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55)
아크 더 레전드-355화(355/875)
[355] SPACE 2. 실종 (2)정말 마틴 후작의 호감도가 상승했다.
-비상! 비상! 모든 승무원은 비상정을 이용해 탈출하라!
그러는 사이에도 함 내에는 경광등이 번쩍이며 탈출 명령이 방송되었다.
함교의 모니터에는 승무원들이 그 방송에 따라 비상정 격납고로 이동하는 장면이 보였다.
시시각각 기체가 부서지고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는 상황에서도 승무원들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둘 작은 구체 모양의 비상정이 노블리스 밖으로 튕겨 나가기 시작했다.
“헉슬러, 아직인가?”
“이제 다 됐습니다. 하지만 통신 회로의 일부가 과부하로 타 버려 시스템의 일부가 마비되어 있는 상태라 아직 제대로 송출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확인하려면 통신 시스템 전체를 재부팅해야 할 것 같습니다. 후작님, 먼저 탈출해 주십시오!”
“멍청한 자식, 구조 요청을 하다가 뒈질 생각이냐? 시간이 없다. 기체에서 울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아. 나머지는 운에 맡기고 탈출한다. 아크, 저 자식 잡아! 가자!”
마틴 후작이 페이와 함께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아크는 헉슬러의 뒷덜미를 잡고 마틴 후작과 함께 시시각각 불길한 소리를 내며 진동하는 함 내를 가로질러 상부 갑판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헉슬러를 비상정에 우겨 넣자 마틴 후작이 10여 미터 떨어진 비상정 앞에서 소리쳤다.
“노블리스를 탈출하는 즉시 현재 위치를 이탈해 구조를 기다려라!”
그리고 말을 끝으로 비상정에 탑승.
-탑승 확인! 사출합니다!
퍼펑-!
시스템을 작동시키자 작은 구체처럼 생긴 비상정이 포탄처럼 노블리스 밖으로 튕겨 나왔다.
정신없이 회전하는 작은 창 너머로 불길에 휘감긴 노블리스에서 연이어 솟아 나오는 수십 기의 비상정이 보였다. 그러나 마틴 후작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비상정은 없었다.
-경고! 경고! 비상정이 제어 불능 상태입니다!
침몰하는 노블리스에서 탈출한 수십 기의 비상정.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흑점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 * *
은하연방의 서부.
수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공간에 무사한 소혹성이 흩어져 있는 소혹성대小惑星帶의 내부. 다섯 개의 소혹성이 오각형을 이루며 굵은 파이프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벌집 같은 구조로 만들어진 생긴 거대한 금속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구조물이 바로 은하연방의 서부 사령부.
일명 펜타곤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그리고 지금, 펜타곤의 내부는 일촉즉발의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전면이 통째로 스크린으로 되어 있는 펜타곤의 중앙 관제실에 모여 있는 10여 명의 사내들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였다.
이들의 어깨에 붙어 있는 것은 스타!
펜타곤의 사령관 이하, 서부 국경 지대에 상주하는 장성將星 급 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것이다.
이유는 방금 전 펜타곤에 날아든 전파 때문이었다.
“사령관, 그게 사실입니까?”
“일단 들어 보시오.”
젊은 귀족의 말에 나이가 지긋한 사령관이 침착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자 스크린에 한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노이즈가 심해 얼굴은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그나마 음성은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여기는 노블리스…… 마틴 후작님의…… 현재…… 교전 중이다…… 선체 피해 심각…… 오래 버티지 못할 것…… 비상 탈출을 시도한다…… 수신하는 즉시…… 구조를…….
“마, 마틴 후작님이라고?”
“맙소사!”
귀족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마틴 후작은 연방군의 군사 고문이자 군부파의 수장이다.
그런 마틴 후작이 누군가와 교전하다가 비상 탈출을 시도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건 은하연방에 일대 사건. 어떤 경우든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사건이었다.
영상이 끝나자마자 귀족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현재 상황은? 마틴 후작님의 생사는 확인되었습니까?”
“모두 진정하시오!”
그때 귀족들 사이에서 일갈이 터져 나왔다.
그 목소리에 장성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50대의 사내가 걸어 나왔다. 24세기의 인류치고는 상당히 작은 체구였지만 좌중을 압도하는 박력이 느껴지는 사내였다.
사내가 다가오자 사령관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웨스턴 백작님.”
웨스턴이 귀족들을 돌아보며 혀를 찼다.
“현역 장성이라는 자들이 이만한 일로 혼란스러워하면 어쩌자는 건가?”
“하지만 백작님, 구조요청을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마틴 후작님입니다.”
“그러니 더 냉정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그건 그렇지만…….”
“일단 사실 여부부터 확인해 보지.”
웨스턴이 귀족들의 말을 끊으며 사령관을 돌아보았다.
“사령관, 나는 마틴 후작님이 직접 노블리스를 몰고 국경 지대로 나올 일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저 전문이 정말 노블리스에서 보내온 것이 확실합니까?”
