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57)
아크 더 레전드-357화(357/875)
[357] SPACE 3. 미지의 혹성? (2)-비상용 보급품 상자
<우주 식량 ×15>, <9mm 범용 탄환 ×10Box>, <회복 앰플 ×2>, <조명탄 ×5>, <수류탄 ×2>…….
비상정에 비치되어 있는 보급품이었다.
당장은 구조조차 기대하기 힘든 곳에서 이런 보급품은 문자 그대로 생명줄! 특히 탈출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장 소중한 보급품은 식량이었다.
“우주 식량 15개. 아끼면 둘이서 사흘은 버틸 수 있는 양이지만…….”
헉슬러가 한숨을 불었다.
그것도 얌전히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때의 얘기다.
많이 움직일수록 더 빨리 배가 고파지는 것은 당연지사.
마틴 후작이나 다른 승무원들을 찾아 돌아다녀야 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길어야 이틀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면 불안하기 짝이 없는 양이었다.
“하지만 버텨 보는 수밖에 없죠. 무슨 일이 생길지 장담할 수 없으니 보급품은 나누어 가지고 있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헉슬러가 8개의 우주 식량을 건네주었다.
자기 몫보다 하나 더 많다. 나름 배려해 주는 것이겠지만.
“아니, 저는 됐습니다.”
“네? 아, 혹시 식량을 가지고 계십니까?”
있긴 있다. 5개 정도는.
물론 예전에는 항상 적어도 20~30개의 우주 식량을 가지고 다녔다. 그러나 우주선이 생긴 이후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언제든 넓은 창고를 사용할 수 있어 백팩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비상용으로 5개만 가지고 다녀도 충분했다.
그러나 아크가 식량을 거절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있더군요.”
“있다니요? 뭐가 말입니까?”
“이겁니다.”
아크가 손에 들린 주머니를 펼쳐 보였다.
그러자 뭔가 하고 들여다보던 헉슬러가 비명을 터뜨리며 물러났다. 주머니 속에는 마치 지네처럼 생긴 시커먼 벌레 10여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뭐, 뭡니까? 그게?”
“저도 처음 보는 녀석이라 잘 모릅니다.”
“설마…… 그걸 먹겠다는 겁니까? 처음 보는 벌레를? 제정신입니까? 우주 벌레는 대부분 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주에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벌레를 먹는다는 것은 목마르다고 바닷물을 퍼마시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입니다. 복통과 설사 정도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심하면 뇌 질환이나 심장병, 당뇨 합병증 등등으로 죽는다고요!”
당연히 아크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뇌 질환이나 심장병, 당뇨 합병증 등등은 아크와 상관없는 얘기였다.
실제로 이 지네가 그런 증상을 일으킬지도 모르지만 아크는 그조차 소화시키는 ‘강철 같은 위장’의 소유자인 것이다. 그리고 이미 테스트까지 해 보았다.
-정제되지 않은 음식을 섭취했습니다.
혀끝에 짜릿한 느낌이 전해지는 게 독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강철같이 단련된 위장으로 독성을 중화시키고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었습니다.
《만복도 +40%, 10분간 힘이 10 증가합니다.》
결과는 문제없음!
‘강철 같은 위장’ 하나면 어디서든 식량 걱정이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Lv.2가 되어 벌레의 영양분으로 추가 효과를 얻는 기능까지 생겨 오히려 힘이 10 상승했다.
적어도 아크에게는 그저 배만 채우는 우주 식량―뭐 아크가 생산하는 우주 식량 중에는 보너스 효과가 붙은 상품도 있었지만―보다 벌레가 더 좋은 식량이었다.
이 스킬의 최대 단점은 징그러운 벌레를 삼켜야 한다는 점. 그러나 그런 정신적인 대미지는 벨타나의 설원을 헤맬 때 이미 극복했다.
‘그러고 보니 이 스킬을 한동안 잊고 있었어. 우주 식량이 비싼 것은 아니지만 10쿠퍼도 돈. 공짜로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약간이지만 능력치가 올려 주는 음식을 두고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우주 식량을 먹어 왔다니, 나도 배때기에 기름이 낀 건가?
뉴월드 시절이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설사 벌레가 아니라 벌레 똥이라도, 10쿠퍼가 아니라 1쿠퍼라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기꺼이 먹었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니 역시 좀 나태해지기는 한 모양이다.
‘그래, 이제라도 정신 차려야지. 섹터 관리자니 뭐니 해도 난 아직 호크나 세븐 소드에 비하면 피라미다. 그리고 영지 혹성도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야. 아직 배때기에 기름칠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말이지. 식량이 넉넉하지 않기도 하지만, 반성하는 의미에서라도 이제부터 벌레만 먹어서 강철 같은 위장을 아예 Lv.3으로 만들어야겠다.’
아크는 당차게 마음먹었다.
반성의 결과지만, 이런 결심은 의외의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니 식량은 전부 헉슬러 님이 가지고 계십시오. 제 것까지 합하면 20개. 헉슬러 님 혼자라면 이것으로 적어도 일주일은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아, 아크 님……!”
