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63)
아크 더 레전드-363화(363/875)
[363] SPACE 5. 과거의 영웅, 현재의 영웅 (3)그리고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폭탄선언을 했다.
“원래 정신력이란 극한 상황에서 단련되는 것. 시퍼렇게 질린 얼굴을 보니 확실히 효과가 있을 것 같군. 그런 이유로 이제부터 내 휘하의 모든 대원들은 스카이워커 사용을 금지한다. 절벽이 나오면 기어오르고, 바다가 나오면 헤엄친다. 이의 있나?”
“맙소사! 실제로는 아무 이득도 없는데 말입니까?”
“이득이 없다고? 누가 그렇게 단정했지?”
이슈람이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아는 어떤 유저의 얘기를 해 주지.”
어떤 유저에게 10여 명의 NPC 부하들이 생겼다.
그러나 부하들은 몸도 마음도 너무 허약했다. 보통 유저라면 그냥 실망하고 부하를 버리거나, 어쩔 수 없다고 체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틀림없이 보다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믿었고, 그런 진심이 통해 부하들도 피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기꺼이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시련을 받아들인 결과!
“기적이 일어났다.”
죽어라 뛰어다니니 체력이 상승했고.
일부러 건드린 벌집에서 나온 벌 떼에 쫓기니 집중력이 상승했고. 밥 먹듯이 절벽을 기어오르니 힘이 상승했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울었다. 그것이야말로 남자들의 신뢰가 만들어 낸 기적. 그리고 강인한 육체는 강인한 정신에 의해 탄생한다는 내 평소 지론을 증명해 주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아크와 친위 대원들의 얘기였다.
아크가 처음 이슈람에게 갤럭시안 진출(?)을 권하던 날, 저녁을 함께하며 들은 얘기였다.
뭐 어쩌다 보니 엄청나게 각색이 되어 버렸지만…….
“그러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과물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결과적으로 능력치가 올랐다고 하지만 죽어라 노력해서 힘 1, 민첩 1이 고작이었을 것이다. 이미 레벨 100이 넘은 너희들이 보기에는 하찮은 수치겠지. 장비품 하나만 바꿔도 능력치 10~20 올리는 것쯤은 일도 아닐 테니까.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힘으로 난관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반면 너희들은 어떤가? 너희들은 나보다 몇 달이나 앞서 이 세계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지.”
이슈람이 한심한 눈으로 하퍼와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힘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력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썩어 빠진 정신으로 대체 뭘 하겠다는 거냐? 그런 썩어 빠진 정신으로 어떻게 루시퍼에 대항할 세력을 만들겠다는 거냐? 기적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다. 그래야 국민들의, 부모 형제의 피땀으로 얼룩진 혈세로 밥을 먹을 자격이 있는 게 아닌가!”
뭔가 그럴듯하면서도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슈람의 마지막 말은 확실하게 대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부모 형제의 피땀 어린 혈세!
그들이 현실에서 먹는 밥도, 게임 속에서 먹는 밥도, 모두 그 혈세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슈람의 말을 듣다 보니, 자신들이 마치 부모 형제의 고혈을 뽑아먹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마치 파란 집에 모여 있는 비열한 그들처럼.
그런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우리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이제야 눈이 떠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대장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뭔가 불타올라 버린 대원들이 주먹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그리고 모든 장비품을 벗고 맨몸으로 수백 미터 높이의 절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수훈련을 받은 군인이라고 하지만 맨몸으로 수백 미터 높이의 절벽을 기어 올라가 본 적이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그들의 고통 수치는 100% 리얼!
“크윽! 어깨가 빠지는 것 같아. 손가락도 움직이지 않아.”
근육의 고통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그러나 대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왠지 모르지만, 여기서 힘들다는 소리를 하면 부모 형제의 혈세나 축내는 기생충 같은 존재가 돼 버린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헉! 으아아아아!”
추락하는 대원이 나와도 달라지지 않았다.
“헉헉, 돌아보지 마라! 헉헉, 우리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싸우는 중이다!”
“으윽! 우리는 대한민국의 군인이다!”
“헉헉헉! 헉헉! 우리에게는 용기를 잃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헉헉헉!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헉헉! 앞으로, 헉! 앞으로 헉헉헉!”
언제부터인가 대원들은 군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당장 숨이 끊어질 정도로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신을 격려하기 위해, 전우를 격려하기 위해,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목이 터져라 군가를 불렀다.
그리고 그런 군가에 채찍질을 당하듯이 덜덜 떨리는 팔을 움직여 하나, 하나 돌부리를 움켜쥐며 올라갔다.
