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64)
아크 더 레전드-364화(364/875)
[364] SPACE 5. 과거의 영웅, 현재의 영웅 (4)실제로 통솔 수치가 상승한 것이다.
그런 식으로 하루 반나절 동안 올린 통솔은 무려 40!
은하연방에서 최고로 손꼽히던 과거의 영웅, 마틴 후작의 지휘를 지켜본 보너스였다.
뭐 그래도 페이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지만, 그건 페이가 마틴 후작의 부하이기 때문. 다크에덴의 직원을 지휘할 때는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리라.
뭐 어쨌든!
아크는 이런 상황에서도 이것저것 꽤 챙기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차피 자신의 부하도 아닌 페이나 다른 승무원들이 불만스러운 눈길을 보낸다고 울컥하거나,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는 비굴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지 않은가.
명분보다는 실리!
그게 아크의 변치 않는 인생관이었다.
뭐 그래도 비공식 스폰서이자 VVVIP인 마틴 후작의 호감도가 내려간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부품 따위를 챙기다니, 여유만만이군.”
딱히 그런 눈치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챙겨야 하니까요. 저는 후작님처럼 부자가 아닙니다. 섹터 관리자라고 하지만 딸린 식구도 많고 항상 빠듯해서 벌 수 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고요.”
“살아 돌아갈 자신이 있다는 말이군.”
“후작님은 없으십니까?”
“있지.”
마틴 후작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말인데, 일단 살아남은 승무원들은 모두 합류했다. 이제 뭘 해야 할까?”
“후작님, 그런 걸 왜 저런 자에게…….”
“그만해라.”
마틴 후작이 페이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눈매를 좁히며 다시 아크를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그냥 나쿠마의 잔해나 뒤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던데? 노블리스에서도 다른 승무원들은 보지 못했던 이큘러스를 너만은 보았다. 그게 우연일 리는 없을 터. 게다가 모든 승무원들과 합류한 뒤에는 이 혹성을 탈출할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데도 정작 너는 다급해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이제부터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말이겠지. 말해 봐라. 지금 네 눈에도 우리가 보지 못하는 뭔가가 보이는가?”
이번에는 아크도 깜짝 놀랐다.
설마 마틴 후작이 거기까지 간파하고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마틴의 말대로였다.
아크도 지금까지 그냥 넋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승무원을 찾아도 정작 이큘러스를 탈출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이큘러스를 탈출하고, 최종적으로는 이큘러스의 상태를 파악해 되찾는 것이 아크의 목적!
때문에 아크는 내내 ‘그런 뭔가’를 찾고 있었다.
그런 아크의 레이더에 감지된 것이 바로 나쿠마의 몸에서 나온 검은 형체.
‘돌산에서 봤을 때는 몰랐는데, 이제 확신할 수 있게 됐다. 나쿠마에서 나온 형체는 그냥 하늘로 빨려 들어가는 게 아니야. 모두 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저곳으로!’
아크의 눈이 모래 폭풍 너머.
마치 토네이도처럼 하늘과 지상을 연결한 검은 소용돌이로 향했다. 승무원들을 구조하며 꾸준히 진군하자 몇 시간 전부터 보이기 시작한 소용돌이였다.
지금까지 나쿠마에서 솟아 나온 검은 형체는 모두 그 소용돌이가 있는 곳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검은 형체도, 소용돌이도 마틴 후작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사람은 하자스카를 발동 중인 아크뿐.
‘이큘러스도 하자스카를 사용하는 나만 볼 수 있었어. 그리고 저 소용돌이도. 그렇다면 저 소용돌이가 이번 사건을 일으킨 원인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자연스럽게 그런 결론이 나왔다.
“역시 저쪽인가?”
그때 소용돌이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던 마틴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알고 계셨습니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쪽에서 뭔가 짜릿짜릿한 느낌을 받았지. 말하자면 감이랄까?”
“이쯤 되면 슬슬 무서워지는데요?”
“전장에서 10년 정도 굴러다니다 보면 그 정도 감은 누구라도 생긴다. 하지만 너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은 생기지 않지. 그런 점을 생각하면 너도 충분히 대단하다. 이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능력은 없으니까.”
마틴 후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네 눈에도 뭔가 보인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군. 페이, 대원들을 집합시켜라. 식량도 슬슬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니 지네를 먹기 싫으면 서둘러야 할 것이다.”
역시나 마틴 후작은 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그리고 슬쩍 페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어떤가? 요즘 영웅도 나름 꽤 쓸모가 있지 않나?”
“글쎄요.”
“뭐 차차 알 기회가 있겠지.”
마틴 후작이 호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걸음을 옮겼다.
노블리스가 격침되고 뭔가 심상치 않은 혹성에 떨어져 이미 절반 가까운 부하를 잃었다. 그리고 또다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곳을 향하면서도 거침없는 걸음이었다.