“통신 보안 코드는 맞습니다. 그리고 이스타나에 확인해 본 바에 의하면 실제로 마틴 후작님은 금일 오전, 시델린에서 노블리스를 타고 이동했다고 합니다.”
“용건은?”
“그건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군부에도 알리지 않은 비정기 항해였다는 건가…….”
웨스턴이 손끝으로 하얀 구레나룻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다가 슬쩍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전문의 발신지는?”
“구조 요청을 보낼 때는 이미 노블리스가 격침될 상황이었던 탓인지 통신 상태가 고르지 못해 좌표에 대한 내용은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발신지를 추적해 봤지만 현재로서는 서부 국경의 북위 30에 해당하는 웨어 벨트 부근이라는 것밖에는…….”
“그 넓은 지역을 다 뒤져 봐야 한다는 건가?”
웨스턴이 답답한 한숨을 불어 냈다.
간단하게 웨어 벨트 부근이라고 하지만 실제 그 지역의 크기는 수 광년에 달한다.
물론 지금은 민간 우주선이라도 1시간에 1,000~1,500광년이나 이동할 수 있는 시대지만, 이번 임무는 구조. 격침되는 전함에서 탈출한 비상정을 찾아야 하는 일이다.
워프 항해 따위를 하며 비상정을 찾을 수는 없으니 그 넓은 지역을 일일이 뒤지며 돌아다녀야 한다는 말이었다.
“뭐 그것도 찾을 수 있을 때의 얘기지만.”
“그게 무슨?”
“아직도 모르겠나?”
젊은 귀족의 질문에 웨스턴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은하연방의 국경 근처에서 군부의 최고 실력자가 타고 있는 최고 사양의 순양함이 습격을 당해 격침되었다. 이게 우주 몬스터나 해적 따위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나?”
“그럼 중장님은……?”
“아직 아무것도 속단할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 노리고 한 짓이라면 생각할 수 있는 적은 그리 많지 않지. 결과에 따라서는…….”
웨스턴의 마지막 말에 귀족들이 숨을 죽였다.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그 뒤에 이어질 말이 뭔지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겠지. 그러려면 일단 마틴 후작님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령관, 지금 바로 동원 가능한 모든 고속정을 준비해 주십시오. 내가 직접 웨어 벨트로 이동해 수색 작업을 지휘하겠습니다.”
* * *
“뭐, 뭐야?”
펜타곤에서 멀지 않은 우주 공간.
기다란 원통형의 특이한 우주선이 떠 있었다.
이 우주선의 주인은 소린, 요즘 한창 인기를 모으는 게임특종의 기자였다.
게임특종은 시청자에게 발 빠른 뉴스를 전해 주기 위해 은하 3국과 우주 개척지의 주요 시설에 기자를 배치시켜 놓았는데, 소린도 그중 1명이었다. 원통형의 특이한 우주선도 그 때문. 우주선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망원경이었다.
그런데 방금 전, 그 망원경에 놀라운 장면이 포착되었다.
은하연방의 서부 사령부에서 갑자기 수백 척의 우주선이 벌 떼처럼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 선두에 떠 있는 것은 전열함. 모함을 제외하면 최대 규격의 전투함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훈련인가? 아니, 훈련으로 보기에는 함대 편성이 이상해. 전열함 한 척에 수백 기의 고속정이라니? 이런 편성의 훈련은 들어 본 적이 없어. 더구나 저 정도 숫자라면 펜타곤의 고속정이 몽땅 동원된 것이나 다름없어. 비정기 훈련에 기지의 고속정을 몽땅 동원한다는 것은 말도 안 돼.”
대한민국의 남자가 대부분 그렇듯이 소린도 군필자였다.
소린은 펜타곤에서 몰려나오는 함대를 보는 순간 그런 군필자로서의 촉이 섰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실제 상황이라고. 그리고 기자의 촉이 섰다.
“……특종이다!”
소린이 씨익 웃으며 계기판을 두드렸다.
그리고 그의 우주선, 저널리스타가 함대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 * *
“상태는?”
“보는 것만큼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장갑은 많이 상했지만 다행히 주요 시스템이나 동력부는 거의 손상이 없더라고요. 일전에 업그레이드될 때 장갑의 내구성도 한층 더 강화되었거든요. 하지만 양측 날개가 손상되어 당장 비행은 무리입니다. 자동 복구 시스템으로 회복 가능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5~6시간은 걸릴 겁니다.”
헤겔이 손에 묻은 기름때를 닦아 내며 대답했다.
“5~6시간이라…….”
레피드가 눈살을 찌푸리며 실버스타를 바라보았다.
수십 그루의 나무를 짓이긴 상태로 착륙해 있는 실버스타는 넝마처럼 변해 있었다.
베스타이나에서 찾은 동굴로 진입한 직후, 갑자기 몰려나온 비행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은 결과였다. 그러나 헤겔의 보고처럼 보는 것만큼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
사실 전투는 거의 일방적.
실버스타의 장갑이 엉망으로 보이는 것은 그때 학살한 몬스터들의 살점과 피가 엉겨 붙은 탓이다.