그렇게 장장 10시간, 밤이 지나 새벽이 밝아 올 무렵.
“저, 정상이다!”
“정말 해냈어! 올라왔다!”
“하면 되는 거야! 대장님 말씀대로 하면 되는 거라고!”
도중에 추락한 2명을 제외한 13명의 대원은 마침내 절벽 위에 올라올 수 있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벅찬 감정을 주체 못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고작 게임 속에서의 일이었지만!
누구도 그런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절벽 등반 성공은 자긍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경험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들은 모르고 있었다.
이슈람이 했던 아크와 친위대원들의 얘기…….
그때 친위대원들의 능력치가 다소 조종되었던 것은 그들이 NPC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유저들은 이런 짓 백날 해 봐야 능력치는 0.00001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 * *
“……늦었군요.”
“그래. 그만큼 시간이 걸렸으니.”
마틴 후작이 한숨을 불어 내며 끄덕였다.
그 앞에는 온몸이 벌집처럼 변한 2구의 시체가 흩어져 있었다. 누구에게 당한 것인지는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마치 앙상한 뼈대처럼 플라스틱 재질의 부품만 남아 있는 비상정. 승무원들을 죽인 나쿠마들이 뜯어 간 것이리라.
“모든 승무원이 무사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마음이 아프군.”
“그래도 이만큼 합류할 수 있었던 것은 후작님 덕분입니다.”
페이가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마틴 후작의 말대로, 노블리스에서 탈출한 비상정은 한 지역에 모여 있었다.
헉슬러가 3개의 비상정 신호를 동시에 감지한 이후, 수십 킬로미터 범위에 대부분의 비상정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비상정이 나쿠마의 습격을 받고 있다는 것도. 이에 마틴 후작과 아크, 페이, 헉슬러는 본격적인 구조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나쿠마를 처리하는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구출에 성공하면 병력이 늘어난다. 당연히 구조에 성공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전투 속도도 빨라졌고, 하루 반나절이 지났을 무렵에는 모든 비상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게 모든 승무원을 구조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노블리스에서 탈출한 비상정은 50기.
그러나 그중 20여 기는 마틴 후작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나쿠마의 공격을 받은 뒤였다.
그래도 페이의 부하, 특무대원들은 교전을 벌이며 버티고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기관병들은 나쿠마의 습격을 받은 시점에 모두 사망한 상태였다.
그래도 합류한 인원은 60명.
“절반 이상은 구출한 셈입니다. 노블리스가 격침되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후작님이 다른 승무원들의 위치를 파악해 둔 덕분이지요. 그것만으로도 후작님은 영웅 칭호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분입니다, 어디의 누군가와 달리.”
“페이 대장님, 그런 말은 좀…….”
번번이 아크를 걸고넘어지는 페이의 태도에 헉슬러가 눈살을 찌푸렸다.
“몇 번이나 말씀드렸다시피 아크 님도 나름 노력했습니다. 후작님과 비교하면 아직 부족한 면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영웅이라는 칭호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나도 같은 생각이네.”
“저런 자가 말입니까?”
페이가 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런 페이의 시선을 받는 아크는…….
뒤적뒤적, 깡깡! 뒤적뒤적. 깡깡!
나쿠마의 잔해를 뒤지며 쓸 만한 부품을 챙기고 있었다.
페이가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머리를 흔들었다.
“대체 저 행동 어디에 영웅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지 모르겠군요.”
“형…… 아니, 아크 님!”
“응? 왜?”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보면 모르냐? 쓸 만한 게 없나 찾아보는 중이잖아.”
“그걸 물어보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 짓이나 하고 있을 때예요? 일단 승무원 수색은 끝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조난당한 상태라고요! 이제부터는 탈출할 방법을 의논해야 하잖아요!”
“알았어, 알았다고. 이것만 뒤져 보고.”
아크가 뒤지던 잔해를 마저 뒤지고 뛰어왔다.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하기로 얘기가 진행되고 있는데?”
“정말이지…….”
헉슬러가 한숨을 푹 불어 내며 고개를 떨궜다.
반면 페이는 비웃음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며 혀를 차고 있었다. 아크도 바보는 아니다. 헉슬러와 페이가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아크는 지금 상황에 딱히 불만이 없었다.
물론 대놓고 자신을 경원시하는 페이의 태도는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페이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아크가 벨타나의 영웅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군부의 선전용이었고, 마틴 후작보다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뭐 전투력만 보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지만.
