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53)
아크 더 레전드-353화(353/875)
[353] SPACE 1. 사라진 혹성 (3)“……빌어먹을.”
아크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마틴 후작의 전용 순양함은 확실히 최첨단이었다.
이스타나에서 이큘러스까지는 약 1만 광년. 유니버스 스트림에 제대로 편승해도 최소 4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그러나 노블리스는 불과 3시간만에 1만 광년을 주파!
뿐만 아니라 그만한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진동 하나 느껴지지 않는 쾌적함으로 일개 개척자―아크도 일단은 귀족이지만―의 우주선과 후작의 전용 순양함의 성능이 얼마나 다른지 실감하지 만들어 주었다.
이름부터가 노블리스Nobless. 부르조아틱 하지 않은가!
그러나 아크가 욕설을 내뱉는 이유는 빈부의 차이에 절망해서가 아니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
아니, ‘보이지 않는 것’ 때문이었다.
노블리스가 3시간 만에 도착한 곳은 이큘러스가 ‘있던’ 장소. 그러나 입체 영상으로 확인한 것처럼 해당 좌표에 혹성은커녕 데브리Debris(무언가의 잔해, 우주 쓰레기) 하나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정말 이곳이 확실합니까?”
이런 의심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노블리스의 조종사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네, 항법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도 만의 하나의 경우를 생각해 은하 지도의 절대 좌표를 취소하고 주변 혹성과의 거리와 각도로 산출한 상대 좌표로 현재 위치를 다시 계산해 봤지만 X-235, Y-1078. 이큘러스가 있던 좌표가 확실합니다.”
“기가 막힌 일이로군.”
마틴 후작이 침음성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마틴 후작이 침음성을 발하는 이유는 단순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 아니었다.
노블리스가 이곳에 도착한 게 30분 전.
그사이에 마틴 후작은 노블리스에 탑재된 각종 탐사 장비를 총동원해서 광범위한 탐사 작업을 진행시켰다. 그러나 중력장, 자기장, 적외선, 자외선, 일대의 광자 분포도까지. 가능한 한 모든 데이터를 조사했지만 수치는 정상.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이래서였던 건가?’
아크는 이해되지 않던 것이 있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혹성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사건이다.
그럼에도 은하 3국과 평의회가 제대로 조사조차 해 보지 않고 쉬쉬해 왔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직접 조사를 해 보니 알 것 같다.
은하 3국과 평의회는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제대로 조사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뭐라도 감지돼야 조사를 할 것 아닌가.
그러니 정신 나간 개척자들의 괴담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었겠지. 그리고 이런 상황이라면 한때 아크의 영지 혹성이었던 이큘러스도 괴담이 되리라.
거기까지 생각하던 아크가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웃기지 마! 뭐가 괴담이냐? 이큘러스는 있었어!’
뭐 정작 아크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여기는 24세기의 우주라고. 괴담이라는 말 따위가 통할 것 같아? 여기에 이큘러스가 있다가 사라졌다면 분명 흔적이 있어야 해. 작은 돌멩이도 아니고 혹성이야! 그만한 질량이 사라졌는데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잖아! 그래,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 흔적은 없는 게 아니라 아직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야. 분명 여기 어딘가에 흔적이 있다. 그걸 찾기 전에는 결코 물러나지 않겠어!’
당연히 아크는 이대로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아니,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포기하면 영지 혹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혼자 고집을 피운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아크가 포기하지 않는다고 마틴 후작까지 언제까지나 이런 우주 공간에 떠 있을 수는 없는 일. 단서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이스타나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실버핸드를 구조한 뒤에 실버스타를 타고 다시 이곳을 조사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노블리스는 실버스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탐사 장비가 탑재되어 있을 뿐 아니라, 성능도 몇 배는 뛰어나다. 이런 우주선으로도 감지하지 못한 것을 실버스타의 탐사 장비로 뭔가를 찾아내는 것은 무리야.’
아크에게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기대는 실망으로, 실망은 절망으로 변해 갈 뿐이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탐사하기를 1시간, 결국 아크도 반쯤 포기하고 있을 때였다.
마틴 후작이 눈매를 좁히며 낮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역시 달라.”
“네?”
“너도 못 느낀 건가?”
아크가 돌아보자 마틴 후작이 되물었다.
머리를 긁적이자 마틴 후작이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이제 애송이 티가 꽤 벗겨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군. 하긴, 이런 감각을 우주에 나온 지 1년도 되지 않은 네가 느끼기는 무리였을지도 모르지.”
“느끼다니? 대체 뭘 말입니까?”
아크는 마틴 후작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마틴 후작은 ‘?’를 날려대는 아크를 무시하고 조종사에게 소리쳤다.