식량을 몽땅 건네주자 헉슬러가 당혹성을 터뜨렸다.
그리고 붉게 상기된 얼굴로 눈물을 글썽이며 아크를 바라보았다.
“구조조차 바라기 힘든 상황에서 식량은 생명이나 다름없는 것! 그런데 자신의 식량까지 털어 제게 주시고 정작 자신은 어떤 독이 있는지도 모를 벌레로 연명하시겠다니…… 솔직히 저는 후작님이 휘하 부하도 많은데 아크 님을 편애하는 것이 못마땅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겪어 봐야 아는 법이군요. 이제야 후작님이 아크 님을 아끼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한때나마 아크 님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제가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저는 비록 후작님의 부하지만 앞으로 아크 님을 형님처럼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멋대로 감격스러워하는 것이었다.
-헉슬러의 호감도가 200 상승했습니다.
그와 함께 수직 상승하는 호감도!
뭐 아크가 벌레를 애호하는 이유는 헉슬러의 상상과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아크는 감격하는 사람의 기분에 찬물을 끼얹을 정도로 냉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너무 부끄럽습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지만 이제 우리는 생사를 함께해야 하는 처지 아닙니까? 힘을 합쳐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고작 이런 일로 형님이라니,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아닙니다! 어찌 자신의 생명을 나눠 주는 일을 고작이라고 하십니까? 부디 저를 동생으로 받아 주십시오! 받아 주시지 않으면 저 역시 식량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아크가 짐짓 한숨을 불어 내며 끄덕였다.
“그래, 알았다. 헉슬러, 나도 이제부터 널 동생으로 생각하겠다.”
“감사합니다, 형님!”
헉슬러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일단 그렇게 서열 관계가 정해지자 바로 준비 작업이 진행되었다. 헉슬러는 비상정에서 통신 장비에 사용할 수 있는 부품을 뜯어내고, 보급품을 챙겨 넣었다.
그사이에 아크도…….
캐릭터 정보창
이름 : 아크(R-02788)
레벨 : 153
종족 : 인간
직업 : 엘림의 계승자
명성 : 24,730
생명력 : 3,600(+575)
정신력 : 825(+490)[마나 : 0 포스 : 1,825]
모험치 : 3,040
힘 : 385(+80) 민첩 : 415(+128)
체력 : 605(+115)
지혜 : 40(+23)
지능 : 395(+98) 운 : 45(+18)
통솔 : 10
※칭호 : 무식한 파괴자(지혜 -10, 힘 +7, 체력 +7)
시공간 돌파자(힘, 민첩, 체력, 지혜, 지능, 운 +10)
벨타나의 영웅(힘, 민첩, 체력, 지혜, 지능, 운 +3)
아타마스의 영웅(힘, 민첩, 체력, 지혜, 지능, 운 +5)
중재자(지혜, 지능 +15)
※세트 아이템 효과 : (힘, 민첩, 체력 +10. 방어력 +20)
※공헌도 : 은하연방 27,520, 아슐라트 500
※소속 : 다크에덴(CEO)
※신체 코팅 : 서바이버
+서바이버 코팅으로 환경 적응력이 50% 상승했습니다.
+서바이버 코팅으로 만복도의 감소 속도가 30% 낮아졌습니다.
+서바이버 코팅으로 낙하 데미지를 50%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서바이버 코팅으로 ‘투시’ 효과가 적용되었습니다.
-장비품 정보창-
무기 : <이퀄라이저(힘 +15, 민첩 +10, 공속 +18%)>
방어구 : <하이드 헬멧(위장 기능)>, <바이우스 실드(체력 +20, 에너지 무기에 대한 저항 +50%, 골렘 소환)>, <쿠휀의 보갑(힘, 민첩, 체력 +30, 앙크)>, <벨페골의 바지(체력 +20, 민첩 +20, 역린)>, <팬텀 부츠(민첩 +30, 지능 +20, 이동속도 +20%, 영혼의 질주)>
장신구 : <쉐라톤의 여명(지능 +45)>, <열풍의 반지(화염 저항 +30%, 민첩 +10)>
보조 장비 : <자렌족의 증표 : Lv3>, <젝슨의 공구상자>, <회복 앰플(장착)>, <하이퍼 드론 : Lv2>
점검 완료!
“형님, 저는 준비가 끝났습니다!”
“좋아, 그럼 출발하자!”
아크는 새로운 동생과 모래 폭풍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어이! 부룸!”
여전히 인파로 북적거리는 갤럭시안의 초보 존 R-14.
비록 유저들은 있는지 없는지조차 제대로 모르는 곳이지만, R-14의 혈관과도 같은 공기 순환 시스템을 감독하는 젝슨이 파이프 청소부 자렌족의 장로 부룸을 불러 세웠다.
넝마를 입고 가던 부룸이 움찔하며 젝슨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젝슨의 손에 들린 작업 일지를 곁눈질하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무슨 문제라도?
“아니, 딱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말이야…….”