아크는 나쿠마와 전투를 할 때도 항상 선두에 서기는 했다. 그러나 돌산에서 싸울 때처럼 필사적으로 싸우지는 않았다. 아니, 필사적으로 싸우기는 했지만 티가 나지는 않았다.
특별한 스킬 없이 근접 공격만 했고, 그것도 한 놈을 때리다가 다른 놈으로 옮겨 가고, 또 잠시 때리다가 다른 놈으로 옮겨 갔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나쿠마는 실드를 가진 기계 생명체.
검을 사용하는 아크는 실드에 추가 대미지가 적용되지만, 일단 실드가 벗겨지면 공격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마틴 후작이나 페이, 그 외에 구조된 특무대원들도 대부분 총기를 주력 무기로 사용하고 있었다. 때문에 아크는 일단 실드가 해제된 나쿠마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편이 좀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아크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폼이 안 나니까!
그리고 말했듯이 지금의 상황에 딱히 불만이 없었다.
굳이 이런 저런 변명을 늘어놓지 않아도 나쿠마를 해치우면 경험치는 들어온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사이에 레벨이 한 번 더 오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특무대원들의 눈치를 살피며 슬쩍슬쩍 꺼내 놓은 덕분에 바우는 경험치를 훔쳐 먹으며 광렙! 하루 반나절 만에 11이나 더 올라가 어느새 50대에 이르렀다.
-<부품: 광학 센서>를 획득했습니다.
-<부품: 아다만티움 장갑판>을 획득했습니다…….
게다가 전투가 끝나면 전리품은 몽땅 아크가 독식!
마틴 후작과 페이 등은 전리품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아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상황이 좋지는 않다. 번번이 동료들의 시체를 보게 되니 기분도 나쁠 것이다. 그러나 그것과 이건 다른 문제다.
전리품을 챙기지 않는다고 죽은 동료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눈앞에 떨어져 있는 돈도 줍지 않다니, 배가 불러서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애초에 아크는 승무원들의 죽음에 비통함을 느낄 정도로 우정을 쌓을 시간도 없었다. 때문에 전투가 끝날 때마다 슥삭슥삭.
깡깡(야금술로 감정하기 위해 금속을 두들기는 소리)!
야금술로 감정까지 해 가며 비싸 보이는 기계 부품만 골라 담았음에도 이제 백팩에 빈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뭐 그 때문에 페이 외에도 다른 승무원들이 아크를 바라보는 눈길이 좋지 않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여기는 지형이 좋지 않다. 나쿠마를 유인할 필요가 있겠군.
-이제 인원이 늘었으니 부대를 나눠 움직이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겠군. 하지만 정보도 많지 않을뿐더러 통신조차 되지 않는 지역에서 병력을 분산시키기에는 위험부담이 많다. 서두르다가 힘들게 합류한 병력을 잃는다면 의미가 없지. 한계 거리는 500미터. 그 범위 안에 포함된 비상정이 여럿 있을 때만 부대를 나눠 움직인다.
-이대로 무턱대고 돌진하면 되레 나쿠마에게 공격받는 아군이 위험해질 우려가 있다. 부대를 나눠 우회해서 나쿠마의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다.
-놈들의 숫자가 많다. 이럴 때는 오히려 정면 돌파가 낫지. 닥돌이다!
마틴 후작의 대사들이었다.
촉수와 싸울 때도 그랬지만 마틴 후작은 어떤 상황이든 길게 생각하는 법이 없었다.
상황에 직면하는 것과 동시에 결단, 그리고 바로 행동에 옮겼다. 항상 신중하게 상황을 살피고 만반의 준비를 한 뒤에야 행동에 옮기는 아크와는 전혀 다른 성격.
그렇다고 마틴 후작이 틀리다는 말은 아니었다.
판단이 정확한지 아닌지를 떠나, 그런 마틴 후작의 빠른 판단과 행동력은 특무대원들에게 확신을 심어 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아크는 그런 마틴 후작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었다.
아니,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당신은 뛰어난 지휘관을 신중하게 관찰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전장에서는 때때로 자신보다 뛰어난 지휘력을 가진 영웅 급의 NPC를 만날 기회가 생깁니다. 그런 지휘관들이 부대를 통솔하는 방법을 보는 것도 하나의 공부. 직접 부하를 통솔해 전투를 치르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보다 훌륭한 지휘관의 전략 전술을 지켜보는 것으로 더 많은 깨달음을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신은 이점을 깨닫고 한때 영웅으로 칭송받던 마틴 후작의 지휘를 지켜보고 감명을 받아 자신의 지휘력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통솔 +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