“헉슬러, 비행 데이터를 뽑아 봐라. 분명 요 몇 초 사이에 변동된 점이 있을 것이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헉슬러라는 조종사가 빠르게 계기판을 훑으며 대답했다.
“시스템을 점검해 봤지만 변동된 점은…… 아니, 있습니다. 항해 시스템에도 감지되지 않을 정도로 미약한 수준이지만 방금 전에 우주선의 속도가 0.03 정도 빨라졌습니다.”
“……역시!”
헉슬러의 보고에 마틴 후작의 눈동자가 빛을 발했다.
그러나 아크는 여전히 마틴 후작이 뭘 감지했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아크는 헉슬러가 대답할 때까지 우주선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아크만이 아니었다. 마틴 후작이 명령하기 전까지는 조종사인 헉슬러조차 모르고 있었다. 0.03이라면 우주선의 항해 시스템으로도 감지하기 힘든 수치인 것이다.
그러나 마틴 후작은 확신하고 있었다.
아크가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마틴 후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굳이 말하자면 저항감이랄까?”
“저항감?”
“그래, 언제부터인가 공간의 밀도가 달라졌다는 느낌이 받았지. 하지만 확신이 없었다. 순간적인 것이라. 그런데 방금 전에 그런 감각이 사라졌다. 그리고 헉슬러가 말한 것처럼 그때, 미약하지만 우주선의 속도가 빨라졌지. 헉슬러, 엔진 출력은 똑같이 유지하고 있었겠지?”
“물론입니다.”
“들었나? 엔진 출력은 똑같이 유지하고 있었는데 속도가 달라졌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그건 아주 미약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항해하던 공간의 밀도가 다르다는 말이다. 그로 인해 발생한 저항력이 우주선의 속도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는 뜻이지.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항해하고 있던 공간은…….”
“이큘러스가 있던 곳!”
아크가 퍼뜩 고개를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그러자 마틴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다시 말해 이큘러스가 있던 장소에 뭔가가 있다는 말이다. 비록 보이지도 않고, 탐사 장비에도 감지되지 않지만, 틀림없이 뭔가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지금으로서는 그게 이큘러스의 실종과 관련이 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겠지. 그런데도 눈이나 탐사 장비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차라리 유령을 상대하는 편이 낫겠군.”
아크의 머릿속에 ‘!’가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지금까지 아크는 이큘러스가 어떤 물리적인 힘에 의해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때문에 물리적인 방법. 다시 말해 탐사 장비에 의존하고 있었다. 물리적인 힘에 의해 사라졌다면, 물리적인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만 생각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마틴 후작의 말을 듣고 생각이 달라졌다.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에서 ‘흔적은 있지만 보지 못한다.’로.
그러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스킬이 있었다.
인쿼리에서 귀암성에 들어가기 위해 배웠던 룬 문자 하자스카! 실버스타의 탐사 장치로도 확인되지 않던 귀암성의 실체를 확인하게 해 주었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이었다.
그리고 만약 이큘러스를 사라지게 만든 것이 지금까지 귀암성이 유령 혹성으로 불리던 것처럼 아직 은하계에 알려지지 않은 제3의 힘에 의한 것이라면?
“나와라, 샤이어! 룬 문자 하자스카!”
아크가 일말의 희망을 걸고 룬 문자 각인술을 발동시켰다.
샤이어의 빛에 휘감긴 손에 룬 문자가 완성되자 작은 빛의 입자로 분해되더니 눈으로 스며들었다. 이어 아크가 파랗게 빛나는 눈동자를 창밖으로 돌렸을 때였다.
자기도 모르게 당혹성이 터져 나왔다.
“이, 이게 대체…….”
* * *
콰아아아아!
폭풍이 일어나며 대기가 요동쳤다.
뒤이어 산산이 흩어지는 구름 사이로 거대한 빛의 고리가 만들어졌다. 그 빛의 고리에서 시퍼런 스파크가 튀어 오르며 은빛 우주선이 솟아 나온 것은 그다음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좋아. 기체를 현 위치에 고정시킨다.”
선장석에서 일어나며 명령하는 사람은 레피드였다.
시델린에서 아크에게 실버스타의 지휘권을 위임받은 레피드는 준비를 마치고 바로 클렘이 SOS를 보낸 베스타이나라는 지역으로 향했다. 그러나 막상 와 보니 베스타이나는 상상 이상으로 넓은 정글이었다.
-베스타이나 지역의 던전.
반면 실버핸드의 위치에 대한 단서는 달랑 이거.
“젠장, 하여간 아크 주변에는 제대로 된 놈이 하나도 없다니까. 구조 요청을 하면서 좌표조차 보내지 않다니. 정말 다급한 상황이기는 한 거야? 덕분에 엉뚱한 곳에서 헤맸잖아.”
