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365)
아크 더 레전드-365화(365/875)
[365] SPACE 6. 지금 그들은…… (2)-당시 인간들은 라마족과 싸우기 위해 이스타나의 종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인간도 라마족과 다름없는 침략자. 몇몇 종족은 인간들의 편에 섰지만, 우리는 자연을 벗 삼아 평화롭게 살아가는 종족. 선조들은 인간이 이스타나에 정착하는 것까지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전쟁까지 도와주지는 않겠다고 대답했다. 그때는 인간들도 우리의 의견을 존중해 주겠다고 했지. 그러나 전쟁이 끝나자 돌변하더군.
은하연방은 시민권 제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함께 참전한 종족에게는 시민권을 주었지만, 참전을 거부한 종족에게는 주지 않았다.
멋대로 남의 혹성을 차지하고 들어앉은 주제에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스머프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은 인류의 문명은 관심이 없었고, 그냥 지금까지처럼 자연과 벗 삼아 살아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
-인간들은 멋대로 자신들의 형편에 맞춰 이스타나의 환경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땅을 파헤치고 수억 년 동안 존재해 왔던 숲을 하루아침에 황무지로 만들었지. 여기까지는 좋다. 인간들도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뭔가를 해야 했을 테니까. 우리는 인간들이 도시를 넓힐 때마다 쫓기듯 삶의 터전을 버리고 더 깊은 곳으로 도망치면서도 인간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해하지 못한다면 승산 없는 싸움을 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하여 도달한 곳이 이 촌락이었다.
도시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아웃랜드의 깊은 곳이지만, 인간들은 이곳마저도 그냥 놔두지 않았다. 일대에서 희귀 광석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공장을 세워 버린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그래서 몇몇 족장들이 공장을 찾아가 부탁했지. 우리에게도 살아갈 터전이 필요하니 이곳만은 양보해 달라고. 그에 대한 인간들의 대답이 무엇이었는지 아는가? 학살! 그리고 노예! 놈들은 족장들을 학살한 것도 모자라 공장 근처의 마을을 습격해 일족을 잡아 노예로 부리기 시작했다! 너라면 용서할 수 있겠는가? 너라면 참을 수 있겠는가? 가족을 내쫓고, 죽이고, 노예로 부리는 인간들을!
“가족을 내쫓고, 죽이고, 노예로…….”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정의남이 와락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그런 개자식들을 용서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래서다! 그래서 우리는 싸울 수밖에 없었을 뿐이다!
정의남이 호응하자 파파 스머프가 한층 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하여 스머프들은 봉기했다.
그들은 비록 허접한 권총 하나 만들어 낼 수 없는 미개인이었지만, 혹독한 이스타나의 환경에서 살아온 종족이었다.
그 비결이 대대로 전승되는 몬스터와의 교감 능력.
스머프들은 그 능력을 이용해 주변의 몬스터를 규합, 공장주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박살 났다, 정의남과 국정원 요원들에 의해서.
-이제 됐다. 너희들의 공격으로 이제 우리는 남아 있던 모든 몬스터를 잃었다. 그러니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겠지. 그저 너희들을 저주하며 죽는 것만이…….
“잘못했다!”
파파 스머프가 한숨을 불어 낼 때였다.
묵묵히 지켜보던 정의남이 고개를 숙이며 소리쳤다.
“비록 사정을 몰랐다고는 하나 비열한 인간의 편에 서서 무고한 너희들에게 피해를 입힌 죄.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다. 미안하다. 부디 용서해 주기 바란다.”
-용서…… 용서라고……?
“용서해 주기 힘들겠지. 알고 있다. 하지만…….”
-힘들지 않다!
파파 스머프가 버럭 소리쳤다.
그 말에 정의남이 고개를 들어 올리자 파파 스머프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을 이었다.
-힘들지 않아…… 용서…… 조금도 힘든 일이 아니다. 아니, 우리는 기다리고 있었다. 인간들이 이곳에 온 수백 년 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고난의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우리가 원한 것은 복수나 저주 따위가 아니었다. 우리가 진심으로 원했던 것은 단 한마디, 미안하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사과를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그러기 위해 참아 왔다. 언젠가…… 언젠가 용서해 줄 수 있는 그날이 올 거라고 믿으며…… 하지만 너무 늦었다. 그래, 너무 늦어 버렸어.
“늦지 않았습니다!”
정의남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전후 과정을 살펴보면 인간들이 잘못했다는 것은 명명백백! 그렇다면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면 그만입니다! 저 역시 인간이고, 인간의 사정을 알기에 무조건 당신들의 편을 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찾아보면 공존할 방법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정의남이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공장을 습격하는 몬스터 본거지 소탕》 퀘스트에 분기가 발생했습니다!