그러나 숫자가 숫자인지라 실버스타도 적지 않은 대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었고, 마지막에는 수백 마리가 기체에 달라붙는 바람에 제어를 잃고 불시착하게 되었다.
양측 날개의 손상은 그때 생긴 것이었다.
뭐 솔직히 실버스타야 어찌 되든 상관없지만…….
“쳇, 아크 자식이 알게 되면 또 잔소리 꽤나 늘어놓겠군.”
“형님이 5~6시간 안에 올 수 있을까요?”
“안 오기를 바라야지. 뭐 아예 죽어 주면 더 좋고.”
레피드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헤겔이 멋쩍은 표정으로 대머리를 긁적였다.
헤겔은 벨타나에서부터 아크와 함께해 온 친위대 출신. 게다가 맨들맨들한 머리의 감촉이 좋다는 이유로 유난히 예쁨(?)을 받아 온 대원이라 아크에 대한 충성도가 만땅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 아크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했다면 발끈했으리라. 그러나 조사단 퀘스트에 참가해 레피드가 입사할 때부터 보아 온 헤겔은 알고 있었다.
아크와 레피드는 원래 ‘그런 관계’라는 것을.
“저와 밀란이 달라붙으면 수리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는 있어요.”
“이런 안개 속에서 비행은 무리겠지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가능한 한 수리는 서두르는 편이 좋겠지. 베이스캠프로도 사용해야 할 테니까.”
레피드가 주위를 둘러보며 대답했다.
실버스타가 불시착한 곳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당연히 이곳이 어떤 곳인지도 알 길이 없었다. 현재 레피드가 알고 있는 것은 이곳이 베스타이나 지하 깊은 곳이고, 지하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넓다는 것뿐이었다.
‘지하에 이런 공간이 있을 줄은…….’
밀림처럼 빽빽한 수풀과 안개. 게다가 통신 전파조차 잡히지 않는 장소였다.
‘귀찮게 됐군. 이런 장소라면 수색 작업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거야. 뭐 실버핸드니 친위대원이니 하는 녀석들이야 어찌 되든 알 바 아니지만 한창 진행하고 있을 때 설렁설렁 따라온 아크 자식의 얼굴을 보고 싶지는 않아.’
레피드도 바보는 아니다.
아니, 상당히 똑똑한 축에 속하는 유저였다.
아크가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둥의 헛소리를 지껄인 이유가 자신의 자존심을 긁어 대기 위해서라는 것쯤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면 일부러 퀘스트를 실패해 아크가 우는 꼴을 보고 싶다는 유혹도 생겼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레피드는 자존심이 지나치게 강했다.
그 자존심이 실패라는 말을 용납하지 않았다.
아니, 차라리 상황이 엄청 간단하고 쉬워 보이면 일부러 실패할 마음도 있었다.
누가 봐도 ‘일부러’처럼 보이면.
그러나 지금 상황은 예상보다 힘들어 보인다.
작정하고 나서도 성패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 그러니 설사 진짜 ‘일부러’ 실패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으리라.
그건 용납할 수 없는 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크가 오기 전에 끝낸다!’
그리고 한 발 늦게 도착한 아크에게 무심한 어조로 말한다. 있어 보이는 표정으로 ‘훗, 늦었군.’이라고.
‘그래! 이거다! 이 노선으로 가는 거야!’
이상한 방식으로 의욕을 불태우는 레피드였다.
어쨌든 레피드는 실버스타 앞에서 주위를 둘러보는 대원들을 불러 모았다.
“이미 너희들도 확인해 봤겠지만 이곳은 통신이 되지 않는다. 앉아서 구조 요청자의 연락을 기다릴 수는 없다는 말이지. 그러니 일단 실버스타를 베이스캠프로 삼고 조금씩 수색 범위를 넓혀가며 지형부터 탐색한다. 짙은 안개가 끼어 있는 숲이지만 직선상으로 움직이면 길을 잃을 걱정은 없을 거야. 단, 시간이 없으니 팀을 나눠 움직인다.”
“어이, 잠깐만.”
그때 원숭이 1마리가 끼어들었다.
퍼거슨이라는 이름을 가진 원숭이였다.
“왜 당연한 듯이 네가 명령을 내리는 거야? 상황이 그렇잖아. 원래 이 팀의 리더인 아크 님이 없으면 다음으로 강한 사람이 명령을 내리는 게 사리에 맞지 않겠어?”
“이제 와서 뭔 소리냐? 형님은 떠나기 전에…….”
“됐어. 더 들어 보지.”
레피드가 쿠라칸을 제지하며 퍼거슨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게 너라는 거냐?”
“음, 그렇게 물어보니 아니라고는 못 하겠군. 뭐 너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말이지, 이 몸은 한때 게임특종의 유저 순위 18위까지 했던 몸이라고.”
“그래? 굉장하군. 그런데 그런 귀한 몸께서 왜 그동안 던전에서 삽질이나 하고 있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