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51)
아크 더 레전드-351화(351/875)
[351] SPACE 1. 사라진 혹성 (1)“이게 뭡니까?”
아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현재 아크가 타고 있는 우주선은 마틴 후작의 전용기. 눈앞에는 마틴 후작의 님프에서 뻗어 올라온 입체 영상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아크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것은 ‘?’.
아크는 마틴 후작의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젠장, 바빠 죽겠는데 이게 무슨…….’
사실 이 우주선에 타는 것조차 아크에게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귀암성에서 오신기 중 하나인 ‘팬텀 부츠’를 찾고 S-20으로 돌아왔을 때 받은 한 통의 편지 때문이다.
내용은 아크의 도움을 요청하는 클렘의 SOS!
이건 아크에게 상당히 심각한 문제였다.
여기서 잠시 설명하자면, 에이전트는 일종의 용역 회사라고 할 수 있었다.
몬스터나 도적의 습격에 곤란해하는 사람에게는 전사를, 건설 현장에는 연구원이나 엔지니어를, 지역 조사에는 레인저나 학자를, 의뢰주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이를 해결할 인재를 파견해 주고 보수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회사인 것이다.
그리고 얼마 전 그런 의뢰를 받았다.
이스타나의 아웃랜드에서 활동하는 용병단 실버핸드의 단장 클렘의 지원 요청. 에이전트를 창립한 지 꽤 되었지만 공식적으로는 첫 번째 의뢰였다.
뿐만 아니라 실버핸드는 아크가 바닥을 헤매던 초창기 시절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용병단.
‘뭐 내가 직접 가는 게 가장 확실하겠지만…….’
당시 아크는 따로 할 일이 있었다.
세 번째 오신기를 찾는 일. 이건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에 아크는 직접 가지 못하는 대신 다크에덴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친위대원을 파견해 주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친위대원을 파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내용의 편지가 날아든 것이다.
새삼스럽지만 친위대원들은 설사 현장에서 전멸해도 페어리를 통해 부활시킬 수 있는 개척자 NPC. 최악의 경우라도 직원을 잃을 걱정은 없었다.
그러나 부활에는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
친위대원들이 사망하면 그만한 적자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첫 번째 공식 의뢰에서 파견 직원이 전멸하고 의뢰주까지 피해를 입는다면 에이전트의 평판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건 새로운 일거리를 구하기가 더 힘들어진다는 의미였고, 앞으로 에이전트를 운영하는 데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리라.
그러나 그런 것도 2차적인 문제였다.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은 실버핸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실버핸드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여전히 벨타나에서 벗어나지도 못했을 거야. 친위대원들도 지금처럼 쓸 만해지지 못했겠지. 내게는 실버핸드에 갚을 빚이 있어.’
받은 것은 반드시 돌려준다.
원한이라면 복수로! 은혜라면 보답으로!
이건 이해득실을 따질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아크의 변치 않는 인생관. 때문에 적도 많이 생겼지만,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과 끝까지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했다.
“다른 업무는 모두 중지하고 전력을 동원해 실버핸드 구조 작업을 개시한다!”
이에 아크는 서둘러 주변 정리를 하고 레피드와 쿠라칸, 퍼거슨과 A, B, 엘라인 등으로 구성된 구조대를 편성해 문제의 베스타이나로 날아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방문자가 아크를 찾아왔다.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먼저 나와 가 봐야 할 곳이 있다.”
이 멘트의 주인공은 마틴 후작이었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마틴 후작은 아크의 후견인과 같은 존재다. 정식으로 스폰서 계약을 맺지는 않았지만 벨타나 이후, 아크의 성장에 지대한 역할을 한 NPC인 것이다.
그렇다고 아크가 받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마틴 후작도 아크 덕분에 여러 가지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마법진 조사 때는 미스트라니움의 정보를 독점해 오랜 정적이었던 쥬벨 후작을 견제할 무기를 손에 넣기도 했다. 다시 말해 마틴 후작이 아크에게 베풀어 준 여러 가지 특혜는 그에 대한 보상.
결국 둘의 관계는 서로 도움이 되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뭐 살짝 정경유착政經癒着 같은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세상일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아니, 갤럭시안이 게임 세계라는 점을 생각하면 NPC에게 도움을 주고 보상을 받는 것은 정도. 그리고 실제로 마틴 후작은 항상 기대 이상의 보상을 돌려준 NPC였다.
실버핸드와는 좀 다르지만 마틴 후작도 아크에게는 은인인 셈이다. 그리고 직접 S-20까지 찾아와 다짜고짜 같이 가자는 말을 할 정도라면 보통 일은 아니리라.
그렇다고 무턱대고 마틴 후작을 따라나설 수 없는 상황.
잠시 고민하던 아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꼭 지금 당장 가야 하는 일입니까?”
“급한 볼일인가?”
“네.”
“그런가…….”