-당신은《공장을 습격하는 몬스터 본거지 소탕》 퀘스트를 진행하던 도중, 공장을 습격하는 몬스터의 배후에 마우리족이라는 이스타나의 원주민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도 결코 원해서 공장을 습격한 것이 아니라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마우리족의 사정에 공감했고, 그로 인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의뢰주의 요청대로 이들을 처리해 분란의 소지를 없애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마우리족의 편에 서서 의뢰주에게 노예를 풀어 주고 공존할 방법을 찾아보도록 설득하는 것.
이런 퀘스트의 분기는 이후 컴퍼니의 평판과 주어지는 보상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신중하게 생각해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해야합니다.
선택지가 떠올랐다.
그러나 이건 정의남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현재 정의남은 공격대의 리더를 맡고 있지만, 그건 국정원 요원들이 경험치를 몰아주기 위해 배려해 줬기 때문이다.
정의남은 어디까지는 감사원. 컴퍼니를 만들고 실무를 맡은 사람들은 국정원 요원들인 것이다. 그래서 실질적인 리더인 레인이라는 대원과 의논을 해 보았다.
그에 대한 레인의 대답은…….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고민할 필요가 없어?”
“네, 저희에게 의뢰를 맡긴 공장주는 은하연방의 4대 기업 중 하나인 헬리온과 관련이 있는 NPC입니다. 의뢰주는 이번 일을 잡음 없이 처리하면 상당한 보상을 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헬리온 본사의 하청도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급속도로 컴퍼니를 성장시키느라 예산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우리로서는 둘도 없는 기회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의뢰주의 요청대로 진행하는 편이 이득이죠. 저들을 보십시오. 오두막에 살며 몬스터나 부리는 종족입니다. 저들 편에 서 봤자 할 수 있는 것도 없을 거고, 어찌어찌 처리해 봐야 얻을 수 있는 것도 없을 겁니다. 뭣보다 헬리온의 눈 밖에 나서 좋을 게 없습니다.”
“그러니까 못 들은 척하고 저들을 몽땅 슥삭 하자?”
“뭐 찜찜하지만 그게 최선입니다.”
“찜찜? 최선?”
정의남이 눈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다짜고짜 레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싶은 순간 펼쳐지는 엎어치기!
“마이너스 1,000이다! 이 자식아!”
……여기까지가 레인이 바닥에 내리꽂히게 된 과정이었다.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관은 정의! 정의가 바로 서야 세상이 바로 서는 법이다. 불의가 판치는 세상이야말로 악! 우리가 쳐 부숴야 할 적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정의남의 일장연설!
그러나 여전히 레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저, 정의남 님, 뭔가 착각하고 계신 것 아닙니까? 여기는 가상현실입니다. 아무리 실제 같아도 저들은 그냥 NPC일 뿐이라고요! 게다가 우리는 그저 재미 삼아 게임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목적이 있습니다!”
“국가와 민족? 하! 이제 알겠군.”
“네? 알다니요?”
“네놈들이 말하는 국가와 민족이 뭐냐?”
“그야…….”
“국민이지. 힘없는 백성이다. 무릇 국가의 모든 기관은 힘없는 백성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존재다. 그런 기관이 국민을 모른 척했을 때 나라가 썩는 것이다. 윗대가리들이 시키니까 할 수 없다고? 웃기지 마라. 너희들이 할 수 없다면 대체 누가 해야 한다는 말이냐?”
정의남이 멀뚱멀뚱 바라보는 대원들을 훑어보았다.
“네놈들은 루시퍼 헌팅이 왜 만들어졌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윗대가리들이 사욕을 위해 되도 않는 명령을 내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어 고통스럽다고 말했지. 하지만 묻고 싶군. 그것을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너희들 중 단 1명이라도, 이슈람처럼 그들에게 이건 잘못된 일이라고 말한 놈이 있었나?”
“하, 하지만 우리들은…….”
“힘이 없지. 그럼 묻겠다. 국정원 직원이라는 너희들이 힘이 없으면 국민들은 무슨 힘이 있냐? 정치하는 놈들은 입만 열면 말하지.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힘의 주체는 국민이라고. 하지만 놈들은 제멋대로 루시퍼를 조물락대다가 이런 지경이 됐는데도 정작 국민에게는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 설사 국민이 힘이 있다 한들, 어떻게 그들에게 따질 수 있겠는가? 따질 수 있는 사람은 전후 사정을 알고 있는 너희들뿐이다. 하지만 너희들은 불합리한 명령을 받으면서도 입을 다물었다. 비겁하기 때문이지.”