그런 마틴 후작의 모습은 지금까지 아크가 가지고 있던 그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나쁜 쪽이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아크의 마틴 후작에 대한 호감도가 1,000 상승했습니다.
NPC에게도 유저의 호감도를 표현할 수 있다면 이런 메시지를 띄워 주고 싶다.
-넌 보면 볼수록 싫어! 호감도 -1,000!
덧붙이자면 페이에게는 이런 메시지를.
아크도 사람인지라…….
* SPACE 6. 지금 그들은…… (1)
“마이너스 1,000점이다!”
투콱-!
“우아아아악!”
시원한 타격음과 비명.
뒤이어 한 남자가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에 처박혔다.
그리고 물수제비처럼 통통거리며 튀어 가다가 데굴데굴 툭. 남자가 쿨럭거리며 상체를 일으키며 소리쳤다.
“컥, 쿨럭! 왜, 왜 이러시는 겁니까?”
“마이너스 1,000점이니까!”
“그러니까 느닷없이 왜 마이너스 1,000점인데요? 아니, 그 이전에 마이너스 1,000점이라는 건 대체 뭡니까?”
“내 나름의 평가 방식이다. 일명 정의 수치라고 하지.”
“저, 정의 수치?”
“그래,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관은 정의! 정의가 바로 서야 세상이 바로 서는 법이다. 불의가 판치는 세상이야말로 악! 우리가 쳐 부숴야 할 적이다!”
우뚝 서서 열변을 토하는 근육질의 사내.
그는 다름 아닌 정의남이었다.
정의남이 갤럭시안을 시작한 이유는 이슈람 때문이었다.
원전을 볼모로 잡고 정부를 협박하는 루시퍼에 대항하기 위해 300명의 정예요원으로 조직된 특별 대책 팀 루시퍼 헌팅. 그러나 막상 작전에 돌입하니 본래의 취지를 잃고 국방부 소속과 국정원 소속으로 나뉘어 견제를 시작했고,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종국에는 주요 정보를 숨기거나 상대 진영을 일부러 방해하는 짓까지 서슴지 않게 되었다.
이에 이슈람이 선택한 대응법은 밀착 감시.
국방부와 국정원으로 나뉜 대원들에게 감사원을 붙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슈람은 국방부 진영을 맡고 정의남에게는 국정원 진영을 맡기기로 했다.
본래 루시퍼 헌팅을 처음 기획하고 추진해 온 기관은 국정원. 국방부는 그 뒤에 끼어들어 국정원의 계획에 참견하는 형태로 참가하게 되었다. 때문에 국방부 요원이 좀 더 다루기 힘든 면이 있어 공식 직함을 가진 이슈람이 관리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비공식으로 참가한 정의남은 국정원.
국방부 요원들보다는 다루기 쉽다고 생각하지만…….
‘뭐 일단 이슈람이 인가를 받아 놨다고 하지만 난 그 녀석과 달리 이제 일개 민간인이다. 민간인이 감사원이랍시고 갑자기 끼어들어 일일이 참견하면 좋아할 공무원은 없지. 하지만 국가 중대사다. 게다가 아크의 부동산도 관련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 국가와 민족, 그리고 가족의 안위가 걸린 일이야. 마음 단단히 먹고 전력으로 부딪치겠다!’
정의남은 상당한 반발을 각오하며 이들을 찾아갔다.
그러나 이들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정의남이십니까?”
“이슈람 대장님에게 곧 오실 거라는 말은 들었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환영합니다.”
국정원 요원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정의남을 맞아 주었다. 예상과 다른 분위기에 정의남은 살짝 당황했지만,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슈람 대장님에게는 속 시원하게 말하지 못했지만 사실 우리도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임무가 얼마나 막중한지는 알고 있습니다. 당연하죠, 어린애도 아닌데. 원전이 폭발하면 나라의 환경이나 경제가 어떻게 될지는 뻔하지 않습니까? 우리도 진심으로 루시퍼를 막고 싶다고요.”
“하지만 우리는 공무원입니다.”
“네, 위에서 X로 밤을 까라면 까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인간들이죠.”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입니다. 솔직히 이건 우리가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윗분들이 ‘이것도 다 나라를 위해서야.’라고 하는데 우리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슈람 대장님은 애꿎은 우리만 굴려 대고…….”
“아, 오해 마십시오. 이슈람 대장님을 원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장님도 우리 사정은 알고 있겠죠. 그래도 입장이 있으니 우리를 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원망은커녕 총리실과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모인 회의실에서 따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하지만 변하는 건 없었죠. 그 뒤로도 위에서는 계속 명령이 내려오고, 우리들은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한숨 놓을 수 있겠군요.”