마틴 후작이 아크 주위에 모여 있는 레피드 등을 돌아보며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내 용건은 당장 시급을 다툰다고 할 만한 문제는 아니다. 아니, 시급을 다투는 문제인지 아닌지조차 모르겠다고 해야겠군. 솔직히 이런 일은 나도 처음이라 어찌 대처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 분명한 것은 너도 알아야 하는 문제라는 것뿐이다.”
그 말에 아크는 살짝 당황했다.
마틴 후작이 직접 S-20까지 찾아왔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난감해하는 마틴 후작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아크가 꼭 알아야만 하는 일이라니?
“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러십니까?”
“어디로 가는 건가?”
“저 말입니까? 시델린 인근의 베스타이나라는 곳입니다.”
“좋아, 시간을 절약하도록 하지. 네 부하들은 시델린에서 합류하고, 너는 일단 내 전용기에 타라. 내용은 길지 않으니 시델린까지 이동하는 시간이면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 그 뒤에 어떻게 할지는 네 판단에 맡기겠다. 그럼 괜찮겠지?”
시델린을 경유하면 아무래도 조금 늦어진다.
“알겠습니다.”
그러나 아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쯤 되니 아크도 마틴 후작의 용건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레피드를 위시한 8명의 구조대는 실버스타에, 아크는 마틴 후작의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시델린을 향해 비행을 시작한 직후.
“후작님, 대체…….”
“일단 이 영상을 보고 얘기하지.”
마틴 후작이 아크를 제지하며 님프 위로 입체 영상을 띄웠다. 그게 바로 지금 아크의 머리 위에 ‘?’를 떠오르게 만든 문제의 영상이었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뭔가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만은 분명하다. 때문에 아크는 바짝 긴장하며 영상을 바라보았지만…….
“대체 뭘 보라는 겁니까?”
아크는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틴 후작의 님프 위에 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우주 공간인 것이다. 혹시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가 생각했지만 그 이후로도 영상은 아무 변화도 없었다.
“제가 못 찾는 겁니까? 제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요?”
“아니, 제대로 봤다. 여기는 아무것도 없지.”
“네? 그런데 왜?”
“그게 문제라는 거다.”
마틴 후작이 아크의 말을 끊으며 설명했다.
“지금 네가 보고 있는 우주 공간의 좌표는 X-235, Y-1078. 황제 폐하께서 네게 하사한 영지 혹성 이큘러스가 있는 곳이다. 아니, 이제 있었던 곳이라고 해야겠지.”
“있었던 곳이라니…… 그게 무슨……?”
“말 그대로다.”
마틴 후작이 손을 모아 깍지를 끼며 말을 이었다.
“네가 부탁한 스타게이트 건설 건은 큰 문제없이 심사를 통과했다. 이번에 연방 혹성에 증설할 스타게이트는 총 12개. 그중 하나가 이큘러스에 배당되었지. 그리고 네게 약속한 대로 가장 먼저 이큘러스에 스타게이트를 건설하기 위해 심사가 끝나자마자 작업선을 보냈다. 이건 작업선이 보내온 영상이다, 해당 좌표에서 이큘러스를 찾을 수 없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순간 아크는 머릿속이 텅 비는 기분이 들었다.
조사단 퀘스트의 최고 공훈자가 되어 받은 영지 혹성 이큘러스. 당장 찾아간다 해도 딱히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아직 직접 찾아가 본 적은 없지만 이큘러스는 명실상부한 아크의 영지 혹성!
아크는 이 영지 혹성이 앞으로 세력을 확장시킬 발판이 되어 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그리고 준비도 하고 있었다.
이미 이큘러스의 개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레피드를 꼬드겨 투자 펀드까지 설계해 놓은 것이다.
거기에 마틴 후작이 약속한 S-20과 이큘러스를 잇는 스타게이트까지 건설되면 준비는 끝. 투자 펀드로 끌어 모은 돈을 쏟아부어 단숨에 개발을 진행!
₩₩! $$! ¥¥!
대박을 터뜨릴 계획이었다.
지난 며칠, 그런 상상으로 얼마나 행복해했던가?
그런데 없다니?
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헛소리란 말인가?
“말도 안 됩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혹성입니다. 혹성이 갑자기 사라진다는 게 말이 됩니까? 뭔가 착오가 있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작업선의 항법 장치에 문제가 생겼다든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좀 더 상식적이겠지. 그래서 나 역시 몇 번이나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작업선의 항법 장치도, 좌표도 정상이었다.”
“설마 그사이에 이큘러스가 폭발이라도 했단 말입니까?”
“그런 것이라면 차라리 낫지. 중력장의 왜곡에 의한 블랙홀이든, 파편이든, 흔적이라도 남아 있을 테니까. 하지만 보다시피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사라졌지.”
“그냥 사라지다니,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멍청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아크가 퍼뜩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미간을 좁히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혹시 이큘러스라는 혹성은 처음부터…….”