“비겁하다니요? 말이 심하십니다!”
레인이 벌떡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닥쳐라! 더 심한 말을 하고 싶은 것을 참고 있는 것이니!”
정의남이 번뜩이는 눈으로 바라보며 사자후를 터뜨렸다.
“너희들이 본래 비열한 놈들이라면 상관없다. 비열하게 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니. 하지만 너희들은 너희들이 비난해 마지않는 자들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너희들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게 너희들의 진심이었다면, 적어도 그리 말하고 있다면, 굴하지 말았어야 한다. 상대가 누구든, 어떤 상황이든! 정의는 진리. 상대가 나보다 강해서, 괜히 나서면 손해만 보니까, 여기는 현실이 아니니까, 그런 변명을 해 대며 형편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레인과 대원들은 대꾸할 말이 없었다.
딱히 정의남의 말에 공감해서는 아니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지만, 뭔가 앞뒤가 안 맞고 현실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 뭐냐?
이 좌중을 압도하는 박력은? 이 기묘한 설득력은?
몇 번을 다시 생각해 봐도 자신들이 잘못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왠지 부끄러워진다.
그러나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정의남 님은 어쩌자는 겁니까?”
“자신의 생각이 확고하면 가야 할 길은 절로 보이는 법. 이 상황은 누가 봐도 의뢰주가 불의不義. 그렇다면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것이나 다름없지.”
“하지만 의뢰주는 헬리온의 지사장입니다.”
레인이 따지듯 말했다.
“그리고 그가 이런 사정을 모르고 우리에게 몬스터 토벌을 의뢰했다고 생각되지도 않습니다. 다시 말해 마우리족의 편에 선다는 것은 의뢰주. 나아가 헬리온을 적으로 돌리는 짓입니다. 그게 배틀네이션에 어떤 불이익을 가져올지 모르시겠습니까?”
“정의를 행하는 데는 고난이 따르는 법. 고난을 두려워한다면 이미 정의가 아니지.”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
레인이 포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좋습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우리도 정의남 님을 따르죠. 하지만 우리는 정의남 님처럼 대단한 사람이 못돼서 어떻게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모르겠군요. 정의남 님이 반대하셨으니 해결 방법을 제시해 보십시오. 단, 이건 확실하게 해 두죠.”
레인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정의남을 바라보았다.
“배틀네이션은 우리가 몇 달에 걸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만든 컴퍼니입니다. 이번 일로 컴퍼니에 피해가 생긴다면 그 역시 정의남 님이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의남 님을 감사원으로 추천한 이슈람 대장님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거고요. 그 점을 명심하고 대답해 보십시오. 정의남 님도 이번 일이 그저 말 몇 마디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계시겠죠? 자, 이제 우리가 어찌해야 합니까?”
“글쎄…….”
정의남이 머리를 긁적였다.
뭐 결국 이런 거지. 정의니 뭐니 떠들어 대는 사람들은 딱 거기까지다. 입만 열면 불평불만을 늘어놔도 막상 책임지고 해 보라고 떠밀면 아무것도 못하는 인종인 것이다.
레인이 그런 생각을 하며 정의남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정의남이 고개를 돌리며 씨익 웃었다.
“일단 공장부터 점령해 볼까?”
* * *
“이런 곳에…….”
할리가 굳은 표정으로 떠듬거렸다.
이어 확인하듯이 시선을 돌리자 호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다.”
그런 호크의 손에는 작은 원반이 들려 있었다.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각각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라는 한자가 적혀 있는 원반, 얼마 전에 평소 알고 지내던 칼리라는 유저에게 받은 오행문五行紋이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세상 모든 것은 기브 앤 테이크.
받은 것이 있으면 줘야 하는 것도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번 출혈은 장난이 아니었어. 하필이면 많고 많은 유저 중에 칼리 녀석의 손에 들어갈 줄이야. 세븐 소드의 회합 때문에 알고 지내기는 하지만 싫은 놈이다. 개자식, 내가 오랫동안 추적해 오던 것인지 뻔히 알면서도 우주 마법진을 조사하는 사이에 가로챈 것도 모자라, 뻔뻔스럽게 그런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 오다니!’
그러나 호크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칼리가 가로채기 전까지 한 달 이상이나 추적할 정도로, 오행문은 호크에게는 중요한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그건 호크의 직업과 관련이 있었다.
오행문은 그저 장식용 아이템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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