
NPC의 말만 듣고 그냥 넘어갈 아크가 아니었다.
그러나 밀란과 토리의 말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연구소를 샅샅이 뒤져 봤지만 다른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구조도 상으로도 더 이상 살펴볼 지역은 없었다.
이제 이 유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뜻.
“이제 여기 더 있을 이유가 없군.”
“그럼……?”
“시간도 적당하니 슬슬 나갈 준비를 해야겠지.”
밀란의 질문에 아크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직 한 가지 문제가 남아 있었다. 아크가 유적을 발굴하는 대가로 베라미에게 약속한 수익금의 50%. 그러나 아크는 베라미와 수익을 나눌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아크의 목적은 신기. 다른 유저와 나눌 수 있는 아이템도 아닌 것이다.
아크는 눈치가 100단이다.
베라미도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계약을 한 것은 아크 역시 처음부터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삼스럽지만 아크가 플라이를 비디오 플레이어로 만들어 놓고 문어들에게 은밀히 다른 작업을 시켜온 이유가 그것이었다.
“준비됐습니까?”
잠시 후, 작업장으로 돌아 나온 아크가 문어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러자 하쿤 이하 100여 마리의 문어들이 어금니(?)를 꽉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어떤 고통이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네.
-자유를 위해서!
그리고 작전은 시작되었다.
* * *
“뭐야 저게?”
“윽, 저건 좀 심하지 않아?”
피라미드 앞에 세워진 간이 막사.
모니터에 모여든 베라미와 졸개 A, B, C가 웅성거렸다.
사실 베라미는 지난 하루, 심기가 불편했다. 아크 때문이다. 제법 실력 있는 트레져헌터라고 해서 고용했는데 처음 하루는 부지런히 탐사를 하는 것 같더니, 이틀째부터는 그냥 중앙광장에 대자로 자빠져 잠이나 퍼 자고 있었던 것이다.
뭐 그래도 놈의 두 부하, 토리와 밀란은 꾸준히 문어들을 부리며―플라이에 녹화해 넣은 영상이었다― 때때로 유물―이것도 아크가 미리 준비해 놓은 가짜 유물이었다―을 가져왔다. 그러나 베라미가 아크까지 고용한 이유는 고작 그런 잡템이나 얻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래도 유적이다. 뭔가 더 돈이 될 만한 아이템이 있을 거야!’
이런 기대감 때문.
그리고 아크는 계약 당시 10,000골드를 운운하며 그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자빠져 자기만 하니 고용주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짜증만 나는 게 아니었다.
‘젠장, 이러면 곤란하다고! 네놈이 잔뜩 바람을 집어넣은 탓에 이미 ‘그분’에게 연락을 해 놓았단 말이야. 뭐라도 나와 주지 않으면 내 입장이 곤란하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