“이제 정의남 님이 감사원으로 합류하셨으니 위에서 명령이 내려와도 핑곗거리가 생긴 것 아닙니까? 감사원에게 들켜 정보를 숨길 수 없었다고 말하면 될 테니까. 우리는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아도 되고, 이슈람 대장님에게 기합 받을 일도 없고.”
“정의남 님은 우리의 구세주입니다!”
국정원 요원들도 ‘윗분’과 이슈람 사이에서 꽤나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의남의 합류로 이제 걱정이 사라졌다.
요원들이 정의남을 환영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의 장래는 아직 밝구나!’
정의남은 첫 대면에 국정원 요원들이 마음에 들었다.
-정의남의 국정원 요원들에 대한 호감도가 1,000씩 상승했습니다!
이런 메시지를 띄워 주고 싶을 정도!
그런 분위기는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다.
감사원이라고는 하나 겨우 레벨 20대의 생초보. 국정원 요원들은 그런 정의남을 배려해 번갈아 가며 택시(고렙 유저가 저렙 유저의 레벨을 속성으로 올려 주는 것)를 태워 주었고, 이전에 사용하던 장비품을 기꺼이 물려줘 동렙 최강 장비로 풀 세팅 해 주었다.
“정의남 님, 제5소대에서 이런 정보를 보내왔습니다.”
“이건 은하연방의 공적치가 꽤 오르니 역시 국방부 애들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겠죠?”
그리고 감사도 자발적으로 받았다.
‘뭐 덕분에 딱히 내가 할 일이 없지만…….’
감사는 비리를 적발해 내는 것이 일인 직함이다.
그런 감사가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비록 기대와 달리 지루한 일상의 연속이었지만, 정의남은 그런 일상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의남을 분노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문제의 발단은 국정원 요원들의 컴퍼니, ‘배틀네이션’에 한 상인의 의뢰가 접수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특별한 의뢰는 아니었다.
상인이 가지고 있는 지방 공장이 몬스터의 습격으로 생산량이 급감, 납기일을 맞추기 힘들어졌으니 몬스터의 본거지를 소탕해 달라는 흔한 퀘스트였다.
이에 배틀네이션 대원들은 준비를 마치고 출격!
공장을 습격한다는 몬스터들은 이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동원 인원 80명. 거기에 빵빵한 예산으로 최강 장비품으로 세팅된 병력이다.
전투와 동시에 대원들은 단숨에 공장을 습격하는 몬스터를 처리. 여세를 몰아 몬스터의 서식지까지 진군했다. 그리고 울창한 숲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서식지에 도착했을 때였다.
“……이게 뭐냐?”
정의남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공장을 습격하는 몬스터의 서식지라는 곳은 엉뚱하게도 한 외계 종족의 촌락이었다.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과 퀭한 얼굴로 병들어 죽어 가는 외계인들. 정의남은 이들도 몬스터의 습격을 받은 피해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비열한 인간들! 티마이오스의 저주가 내리리라!
“에? 비열? 저주? 무슨 말입니까?”
-그게 무슨 말인지는 너희들이 더 잘 알 터! 힘이 없어 이렇게 당하지만 귀신이 되어서라도 선조의 땅을 침범하고 동족을 죽음으로 내 몬 너희들을 용서치 않으리라!
파란 피부에 스머프처럼 생긴 외계인이 소리쳤다.
뭔가 돌아가는 분위기가 이상하다.
“아니, 아니, 진정하고 차근차근 설명해 보십시오. 뭔가 알아야 용서를 빌든 저주를 받든 할 것 아닙니까? 우리는 그저 고용된 사람들이라 이곳의 사정을 모릅니다.”
-닥쳐라! 어차피 네놈들도 한통속이 아니더냐!
“그, 러, 니, 까!”
정의남이 울컥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얘기를 들어 봐야 한통속일지 아닐지 알 것 아닙니까! 자랑할 일도 못 되지만 저는 한 평생 남에게 부끄러워해야 할 일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주를 받을 일도! 그런 내가 왜 난데없이 저주니 뭐니 하는 얘기를 들어야 하는지, 설명해 달라는 겁니다!”
정의남의 박력에 스머프들이 살짝 겁먹었다.
그리고 제들끼리 숙덕거리더니 파파 스머프 같은 외계인이 나서며 말했다.
-좋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얘기해 주지. 네놈들의 비열함을. 네놈들이 왜 저주를 받아 마땅한 자들인지를. 나 역시 죽을 때 죽더라도 네놈들의 죄상을 말해 주고 죽어야겠다.
이어지는 파파 스머프 왈曰.
스머프들은 외계인이라기보다는 이스타나의 원주민이었다.
이스타나는 환경이 지구와 비슷해 인류가 정착하기 이전부터 많은 종류의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지구의 역사처럼 이들도 나름의 역사를 만들어 가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인류의 등장.
그리고 라마족과의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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