젝슨이 자렌족도 부러워할 윤기 나는 대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작업 일지를 확인해 보니 요즘 갑자기 파이프 정비 속도가 이전의 몇 배나 상승했더군. 뭐 나야 위에서 갈구지 않으니 좋기는 하지만 갑자기 이러니 좀 당혹스러워서 말이야. 혹시 내가 모르는 무슨 사정이라도 있는 건가?”
-사정이라기보다는…….
머뭇거리던 부룸이 한숨을 푹 불어 내며 대답했다.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이거 너무하는군.”
-네?
“나 참, 내가 여기서 근무한 게 벌써 10년이 넘어. 파이프 속에서 사는 자네들만큼이나 이곳에 빠삭하다는 말이야. 그런 내가 정말 자네들이 파이프 속에서 하는 일을 모르고 있었다고 생각하나? 우주 벌레를 잡아다 놓고 사냥터를 운영하는 그런 일을?”
-그, 그건…….
부룸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떠듬거렸다.
그러자 젝슨이 피식 웃으며 부룸의 머리를 툭툭 쳤다.
“괜찮아. 말했잖아. 알고 있었다고. 그 사냥터를 처음 시작한 사람이 아크지? 사실 나는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네. 다시 말해 알면서도 눈감아 주고 있었다는 말이지. 왜냐고? 나도 자네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하고 있었기 때문이지. 나도 일단은 공무원이라 연방 정부의 명령대로 자네들을 감독하고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너무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 내가 도와줄 방법은 없지만 자네들이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기를 바라고 있었어. 그래서 아크가 자네들을 도와 불법 유료 사냥터를 만드는 것을 눈감아 주었던 거네.”
-아크…….
부룸이 오랜 기억을 떠올리는 표정으로 웅얼거렸다.
젝슨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 자네도 그리운가 보군. 하긴, 나도 가끔 생각나네. 여기서 10년이 넘게 근무했지만 그만한 근성을 가진 녀석은 그 전에도, 그 후로도 보지 못했어. 가끔 이런저런 얘기가 들려오는 것을 보면 일단 잘 지내고 있기는 한 모양이네.”
잠시 그리운 표정으로 회상하던 젝슨이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 작업 일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지? 내가 궁금한 게 그것 때문이네. 자네들은 유료 사냥터 운영을 시작한 이후로 꽤 짭짤하게 벌어들이고 있지 않은가? 뭐 그래도 모든 자렌족의 시민권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굳이 돈도 되지 않는 파이프 청소에 매달릴 이유는 없을 텐데? 아니,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고. 내 눈치를 보느라 그러는 것이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해 주려고 하는 거네.”
-젝슨 님…….
부룸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부룸의 반응에 젝슨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 이런…… 그렇다고 울 것까지야 있나? 뭐, 그동안 알면서도 모른 척해 왔다는 말을 듣고 감동을 받은 건 이해하겠지만…… 어허, 이거 참…….”
-그게 아닙니다!
“뭐? 그게 아니라니?”
-우리는 망했습니다! 크흑! 우리는 망했다고요!
갑자기 부룸이 털썩 OTL 자세를 취하며 소리쳤다.
“망하다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왜 망해?”
-그게 모두 아크! 아크 때문입니다!
“아크?”
젝슨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그러자 부룸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사건의 발단은 얼마 전, 개척자들이 파티 자리를 구하는 인력 시장에서 두 남자를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부룸의 일은 이런 개척자들을 꼬드겨 유료 사냥터로 유인(?)하는 것. 그런데 일단 말을 붙여 놓고 보니 이 둘은 이제 막 시작해 돈이 1쿠퍼도 없었다.
그러나 부룸을 이 둘을 받아 주었다.
잠시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두 남자가 아크와 잘 아는 사이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R-14에 유료 사냥터를 만든 사람은 아크.
뭐 결국 본전은 확실하게 챙기고 나갔지만, 어쨌든 자렌족에게는 은인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R-14는 개척자가 몰려 유료 사냥터도 연일 성황. 2명 정도 후불―우주 벌레를 사냥해서 갚기로 했다―로 입장시키는 것쯤은 상관없다.
“그런데? 그게 사냥터가 망한 것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가?”
-……다 잡았습니다.
“에?”
-그 두 놈이 우주 벌레의 씨를 말렸다고요!
부룸이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먹물을 튀겼다.
우주 벌레라고 무한대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우주 벌레 농장이었던 지역은 눈에 보이는 벌레를 싹 잡아도 시설 아래에 배양기가 있어 끊임없이 공급된다.
그러나 유료 사냥터의 우주 벌레는 자렌족은 생체 연구실에서 알을 훔쳐다가 키우고 있던 것이었다. 물론 R-14의 우주 벌레는 DNA를 조작한 품종(?)이라 증식 속도가 빨라 몇 마리만 남아 있어도 금세 불어나지만…….
“오오, 여기는 우주 벌레가 넘쳐나잖아? 좋았어! 아무래도 다른 녀석들보다 한참 늦게 시작하는 것이라 좀 신경 쓰였는데, 여기서 확실하게 몸을 풀고 가야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