레피드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뭐 클렘 입장에서는 다급한 나머지 미처 좌표를 보내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덕분에 방대한 밀림 지대를 헤매야 했던 레피드로서는 구조고 뭐고 때려치우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닌 아크가 맡긴 일이다.
아니, 그래서 더 도중에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아크 자식, 내가 도중에 때려치우면 두고두고 갈구겠지. 고작 그런 임무 하나 제대로 처리 못 하는 얼간이라고. 딴 놈은 몰라도 그 자식에게 그런 말을 들을 수는 없지.’
레피드가 인내심을 발휘한 이유는 그것 하나 때문이었다.
뭐 그런 걸 보면 역시 아크의 인사가 적절했다고밖에 볼 수 없지만 어쨌든, 감정적으로도 그렇지만 레피드는 확실히 아크가 지휘권을 맡길 만한 역량이 있는 유저였다.
‘아크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실버핸드라는 용병단의 이동 수단은 컨테이너 트럭이라고 했다. 이런 밀림 지대에서 대형 장비에 속하는 컨테이너 트럭을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장소는 그리 많지 않아. 그리고 일부러 지우지 않는 한 이동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턱대고 던전을 찾을 게 아니라 컨테이너 트럭의 흔적을 찾는 편이 빨라.’
“헤겔, 광학 스캐너를 방출하라!”
레피드는 바로 광학 스캐너를 방출해 먼저 베스타이나의 지형을 스캔했다. 그리고 컨테이너 트럭이 이동할 수 있는 지역으로 탐사 범위를 축소, 광학 스캐너를 집중시키자 곧 컨테이너 트럭이 지나간 흔적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 흔적의 종착지가 지금 실버스타가 있는 곳이었다.
“레피드 님!”
그때 헤겔이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2번 모니터를 보십시오! 실버핸드의 컨테이너 트럭이 분명합니다!”
“생체 반응은?”
“없습니다.”
“모두 아래의 동굴로 들어간 건가?”
레피드가 모니터를 바라보며 눈매를 좁혔다.
모니터에는 수풀로 위장해 놓은 컨테이너 트럭이 세워져 있었다. 그 앞에는 넝쿨이 일대를 뒤덮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넝쿨 아래로 넓은 빈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하로 이어진 넓은 구멍을 넝쿨이 뒤덮고 있는 것이다.
“근처에 착륙시킬까요?”
“아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밀란, 실버스타의 하부 포탑을 자동 모드로 전환시켜 넝쿨이 뒤엉킨 지역에 에너지 탄을 쏟아부어라.”
“네, 실버스타. 포격 개시!”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밀란이 계기판을 조작하자 실버스타의 아래로 시퍼런 광선이 빗발쳤다. 그러자 넝쿨이 불길에 휩싸여 가닥가닥 끊어져 나가며 거대한 구멍이 모습을 드러냈다.
실버스타가 들어가고도 남는 넓이의 구멍이었다.
“편한 길을 두고 굳이 힘들게 갈 이유가 없지.”
레피드가 씨익 웃으며 밀란을 돌아보았다.
“밀란, 실버스타를 타고 동굴로 진입한다. 넓이는 충분하지만 요철이 심하니 각별히 주의해라. 실버스타에 흠집이 생겼다고 아크 자식에게 잔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으니까.”
“알겠습니다.”
밀란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뒤이어 거대한 구멍으로 실버스타를 하강시키기를 잠시, 어둠 속을 100여 미터 내려오자 수직으로 이어지던 동굴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아래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라이트로 주변을 살피며 천천히 그 동굴을 따라 들어가고 있을 때였다.
레이더를 지켜보던 헤겔이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레피드 님,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움직임? 사람인가?”
“아니, 사람은 아닙니다. 좀 더 커다란…… 최소한 10미터 이상은 되어 보이는…… 헉!”
“뭐야? 무슨 일이야?”
“하나가 아닙니다! 감지되는 움직임은 수십, 아니, 백 마리 이상입니다! 200미터 밖에서 빠른 속도로 실버스타를 향해 몰려오고 있습니다! 거리 180! 170! 160…….”
“젠장, 쿠라칸, 퍼거슨, A, B, 놈들이 몬스터라면 자동 사격으로 상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쿠라칸과 A는 상부 포탑으로, 퍼거슨과 B는 하부 포탑으로 이동해 전투 상황에 대비하라!”
“120! 110…… 이제 곧 가시거리에 들어옵니다!”
헤겔의 고함이 들려온 직후였다.
레피드가 고개를 돌리는 것과 동시에 실버스타에서 쏘아지는 불빛 위로 시커먼 그림자들이 떠올랐다. 실버스타가 새까맣게 뒤덮이기까지는 순식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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