“무슨 상상을 하는지는 짐작한다.”
마틴 후작이 아크의 말을 끊으며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처음 보고를 받았을 때는 너와 같은 의심을 했지. 황제 폐하께서 직접 하사했다고는 하지만 이큘러스를 선택한 것은 내무부, 다시 말해 쥬벨 후작이다. 어쩌면 쥬벨 후작이 존재하지도 않는 혹성을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네게 준 것은 아닐까 하고. 그래, 충분히 그런 의심을 할 만한 상황이기는 하지.”
“아니란 말입니까?”
“이번 일이 쥬벨 후작의 선에서만 진행되었다면 그런 의심을 해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네게 이큘러스를 하사한 사람은 은하연방의 황제 폐하다. 다시 말해 쥬벨 후작이 뭔가 수작을 부린 것이라면, 너만이 아니라 황제 폐하까지 기만한 것이 된다는 말이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너도 모르지 않겠지? 아무리 실권을 잃었다고 해도 상대는 은하연방의 황제다. 사실이 밝혀지면 쥬벨 후작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겠지. 쥬벨 후작은 고작 눈에 거슬리는 개척자 하나를 골탕 먹이자고 그런 위험한 짓을 할 정도로 멍청한 자가 아니다.”
……확실히.
쥬벨 입장에서도 수지가 맞지 않는 일이다.
그때 아크를 바라보던 마틴 후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큘러스는 분명 실존하는 혹성이었다. 그것만큼은 나도 보증할 수 있다.”
“후작님이요?”
“그래, 네가 영지 혹성으로 이큘러스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왠지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지. 나도 얼마 전에야 기억났다. 이큘러스는 우주 개척지에서 은하연방으로 들어오는 여러 항로 중 하나와 인접해 있는 혹성이다. 이런 지역적인 특성 탓에 이전부터 종종 해적의 침입 루트로 이용되던 곳이지. 그래서 인근에서 군사작전을 실시한 적이 있다. 나는 직접 참가하지 않았지만 당시의 지휘관을 불러 확인해 보니 이큘러스를 기억하고 있더군. 다시 말해 그때 군사작전에 참가했던 수천 명의 병사가 증인이라는 말이다.”
“그럼 정말…….”
“사라진 거다, 얼마 전까지 존재하던 혹성이.”
“그게 말이 됩니까?”
“말이 안 되지. 하지만 사실이다. 그리고…….”
“그리고?”
뭔가 미묘한 마틴 후작의 말에 아크가 눈매를 좁히며 되물었다. 그러자 마틴 후작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으로 망설이다가 한숨을 불어 내며 말을 이었다.
“이건 극비 사항이지만 사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처음이 아니라니? 설마 멀쩡한 혹성이 사라지는 사건이 또 있었다는 말입니까?”
“은하연방에서는 처음이지만 우주 개척지에서 갑자기 혹성이 사라졌다는 소문이 돌았던 적이 몇 번인가 있었지. 하지만 확인된 것은 아니다. 너도 알다시피 우주 개척지는 은하 3국의 영역을 제외한 은하계 전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평의회조차 우주 개척지의 모든 혹성을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야. 게다가 사라졌다고 알려진 혹성은 대부분 정식 넘버조차 붙여지지 않았던 미확인 혹성. 때문에 혹성이 사라졌다는 소문도 지금까지는 개척자들 사이에 떠도는 괴담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다. 아니, 평의회나 은하 3국의 상층부는 실제로 사라진 혹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쉬쉬해 왔다고 해야겠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은하 3국과 평의회의 사정 때문.
은하 3국과 평의회는 은하계 전역을 관리하는 권력 기관이다. 그런 그들이 ‘은하계 어딘가에서 혹성이 사라지고 있지만 원인은 알 수 없다.’고 공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럴 경우 은하 3국과 평의회의 권위가 추락하는 것은 물론, 각국의 국민들이 정체불명의 공포에 휩싸여 혼란에 빠지게 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둘째는 아직까지는 이런 혹성 실종 사건이 사실 여부조차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외진 곳에서만 벌어졌기 때문이다. 사라진 혹성은 지금까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던 혹성. 실제로 은하 3국이나 평의회가 피해를 입은 것도 없으니 굳이 사건을 표면화시켜 문제를 확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아크가 알고 싶은 것은 그런 게 아니다.
지금까지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사라진 것은 아크의 영지 혹성 이큘러스다. 아크가 알고 싶은 것은 이 문제에 대한 은하연방의 입장이었다.
그에 대한 마틴 후작의 답변은…….
“없다.”
“없다고요?”
“말하지 않았나? 우주 개척지에서 보고되는 혹성 실종 사건은 괴담에 불과하다. 그게 현재 평의회의 입장이고 은하연방도 동의하고 있다. 이제 와서 그런 일이 일어났었다고 발표할 수도 없고, 은하연방에서 처음으로 그런 괴사건이 발생했다고 발표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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